[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D-29
장례식에 쓸 영정사진을 고르고, 가족에게 전하는 말, 평소 못다 한 감사, 용서, 화해하는 말, 버킷리스트, 장례 절차와 순서와 부고 명단도 정해서 써놓는 거죠. 거동이 불편할 때 나를 도와줄 사람, 재산 관리를 맡아줄 사람이나 기관, 힘들 때 의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부터 지우기,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의 이름을 새겨두고 앞으로의 인간관계를 생각해보는 그런 내용이 들어가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145, 박산호 지음
사후 장기 기증 미리 신청하기. 장례 형식과 영정 사진과 부고 명단을 생각해두기. 유서 작성하기. '맞이하는 죽음'을 위해 미리 해두어야 하는 일들인데 동시에 쉽사리 실행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아침 저녁으로 죽음을 생각하라는 말도 있으니, 2월의 출근길 퇴근길에 곰곰이 생각해보고 정리해 보아야겠어요.
요즘엔 장례식을 스몰로하거나 생략하는 추세라고 들었습니다.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장례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 그냥 가족끼리 조촐하게. 한편 생각하면 좀 씁쓸하지만 결혼처럼 스몰로하는 것도 나쁘진 않는 것 같습니다. 하나 확실한건 저는 장례식은 하지 않을거라는 겁니다. 뭐 올 사람도 거의 없지만 좋은 자리면 모를까 나의 죽음을 슬퍼하는 거 별로 원치 않아서. 한긴 장례식에서 우는 사람은 없죠. 임종 때나 장례식 후에 울지. 그것도 좀 아이러니고. ㅋ
제 친구가 아버지 장례식을 무빈소 장례로 치렀어요. 저는 배우자도 자식도 없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고 인간관계도 망해서 제 장례식은 아예 없을 것 같아요. (나라에서 치러주는 무연고자 장례가 되려나요?) 외국에는 장례 파티 비슷한 것도 있다죠. 고인이 되기 전 아직 쌩쌩할(?) 때 미리 장례식을 하는 건데,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해서 주인공의 삶을 함께 돌아보고 서로에게 감사와 축복을 전하는 시간을 가진대요. 그것도 좋은 방식인 것 같아요.
아, 저도 들은 것 같아요. 그건 정말 괜찮은 프로그램 같아요. 근데 울까봐 그것도 자신이 없더라구요. 사실 저도 향팔님과 비슷합니다. 뭐 장례가 무슨 소용있을까 싶고요. 세상 떠나면 그만인데. 이러고 저러고지간에 전 고독사나 안 했으면 좋겠다 싶어요. ㅎ
저는 그래서 스위스 질소캡슐에 들어가서 생을 마감하는 게 꿈이었는데, 그게 아주 심각한 문제가 생겨 금지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랑도 자주 얘기하지만, 스위스처럼 조력사가 가능한 나라에 가서 죽는 게 장래 희망이에요. (한국에선 가까운 시일 내엔 불가능할 것 같네요.) 그게 안 된다면 저는 고독사 또는 시설에서 사망 후 무연고자 장례 코스를 밟게 될 듯합니다. 스콧 니어링처럼 때가 되면 스스로 곡기를 끊을 수 있음 좋겠지만 제가 그런 경지까지는 절대로 못 갈 테지요…
근데 사람이나 짐승이나 죽을 때가되면 자연스럽게 곡기는 끊어지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굳이 스콧 니어링 부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 글고 제가 먹는 걸 좀 좋아해서. ㅋ.구구팔팔일이삼이라고, 전 그걸 원하고 있습니다. 왜 노인분들 기도하다가 또는 잠자다 돌아가시기도 하잖아요. 또 누구죠? 화백중에 누가 그림 그리다 돌아갔잖아요. 시인 기형도도 새벽에 벤치에서 죽었다고하고. 정확히는 그런 죽음을 원하고 있죠. ㅋㅋ
구구팔팔일이삼이 뭔지 몰라 찾아보고 왔습니다 ㅎㅎㅎ 죽음과 관련해서 제가 평소 바라는 게 있다면, ‘내 집에 털짐승만 남겨두고 내가 먼저 앞서갈 순 없다!’는 거예요. 제가 많이 모자라고 부주의해서 여기저기 잘 부딪히고 잘 넘어지고 그러거든요. 그렇게 덤벙대다 혹시 차를 못 보고 치인다든가 어떤 사고라도 닥칠세라 잔뜩 사주경계 하면서 다닙니다. 걸을 땐 이어폰도 안 끼고, 횡단보도 건널 때도 전봇대 뒤에 숨었다가 신호등 바뀌면 한참을 전후좌우 째려보며 건너요. 원래는 안 그랬는데, 저랑 고양이들이랑만 살게 되고 한 아이가 아프면서부터 그런 습관이 생겼습니다. 혹시 제가 많이 다치거나 먼저 가버리면 고양이를 돌봐줄 인간이 없으니 이것들은 낙동강 오리알 되는 거거등요… 어떻게든 끝까지 책임지고 아프면 고쳐주고 때가 되면 제 앞에 잘 보내주고, 그러고 나서 내가 가더라도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답니다. 이제 한 녀석이 먼저 갔으니 나머지 한 녀석도 끝까지 잘 보살피는 게 남은 과제네요. (개와 고양이를 너므너므 좋아하지만, 얘네들이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듯해요. 이젠 더이상 누구도 인생에 들이지 않으렵니다..)
미안해요. 저는 그거 다 아는 줄 알았어요. 그럴 줄 알았으면 주를 달아 놓는 건데. ㅎㅎ 근데 향팔님 대단하세요. 반려동물을 향한 마음이 이런데 자식 둔 부모 마음은 어떨까요. 정말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혼자 버려지는 거 정말 마음 아프죠. 근데 정말 반려동물 돌보는 것도 굉장한 특권이긴 하더라구요. 혼자 사는 어르신들 반려동물 키워 외로움은 덜었다고는 하나 얼마 안 있으면 스스로도 당신의 몸을 돌볼 수 없게되면 다시 돌려보내거나 다른 사람에게 양도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되면 더 외롭고 쓸쓸할 것 같아요. 그러지 말고 펫시터들을 늘려서라도 헤어지지 말고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방향으로 하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해요. 사람이든 짐승이든 정 주면 안 되는 것 같은데 그게 어디 맘대로 되나요? 저는 버려지는 반려동물들 생각하면 한켠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 모르겠어요. 저는 일단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사니 그렇고 혼자 살게되면 다시 고려하게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펫시터 고용하고. ㅋㅋ
저도 자식이 없어 감히 짐작도 못하는 마음이지만, 인간이 털짐승이랑 살아도 이렇게 정이 가는데 자기 자식에게는 얼마나 귀한 마음을 품게 될까, 싶더라고요. (그런데도 돌보던 동물을 버리거나 심지어는 자기 자식을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인간들은 당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애초에 정을 주지 않으면 이별의 아픔도 없겠죠. 예전에 어느 책에서 본 이야긴데, 부처님이 말씀하시길 인연을 맺지 말라 하셨다네요. 인연은 괴로운 것이니, 원수는 만나서 괴롭고, 그리운 사람은 만나지 못해서 괴로운 것이라고요. 정말 맞는 말씀이긴 한데, 우리같은 중생에게야 그게 어디 그렇게 되나요. (@stella15 님 말씀처럼요.) 두터운 정이든 엷은 정이든 정을 맺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연약한 우리들인 것을요.
향팔님 글을 읽으면서 p.39의 산에서 독사에 물린 엄마가 자식들을 위해 장작으로 쓸 나무가지를 줍느라 땀을 너무 흘려서 독기가 다 빠져나갔고 그래서 살았다는 그 대목이 생각나네요. 평소에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아야한다고 하는 작가분의 말씀에 공감하면서, 그걸 마음에 새기는 일인입니다. 향팔님의 글에서 그런 마음을 읽었습니다.
@아침바람 님, 고맙습니다. 남겨주신 글 덕분에 39쪽 엄마의 일화를 다시 읽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어요. 그동안 저는 제가 고양이들을 돌봐왔다고 생각했고 제가 없으면 고양이는 살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깨달았네요. 책에서 나무를 하던 엄마가 살아났듯이, 사실은 요 털짐승들 덕분에 제가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을요. 저 혼자 책을 읽었을 때는 이런 생각을 못 했어요. 아침바람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 아픈 고양이는 제가 오래 짊어져야 했던 무겁기만 한 짐이 아니라, 제가 마음 속 뱀에게 물린 독기와 절망을 빼 주고 계속 살아갈 힘을 줬던 거였어요. 돌봄이 일방적인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돌봐왔던 거였네요. 아이가 지금 제 곁에 숨쉬고 있다면 귀에 대고 이 말을 해줄 텐데.. 네 덕분에 엄마가 살았다고요.
산에서 독사에게 물린 한 엄마가 자신이 곧 죽을 걸 알고 한겨울 숲에서 나무를 해요. 아이들을 위해 장작으로 쓸 나뭇가지를 줍는 거죠. 그 일을 하느라 땀을 많이 흘려서 독기가 다 빠졌고 그렇게 살아났다는 거예요. 정말 감명받았어요. 이 이야기처럼 우리는 평소에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죽고 싶어도 떡볶이는 먹어야겠다.’ 이런 다짐도 좋아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39-40쪽, 박산호 지음
저는 코앞에 놓인 해야 할 일, 아니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어떤 선,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암이나 불치병에 걸렸을 때조차 비관적인 죽음만을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열린 결말을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싸운 친구와 화해하고, 자신의 흘러간 청춘을 애도하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는 전보다 더 너그러워질 수도 있고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40쪽, 박산호 지음
안그래도 2부에서 우리가 죽은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게 어쩌면 반대로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구원하는 거”라고 하시던데 마찬가지로 돌봄받는 생명이 오히려 돌봄을 하는 이를 구원하는 걸 수도 있겠네요.. 일방적이지 않은 서로 주고 받는 선물이네요..
아;; 저만 모르는 줄! 전 삐삐를 잠시 쓰던 세대라 486이나 8282처럼 삐삐 문자에 쓰는 건 줄 ㅋㅋㅋ 맞아요 책임 질 대상, 사랑하는 대상이 생기면 확실히 이전보다 조심스러워지고 노력하게 되는 게 삶인 듯해요. 얼마전에 노견일기라는 만화책 보다가 정신없이 빠져서 읽다가 마지막 권을 남겨두고 더이상 못 읽고 있어요 ㅠㅠ (결말이 다가오는 게 갑자기 두려워지더라구요) 그래도 계속 노견을 위해 최선을 다해 함게 보낼 수 있는 순간들을 소중히 살아가고 있는 작가를 보며 감동했어요
헉, 이런... 제가 그렇게 불친절한 사람이 아닌데 의외로 모르시는 분이 계시네요. 하긴 저도 처음 들었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생각하면. 혹시 또 모를 분들을 위해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나 이삼일 앓다 돌아가는 거를 의미한다는 것을 밝혀드립니다. ㅋㅋ
ㅎㅎㅎ 덕분에 재미있는 걸 배웠네요. 제가 요즘 유행어나 meme을 워낙 몰라서 그래요..^^;;
스위스 질소캡슐 얘긴 처음 들었네요.. 실은 전 아마 묘지보다 화장을 택할 거지만 실은 가장 자연친화적인 빙장(cryomation 또는 창시회사 이름을 따서 promession이라고 하던데.. 제가 예전에 메리 로치의 책 Stiff에서 이걸 읽을 때 듣고 나도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에 들어오기는 커녕 원래 스웨덴에 있던 회사 Promessa가 망했다네요 ㅠㅠ 아흑
저도 향팔님과 @stella15 님 말씀처럼 장례식은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암과 책과 오디세이>를 듣다가 '해양장'이라는 걸 알게 됐는데, 제가 바라는 형태의 마무리(?)라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농담처럼(하지만 진지하게) 장례식도 싫고, 제 골분을 바닷가에 뿌려달라고 부탁할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꼭 지인이 아닐지라도). 근데 방송을 듣다가 알게 된 건, 그게 또 아무 바다에나 막 뿌리면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전에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다가 주인공이 아버지의 유언대로 그의 유골을 살아생전에 사랑했던 동네 곳곳에 뿌려버린(?) 대목을 읽고 '이거 참 좋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법적으로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아무튼 저도 장례식도 싫고, 추모할 필요도 없이,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눈 감고 싶은 마음이에요. 계속 혼자살다보니, 질병과 노화, 죽음을 어떻게 홀로 정리할 수 있을지를 자주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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