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갑자기, 아주 작은 점들이 화면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철로 이루어진 지구의 핵을 최초로 보게 되는가 보다 하고 몸을 앞으로 기대었습니다.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스캐너가 크게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다시, 또다시……. (…)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희미한 격자무늬가 화면에 나타났던 겁니다. ”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37-1950』 p.155, 아서 C. 클라크 지음, 심봉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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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여러 이론을 시도해 봤지만, 결국 하나로 돌아오더군요. 저 아래는 아마도 8000~9000기압은 된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그리고 그 온도는 바위를 녹일 정도로 높고요. 그러나 사실상 물질은 거의 빈 공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저 아래에 생명체가 있다면 어떨까요. 당연히 유기체는 아니겠지만, 밀도가 너무 높아서 전자껍질이 없거나 거의 날아가 버린 물질을 기반으로 기초로 살아간다면요. 제 말을 이해하시겠어요? 그런 생물에게는 24킬로미터 아래에 존재하는 바위란 물처럼 아무런 방해물도 되지 않을 것이며, 저희나 저희가 사는 세상은 유령처럼 모두 희멀건 존재들일 것입니다." ”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37-1950』 p.156, 아서 C. 클라크 지음, 심봉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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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저는 물고기가 물에서 수영하는 것처럼 눈부신 바위들 속에 길을 내는 생명체들과 그들이 돌아다니는 거리, 건물들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인간이 살아가는 온도와 기압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떠올렸습니다. 그들이 아니라 저희가 기형적인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우주의 거의 모든 물질이 수천 혹은 수백만 도의 온도에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37-1950』 p.157, 아서 C. 클라크 지음, 심봉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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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ori
오오 흥미롭습니다~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꽃의요정
우주선에 건달들이 타고 있었는데, 훗날 별이끼 밀매로 모든 기록을 말소당한 두 명의 건달들, 그 은하계 악당들의 이름이 신(神)과 주(主)는 아니었습니까?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74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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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주여....ㅜ.ㅜ
꽃의요정
“ 또 우리집에는 아주 저명한 기계공도 방문을 했는데, 그는 시립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가 말하기를, 드물기는 하지만 로봇들도 가끔 미치는 일이 있으며, 그들을 괴롭히는 최악의 증상은 스스로 사람이라고 확신하는 증세라고 했다. ”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118p,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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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올려주시는 페이지를 보니 다시 한 번 정주행을 하고 있으시군요 👍🏽
은화
그러기에는 그의 어조가 너무 단호했다. 떠버리들은 이렇게 단호하지 않다. 그는 확고했다. 아무래도 광인이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449,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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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그러니 상상해 보세요. 당장 당신이 외부로부터 어떤 소식을 듣지 못한다, 마치 당신의 뇌가 몸에서 분리된 것같이…… 하지만 계속 존재하고는 있다, 완벽한 생명력을 가지고 말이죠. 그럼 당신은 당연히 눈도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는, 다르게 말하자면 이미 자기 육신이 아닌, 마비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당신은 내면의 시선을 간직하고 있죠. 그 말은, 이 성의 명료함, 생각의 민첩함을 가지고 당신은 자유롭게 심사숙고할 수 있으며, 상상력을 발전시킬 수도, 거기에 형태를 불어넣을 수도, 영혼 상태의 변화에 따라 희망이나 슬픔, 기쁨을 느낄 수도 있는…… 그러니까 이것이 제가 당신 책상 위에 놓은 영혼에게 주어진 것들입니다." ”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457,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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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나는 거의 속삭이며 물었다. "당신은…… 부인을 죽였습니까?"
"저는 아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었죠." 그는 몸을 쭉 펴면서 대답했다. "그건 저희가 지금 얘기하는 문제와 하등 관련이 없습니다. 그건, 저와 제 아내 사이의 문제죠." 그는 손바닥을 상자 위에 얹었다. "그리고 저와 법정과 경찰 사이의 문제고요. 다른 얘기나 합시다." ”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459,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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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모든 종교는 다 똑같습니다. 영생에 대한 약속, 죽음을 뛰어넘는 희망. 제가 그걸 주는 거죠, 티히 씨. 영원한 삶. 육체의 마지막 조각이 스러지고, 가루가 되어 사라질 때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확실성,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460,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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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어딜 봐도 육체의 영생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육체는 등한시하고, 거의 입을 다물고 있는 수준이죠. 영혼, 영원히 존재하는 영혼, 그것만이 목적이고 희망이었던 것입니다. 육체에 반대되는 개념이자 대척점으로서의 영혼. 물리적 고통, 갑작스러운 질병의 위험과 노화로부터의 자유, 느릿느릿 진행되는 산화, 유기체라고 불리는, 점점 꺼져 가는 용광로에 불을 붙이는 투쟁으로부터의 자유. 아무도 이 세상이 지속되는 한, 육체의 영생에 관해서는 얘기한 바 없습니다. 해방되어야 하고 보존되어야 하는 것은 영혼뿐입니다. 나, 이 디캔터가 바로 그 영혼을 구한 것입니다. 영생을 위해, 영원히." ”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460~461,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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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그러므로 디캔터, 당신은 인류가 사실 수천 년 동안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해 왔음을 증명했어요. 그 거짓을 부숴 버린 거죠……."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462,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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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그 눈이 무엇을 보게 될까요?" 나는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p.463,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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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머릿칼이 곤두서고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무無 속에서 의식은 그대로 남아 존재해야 한다니. 영원과 영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은화
저는 오늘 책을 완독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은 인상 깊었던 일지 위주로 다시 읽어 보며 감상을 되새기려고 해요.
밥심
저도 완독했는데 ‘회고록’에 실린 소설들은 다들 만만치 않은 내용이라 생각을 좀 더 하게 만들고 자료를 찾아보게 하네요. 정리가 조금 되면 감상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화
어느덧 책의 끝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마지막 주차의 내용은 앞의 일지들과는 달리 매우 진중하고 무거우며 어두운 내용들이 많았는데요. 작가가 그 무거움 속에서 던지고자 하는 메세지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1) '이욘 티히의 회상' 그리고 '디아고라스 박사'의 내용 중 가장 어두웠거나 또는 기괴하거나 무섭게 느껴지던 내용은 어떤 것이었나요?
2) 티히와 지금 마주보고 앉아 있는 '자줄 교수'를 원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복제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3) 디아고라스 박사는 마지막에 왜 갑자기 돌연 태도를 바꾸고는 티히를 자신의 연구소에서 내쫓았을까요?
4)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를 읽고 느낀 점이나 감상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은화
1) 다른 내용들은 심오하긴 해도 소름이 끼치지는 않았지만 디캔터 교수의 일화는 읽으면서 두 번 소름이 돋았습니다. 463쪽에서 한 번, 그리고 마지막 결말의 티히의 독백을 읽고 나서 한 번.
"그 눈이 무엇을 보게 될까요?" 나는 물었다. - p.463
영혼에게 눈을 달아줬는데 그것이 수정 안에서 보게 될 광경.. 만일 지구와 우주가 사라진 순간에도 영혼은 불멸로 남아있게 된다면, 영원한 무無 밖에 없고 자신의 의식만 남는 상황을 생각하면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습니다.
죽음이 아직 두렵게 느껴지기 때문에 영생 또는 장수하는 삶을 자주 상상하곤 합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을 따라 뭔지도 모르고 교회에 가면 유치부나 초등부에서 동화 같이 그림이 그려진 성경 교재를 줬는데요. 산타 할아버지 같이 생긴 야훼가 순백의 커튼 같은 옷을 입은 채 하늘에 떠있고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에는 동식물들이 돌아다니고, 한 켠에 예수가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었죠. 그때는 그게 사후세계인가 보다 생각하고 믿었습니다.
사춘기가 되니 죽음 이후에 대한 생각도 자주 하게 됐는데요. 한 번은 천국에는 그러면 현실처럼 온갖 산해진미와 유흥거리가 가득한지 물어봤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즐거움, 재미있는 놀이와 게임과 영화를 볼 때의 여운, 주말에 실컷 자고 일어났을 때의 개운한 아침시간 등등..
어릴 때 교회에서 보여준 이미지들은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환상이지 실제로 천국은 육신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므로 감각적 즐거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이 돌아왔고요.
'그러면 그게 왜 천국이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의문이 들었고 관성적으로, 타성적으로, 친구나 부모 때문에 다니던 교회에 대해서도 생각이 돌아서는 계기였습니다. 감각적 즐거움도 엄연히 인간의 행복의 일부인데 그것들이 전혀 없다면 어떻게 천국이 행복한 곳이라는 건지 이해가 안되었거든요. 영혼의 즐거움과 충만함이 가득하므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행복과 다르다지만 영혼의 즐거움이 무슨 말인지도 이해를 못했고요.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날들도 점점 늘었고요. 사후세계도 없고, 환생이나 윤회도 없고, 영혼도 없다면 '나'는 죽은 뒤 숨도 못 쉬고, 아무 것도 보고 듣고 맛보지도 못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인지도 못하잖아요? 자신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 조차도 인지할 수 없는 생각을 하니까 아찔하고 공허감이 밀려오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사람에 따라서는 종교와 사후세계에 오히려 더 매달리는 유형도 있겠지만, 저는 '몇천 년 뒤에 태어나서 노화나 죽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시대에 태어났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의미없는 한탄(?)을 하기도 했어요. 이제는 과거에 비해서는 나이도 들었고, 하루의 삶에 집중하다 보니 죽음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없지만 여전히 마음 한 편에 두려움이 남아있긴 했습니다.
그러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영원과 영생'이 죽음보다 오히려 더 가혹할 수 있다는 말이 조금은 이해됐습니다. 죽음에 대해 우리가 두려워하는 이유는 거창한 종교적 사유나 삶의 사명감 때문이 아니라, 현재와 감각세계를 유지하고 싶은 지극히 사소한 이유라는 티히의 말도 와 닿았고요. 우리가 영원을 꿈꾸는 이유가 사소한 이유에서라면, 사실 영원이란 개념은 우리의 상상만큼 거창하거나 숭고하지 않고 오히려 하찮은 것일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작가는 죽음과 영원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나 봐요. 어느 쪽이든 물질과 세계와 육체는 유한하여 버틸 수 없으므로 '나' 자신이 느낄 수 있는 감각적 즐거움과 관계에서 오는 희노애락도 유지될 수 없죠. 둘 다 결과가 동일하다면 차라리 '나'에 대한 인지마저 사라지는 죽음이 '영원한 감옥 속에 갇혀있어야 하는' 영생보다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 렘 작가님에게 감사함을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