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푸푸 나라 바로 옆나라가 양갱국인데요. 원래는 젤리푸푸의 한 지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만큼은 컬러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젤리와 비슷하지만 색깔이 온통 거무튀튀한 양갱으로만 건물을 짓고, 양갱으로 옷을 입고, 양갱으로 된 자동차를 타고 살았어요. 젤리푸푸와 양갱국은 사이가 안 좋습니다. 서로를 정신 사납다든가 미감이 없다며 비난합니다.
[그믐밤] 44. <걸리버 여행기> 출간 300주년, 새로운 세상 상상하기
D-29

장맥주

새벽서가
전 양갱국에서 살고 싶네요. 그 옆에 혹시 한과국이나 뻥튀기국은 없던가요?

김새섬
양갱국보다는 젤리푸푸 나라가 제 취향이네요. 알록달록 젤리로 만들어진 나라, 왠지 사랑스러워요. ㅎㅎ

Kiara
저도 젤리푸푸나라 한표요!
새섬님처럼 러블리. 꺄..!

SooHey
양갱국은 남쪽의 백양갱국과 북쪽의 적양갱국으로 나뉜 분단국가입니다. 100년 전 각각 화이트초코국과 다크초코국을 뒷배로 치열한 전투를 했지만 별 실익 없이 양갱 허리만 동강나면서 국경에는 적두부대와 백두부대가 철책을 두고 대치 중이며, 때때로 붉은 팥고물과 흰 팥고물을 실은 풍선을 각 진영을 향해 날려 가루를 흩뿌리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새벽서가
비블리온 (Biblion)
1.나라: 비블리온은 책으로 이루어진 곳입니다. 오직 읽힌 것으로만 존재하는 곳이지요. 고서가 산처럼 쌓여있고, 강대신 잉크가 흐릅니다. 각자의 집은 책장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태어날 때 한 권의 책으로 정의되는데, 그 책의 정체성이 바로 그 사람의 정체성입니다.
2. 시민: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 할 수 없고, 자신의 책에 나오는 문장만 인용해서 대화할 수 있습니다.
3. 교육: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대신 자신의 책 문장들을 암기하고 주석 달기하는 법만 배웁니다.
4. 연애와 결혼: 같은 장르의 책을 배정받은 사람들끼리만 연애와 결혼이 가능합니다. 몇페이지의 몇번째 문장등을 이용해 서로의 감정을 교환합니다. 데이트 는 낭독회로 이루어지고, 결혼을 하면 둘은 합본이 되고, 혹여 이혼을 하면 재출간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결혼 1주년까지 모든 사람들이 둘의 결합을 축하하면 베스트셀러, 10년 이상 함께 살면 스테디셀러, 30년 이상 함께 살면 고전이라고 불립니다.
5. 음식: 문단밥과 잉크국만 먹습니다.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 대신 의미 과잉이 오니 조심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만 1세까진 종이의 원재료인 펄프와 잉크가 섞인 이유식을 섭취하고, 1세에 서문을 먹습니다.

새벽서가
6. 옷차림: 모든 옷감은 텍스트로 짜여져 있고, 장르에 따라 옷색이 결정되고 계층을 알 수 있습니다. 베이지색의 고전텍스트는 상류층을 조여주고 총천연색의 광고 문구나 검은색의 사용설명서는 하루층입니다.
7. 죽음: 생을 다한 사람은 죽음이 아니라 절판이라고 불립니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은 고인의 책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문장들을 낭독합니다. 많은 문장이 낭독되지 않으면 그 사람은 헛산것으로 간주됩니다.
8. 소셜미디어: 베블리온그램이 자주 사용되는 소셜미디어입니다. 단 사진 게시는 금지되어 있고 글을 올리는 것만 가능합니다. 글은 자신의 책에서 발췌한 문장이어야만 합니다.
걸리버는 비블리온을 떠나면서 그 곳에서 지식이 삶을 대신하는 것을 보았고, 삶이 문장으로 환원되는 광경을 보았지만 그 곳의 삶이
과연 인간다움을 보여주는 곳인지는 의문이라고 기록했습니다.

장맥주
오오... 멋진데요...? 그리고... 무섭군요! (제 취향입니다.)

새벽서가
감사합니다!

새벽서가
하나 더 만들어 봤습니다.
이번 국가는 소시알레 미디아스 (sociale medias ) 공화국입니다.
1. 공국의 위치: 섬 전체가 유리와 거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보며 이야기하는 대신 손에 든 자그만한 유리와 거울로 만들어진 기기를 통해서만 소통합니다.
2. 국민들의 신체적 특징: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앞으로 나와 있고, 버섯목이 너무 심해서 마치 또 다른 머리가 목 뒤에 달린 듯한 모습입니다. 그리거, 엄지 손가락이 기형적으로 큽니다. 얼굴은 셀피를 찍을 때처럼 늘 웃는 모습이어서 사람이 진정으로 어떤 정신적 상태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3. 정치제도: 의회나 왕이 없으며 “인기지수청“ 이 나라를 다스립니다. 모든 국민은 태어날 때 일정 지수를 갖고 태어나는데, 지수는 매일 변동될 수 있고, 모든 사람의 지수는 공개되어 있습니다. 지수가 높을수록 더 좋은 음식을 먹고 더 나은 주거환경을 가질 수 있습니다.
4. 교육: 아이들은 글을 배우기 전에 셀피를 잘 찍는 법, 타인의 분노를 자극하는 방법, 7-8단어로 짧게 메세지를 전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언어를 줄여 새로운 언어를 만들면 인기지수를 올릴 수 있습니다.
5. 연애와 결혼: 연애는 반드시 공개로 이어지며, 커플이 합의하에 인기지수를 합할 수 있습니다. 이혼을 하면 둘의 인기지수는 0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6. 식문화: 음식의 맛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맛있어보이면 인기지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반드시 먹기 20분 전에는 사진 촬영을 해야 하고, 음식을 먹는 시간이 5분을 넘기면 안됩니다.
7. 종교: 이 공화국에는 유일신이 존재하는데, 알고리즘이라고 불립니다. 예측 불가능할 수록 사람들이 이 신의 존재가 신성하다고 생각하며, 침묵하는 사람, 혼자 사유하는 사람, 타인의 인기지수를 올리는데 인색한 사람은 죄인으로 취듭되고, 무신론자라고 여겨집니다.
릴리팟과 비교하면 릴리펏의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작은 반면, 소시알레 미디아스 공화국의 국민은 신체는 정상적인 크기인데 자아가 축소되어 있습니다. 라퓨타와 비교했을 때, 라퓨타인들이 하늘에 떠서 현실 사회는 방치하고 계산과 이론에만 몰두하는데 비해 이 공화국 사람들은 땅에서 살지만 현재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하고 숫자(인기지수)에 연연하며 데이터화된 감정에만 열중합니다.
걸리버는 이 나라를 떠나면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들이 핍박받고 고독하며, 가장 많이 보이는 사람들이 사실상 가장 공허한 삶을 산다고 말했습니다.

새벽서가
이 글은 새섬님의 알고리드미아와 세계관이 연결된 나라임을 알려드립니다. ^^*

김새섬
알고리드미아와 소시알레 미디아스, 두 나라가 정말 비슷하네요. 두 나라도 서로 비슷하고 우리 사는 현실국가와도 좀 비슷하고요.

수북강녕
관종괴들이 가득한 나라라, 현실과 많이 떨어져 있지 않은 느낌입니다 ㅎㅎ ㅠㅠ
기본적으로 대개 '극단적'인 나라들이네요 지금 우리 현실도 그런 걸까요?
행복한 천국을 그리고 싶은데,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좀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

새벽서가
얼마전에 만난 지인이 그러더라구요, 요즘은 사는게 지옥 아니면 천국이라고요. 세상이 극단적으로 흘러가는 느낌이긴 합니다. 저도 천국같이 행복한 곳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북이부기
@새벽서가 글을 읽다보니 어떻개 접근해야할지 감이 잡힌달까요? 같이 읽으면 즐거울거 같아요 ! 곰곰이 생각해보고 올리고 싶은 맘이 생기네요!! 좋은 글이었습니다 👍

새벽서가
북이부기님의 만들어내실 나라를 기대해보겠습니다. ^^

북이부기
@새벽서가
아직도 읽고 있는중입니다. 늦어도 완독하도록 할게요!!
같이 숙제 하고 싶었는데 아까워요 ㅠ. 구체적으로 생각을 못떠올리고 아이디어만 있어서 조금이라도 숙제해보려고 올려봐요
알고리드미라랑 비블리온이 도덕적이고 객관적인세상, 옳고그름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세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반대로 지극히 주관적인 세상, 사랑이란 감정의 가치가 으뜸인 세상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래서 제미나이한테 물어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국가명: 아모르피아 (Amorphia)
어원: Amor(사랑) + Morph(형태) - 사랑이 곧 형태가 되는 나라
이 나라는 "나의 감정이 곧 세계의 중심"이라는 믿음 위에 세워진 감성 제국입니다.
통치: '가장 깊게 사랑해 본 사람'이 지도자가 됩니다. 통계나 효율은 무시됩니다.
의사결정: 법전 대신 **'마음의 울림'**을 따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도로를 낼 때 "이 길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가?"를 묻습니다. 만약 누군가 "이곳은 내 첫사랑의 기억이 담긴 장소라 부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 그 주관적인 슬픔이 경제적 이득보다 훨씬 높은 가치로 인정받아 공사가 중단됩니다.
모든 국민은 상대방을 빤히 바라보며 "당신이 나를 흔들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눈빛을 가졌습니다.
교육: 은유와 상징의 예술학교
커리큘럼: 수학이나 과학 대신 **'시(詩), 무용, 향수 조제'**가 필수 과목입니다.
평가: 정답이 없습니다. 0 + 0은 0이 아니라, "텅 빈 두 마음이 만나 하나가 되었다"고 답해야 만점을 받습니다.
언어 교육: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는 것은 무례한 일로 간주됩니다. "비가 온다"는 말 대신 "하늘이 우리 대신 울어주고 있다"고 표현해야 하며, 자신의 기분을 가장 독창적인 은유로 표현하는 아이가 우등생이 됩니다.
식문화: 추억의 미식 (Nostalgic Dining)
목적: 영양이 아니라 **'무드(Mood)'**를 먹습니다.
식사: 메뉴판에는 칼로리 대신 '첫 키스의 맛', '헤어진 다음 날의 빗소리 맛' 같은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요리사는 손님의 눈을 보고 그가 지금 어떤 감정 상태인지 파악한 뒤, 그 감정을 증폭시키거나 위로할 수 있는 음식을 내놓습니다.
특징: 식사 중 눈물을 흘리는 것은 최고의 찬사입니다.
4. 종교: '영원한 맹세' 교단
숭배 대상: 신이 아닌 '운명적 사랑' 그 자체를 숭배합니다.
성지: 안개가 자욱한 절벽이나 파도가 치는 바다처럼, 감정이 격해지는 장소가 사원이 됩니다.
교리: "사랑이 끝나는 것이 곧 죽음이다"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열렬히 갈망하며 살아갑니다.
숙제해볼려고 하니까 이책이 얼마나 좋은 책인지 절절히 느껴졌어요 . 좋은 생각 나눠줘서 고마워요 ..


새벽서가
저는 걸리버의 여행기를 새로 읽지는 않았어요. 아주 예전에 영어가 지금만큼 편하지 않았던 때에 읽어서 제가 제대로 읽은건가 싶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읽어보려고 해요. ^^
북이부기님이 만들어주신 곳도 너무 재밌네요. 요즘 극히 바기 주관적인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사회상을 꼬집는 것같기도 해서 걸리버 여행기의 다섯번째 나라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김새섬
어릴 적 동화로만 접했던 <걸리버 여행기>를 성인이 되어 그믐의 독서 모임에서 제대로 읽었어요. 단순한 모험담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작가의 서늘하고 냉소적인 통찰에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시니컬한 관점을 좋아하기 때문에 좋다는 감정이 컸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읽기엔 다소 수위가 높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신랄한 사회 비판이 담겨 있으니까요.
제가 읽은 판본은 '더 스토리'의 무삭제 완역본인데, 본문 사이사이 배치된 클래식한 삽화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당시 '그믐'에 남겼던 기록들은 아래 링크에 여전히 남아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씩 살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https://www.gmeum.com/meet/608

새벽서가
제가 요즘 글을 허투루 읽는 때가 많나 봐요. 분명히 모임 전에 새섬님 글을 읽고 내려왔는데 새까맣게 잊어버렸네요. ㅠㅠ
요즘 스레드라는 걸 하면서 소셜 미디어에 대해 생각이 많았거든요. 누구는 몇 해를 했는데, 팔로워도 글이 바이럴 되는 일이 없다던데, 누구는 시작 30분 만에 25만 뷰를 치고 300회 가까이 리포스트가 됐다고 신나하는 모습을 보다가 후다닥 적은 글이었는데, 새섬님 글 카피한 거라고 느끼셨을까 봐 걱정됩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는 거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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