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D-29
○ 많은 사람이 화가 나거나 억울할 때 소셜 미디어에 “내가 이런 진상을 만났어” 하고 글을 올리잖아요. 그러면 또 누가 와서 댓글로 “뭐 그런 진상이 있어?”라고 공감해주고요. 다만, 이것은 혼자 욕을 하거나 낙서장에 적는 게 아니라 밖으로 표출하는 거잖아요. 이것도 올바른 방법일까요? ● 그렇긴 한데,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면 사람들이 처음에는 공감해주다가 점점 그 사람을 피하게 돼요. 저 분노의 화살이 나한테도 올 것 같거든요. 그게 위험해요. 그래서 혼자 골방에서 지랄 발광하고, 나올 때는 우아하게 나와야 해요. 밖에서는 항상 예의를 갖추고 우아한 말만 쓰고요. 나 혼자 있을 때 망가지는 게 분노 해소법이에요. 용변을 우아하게 보는 사람은 없어요. 근데 화장실에서 나올 때는 옷매무새를 다 고치죠. 분노를 정말 잘 다루는 사람은 우아하게 말하는 사람이에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 인간은 인생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발견해야 하는 존재라고 쓰셨잖아요. 저는 그 말에 공감했는데, 다만, 그 말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아요. 삶의 의미라는 것도 먹고 살 만한 사람이나 찾는 거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 같거든요. 그렇게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기대예요. 아기가 막 태어났을 때 부모가 아기를 보고 “이 아이는 큰 인물이 되겠어”라고 해요. 자라면서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고 싶고, 자기라는 존재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죠. 아이는 커서 중요한 인물이 되겠다는 기대감을 가지죠. 그걸 ‘자기 기대’라고 해요. 그런데 부모가 “얘는 별 볼 일 없겠네”라고 하면 자기 기대감이 없어지고 사는 의미도 없어져요. 그러니까 ‘내 삶에는 의미가 있어, 내가 세상에 태어난 데는 어떤 소명이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부모에게 기대를 받았던 거고, 반면 사는 게 힘들고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부모에게 기대를 못 받은 경우가 있죠. 그래서 프로이트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노년에 내가 이렇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다 우리 어머니 덕분이었다고요. 프로이트의 어머니가 프로이트를 데리고 어딜 가는데 동네 할머니가 프로이트를 보고 나중에 큰 인물이 되겠다고 했대요. 그래서 어머니가 아들에게 기대를 걸고 키웠다고 하더군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 내 인생엔 아무 의미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어렸을 때 부모에게 방치되거나 학대받은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역으로 요새 부모들이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아이를 망친다는 말도 나오는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그쪽은 과보호고, 너무 큰 기대를 거는 거죠. 질문을 하나 할게요. 하늘에서도 움직이고 땅에서도 움직이고 바다에서도 움직이는 동물이 무엇일까요? ○ 뭐죠? ● 오리! ○ 아…. ●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다 활동하는데 날지 못하고 땅에서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수영도 잘 못해요. 그게 오리예요. 과보호하면 오리가 돼요. 크지를 못해요. 우리 애는 하늘도 날아야 하고, 땅에서는 뛰어야 하고, 바다에서도 헤엄쳐야 하고, 다 잘해야 한다고 하면 애가 오리가 돼요. ○ 아주 적절한 비유인데요.   ● 그러니까 애들을 오리 떼로 만든 것이죠. 그걸 몰라. 기대를 걸면 아이들이 다 그대로 될 줄 알아요. 아이들이 다 잘하는 만능 박사가 되길 원하지만,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러다 보면 특출난 게 하나도 없는 오리가 되는 거죠. 특출난 애들은 독수리예요. 고래거나 표범이고요. 한 분야에서 특출난 건데 우리는 모든 걸 다 잘하고 완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착각이에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저는 가톨릭 신부지만, 가톨릭교회의 존재 의의는 인류가 함께 살도록 기여하는 종교 중 하나일 뿐, 결국에는 모든 종교가 협심해서 하나의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종교만 유일하고, 우리만 구원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면 분열을 획책하는 것이고, 저는 그것이 바로 이단이라고 생각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저는 심리학을 공부한 후부터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죽고 난 다음에 부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살아가면서 하는 내적인 부활이라고요. 그러니까 성장통을 겪으면서 내 삶이 조금 더 성장하는 부활이 중요하지, 죽고 난 다음에 다시 살아나는 게 중요하겠어요? 지금 새로운 부활의 삶을 살지 못하는데 죽고 난 후에 부활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중요한 건 죽고 난 다음이 아니라 지금이죠.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나이가 들어도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어르신이라고 하고, 진상짓만 하는 사람은 늙은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ㅎㅎ 나이들수록 새겨야 겠네요^^
죽음은 육신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고, 죽음이 있어서 같이 있는 시간을 더 소중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만약 그 종교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면 그걸 우리는 이단이라고 불러요. 신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 종교가 사람에게 행복을 주느냐, 불행을 주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호스피스 병동에 온 분들은 생명의 건전지가 정말 조금 남은 거죠. 호스피스 병동이 그래요. 저는 그 건전지가 다 닳을 때까지 사는 게 인간적이라고 생각해요.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삶의 의미가 조금은 남아 있거든요. - <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p335, 박산호 지음
이번 독서는 흐르듯 제 경험들과 잘 버무려지면서 지난시간뿐 아니라 다가오는 시간도 성찰하기 참 좋은 시간을 누립니다
ㅎㅎ 저도 @생각나라 님 말에 동감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독서가 아닐까 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했을 때도 같은 논리로 싸웠지만 둘이 믿는 신은 같은 신이에요. 같은 야훼 하느님을 믿는데 이복형제인 거죠. 그러면서 신은 자신의 편만 든다고 주장했어요. 같은 아버지를 둔 이복형제끼리 누가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누가 적자냐 하며 따지는 게 중동 전쟁이에요. 그렇다면 과연 그 아버지는 그 전쟁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지금 새로운 부활의 삶을 살지 못하는데 죽고 난 후에 부활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중요한 건 죽고 난 다음이 아니라 지금이죠.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63쪽, 박산호 지음
예컨대 지난번 계엄 사태 때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시위하던 시민들에게 화장실을 내줬잖아요. 그것이 일종의 개혁이었던 거죠. 원래 수도회는 외부 일에 관여하면 안 되는데 그 관례를 깨고 사람을 챙긴 거예요. 그런데 그 수도자들은 자기들이 한 일의 의미를 잘 모르더라고요. 우리가 뭐 큰일을 했나요? 이런 식이에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것이 종교 개혁이에요. 가톨릭교회가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사회 개혁을 향해서 한 발자국 나아간 거죠.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66쪽, 박산호 지음
전두환은 지금 무덤조차 없다잖아요. 어디에 묻어도 사람들이 찾아내 파헤칠까 두려워서, 묫자리조차 정하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던데 그게 가장 불행한 삶이에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68쪽, 박산호 지음
그게 원죄예요. 근본적으로 인간 안에 존재하는 악한 존재인데 크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건 이 사악한 자아가 크지 못하게 하려고 그러는 거죠.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172쪽, 박산호 지음
전에는 악령이 존재를 드러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냥 사람 마음 안에 스며들어서 그 사람을 파괴하죠. 그게 진짜 악령이에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제가 지금 박산호 작가님을 보면서 "나중에 정말 세계적으로 큰 작가가 되겠다" 이렇게 말해 주는 것과 "그냥 삼류로 끝나겠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건 느낌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사이비 종교는 내가 너희에게 기적을 직접 내려주겠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가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면 하느님은 당신이 창조한 다른 존재를 통해 도움을 주시지 당신이 직접 개입하시지는 않거든요. 내가 힘들 때 나를 도와주러 온 사람은 하느님이 보냈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건강한 거죠. 또 누가 나에게 도움을 청하러 왔을 때도 이 사람은 하느님이 보냈구나, 생각해야 하고. 저는 상담할 때 그런 걸 많이 느껴요. 그래서 우리는 그냥 최선을 다하고, 기도하고 나머지는 하느님께 맡기는 게 맞는다는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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