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빌리의 노래, 가난조차 잊혀지는 곳

D-29
잭슨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상냥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약물 중독자도 널려 있고, 여덟 명의 아이를 만들 시간은 있었지만 부양할 시간은 없는 사람이 최소한 한 명 이상 있다. 잭슨의 경치는 두말 할 것 없이 아름답지만, 환경 폐기물과 마을 곳곳에 널린 쓰레기가 그 아름다움을 가린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이가 푸드스탬프에 의지한 채 살아가며 땀 흘리는 노동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잭슨은 블랜턴가 남자들만큼이나 모순투성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54,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켄터키 토박이였던 우리 외조부모님은 더 나은 삶을 찾아서 미들터키의 길을 택했고, 어떻게 보면 더 나은 삶을 이루었다. 그러나 달리 보면 끝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잭슨에 만연한 약물 중독이 이들의 큰딸에게까지 손을 뻗어 성인 시절 내내 그녀를 괴롭혔다. '마운틴 듀가 좀먹은 구강'은 특히 잭슨에서 심각한 문제였지만, 외조부모님은 미들타운에 와서까지도 동일한 문제를 겪어야 했다. 우리 엄마가 9개월 된 내게 펩시가 든 젖병을 물리는 모습을 할모가 봤던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55~56,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할모가 늘 했던 말마따나 켄터키 안에서 소년을 빼낼 수는 있어도 소년 안에 있는 켄터키를 빼낼 수는 없나 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60,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에 도취됐던 미국 국민들이 점차 평화로운 세상에 적응하던 단계였는데, 그 안에서 잭슨의 주민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오래 주거지를 떠나 새로운 미국의 공업 중심지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였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61,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가장 먼저 일러둬야 할 것은, 더 나은 삶을 찾아 켄터키 산골을 떠난 사람들에게 이상한 낙인이 찍혔다는 사실이다. 힐빌리들은 조상보다 자신이 더 낫다고 젠체하는 사람을 보면 '분수도 모르는 인간'이라고 비난한다. 우리 조부모님도 오하이오로 이주하고나서 오랫동안 고향 사람들에게 같은 소리를 들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68,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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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문장 수집: "가장 먼저 일러둬야 할 것은, 더 나은 삶을 찾아 켄터키 산골을 떠난 사람들에게 이상한 낙인이 찍혔다는 사실이다. 힐빌리들은 조상보다 자신이 더 낫다고 젠체하는 사람을 보면 '분수도 모르는 인간'이라고 비난한다. 우리 조부모님도 오하이오로 이주하고나서 오랫동안 고향 사람들에게 같은 소리를 들었다."
두 분은 가족을 버리고 떠났다는 고통에 시달린 나머지 정말로 해야 할 일도 잊고서 주기적으로 고향을 방문했다. … 이들의 경제적 이동에는 너무나 큰 압박감과 책임감이 따랐던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68,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애팔래치안 오디세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디트로이트로 유입된 산골 사람들에 관해 이렇게 기록했다. "도시의 백인들인 중서부인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원인은 단지 애팔래치아 이주민, 즉 이방인들이 어울리지 않게 도시에 주거한다는 데에 있지 않았다. 그보다는 이주자들이 북부 백인들의 옷차림이나 말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 등을 전반적으로 무너뜨린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충격적인 건 힐빌리들의 피부색이었다. 겉보기에 이들은 지역 사회와 국가의 경제, 정치, 사회의 권력을 장악한 백인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힐빌리들은 디트로이트로 이주해온 남부 흑인들과 더 많은 특성을 공유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69,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할모는 그런 열정을 직업으로 연결시켜서,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아동을 보호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그 꿈을 좇은 적은 없다. 아마 변호사가 된다는 게 어떤 일인 줄 몰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할모는 고등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다. 할모는 합법적으로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나이가 되기도 전에 첫아이를 출산했고 곧 그 아이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변호사가 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알았더라도, 세 아이와 남편을 둔 새로운 환경에서 법대로 진학할 마음을 먹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75,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할보는 민주당이 노동 계층을 보호한다는 믿음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다. 이런 신념은 할모에게도 전파되어 할모는 '정치인들이 모두 사기꾼일 수도 있지만, 예외가 있다면 당연히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의 뉴딜 연합 세력일 것이다'라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76,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지금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당시 힐빌리 문화는 난폭한 명예의식과 가족을 향한 헌신, 별난 성차별주의가 한데 엉키면서 종종 일촉즉발의 상황을 일으켰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82,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에, 거나하게 취해 집에 들어온 할보가 갓 차린 뜨끈한 저녁식사를 내오라고 할모에게 말했다. 뜻대로 되지 않자 할보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집어서 뒷문 밖으로 냅다 던져버렸다. 이듬해에는 딸의 생일파티에 초대된 아이들을 맞이하자마자 모두의 발에 튈 만큼 거대한 가래를 뱉었다. 할보는 아이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맥주를 꺼내러 냉장고로 가버렸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85,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그래도 두 분은 멈추지 않았다. 할모는 꽃병을 잡더니 살벌하게 팔을 휘두르며 꽃병을 던져버렸고, 그 꽃병은 정확히 할보의 미간을 강타했다. "아버지가 꽃병에 맞아서 이마가 잔뜩 찢어졌는데, 피를 철철 흘리면서 집을 나가더니 그대로 차를 몰고 가버리셨어. 다음날 등교할 때까지도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구나."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86,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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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문장 수집: "그래도 두 분은 멈추지 않았다. 할모는 꽃병을 잡더니 살벌하게 팔을 휘두르며 꽃병을 던져버렸고, 그 꽃병은 정확히 할보의 미간을 강타했다. "아버지가 꽃병에 맞아서 이마가 잔뜩 찢어졌는데, 피를 철철 흘리면서 집을 나가더니 그대로 차를 몰고 가버리셨어. 다음날 등교할 때까지도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구나.""
유독 과격했던 밤이 지나고 나서 할모는 할보에게 한 번만 더 술에 취해서 집에 들어오면 죽여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일주일 후 할보는 또다시 술을 마신 채로 귀가해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빈말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할모는 차분히 차고로 가서 휘발유 통을 가져오더니 휘발유를 남편의 온몸에 붓고 불붙은 성냥을 그의 가슴팍에 떨어뜨렸다. 할보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자 열한 살짜리 딸이 재빨리 나서서 불을 꺼 아버지의 목숨을 구했다. 기적적으로 할보는 가벼운 화상만 입은 채 그날의 위기를 넘겼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86,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할보는 암코(Armco)가 아들에게 그저 돈만 쥐어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다. 암코에 취직하면 삼촌은 어머니가 아버지의 이마에 꽃병을 내던지는 집구석에서 독립할 수 있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88,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안타깝게도 통계는 밴스 가족을 비껴가지 않았고 우리 엄마인 베브는 번듯하게 살지 못했다. 엄마도 다른 형제들처럼 일찍 집을 떠났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전도유망한 학생이었으나, 열여덟 살에 임신을 하는 바람에 대학 진학을 미뤄야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남자 친구와 결혼했고, 새로운 생활에 정착하려 했지만 정착은 엄마에게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었다. 어릴 때 너무도 잘 보고 배운 탓이었다.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어릴 때 집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다툼과 사건이 반복되자 엄마는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학위도 남편도 없는 열아홉 살의 엄마 곁에는 어린 딸, 린지 누나뿐이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90,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나는 1984년 늦여름에 태어났다. 할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표를 던지기 몇 달 전이었다. 당시 레이건 후보는 할보처럼 러스트벨트에 거주했던 기존의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근대사에 남을 정도의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92,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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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문장 수집: "나는 1984년 늦여름에 태어났다. 할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표를 던지기 몇 달 전이었다. 당시 레이건 후보는 할보처럼 러스트벨트에 거주했던 기존의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근대사에 남을 정도의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나중에 할보에게 들은 말은 뜻밖이었다. "사실 레이건을 그렇게 좋아한 적은 없단다. 단지 먼데일 그 개자식이 너무 싫었어." 레이건의 상대였던 민주당 후보는 북부 출신의 고학력 진보주의자로, 우리 힐빌리 할보와 정반대의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이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92,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지미 카터 정부 시절의 '지역재투자법'에서 조지 W.부시 정부의 '오너십 소사이어티'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연방 주택 정책은 꾸준히 '내 집 마련'을 부추겼다. 그러나 정부의 말을 믿고 내 집을 마련한 미들타운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100,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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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문장 수집: "지미 카터 정부 시절의 '지역재투자법'에서 조지 W.부시 정부의 '오너십 소사이어티'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연방 주택 정책은 꾸준히 '내 집 마련'을 부추겼다. 그러나 정부의 말을 믿고 내 집을 마련한 미들타운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동네에서 일자리가 대거 사라졌지만, 집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이사를 하고 싶어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탓에 옴짝달싹 못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집을 팔아봤자 대출금을 갚지 못한다. 이사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100,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미들타운의 번화가를 개혁하겠다는 노력을 볼 때마다 또다시 쓸모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행하는 편의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미들타운을 떠난 것은 아니다. 그런 시설을 이용해줄 손님이 사라졌기에 편의 시설이 문을 닫고 떠난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p.101,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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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이 자신 있게 고른 이 시대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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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연극 보고 원작 읽고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그믐연뮤클럽] X [웰다잉 오디세이 2026]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계속계속 책읽기 by Kiara
2024.01.19. <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2024.01.17. <참 괜찮은 눈이 온다 _ 나의 살던 골목에는> 한지혜2024.01.16. <이 별이 마음에 들어> 김하율2024.01.14. <각자 도사 사회> 송병기2026.01.01. <아무튼, 데모> 정보라2026.01.02. <버드 캐칭>
2026년에도 한강 작가의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2탄)흰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한강, 『여수의 사랑』 : 미래가 없는 자들을 위한 2026년의 시작
다정한 모임지기 jena와 함께...어느새 일 년이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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