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

D-29
예정보다 좀 일찍 읽기를 마무리하였는데 그동안 일이 다소 몰려 후반부에 댓글 참여를 적극적으로 못했네요. 잊을까 싶어 미리 글 남깁니다. 즐거운 경험이었고 다음 모임도 기대됩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사람은 꽃을 꺽어서 식물 채집책에 수집해도 되는데, 어째서 식물은 사람을 찢어서 그 귀를 저장하면 안 되는가? 과연 그것이 자연의 흐름에 거스르는 짓인가?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562,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사람들은 영생을 갈구하지 않습니다." 나는 잠시 후 다시 말했다. "그냥, 단순하게, 죽고 싶지 않은 것뿐이에요. 그냥 살고 싶은 겁니다, 디캔터 교수님. 발밑의 지구를 느끼고 싶고, 머리 위의 구름을 보고 싶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겁니다. 그 이상은 없어요. 그 밖의 모든 것들은 다 거짓말입니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거짓말."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464,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거듭 말하지만 고독한 영생의 선고보다 끔찍한 것은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물론 영원은 우리에게 무의미하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라, 어느 날 집에 돌아와서 어떠한 소리도, 빛도 들어오지 않는 컴컴한 방에 누운 채 눈을 감는다고, 그리고 그렇게 영원한 안식 속에서, 어떠한 미세한 변화도 없이, 밤낮, 그리고 또다시 밤낮, 그렇게 헤아릴 수도 없는 몇 주가 지나고, 몇 달, 몇 년, 몇 세기…… 이제 당신의 두뇌는 그 어떤 광기로도 그곳, 영원에서 탈출할 수 없다고. 그 음울한 흥정을 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모든 지옥의 고문이 장난처럼 느껴지는, 바로 그런 고통 속에 누군가 있다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465~466,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난 당신이 싫고, 당신은 내가 싫고, 완벽하군요. 우린 평등해요.”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475,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하지만 진짜 코르코란 교수는 지금 유럽의 자기 실험실에……." 나는 덧붙였다. "그렇죠. 저건 그냥 그의 정신적 초상일 뿐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똑같은 초상화이므로, 실재와 전혀 다를 바 없죠……."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515,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나는 어리석은 그들의 작태에 화가 나요. 만약 그들 앞에 말이죠, 짝수 제곱근만 구하고 홀수 제곱근은 계산하기 싫어하는 기계를 들이댄다면, 그것은 고장이 아니라 오히려 위대한 성취입니다! 그 기계는 특징, 취향, 아주 기초적인 자유 의지, 자발성을 씨앗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그 기계를 고쳐야 한다고 말하다니!"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521,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미국인들은 인지 기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티히. 그들 생각에, 그것이 사고하는 기계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여기는 듯합니다. 전자 노예를 만드는 방법이지 않겠습니까. 나는 내 기계의 자주권과 자율성을 추구합니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522,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이 대목을 보면서도 작가가 미래를 본 게 아닌가 싶었어요. 실리콘 밸리 기업들 위주로 생성형 AI가 개발되고, 이들에게 자본과 권력과 기술이 집중되는 현실. 무수히 많은 매개변수를 이용해 다음에 올 단어와 문장의 구조의 확률적 가능성을 조합하는 것이 사고思考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논쟁. 결국 여전히 인간이 무언가를 입력하고 부여해야만 작동할 수 있는 도구. '지능'이라는 단어가 가질 수 있는 훨씬 많은 개방성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닮은 무언가로 한정하고 있는 개발방향을 시간여행을 타고 넘어와 지적하는 듯해 신기했습니다.
이번에도 책의 다른 다양한 표지들을 가져왔습니다. 첫번째 사진은 1957년 처음으로 출판된 폴란드어 판본의 표지 그림입니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각각 1960년과 1964년에 헝가리어와 세르비아어로 출판된 표지에요.
순서대로 1963년 슬로베니아, 1973년 독일, 1974년 다시 슬로베니아에서 출간된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표지입니다. 73년 독일은 기괴하고 몽환적인 이미지인데 과연 무엇을 상상하고 그린 것인지 궁금하네요.
1976년 영국, 1978년 스페인 , 1983년 스웨덴 출간의 책 커버입니다. 스웨덴 표지는 컴물압 사건에서 나온 로봇을 묘사한 것 같네요.
각각 1982년 영어, 2000년 스페인어, 2009년 일본어 표지입니다. 스페인어 표지는 색감 때문인지 상당히 심각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 꼭 <마션> 같네요.
전부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최근의 표지들은 추상적인 느낌보다는 영화 포스터 같은 느낌을 주는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A9D_PlfpBH4&t=3s 독일에서는 이 작품을 2007년에 TV시리즈로 만들기도 했는데, 큰 이야기의 줄기는 비슷해도 원작과는 차이가 많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욘 티히를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중년으로 상상하며 읽었기 때문에 젊은 모습의 티히가 낯설게 느껴지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xTBbFemfVbs 폴란드에서는 2년 전에 오디오북을 내놓으면서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했는데, 여기서의 이욘 티히의 모습이 제가 상상한 모습과 좀 더 비슷하네요.
트레일러영상은 티히의 일곱 번째 여행을 보는 듯 한데요? ㅎㅎ
확실히 일곱 번째 여행이 재미와 독창성 면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좋은 내용 같아요. 여담으로 전 이욘 티히를 머리숱이 훨씬 적거나 대머리로 상상하며 읽었습니다 ㅎㅎ
1)회상 부분은 모두 기괴하게 느껴져 놀랐습니다. 그 내용들이 인공두뇌는 AI와 연결되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될 미래에 대한 경고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2)전 마지막의 대화를 읽으면서 복제본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우월한 종만 살아남는다는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을 것 같아 둘 다 실행하지 않았을까요? 3)처음에는 자신만이 연구 대상이 되고 싶은 욕심에 그런 행동을 했다고 느꼈다가 이후에는 조종당하고 있다고 바뀌었습니다. 4)놀랍고 참신하고 다양한 여행을 다녀온 듯 느껴졌습니다. 신비로운 여행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각들도 좋은 의미로 담겨 더욱 좋았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음 모임은 동구권 SF의 연장선으로 과거 소련의 스투르가츠키 형제의 작품을 특집으로 합니다. 냉전시기 공산주의 정권들은 리얼리즘 문학을 추구했으나 작가들의 묘사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거나 체제 비판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검열을 하거나 출간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렘 작가도 경험을 했고, 스투르가츠키 형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로 인해 동구권의 문인들은 SF라는 전혀 다른 시공간과 가상의 세계를 무대로 빌려와 자신들의 생각을 우회적으로 표출하곤 했는데요. 3회에 걸쳐 스투르가츠키 형제 작가들의 상상력과 고민을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노변의 피크닉>과 <신이 되기는 어렵다>는 400쪽 미만의 분량이나 <저주받은 도시>는 800여쪽에 달하는 벽돌책인 관계로 다음 모임 참여시 참고하시면 됩니다. 모임 작품은 언급한 순서대로 열릴 예정이며, 개인 일정으로 인해 약 2주 후에 열겠습니다. 다들 한달간 대화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리며 고생하셨습니다!
노변의 피크닉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소비에트 SF 작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전설적인 고전. 한국에 형제의 작품이 첫선을 보인 후 거의 30년 만의 사건이다. 이번 한국어판 <노변의 피크닉>은 스탈케르출판사의 2003년판 <스트루가츠키 형제 작품집> 11권 제2쇄(2차 수정본) 원고를 저본으로 삼았다.
신이 되기는 어렵다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초기 대표작. 봉건사회 체제의 외계 행성에 파견된 지구인 역사 연구원을 통해, 자신의 유토피아적 개입이 인간 역사의 자연스러운 진보를 방해할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간섭하지 못한 채 관찰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신’의 불완전한 입장에서 오는 딜레마를 그렸다.
저주받은 도시『노변의 피크닉』 『신이 되기는 어렵다』 『죽은 등산가의 호텔』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에 이어 선보이는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다섯 번째 권으로, 정체불명의 인도자가 수수께끼의 실험을 진행하는 고립된 기이한 도시에 대한 우화를 들려준다.
스트루가츠키 형제는 이름도 처음 들어봅니다. 그동안 제가 얼마나 서구권 sf에 경도된 독서를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네요. 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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