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2편 읽었지만, 스타니스와프 작가님을 SF 작가가 아니라 만담 작가로 임명하고 싶습니다.
장편을 읽을 땐 뭔가 '위대한' 느낌이었다면, 단편들은 개그지존의 느낌이 강해, 그의 개그내공을 전수받고 싶을 정도입니다.
[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
D-29

꽃의요정
밥심
그래서 독자의 성격에 따라 장편이나 단편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질 것 같아요.

소리없이
“ ... 아니, 사실 티히라는 사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티히의 작품이란 '렘'이라 일컬어지는 기계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떤 극단적인 주장에서는 '렘'을 사람이라고 까지 한다. ... 특히 '렘'에는 실제로 작은(전자)두뇌가 장착되어 있으나 그 두뇌는 운항이라는 제한적인 목적을 위해서만 쓰이며, 단 한 줄도 제대로 된 문장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렘'이 있는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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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중적으로 읽혀 재밌습니다.

은화
'서문'이나 '들어가는 말'에서 마치 정말로 현실세계에서 학계의 검수를 거쳐 나온 학술지인 것처럼 힘을 싣는 전개가 재밌네요. 책이 가상의 작품이고 스타니스와프 렘이 썼다는 걸 독자들은 책 밖에서 인지함에도, 렘이 본인을 철저히 의도적으로 배제시킴으로써 오히려 작품에 현실성을 부여해 독자를 끌어 오려는 의도가 느껴졌습니다.

borori
저도 공감합니다. 덕분에 시작부터 더 유쾌하게 읽게 되는 거 같아요~~

꽃의요정
이언 매큐언의 '견딜 수 없는 사랑' 뒷부분에 어떤 논문 내용이 나오는데, 그 논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한번 찾아 보시게들~~이란 말이 있어 '에잇, 귀찮아. 안 찾아' 했는데...이런 수법을 작가님들이 종종 사용하시는군요. ㅎㅎㅎ
다른 책들에서도 종종 보았지만, 저 작품이 유일하게 기억납니다.

견딜 수 없는 사랑기이하고 강렬한 인물이 등장하는 심리드라마 『견딜 수 없는 사랑』은 의미심장한 주제와 눈부신 스타일로 평단과 독자의 열광을 이끌며 작가적 역량의 절정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 숨은 걸작을 『속죄』의 번역가 한정아의 섬세한 번역으로 복복서가에서 새롭게 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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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anngg
일곱번째 여행, 정신 없네요. 뭐가 뭔지 도통 혼란스러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우주비행선의 크기가 어느정도 크기인지부터..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지만..회오리 모양의 물결로 어지럽네요. 즐겁게 읽겠습니다~

소리없이
로켓이 가속하고 있는 상황인데 스패너와 고기가 로켓 주변을 돌 수 있는지 잠깐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덟번째 여행도 읽으면서 계속 실소를 짓게 되네요. 거의 일년 만에 다시 sf를 읽는데 즐거운 경험입니다.

은화
“ 개인적으로 이 스물여섯 번째 여행기에 대해서는, 그 안에 등장하는 실수들, 예컨대 '맙소사'를 '맘소사'라고 쓴 점이나, 후룩후룩족과 쩝쩝족, 학명이 플레그무스 인바리아빌리스 호프스토세리인 하체족이 등장하는 부분을 보고 전부터 위작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10,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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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이 로켓을 만든 사람들은 비이성적이게도, 누군가 스패너로 나사 머리를 잡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이 너트를 돌려야 하도록 설계해 놓았다. 처음에는 이 사실에 대해서 별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결국 너트를 발로 붙들고 손으로 스패너를 돌리느라 몇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15,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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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신경을 다스리고자 나는 저녁까지 쇠고기의 움직임 요소와 잃어버린 스패너의 회전에 의한 섭동을 계산해 보았다. 내 계산에 따르면, 앞으로 600만 년 동안 쇠고기 조각은 로켓 근처를 둥글게 회전하다가 스패너를 추월하게 될 것이었다. ”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17,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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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그리고 다시 한 번 우주의 침묵에 감싸였을 때, 엔진 룸을 나온 나는 침대 위에서 쿨쿨 자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는 바로, 이것이 어제 나의 모습임을, 월요일 밤의 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21,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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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왜냐하면 월요일은 월요일 밤에서 화요일로 넘어갈 때 생겨나는 거야, 그리고 계속 그런 식으로."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24,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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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25p의 상황이 웃기면서도 조금 교훈적으로 느껴졌는데요. '화요일의 나'는 어떻게든 논리적인 이유를 대가며 행동하지 않으려고 하는 반면, 미래에서 온 '수요일의 나'는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지금 행동하라고 재촉하죠.
과거에도 하지 않았고, 현재에도 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든 미래에도 하지 않을 핑계를 찾아내고 그로 인해 삶이 바뀌지 않음을 지적하는 것 같았습니다.

레비오로스
저는 같은 '나'임에도 (정체성과 연속성의 문제를 생각하면 혼란이 오네요) 화요일인지 수요일인지 목요일인지에 따라 입장과 주장이 바뀌는 점에서 상황따라 다른 반응을 하는 모습이 떠올라 재밌었어요.
아무리 내향적, 수동적 사람들이라 해도 내향인 모임(이란게 있다면)이 생기면 누군가는 모임 일정을 정하고 발제를 하죠. 아무리 진성 P들이라해도 P들끼리 여행을 가면 누군가는 최소한의 계획은 세워야한다고 마음먹게 되고요. 그래서 월요일과 만날때는 제발 고치러 나가게 일어나라고 소리치는 실용적이던 화요일이, 수요일과 만나서는 당나귀처럼 고집을 부리는 현학적 화요일이 되는 모습으로 바뀌는게 재밌네요.
후반부에 가서는 다양한 나이대로 시간대가 넓어지면서, 세대간의 조언 (=잔소리) 를 묘사한 건가 싶기도 했어요. 일찍 자라, 공부 열심히 해라 부터 운동 해라,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라, 건강검진 받아라, 자녀에 너무 과투자하지 말아라 까지 다 자기가 겪어보니 그렇다며 한마디씩 건네지만 듣는 세대는 그걸 받아들이기가 힘들죠.

은화
@레비오로스 님의 감상을 보니 개인의 정체성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바뀔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사람은 한 순간에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몇십 년의 세월이 지나서 돌아보면 젊었을 때의 가치관과 나이 들어서의 가치관이 많이 변해있겠죠. 자기 자신은 연속적인 시공간의 흐름 속에서 그 변화를 서서히 누적해서 받아들이므로 변화의 속도를 인지할 수 없고요.
그런데 소설 속의 상황처럼 한 번에 모든 시간대의 개인이 공존한다면? 과연 '나'는 어린아이의 '나'와 노년의 '나'를 같은 '나'로 심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마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못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차라리 같은 나이와 신체조건을 갖고 복제된 클론이 저랑 더 가깝지 않을까 싶네요.
시간이 흘러 더 많은 이욘 티히가 생겨나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미래의 티히가 공존해도 누구도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없는 모습이 유머의 포인트 같아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아무도 여태까지 엔진을 고칠 생각을 안하고 계속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데만 몰두했다는 얘기니까요. 그런데 그 모든 문제를 가장 어린 티히 두 명이 고치는 상황이 의미심장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걱정과 생각만 많아지고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 우리네의 모습을 풍자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앉아서 아무런 결과도 만들지 못하는 잡념에 휩싸이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행동하라'고 말하고 싶었나 봐요.
좀 더 확장하면, 정치인과 권력자들이 직위와 감투와 위원회를 만들고 계속 절차를 늘리기만 할 뿐 사건의 본질을 해결하지 않는 당시 공산주의의 절차주의와 관료제의 폐단을 비판하는 의도도 담긴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끝 부분에 가면 이욘 티히들이 무슨 위원회 무슨 위원회를 만들고, 정관을 개정하고, 정족수를 채워야 하고 하는 모습이 나오죠.

은화
"만약 네가 일요일이라면, 우주복은 어디 있는 거야?"
"곧 입을 거야." 그가 태평하게 말 하는데, 돌연 그의 손에 들린 불쏘시개가 보였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39,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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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 단지, 하이퍼박사 브라그라스의 기준, 우주 연합 지도 및 우주 헌법에 의해 확정된 ‘생명 없는 상태의 항성’은 2618쪽, 아래에서부터 여덟 번째 줄에 수록된 다음과 같은 항성들로, 지바, 지마, 지구, 지주 …… ”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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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 당신네 국기를 단 우주선이 냉장고 고장으로 식량이 상하는 바람에, 단지 생명이 살지 않던 지구에 잠시 착륙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 우주선에 건달들이 타고 있었는데, 훗날 별이끼 밀매로 모든 기록을 말소당한 두 명의 건달들, 그 은하계 악당들의 이름이 신과 주는 아니 었습니까? 그 신과 주가 취한 상태로, 무방비의 빈 행성을 그냥 파괴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무려 범죄적이고 벌받아 마땅한 방법으로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생물학적 진화를 불러일으키려고 했음은 사실이 아닙니까? ”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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