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

D-29
1) 일곱 번째 여행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간여행의 진수를 보여준 듯한 이야기였어요. 50여년 전에 쓰여진 이야기임을 감안하면 더더욱요. 2) 지구에 식물과 동물이 출현했고 그 결과로 육식이 자연스레 자리잡았기 때문에 육식에 대한 거부감은 특별히 없습니다. 3) 문명의 발전을 퀵하게 보면서 이게 그리 합리적이거나 아름다운 발전만으로 볼 수는 없겠구나 하는 정도의 감상이 드네요.
여덟 번째 여행에서 인간의 창조와 관련된 기원을 밝히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1. 때마다 문장모임한 대로 모든 일지가 제각각의 흥미 요소와 매력이 있네요. 2. 주변의 채식주의자 분들을 보면 단지 건강 상의 이유인 경우도 있고 개인의 어떠한 강한 소신과 믿음 때문인 경우도 있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더군요. 똑같은 생명체를 섭취하는 행위에서의 '같은' 탄소 생명체를 어느 범주까지 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3. '인간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생긴' 생물을 상정하고 시간을 흐름을 변화시키며 '아직 발달의 초기 단계'에 속해 있고 손도끼 정도로 무장했던 미크로체팔의 경작의 생성, 문명의 발생과 여러 정치 체제의 변화와 사상의 변화 등을 빠르게 훑는 내용을 따르면서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너무나 짧은 지구에서의 문명의 흐름도 어떤 관점에서는 이렇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1) 모든 일지들이 흥미롭지만 열한 번째 여행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요. 유머와 긴장, 감동이 모두 섞여 있으면서도 사회에 대한 풍자까지 놓치지 않아 마치 종합 선물세트 같은 느낌의 일지라 좋았습니다. 기계와 기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인간을 억압하는 것은 기술보다도 그 뒤에 숨은 시스템과 체제가 결정짓는다는 관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열한 번째 여행을 읽으니 왜 이 책이 당시 동유럽과 소련에서 일부 검열을 당했는지도 이해가 갔습니다. 상호감시와 고발로 인한 두려움, 공산주의의 탈을 쓴 전체주의와 독재에 대한 비판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이데올로기와 진영을 넘어 시스템에 갇힌 인간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현대사회도 자유롭지 않다고 봐요. 129p의 문장이 특히 인상 깊었는데요. "무쇠솥 같은 머리를 들어내자 눈앞에는 공포에 떨리는 눈동자를 지닌, 어둠 속에서 너무 오래 산 탓에 기괴하게 창백해진 마른 얼굴이 나타났다." 로봇 탈을 쓰고 다니느라 햇빛을 보지 못하고, 걱정과 두려움에 일그러진 인간의 모습. 인간성이 결여된 사회가 얼마나 개인을 비인간화 시킬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의미론적으로 모두 보여주는 문장이죠. 렘 작가가 살아있던 냉전 시대를 넘어 현대에도 이 작품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자본주의라는 체제도 완벽하지 못하며 자본에 의해 변질되는 개인과 사회의 문제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공산주의 정권의 감시기법은 사라졌다고 하지만 사생활과 개인 정보의 감시, 조직과 관료제/능력주의에 의해 부품 취급 되는 개인, 경쟁으로 인한 상호 연대의 제한과 거기서 느끼는 고립감의 문제는 우리에게도 존재하니까요. 렘 작가는 단순히 자본주의/공산주의의 이분법을 넘어 개인의 존재를 위축시키고 개성을 없애버리는 체제 전반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2) 지구와 인간문명이 가진 폭력성을 지적하는 의도에서 썼겠지만 과연 더 앞선 문명이 있다고 해서 육식이나 폭력을 거부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개체로서의 힘이 약함에도 생존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가 손의 자유로운 사용, 그로 인한 다양한 동식물의 채집과 사냥으로 보다 다양한 식량에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채식이나 육식만을 유지하다 보면 환경의 변화가 일어났을 때 대처가 어렵지만, 잡식을 할 수 있고 또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생물을 섭취한다면 그만큼 생존 가능성도 높아질 테니까요. 꼭 섭취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사실 생태계에서의 생존 경쟁은 여러 모습과 형태로 반복되죠. 짝짓기를 위해 수컷끼리 때론 부상이나 죽음을 무릅쓰고 다투고, 새끼들끼리도 이미 힘의 격차를 바탕으로 어미로부터 먹이를 더 얻어먹고자 다른 형제 개체를 밀어내고 배척하기도 하고요. 식물 또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형태로 조용히 자신들만의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생각해 보면 육식/채식은 '생과 사'의 문제 중 단지 극히 일부의 단면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인류의 농업도 이미 어딘가의 자연스러웠던 임야를 개간하고, 뒤엎어 그곳의 토착생태계를 밀어낸 뒤, 작물을 심고 때로는 지력을 소모하죠. 채식조차도 기업화 되고 자본과 이익이 결부 된다면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채식과 육식에 대한 개개인의 선호도나 거부의 문제는, 직접적으로 '고통'이나 '죽음'을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의 생명을 빼앗느냐 아니냐인데 이 또한 인간 기준의 개념이죠. 개에 대한 식용 문제가 문화권과 시대에 따라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로 격렬한 반면, 소나 닭과 돼지에 대한 대규모 도축/가공산업의 문제는 다큐의 영역이나 동물의 권리 영역으로 넘어오지 않으면 전자만큼 조명 되지는 않죠. 더 나아가 일반적인 조류/포유류를 넘어 갑각류나 연체동물을 살아있는 채로 조리하는 경우에 대한 관심과 공감의 정도는 더 줄어들고요. 채식과 육식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고자 한다면, 우선 육식은 비윤리적이고 채식이 좋다며 구분 짓는 태도나 동물 안에서도 더 인간이 '친근하게 느끼며 동물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인간 기준의 특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직접 주제의식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문명의 발달과 쇠퇴는 몇몇 개인의 힘만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닌 순환의 영역임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욘 티히가 박사로부터 시간 조절 장치를 얻어 외계행성의 토착 생명체들의 발전 속도를 끌어올리는 행위는 다르게 보면 개인의 호기심을 위해 자연적인 역사와 문명의 발전 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행위죠. 하지만 이욘 티히 본인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미크로체팔 족의 역사의 흐름은 그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계속 흘러갑니다. 그가 로켓에 접근하고자 '적절한 때'를 찾고자 해도 잡아내지 못하는 장면도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는 것 같고요. 미크로체팔 족의 역사의 속도를 조절해 보려던 이욘 티히는 이제는 오히려 본인조차 속도 관리를 못해 역행하는 과정에서 어린아이로 퇴화하는 지경이 됩니다. 미크로체팔 족에게 시간 여행 장치를 시험해보려던 그의 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원상복귀 되고, 티히 본인은 출발했을 때와 같은 나이가 되어 돌아오죠. 역사를 바꾸려 하는, 또는 바꾸겠다는 일부 영향력 있는 개인들의 욕망이나 신념이 헛된 것임을 지적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열한 번째 여행에 핑커턴 사설 탐정 사무소가 등장하는데(85쪽), 이거 실제로 있는 미국 최초의 사설 탐정 업체입니다. 1850년 시카고에서 앨런 핑커턴이 세웠는데 산업보안, 범죄수사, 링컨 대통령경호까지 했죠.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1970년작)의 은행강도 주인공들을 볼리비아까지 추적한 사람들이 핑커턴 사무소 소속이라고 하죠. 폴란드 사람인 렘의 소설에서 핑커턴이 실명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신기하네요.(핑커턴이 유명하긴 하죠. 일전에 시카고에 갔을 때 앨런 핑커턴 묘지에 가볼까 하다가 접었던 생각이 나네요.)
내일을 향해 쏴라1890년대 미국 서부.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는 갱단을 이끌고 은행만 전문적으로 터는 은행 강도들로, 사람들을 해치는 것을 최대한으로 피하는 양심적인 강도들이다. 보스인 부치는 머리 회전이 빠르고 인심은 좋지만 총솜씨는 별로 없고 반면, 선댄스는 부치와는 정반대로 구변은 별로 없지만 총솜씨는 당해낼 사람이 없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돈이 생기면 써버리고 없으면 은행을 터는 그들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매우 낙천적이며 낭만적이기도 하다. 그러다 모처럼 몇차례 열차를 턴 것이 화근이 되어 추적을 받게 된 부치와 선댄스, 선댄스의 애인 에타는 하는 수 없이 볼리비아로 간다. 하지만 볼리비아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가난한 나라로 영어가 통하지 않아 부치와 선댄스는 에타에게서 스페인어를 배운다. 볼리비아에서도 털고 도망치고를 반복하는 은행 털이가 순조롭게 이어지는데..
실제로 있는! 덕분에 흥미있는 내용을 알게 되었네요.
끝없이 계속되는 일, 복잡한 계산,사용자의 잔인하고 무분별한 농담들, 바로 이런 폭력에 사실상 매우 예민한 존재, 즉 전자두뇌가 노출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자두뇌가 자살을 의도하며 합선 상탱에 이르거나 부서지거나 하는 일은 한두 번이 아닙니다. ... 디호토미아 프로푼다 프시호게네스 엘렉트루큐티바 알테르난스, 그러니까 전자정신분열증이 발병했습니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흔히들 언급하는 기계의 자의식 등에 대한 고려를 넘어 기계정신병리학과 기계가 일으킬 수 있는 전자정신분열증에 대한 언급이 흥미롭습니다.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적절히 조합한 디호토미 프로푼다 ... 등의 언어 유희도 재밌습니다.
와! 대단하세요. 저는 이제야 일곱 번째 여행을 읽어서 무어라 말을 못하겠지만, 혼자 우주 여행을 할 때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한 명이 더 필요하지만 자신의 미래 실체가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되는 상황에서 옛날의 나인 두 아이가 나를 구했다고 하니 이 이후에 이 소설이 어떻게 흘러 나갈 지에 대하여 궁금함을 느꼈습니다. 꽤 낯설기는 하지만 열심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꾸벅 ^^;
안녕하세요 그믐이 처음이라 천천히 따라가보겠습니다
즐거운 1주 차 독서였습니다. 이번 책은 독특하고 참신해서 계속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 거 같습니다. 1) 전 열한 번째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김보영 작가님의 종의 기원담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가면 속에 갇힌 채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감시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사회주의? 독재? 체제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다른 작가들은 이를 디스토피아적 시각에서 처참하게 그려낸 반면 렘은 이 상황에서도 해학적이면서도 어쩌면 통쾌한 해결을 잘 보여준 것 같아 더욱 좋았습니다. 2) 인간이든 동물이든 살아가기 위해선 무언가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고 육식 동물도 존재하므로 육식이 더 해롭다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다만 인간이 육식을 취하는 방법이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급속한 발전을 외부에서 바라보며 가볍게 언급하고 넘어가지만 언급된 사건들은 전쟁이나 노예제 같은 비인륜적인 사건들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이로 인해 인류 문화 전체적인 풍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일곱 번째 여행 너무나 유쾌해서 깔깔거리면서 봤습니다. 타인과 소통하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게 심지어 다른 시간선의 나 자신이여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미래의 나에게 맞긴다는 말을 하며 일을 미루곤 하는데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나를 원망하며 밀린 일일 하곤 하죠. 어린 시절의 내가 결국 일을 해결해 준다는 마무리도 좋았습니다.
열네 번째 여행에 등장하는 세풀카, 세풀카리움, 세풀레니에가 뭔지 정확히 안 가르쳐주니 답답한 마음이 드는군요. 물고 물리는 참조문헌 관계로 정의가 드러나지 않는 상황을 풍자하는 건 좋은데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네요. ㅋㅎ
정황상 아마.. 성적인 무언가이지 않은가 싶긴 한데 일부러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려고 끝까지 감춰져 있네요. 아마 이욘 티히 외에도 문서를 작성한 다른 방문자들 또한 비슷한 상황을 겪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ㅎㅎ
141페이지의 '에너지를 축절'은 축적의 오타일까요? 워낙 언어 유희 및 만들어 쓰는 어휘가 많은 책이니 무슨 뜻이 있나 하고 그냥 넘어가지 않게 되네요. 열두 번째 및 열네 번째 여행의 상상력도 흥미있네요.
저도 축적으로 보입니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간은 길어지고 있다. 10월이 되어야 하는데, 계속 8월, 8월이다. ... 브레이크를 잡자 관성 탓에 9월 전체가 날아갔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실제로는 로켓이 빨라짐에 따른 시간 지연을 로켓 안에서는 느낄 수가 없는 것은 아닌지 ... 일곱 번째 여행에 이어 이러한 방식의 시간에 대한 언급이 흥미로우면서 한번씩 멈칫 하고는 생각해보게 됩니다.
로켓 안에서는 당연히 느낄 수 없겠죠. 로켓 바깥의 시간을 레퍼런스로 측정 또는 계산할 수 있는 장비가 실려있어서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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