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피플 존

D-29
어느 그룹이나 넘으면 안 되는 선이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걸 넘으려고 한다. 인간이 만든 틀은 전부 자기를 위한 것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되게 중요하게 주장하고 있는 건 작가는 아주 애매하게 표현하거나 돌려서 표현하거나, 아니면 아주 어렵게.
오래 건강하고 활기차게 사는 노인을 보면 늘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 그게 거의 변하지 않는다. 글 쓰는 작가들도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사실 그 시간은 대갠 다시 오지 않는다. 지금 그게 하고 싶으면 해야 한다.
잘 안 보이는 것들을 겪어본다. 만나본다.
글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는 글도 있다. 남이 안 하는 것을 너무 캐서 그런 것도 있다.
눈은 점점 더 침침해지고 있다. 오른쪽이 더 그렇다. 이러다가 실명될 것 같다. 이게 다 스마트폰하고 독서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것이다.
인간은 각자 다른 경험을 하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기 힘들다.
어릴 적엔 전쟁이 나면 하고 걱정했으나 커가면서 그런 걱정도 서서히 잦아들고 있다.
맑은 감잣국도 먹으면 맛있는데.
책을 한번 쓰면 다른 사람이 그걸 표절한다고 해도 그건 그의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내 것이 된다.
모든 인간은 제 갈길로 가며 사는 것이다.
때려쳐라/때려치워라 사전에 ‘하던 일을 아주 그만두다’의 뜻으로 ‘때려치다’는 적절한 동사가 아니고 ‘때려치우다’가 맞는 표현이다. 이 단어를 ‘때려치다’로 줄이면 안 된다. 담배를 ‘피우다’를 ‘피다’로 줄이면 틀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는 지금이라도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 나는 갑자기 그 장면을 보자 담배를 피우고 싶어졌다.
운명을 달리하다/유명을 달리하다 이 중 어느 게 맞을까? ‘유명을 달리하다’가 맞는 표현이다. ‘운명을 달리하다’는 잘못된 표현이다. 유명(幽明)은 ‘저승과 이승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서 ‘유명을 달리하다’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다’ 즉 ‘죽다’라는 의미다.
나는 매일 읽고 있는 책에 감사의 절을 세 번씩 올린다.
부딪치다/부딪히다 이 단어들 상황 보고할 때 잘 쓰는데, 이참에 간단히 정리해 보자. 부딪치다 능동(能動) 그는 일부러 부딪쳤다. 부딪히다 피동(被動) 핸드폰 보며 오는 사람과 부딪혔다. 달걀을 그릇 모서리에 부딪쳐 깼다. 모퉁이를 돌아 나온 오토바이가 마주 오던 자동차와 부딪히고 말았다.
눈 덮힌/덮인 산 ‘덮다’의 피동사는 ‘덮히다’가 아니라 ‘덮이다’다. 발음에서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헷갈린다. “일어나 보니 아내가 외출했는지 밥상이 보자기로 덮여 있었다.”처럼 활용한다. 한참 뒤에 정신을 차려 보니 내 몸은 병원의 담요로 덮였고 팔뚝에는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안절부절하다’는 틀린 표현이고 ‘안절부절못하다’가 맞는 표현이다.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라는 의미다. 그러나 부사로서 ‘안절부절’을 단독으로 사용할 수는 있다. 이를테면 ‘그는 초조하여 안절부절 견딜 수가 없었다’처럼 쓰면 적당하다. 그는 아내가 분만실에 들어가 있는 내내 안절부절못하고 복도를 서성거렸다. 윤지영이 다른 남자의 품 안에 안기게 될 것이란 상상이 번뜩하자 나는 안절부절 불안했다.
위수정이 책임감 있게 쓴다고 했는데 그 말은 자기 말에 책임감(사전 검열)을 갖는다는 말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쓰는 독자에게 책임을 지는 작가라는 말로 듣겠다. 앞의 의미는 사실 작가에게 쥐약이다.
"나는 돈과 관련된 이슈에 민감하고 재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경박한 일이라고 교육받은 거의 마지막 세대였다." 가난이 그렇게 부끄럽지 않은 세대를 살았다. 지금은 한국보다 일본이 더 돈에 대해 꺼리는 고상한 국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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