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

D-29
즐거운 1주 차 독서였습니다. 이번 책은 독특하고 참신해서 계속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 거 같습니다. 1) 전 열한 번째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김보영 작가님의 종의 기원담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가면 속에 갇힌 채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감시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사회주의? 독재? 체제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다른 작가들은 이를 디스토피아적 시각에서 처참하게 그려낸 반면 렘은 이 상황에서도 해학적이면서도 어쩌면 통쾌한 해결을 잘 보여준 것 같아 더욱 좋았습니다. 2) 인간이든 동물이든 살아가기 위해선 무언가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고 육식 동물도 존재하므로 육식이 더 해롭다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다만 인간이 육식을 취하는 방법이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급속한 발전을 외부에서 바라보며 가볍게 언급하고 넘어가지만 언급된 사건들은 전쟁이나 노예제 같은 비인륜적인 사건들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이로 인해 인류 문화 전체적인 풍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일곱 번째 여행 너무나 유쾌해서 깔깔거리면서 봤습니다. 타인과 소통하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게 심지어 다른 시간선의 나 자신이여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미래의 나에게 맞긴다는 말을 하며 일을 미루곤 하는데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나를 원망하며 밀린 일일 하곤 하죠. 어린 시절의 내가 결국 일을 해결해 준다는 마무리도 좋았습니다.
열네 번째 여행에 등장하는 세풀카, 세풀카리움, 세풀레니에가 뭔지 정확히 안 가르쳐주니 답답한 마음이 드는군요. 물고 물리는 참조문헌 관계로 정의가 드러나지 않는 상황을 풍자하는 건 좋은데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네요. ㅋㅎ
정황상 아마.. 성적인 무언가이지 않은가 싶긴 한데 일부러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려고 끝까지 감춰져 있네요. 아마 이욘 티히 외에도 문서를 작성한 다른 방문자들 또한 비슷한 상황을 겪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ㅎㅎ
141페이지의 '에너지를 축절'은 축적의 오타일까요? 워낙 언어 유희 및 만들어 쓰는 어휘가 많은 책이니 무슨 뜻이 있나 하고 그냥 넘어가지 않게 되네요. 열두 번째 및 열네 번째 여행의 상상력도 흥미있네요.
저도 축적으로 보입니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간은 길어지고 있다. 10월이 되어야 하는데, 계속 8월, 8월이다. ... 브레이크를 잡자 관성 탓에 9월 전체가 날아갔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실제로는 로켓이 빨라짐에 따른 시간 지연을 로켓 안에서는 느낄 수가 없는 것은 아닌지 ... 일곱 번째 여행에 이어 이러한 방식의 시간에 대한 언급이 흥미로우면서 한번씩 멈칫 하고는 생각해보게 됩니다.
로켓 안에서는 당연히 느낄 수 없겠죠. 로켓 바깥의 시간을 레퍼런스로 측정 또는 계산할 수 있는 장비가 실려있어서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일주일 내내 스스로를 때린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다는 사실이 인간으로서 자랑스러워할 점은 못 되니까.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41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사람들은 원래 그렇다. 내가 여기에 털어놓은 신빙성 있는 사실보다 가장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기꺼이 믿는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45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뭐랄까요.. 렘 작가의 해학과 시니컬함이 모두 녹아있는 문장 같지 않나요? 이게 무슨 황당한 이야기냐고 느낄 수도 있는 일부 독자들에게 세상에 그보다 더 말도 안되는 일들도 믿는 사람들이 있지 않냐며 돌려 까는 것 같달까요. 눈 앞의 현실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를 모른 척 하거나 오히려 맹신하는 현상을 지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지금 보시는 예와 같이 몸에 털이 하나도 없는 표본을 그람플루스가 우리 은하계의 가장 후미진 지역에서 관찰한 뒤 몬스트로테라툼 푸리오숨(추악한 미치광이)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자기들끼리는 '호모 사피엔스'라고 칭한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62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갑자기 무슨 물질, 일렘인지 프라아톰인지가 폭발하여, 그로부터 물질과 에너지가 생성되고, 구름과 별이, 회오리치는 은하수가, 빛으로 가득한 흐릿한 가스 속에 흐르는 어둡고 밝은 성운들이 생겨났다는 주장이이다. 이 모든 것을 매우 정확하고 멋지게 설명 할 수 있는데, 이때 누군가의 머리 속에, ‘아니, 그럼 그 프라아톰이라는 물질은 어디서 왔는데?‘ 라는 질문이 생겼다가는 큰일이다. 왜냐하면 그 질문은 해명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떻게 돌려서 얼버무릴 수는 있겠지만, 정직한 천문학자라면 그럴 수 없으리라.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열여덟 번째 여행 203쪽,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ㅎㅎ 빅뱅 이론의 최대 난점을 까발리고는 뒤이어 그걸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열여덟 번째 여행 이야기가 진행되죠. 진짜 빅뱅으로 확산하기 시작하는 태초의 씨앗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유의 처음은 무엇일까요, 무에서 유가 탄생했을까요, 신이 만들었다면 신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인류가 아직 풀지 못한 문제죠. 이 문제에 대한 렘의 해답이 열여덟 번째 이야기인거죠. 아이디어가 대단해요. ㅎㅎ
아마 이미 눈치챈 분들도 있겠지만 215~216쪽에 나오는 '빅뱅 실험'을 망친 인물들은 모두 하나 같이 이름에 힌트가 담겨있죠. - 독일인 A. 아스트 로스 : 악마 중 하나인 아스타로트(Astaroth)의 패러디로 인간을 유혹해 게으름과 나태함에 빠지게 하며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이 많아 과거와 미래를 꿰뚫어 본다고 합니다. - 보엘스 E. 버브 : 마찬가지로 고위급 유명 악마인 바알세붑 또는 벨제뷔브(Beelzebub)를 패러디한 이름 같습니다. 파리대왕으로도 유명한 이 악마는 사탄 다음으로 지옥에서 강력한 힘과 위상을 가진 악마라고 해요. - 서펜타인 : 에덴 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를 타락시킨 그 뱀(Serpent)을 상징하는 역할일 겁니다. - 에바 A. : 하와의 다른 이름은 이브(Eve)죠. 사실 히브리어로는 '하와' 또는 '하바'에 가까운 발음이나 희랍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에와' '에바'로 바뀌어가면서 이브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지게 됩니다. 종교와 과학을 오가며 창조론과 빅뱅우주론을 결합하여 소설로 풀어내는 걸 보며 역시 렘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걸 또 느꼈네요. 둘 중 어느 하나만을 취하지 않고 은유와 패러디로 종교적인 역할들을 인물로 등장시켜 빅뱅에 개입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이후에 계속 나오는 다른 시간여행의 작품들에서도 보면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을 변형한 사람들이 종종 나오는데 정체를 유추해가는 재미도 있네요.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것 같습니다. 은화님이 적어주신 이름 봐 가며 읽어야겠어요. ^^
한동안 일이 너무 바빠서 책만 간신히 읽고 그믐에는 자주 못 들어왔네요. 오늘부터 다시 따라잡으며 참여하겠습니다. 스물 두번째 여행까지 읽었는데 매 여행마다 인간사회나 역사를 풍자하는 게 재밌네요.
거대한 철제 체스판의 말처럼 모두가 정렬하자, 나는 성 전기님의 용량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저마다 머리의 나사를 풀리고 선포했다. 11시 무렵 인간의 머리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혼란과 동요가 일어났고, "배신자! 배신자!" 하는 비명이 들끓었지만, 이윽고 마지막 깡통이 큰 소리를 내며 보도 위에 떨어지자 거대한 기쁨의 함성이 한데 어우러졌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138,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진정한 나쁜 놈이 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라는 진리가 썩 마음에 든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139,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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