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빌리의 노래, 가난조차 잊혀지는 곳

D-29
한때 민주당의 견고한 지지층이었던 애팔래치아 산맥과 남부 지역 사람들이 어째서 한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충실한 공화당 지지자가 되었는지 설명하려고 많은 정치학자가 무던히 애를 썼다. … 그러나 주를 이루는 견해는 수많은 백인 노동자가 내가 딜먼에서 본 것과 똑같은 광경을 목격하고 분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 1970년대 누구의 말마따나 복지 제도에 기대 놀고먹는 사람들이 “정부에서 돈을 받으며 사회를 비웃는다! 우리 같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일터에 나간다는 이유로 조롱받고 있다!”라는 인식이 백인 노동 계층 사이에 팽배해지면서 공화당의 대선 후보 리처드 닉슨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234~235,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절약은 우리의 존재에 반하는 행동이다. 우리는 상류층인 척하려고 돈을 쓰는 사람들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244,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10학년이 끝나갈 무렵 나는 할모 집에서 ‘다른 사람 없이’ 할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11학년이 끝나갈 무렵 나는 할모 집에서 ‘다른 사람 없이’ 할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12학년이 끝나갈 무렵 나는 할모 집에서 ‘다른 사람 없이’ 할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할모와 함께 사는 집이 안겨준 평화로움 덕분에 나는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숙제를 할 수 있었다. 싸움이나 불안정함이 사라진 덕분에 학교 공부와 아르바이트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온전하게 같은 집에서 같은 사람과 지낸 덕분에 학교 친구들과 오랜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일을 하며 세상을 조금씩 배운 덕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252,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억 속의 내가 행복했다는 사실이다.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더 이상 두렵지 않았고, 다음 달에 지낼 곳이 어딘지도 알고 있었으며, 누구의 낭만적인 결정도 내 삶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행복 덕분에 지난 12년 동안 정말 많은 기회가 찾아왔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253,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관점도 생겼다. 내가 한때 즐겨 먹었던 음식 대부분이 해병대 식단에서 금지하는 식품이었다. 할모네 집에서는 닭고기나 채소절임, 토마토까지 모든 걸 다 튀겨 먹었다. 구운 빵으로 만든 볼로냐 샌드위치에 부순 감자칩을 얹어 먹는 음식이 이제 더는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과일(블랙베리)과 곡물(밀가루)이 들어간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했던 블랙베리 코블러도 이제 건강식이라는 영예를 잃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272~273,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한낱 음식에 불과했으나, 거기서 나는 이제 이전과 동일한 눈으로 미들타운을 바라보지 못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겨우 몇 달 만에 해병대가 내 관점을 바꿔놓았던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273,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한번은 할모와 내가 린지 누나의 첫째와 둘째 아이를 데리고 위 이모와 댄 이모부를 만나기 위해 아름다운 호킹 힐스 주립공원에 간 적이 있다. 나는 출발할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 운전대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주유비를 지불했으며, 모두에게 저녁을 샀다. 진짜 어른, 멋진 남자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사는 밥을 먹으며 나와 함께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보람찼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276~277,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그때 나는 누군가 지우개를 건넬 때 미소 짓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287,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내게 해병대는 통솔력이란 부하들을 쥐잡듯 잡음으로써가 아니라 그들의 존경을 받음으로써 생긴다는 사실과, 내가 어떻게 해야 그런 존경을 받을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준 곳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289,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내가 의사당을 그만두기 직전에 오하이오 상원 의원들은 고리대금업계의 관행을 제한할 정책에 관해 논의하고 있었다. 다수의 의원과 달리 내가 모시던 의원은 그 법안에 반대했다. 그 이유를 직접 들은 적은 없지만, 나는 슐러 의원과 나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법안을 논의하는 상원들과 정책 참모들은, 나 같은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 경제에서 대부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대부업자들을 그저 과도한 이자를 붙여 돈을 빌려주고,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받고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등 약탈을 일삼는 사기꾼으로 여겼다. 의원들에게 대부업자란 그저 하루라도 빨리 사라져야 할 암적인 존재였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303~304,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하지만 내게 대부업체는 중대한 재정난을 해결해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과거에 내가 재무 의사 결정을 어리석게 내렸던 탓에 신용 등급이 형편없어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자격이 안 됐기 때문이었다. 데이트를 하고 싶거나 교재가 필요한데 통장에 돈이 없다면, 달리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304~305,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어느 금요일 오전이었다. 월세를 하루만 더 미뤘다가는 50달러의 연체료가 붙겠기에, 우선 수표를 써서 월세를 지불했다. 수표를 처리할 만한 돈이 계좌에 없었지만, 그날이 월급날이어서 퇴근하는 길에 월급을 입금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온종일 정신없이 일하는 바람에 퇴근하기 전에 급여 수표를 챙기는 걸 깜빡하고 말았다. 실수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집이었고, 의사당 직원들도 퇴근하고 난 후였다. 그날 몇 달러의 이지만 붙는 대부업체의 3일자리 대출 덕에, 나는 어마어마한 초과 인출 수수료를 면할 수 있었다. 대부업이 장점을 논하는 의원들 중에도 그런 상황을 언급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일까? 힘 있는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의 처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우리를 도우려고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304~305,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2008년에 조지 W. 부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 여전히 많은 사람이 빌 클린턴을 좋아했으나,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클린턴을 미국의 도덕적 타락의 상징으로 여겼고, 로널드 레이건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이었다. 우리는 군대를 사랑했지만, 우리가 생각하기에 현대 군대에는 조지 S. 패튼 같은 장군이 없었다. 이웃들 중에 고위급 군 장교 이름을 하나라도 댈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오랫동안 자존심이 근간이 됐던 우주 프로그램은 도도새처럼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자연스럽게 유명 우주 비행사도 도도새와 운명을 함께했다. 결론적으로 미국 사회의 핵심 조직과 우리를 하나로 엮을 만한 고리가 아무것도 없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309~310,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우리는 우리가 안녕하지 못하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건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의 일상에서 드러난다. 신문의 부고란에는 유독 10대 청소년의 사망 원인만 비어 있으며(약물 과다 복용이라는 속뜻이 담겨 있다), 딸들은 순 게으름뱅이 같은 놈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축낸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라는 사람이 나타나더니 우리의 불안정한 삶이 가진 문제의 정곡을 찌른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314,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미들타운의 수많은 아버지들과 다르게 오바마는 훌륭한 아버지다. 미들타운에서는 출근할 직장이라도 있는 운 좋은 사람들이라야 멜빵바지를 입고 일터에 나가는 반면, 오바마는 정장을 입고 출근한다. 대통령 영부인은 우리더러 자녀들에게 특정 음식을 먹이면 안 된다고 말하고, 우리는 그런 영부인을 미워한다. 틀린 말을 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우리도 영부인의 말이 옳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314,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이런 목록은 끝이 없다. 수많은 음모설 중에 하나 이상의 설을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하기도 불가능하다. …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받는 행동인, 정부의 정책을 자유지상주의적으로 불신하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뿌리 깊게 의심하는 행위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점점 더 주류를 이루는 추세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316,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현대 보수파의 미사여구가 그들의 최대 유권자가 겪고 있는 실질적 문제들을 파고들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보수파 세력은 내 또래 청년층에게 취업을 독려하는 대신 사회적 고립을 점진적으로 조장함으로써 그들의 포부를 짓밟았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318,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나는 총 20만 달러 가량의 빚이 쌓일 것을 알면서도 예일 로스쿨에 가겠다고 마음먹었으나, 학교에서 예상치 못한 액수의 학자금을 지원해준 덕분에 못해 학비의 거의 전액을 면제받았다.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가장 가난한 학생층에 속해서였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322~323,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그래서인지 예일의 사교 사이에는 어딘가 묘한 구석이 있었다. 칵테일파티나 연회에 모인 사람들은 업무에 필요한 인맥을 구축하는 한편, 개인적으로는 결혼할 상대를 찾았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328,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그러나 예일 로스쿨에 있을 때는 마치 내 우주선이 오즈에 불시착한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의사 어머니와 기술자 아버지를 둔 가정을 중산층이라고 일컬었다. 연봉 16만 달러면 미들타운에서는 어마어마한 연봉이었으나, 예일 로스쿨에서는 학생들이 졸업 직후 첫 연봉으로 기대하는 액수였다. 그것도 부족할 것 같다고 걱정하는 학생들이 벌써부터 많았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330,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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