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연희 북클럽] 정보라, 최의택 작가와 함께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 읽기

D-29
당신한텐 그게 농담이야? 나더러 감방에서 쉬라는 게?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 p231, 정보라.최의택 지음
호칭과 말투의 변화. 이 부분이 보라가 결심한 지점이겠죠? 경찰, 징역과 엮인 과거가 있나봅니다. 서운함. (그나마)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 (??)이라 생각했던 의택에게도 버림받을거라 짐작하며 느꼈을 그 감정은 진짜였을것이기에 마음이 쓰이네요.
보라에 대해서는 정말 늘 두 가지 생각과 마음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 정말 속상하겠다 싶으면서도, 정말 계속 그럴 겁니까, 싶어지고요. 소설 속에서 보라는 그간 피해자이기만 했기에 징역과 엮인 과거는 없는데 이번 일에서는 가해자이기도 해서 징역을 살게 될 것 같다는 불안과 두려움에 잠식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 제목이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데요. 1) 보라와 의택은 일반적인 버디-로드 무비의 엔딩에서 얻게되는 우정이나 연대, 성장을 얻지는 못하죠. 2) 해결된 건 없고, 명확한 것도 없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거대한 구멍 속 불안과 공포, 만이 남은 의택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은 이어나가고 있는 의택의 모습에서 Life goes on의 미학을 찾으며 내일의 태양을 희망하는 엔딩.. 도 얻지는 못합니다. 3) 의택은 그에게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무엇을 만납니다. 의택은 불안, 두려움, 우울, 자책감같은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하고 숨기는 모습을 보이는 데요. 해야할 일에 몰두하는 삶을 살았고, 그런 자기에 자부심을 가졌으나 사고와 사기를 맞닥뜨렸죠. 전후변화를 알기는 어려우나 현재의 의택의 모습에서도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숨기려하는 모습이 읽힙니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무엇 은 보라가 일평생 느꼈을 불안과 불안정성의 화신으로 읽었는데요. 의택은 그 해일과 같은 감정을 수용하고 소화해서 표현할 수 있게 될까요? 아니면 그도 휩쓸리게 될까요?
작가의 글을 보고 9번 국도의 풍경묘사가 실제로 다녀오신 게 아닌 로드뷰의 힘이었단걸 알았습니다! 역시 다국적 거대 IT 기업 ! 글이 얼마나 매끄럽게 몰입하게 쓰였는 지 당연히 두 분이 레이타고 다녀오셨을거라 생각했네요. 포항 기계면 표지판 보고 기계가 많이 다녀서 기계인가? 생각한 장면도 재밌었어요. 지명 같은 게 그 고장 사람들은 너무 익숙해서 당연한 데, 외지 사람들이 지나가다 보면 독특하거나 전혀 새롭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죠.
편집자인 저도 읽을 때마다 감탄했던 점이었습니다. 두 분이 정말 함께 소설 속 동선을 레이를 타고 달려보신 것 같은 인상에 많이 놀랐어요. 진짜 (소설)꾼들이시구나 싶었습니다.
의택과 보라 두 사람 다, 한국에서 살다 보면 겪는 지리멸렬한 사건들과 큰 불행, 너무 적은 행운, 그리고 사람에 의지해서 살아오느라 마음이 꺼끌꺼끌하고 약해져 있는 상태인 거 같습니다. 작은 호의에 눈물 터지다가도, 잃어버린 돈과 권리 때문에 죽을 거 같고, 어느 한순간도 마음 놓고 살아본 적 없는 도시인들이요. 책을 읽으면서, 이 끝은 어디인가, 과연 나는 사기 한번도 안 쳐 봤나, 아니 그래도 사기는 절대 아닌 거잖아, 근데 이 불신과 피해의식이 너무 버겁다...이런 생각들로 마음이 매우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불편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작가님들. (반어법 아님)
작은 호의에 눈물이 터진다는 이 표현이 보라의 상황을 가장 정확히 진단하신 것 같아요. 사람은 그렇게 약해져 있을 때 뜻밖의 판단이나 선택을 해서 더 큰 역경에 휩쓸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보라에게 뭐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의택은... 저는... 참 의택 때문에 더 울고 웃게 된 소설이었습니다. 의택의 냉소도, 숨기지만 결국 드러나는 따뜻함도, 블랙유머도, 묻어두려고 하는 그 마지막도 다 좋았습니다.
어느새 오늘이 함께 읽고 책수다 나누는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이 책수다 마지막날이네요. 완독하신 분들, 완독하지 못하셨더라도 읽고 계신 분들, 마지막 감상을 자유로이 남겨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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