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D-29
우울한 감정이 올라오는 이 유는 우울한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그 우울한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돼요.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일단 해보는 거죠.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이 문장을 우울해지거나 불안해질 때 떠올립니다. 쉽진 않지만 해봐야죠. 어쩌겠어요. 우울하지 말자. 불안해하지 말자! 우울할 땐 우울이 너무 무거워 어찌할 도리를 모르지만 가만보면 의외로 생각보다 쉽게 사라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구약 성서나 신약 성서에 나와 있는 이야기가 결국은 '인간이 다 같이 생존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한 신을 믿으라는 게 아니고 생존 방법을 알려주는 거죠. 그러니까 인류의 조상이 살아오면서 무수한 고난을 겪으며 이렇게 '서로 사랑하고 도와가며 사는 게 신의 뜻이겠구나'라고 깨달은 걸 쓴 게 성경이라는 거죠. 성경뿐만 아니라 불경도 그렇고. 다른 종교의 경전도 마찬가지로 일종의 생존 서적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사실 신이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절벽에 매달린 신부가 주님에게 살려달라고 해서 주님이 손을 놓고 떨어지면 구해주겠다고 하셨는데 신부가 떨어지지 않았어요. 다음엔 성모 마리아님에게 살려달라고 했는데 역시 손을 놓지 않아서 계속 절벽에 매달려 있다는 이야기였죠. 우리의 인생을 관통하는 정말 좋은 비유라는 생각이 들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박산호 작가님께서는 이 이야기가 우리 인생의 어떤 부분을 관통한 비유라고 생각하셨나요? 믿음을 갈망하면서 끝없이 불신으로 스스로 고통 받는 그런 걸까요?
허심탄회하고 솔직하게 도움을 청하고, 그 도움이 우리에게 어떤 형태로 오는가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사실 인생의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해결책도 다양한 경로로 온다는 걸 직접 경험한 적이 있어서 공감하며 들었어요.
그렇긴 한데,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면 사람들이 처음에는 공감해주다가 점점 그 사람을 피하게 돼요. 저 분노의 화살이 나한테도 올 것 같거든요. 그게 위험해요. 그래서 혼자 골방에서 지랄 발광하고, 나올 때는 우아하게 나와야 해요. 밖에서는 항상 예의를 갖추고 우아한 말만 쓰고요. 나 혼자 있을 때 망가지는 게 분노 해소법이에요. 용번을 우아하게 보는 사람은 없어요. 근데 화장실에서 나올 때는 옷매무새를 다 고치죠. 분노를 정말 잘 다루는 사람은 우아하게 말하는 사람이에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이게 사람이에요. 약하고 흔들리기 쉬운 사람의 마음에 기대와 칭찬과 관심을 주는 것이 그 사람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고 그게 심리 치료죠. 종교의 의미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자기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도와주는 것이죠. 죄의식을 심어주는 종교는 좋지 않아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 죽을 때도 "난 죽기 싫어"하면서 죽어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만 좋은 죽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중략) ○ 흔히 죽음을 말할 때는 정말 다 내려놓고 평화롭게 가자고 하잖아요. 어차피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가졌던 것은 다 놔두고 가야 하니까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가는 게 가장 좋은 죽음이라고들 말하잖아요. ● 그건 환상이죠, 환상. 죽음에 대한 환상. 작가님도 아실 거예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선생님이 환자분을 먼저 울게 한 후에 위로해주신다는 이야기를 보고 왜인지 좋았어요. 저도 이번에 느꼈는데, 제가 몸이 안 좋아서 마음이 힘들 때 잘 모르는 분들이 별거 아닐 거라고,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감사한 말씀이지만, 저는 그 말씀이 위로가 안 됐어요. 내 속은 타들어가는데 막연하게 좋은 결과가 나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니, 말처럼 쉽지 않잖아요.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가 환자에게 밝게 지내기를 강요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선생님의 접근법에 공감을 했나 봅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기적을 행할 수 있어요. 누구나 행할 수 있는 기적을. 제가 이렇게 글을 쓴 적도 있어요. "너무 우울해하지 마세요. 당신도 기적을 만들 수 있어요."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죽음의 방식을 고를 수 있다면 암으로 죽는 걸 택하겠다는 것이다. 사고로 한순간에 세상을 떠나는 건 너무 억울하고, 치매에 걸리면 삶이 너무 길어지고 가족도 고생할 텐데, 암은 다르다는 것이다. 암은 고통스러워도 삶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작별을 고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병이니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24일에 북토크가 있었군요. 참여하신 독자분들과 작가님, 모든 그믐 관계자 분들에게도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길요. 이제 완독한 지 시간이 조금 흘렀습니다. 계속 올라오는 문장모음을 보면 이제 이건 누구의 인터뷰인지 대충 감이 오네요. 각 전문가들마다 죽음에 대한 경험과 이해, 전문분야가 다르니 그런거겠지요. 그래도 죽음에 대해 각자의 분야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는 데서 도전을 받기도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그동안 죽음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던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현재 삶의 중요성도 함께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앞으로 웰다잉 오디세이 2026과 함께하며 죽음으로 내 삶,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으로 보낼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엄청 가고 싶었는데 상황들이 도와주지를 않아서 결국엔 못갔습니다 많은분들이 북토크의 후기를 올려주셔서 넘 부럽고 감사합니다! 박산호 작가님 생일 넘넘 축하드리고 다음기회에 꼭 뵙고싶습니다! ㅠㅠㅠ
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올해 다른 곳에서 뵈어요 ㅎㅎ
죽음에 대해 감정적으로 무겁지 않게, 따뜻하지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거나 고민해 볼 어떤 화두들을 던지는 책을 만나게 되어 기뻤습니다. 처음에 읽어나가면서 인터뷰이들의 문장을 담았는데 점점 작가님의 질문에도 하이라이트를 칠하게 되더라구요. 제각각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분들을 섭외하고 이야기를 청하고 듣고 이토록 명쾌하게 정리해 주신 작가님의 대단하심은 북토크를 들으면서 더 명확하게 느꼈습니다.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이 들어갔는지도 새삼 깨달았구요. 좋은 책 써주셔서 북토크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안온한 장소 제공해주시고 환대로 맞아주시고 기어이 냉장고를 다 털어 먹여주신 수북강녕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제가 맛있는 에일 맥주 꼭 사드릴게요~! 연뮤클럽 동지 그믐분들 만나서 반가웠어요 +_+
화제로 지정된 대화
1월과 2월의 여정을 묵묵히 함께해주신 여러분의 따뜻한 동행이 있었기에 3월의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3월에는 톨스토이가 안내하는 고요하고도 뜨거운 문학의 숲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함께 읽을 예정이에요. 남은 페이지를 함께 써 내려갈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모임은 3월 1일에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https://www.gmeum.com/gather/detail/3391 또한 이 공간은 3월 1일(일)까지만 글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글을 쓰는 것은 안 되고 읽는 것만 가능한 상태로 전환되니 참고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내가 하는 돌봄이 나에게는 힘들지만 돌봄을 받는 뮤즈와 제우스에게는 기쁨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깨끗한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처럼요. 그런 식으로 어떤 일상의 루틴을 지켜나갈 때 나도 그들도 '소중한 존재구나'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나에게 노화가 찾아왔을 때 장기요양보호사 공부를 한 것, 몇 시간씩 치매 교육을 받은 것들이 자양분이 되었어요. (…) 밴드 친구 (…) 대부분 10년 이상 부모 돌봄을 하거나,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했던 분들이에요. 돌봄의 노하우를 축적한 분들과 소통하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저도 요양보호사가 잘하는 한두 가지 일에 만족하고, 모든 걸 다 잘하기를 바라지 말고, 차분히 받아들여야겠지요. 요일별로 계획을 세우고, 약속을 지키도록 노력하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그다음에는 역시 앞서 이야기한 모리 선생님처럼 기꺼이 아기가 되어주는 거죠. 그것이 돌봄 받는 사람의 보편적인 태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렇듯 눈에 보이듯이 말할 수 있는 건 요양원에 있을 때 역할 모델을 많이 보아둔 덕분입니다. (…) 더 나은 돌봄을 위해서, 돌봄 당사자가 되어보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구체적인 요양원의 풍경이 사람들에게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죽음을 따로 떼어서 생각하면 막막한데 삶의 한 주기로 받아들이면 그 순간, 주변이 보이고 이타적인 고민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은주 요양보호사> 저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면서 죽음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게 됐잖아요. 그 지식이 저를 위로해줬어요. 그렇게 정보와 지식이 나를 위로해줄 때가 많아요. […] 평소에 건강할 때 이런 정보를 알아두면 내가 죽음을 앞두게 됐을 때 그 지식이 나를 위로해줍니다. 그래서 제가 죽음에 대해 자꾸 세상에 알리는 거랍니다. <김여환 의사>
제가 돌보고 있는 어떤 뮤즈와 제우스는 단출하고 인상적인 살림살이를 하고 있어요. (…) 소박한 모습에서는 제가 닮고 싶은 구도자적인 면이 보여서 좋아요. 가재도구도 많지 않아요. 컵 두 개, 밥그릇 세 개, 냄비 세 개. 그 모습을 보면 '이분들을 닮아야겠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게 구도자적으로 사시네'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그런 방식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삶이 있고요. 현재 어떤 세상에 있든지 저는 작은 이별이 모여 죽음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일주일에 사흘 정도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어머니 집에서 자고 오는데요. 그렇게 두 집 생활을 한 지 1년이 다 되어가요. 매주 집을 비울 때 는 구피들이 있는 어항의 물을 갈아주고 사료도 넉넉히 주고 옵니다. 제가 갑자기 죽는다면 물고기들에겐 미안한 일이 되겠지요. 산에서 독사에게 물린 한 엄마(…) 이 이야기처럼 우리는 평소에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은주 요양보호사> “좋은 삶은 어떤 것인가?” 되묻고 싶어요. 저에게는 죽음을 정의하고 판단할 자격이 없어요. 어떤 형태의 죽음이라도 각자의 이유와 사정이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좋고 나쁨에 대한 판단은 내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여환 의사>
(…) 항상 깨어 있는 자세로 매사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기록은 내 삶의 나침반이 됩니다. 언행일치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편인데, 기록이 큰 역할을 해요. (…) 기록의 정의는 학습이 아닐까요? <이은주 요양보호사> 지금 새로운 부활의 삶을 살지 못하는데 죽고 난 후에 부활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중요한 건 죽고 난 다음이 아니라 지금이죠. <홍성남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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