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빌리의 노래, 가난조차 잊혀지는 곳

D-29
J.D. 밴스를 비롯한 미국에 '비주류' 백인의 삶을 들여다본다.
우리 조상들은 대개 남부의 노예 경제 시대에 날품팔이부터 시작하여 소작농과 광부를 거쳐 최근에는 기계공이나 육체노동자로 살았다. 미국인들은 이런 부류의 사람을 힐빌리, 레드넥, 화이트 트래시라고 부르지만, 나는 이들을 이웃, 친구, 가족이라고 부른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24,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나를 이해하려면 내가 본디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 출신의 힐빌리라는 걸 알아야 한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25,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힐빌리 대부분은 노동에서 손을 떼거나 더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뿌리치며 살아간다. 힐빌리 문화에서 남성다움이라는 명분으로 후대에게 세뇌하는 특성들 때문에 힐빌리 남자들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점점 더 성공하기 어려워지는, 아주 희한한 위기에 빠져 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26,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이 책은 제조업 경제가 무너지면 실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고, 나쁜 상황에서 최악의 방식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사회적 부패에 대항하기는커녕 그것을 더욱더 조장하는 문화에 관한 이야기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29~30,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만약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삶에 나쁜 사람들이 많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면, 독자 여러분과 그렇게 묘사된 이들에게 사과한다. 이 책에는 어떤 악인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의 보살핌 아래 그저 명예를 지키고자 애쓰며 살아가는, 오합지졸에 불과한 힐빌리만 등장할 뿐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33,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오하이오도 좋았지만, 그곳을 떠올리면 온통 끔찍한 기억뿐이었다. 오하이오에서 나는 모르는 사람이나 다름없는 남자와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을 뻔한 여자에게서 버림받은 자식이었지만, 잭슨에 가면 모두가 알고 있는 가장 터프한 여성과 가장 노련한 자동차 정비공의 손자였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42,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없이 살면서 없는 사람 물건을 빼앗는 놈보다 더 천한 놈은 없단다. 안 그래도 모두가 먹고살기 힘든데, 없는 사람끼리 서로의 처지를 더 힘들게 만들 필요는 없단 얘기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46~47,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청년 시절 앵두 할아버지는 어떤 젊은 남자가 자신의 누이동생인 할모 이름을 들먹이며 "걔 팬티를 먹고 싶다"고 말하는 걸 듣게 됐다. 할아버지는 곧장 집으로 차를 몰고 가서 할모의 속옷을 몇 장 집어들고 그곳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그 말을 뱉은 남자를 칼로 위협해 진짜로 속옷가지를 '먹게' 만들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48,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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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문장 수집: "청년 시절 앵두 할아버지는 어떤 젊은 남자가 자신의 누이동생인 할모 이름을 들먹이며 "걔 팬티를 먹고 싶다"고 말하는 걸 듣게 됐다. 할아버지는 곧장 집으로 차를 몰고 가서 할모의 속옷을 몇 장 집어들고 그곳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그 말을 뱉은 남자를 칼로 위협해 진짜로 속옷가지를 '먹게' 만들었다."
현관문 앞 포치에는 서른다섯 살이 채 안 돼 보이는 마른 남자가 앉아 있었다. 틀림없이 그 집의 가장이었다. 제대로 먹이지 않은 사나운 개 여러 마리가 줄에 묶인 채, 황량한 앞마당에 널린 헌 가구를 지키고 있었다. 조카에게 그 젊은 애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니, 조카는 그가 직업이 없는데 그것을 자랑으로 여긴다며 한마디 덧붙였다. "저 사람들 못됐어요, 저희는 최대한 안 마주치려고 해요."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51,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은화님의 문장 수집: " 현관문 앞 포치에는 서른다섯 살이 채 안 돼 보이는 마른 남자가 앉아 있었다. 틀림없이 그 집의 가장이었다. 제대로 먹이지 않은 사나운 개 여러 마리가 줄에 묶인 채, 황량한 앞마당에 널린 헌 가구를 지키고 있었다. 조카에게 그 젊은 애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니, 조카는 그가 직업이 없는데 그것을 자랑으로 여긴다며 한마디 덧붙였다. "저 사람들 못됐어요, 저희는 최대한 안 마주치려고 해요.""
이들의 제일 큰 문제는, 남들이 자기 삶을 재단하는 것이 싫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자기 형편을 털어놓길 망설일 만큼 쩨쩨하다는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52,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우리는 허풍을 떨거나 대강 줄잡아 말하고 자신의 장점을 미화하는 반면 단점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빈곤한 일부 지역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 내보낸 방송을 보고 애팔래치아 주민들이 그토록 격한 반응을 보인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다. 또한 내가 블랜턴가 남자들을 우러러본 까닭이기도 하며, 열여덟 살때까지 세상에서 나를 제외한 모든 게 문제라고 생각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54,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잭슨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상냥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약물 중독자도 널려 있고, 여덟 명의 아이를 만들 시간은 있었지만 부양할 시간은 없는 사람이 최소한 한 명 이상 있다. 잭슨의 경치는 두말 할 것 없이 아름답지만, 환경 폐기물과 마을 곳곳에 널린 쓰레기가 그 아름다움을 가린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이가 푸드스탬프에 의지한 채 살아가며 땀 흘리는 노동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잭슨은 블랜턴가 남자들만큼이나 모순투성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54,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켄터키 토박이였던 우리 외조부모님은 더 나은 삶을 찾아서 미들터키의 길을 택했고, 어떻게 보면 더 나은 삶을 이루었다. 그러나 달리 보면 끝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잭슨에 만연한 약물 중독이 이들의 큰딸에게까지 손을 뻗어 성인 시절 내내 그녀를 괴롭혔다. '마운틴 듀가 좀먹은 구강'은 특히 잭슨에서 심각한 문제였지만, 외조부모님은 미들타운에 와서까지도 동일한 문제를 겪어야 했다. 우리 엄마가 9개월 된 내게 펩시가 든 젖병을 물리는 모습을 할모가 봤던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55~56,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할모가 늘 했던 말마따나 켄터키 안에서 소년을 빼낼 수는 있어도 소년 안에 있는 켄터키를 빼낼 수는 없나 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60,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에 도취됐던 미국 국민들이 점차 평화로운 세상에 적응하던 단계였는데, 그 안에서 잭슨의 주민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오래 주거지를 떠나 새로운 미국의 공업 중심지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였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61,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가장 먼저 일러둬야 할 것은, 더 나은 삶을 찾아 켄터키 산골을 떠난 사람들에게 이상한 낙인이 찍혔다는 사실이다. 힐빌리들은 조상보다 자신이 더 낫다고 젠체하는 사람을 보면 '분수도 모르는 인간'이라고 비난한다. 우리 조부모님도 오하이오로 이주하고나서 오랫동안 고향 사람들에게 같은 소리를 들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68,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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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문장 수집: "가장 먼저 일러둬야 할 것은, 더 나은 삶을 찾아 켄터키 산골을 떠난 사람들에게 이상한 낙인이 찍혔다는 사실이다. 힐빌리들은 조상보다 자신이 더 낫다고 젠체하는 사람을 보면 '분수도 모르는 인간'이라고 비난한다. 우리 조부모님도 오하이오로 이주하고나서 오랫동안 고향 사람들에게 같은 소리를 들었다."
두 분은 가족을 버리고 떠났다는 고통에 시달린 나머지 정말로 해야 할 일도 잊고서 주기적으로 고향을 방문했다. … 이들의 경제적 이동에는 너무나 큰 압박감과 책임감이 따랐던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68,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애팔래치안 오디세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디트로이트로 유입된 산골 사람들에 관해 이렇게 기록했다. "도시의 백인들인 중서부인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원인은 단지 애팔래치아 이주민, 즉 이방인들이 어울리지 않게 도시에 주거한다는 데에 있지 않았다. 그보다는 이주자들이 북부 백인들의 옷차림이나 말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 등을 전반적으로 무너뜨린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충격적인 건 힐빌리들의 피부색이었다. 겉보기에 이들은 지역 사회와 국가의 경제, 정치, 사회의 권력을 장악한 백인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힐빌리들은 디트로이트로 이주해온 남부 흑인들과 더 많은 특성을 공유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69,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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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연극 보고 원작 읽고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그믐연뮤클럽] X [웰다잉 오디세이 2026]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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