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피플 존

D-29
직업이 있는 자의 글, 기자나 판사 같은 사람들은 글이 자유롭지 못하다. 어떤 틀 안에 갇혀 있다. 그러니 작가가 여기서 가장 자유롭다.
며칠 후 한나가 출근했을 때, 집에는 아이 혼자 있었다.
가만히 앉아 깊이 사고하는 게 더 혁신적이고 혁명적일 수 있다. 마구 돌아다니면 자기 힘만 빠진다.
이제 자주 그러지는 않지만, 한나도 아직 혼자 울 때가 있었다.
어른은 책임을 져야 한다. 무턱대고 나서 이혼 등으로 애들에게 상처와 고통을 주어선 안 된다. 애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다. 그걸 치유하려면 아마 평생을 보낼 수도 있다.
여자들은 심란하면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남자들은 그러면 더 심란하다.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가족 요즘은 맞벌이 부부를 하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가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적다. 전엔 시골에서 부모가 아이와 같이 논밭에서 일을 했다. 하루 종일 둘이 붙어 있는 것이다. 가족이 뭔가? 가족은 가장 많이 같이 붙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다른 사람과 더 오래 붙어 있으면 차라리 그가 아이의 가족이랄 수 있지 않을까.
선생이 부모에게 뭔가 충고를 하면 잘라버린다. 자기 양육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쁜 것이다.
세상은 대개 내 생각과 다르다 내가 쓸데없이 오지랖 안 부려도 세상은 굴러간다. 오지랖은 그냥 자기 욕심일 수 있다. 별 좋은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닌데 그냥 자기 편하자고 그러는 것일 수도 있다. 세상은 자기 마음대로 안 되고 그 방식이 꼭 맞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각각 원하는 게 다르다. 내가 원하는 걸 안 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직장 직장은 기본과 상식만 하면 된다. 거기에 정을 주고, 깊은 인간관계로 엮어 뭔가 기본과 상식, 효율 외에 다른 것을 하려고 들면 부딪힐 것이고 결국 영광스러운 상처만 남을 것이다. 결국 고생만 하고 잃는 것만 있을 것이로다.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곳임을 명심하라. 그래서 그런 것이다. 우선 거기서 요구하는 틀에 맞춰야 한다. 그리고 좀 답답하면 이상한 건 따로 자기 혼자만 하면 된다. 아무도 모르게. 이걸 이용해 더 기본과 상식, 합리에 보탬이 되면 더 좋다. 이게 바로 이상과 현실의 조화(調和)다. 서로 시너지(Synergy)를 내는 것이다. 큰 생각은 이렇다.
요즘엔 출산율이 저하되니까 연애 막하고 서로 사랑 나누라고 여기 저기서 권장하는 것 같다. 진즉 이렇게 했어야 했다. 이게 음양의 조화인데, 그건 본능인데 그걸 지금까지 거부했으니.
보전/보존 이 둘의 차이를 표로 간단히 알아보자. 보전(保全) 현재의 상태를 지켜서 앞으로도 같은 상태에 있게 한다. 영토 보전, 환경 보전 보존(保存) 그냥 놔두면 훼손될 우려가 있는 대상을 지켜야 한다. 문화재 보존, 현장 보존 목숨을 보전하려면 내 말대로 하는 게 좋아. 현재 남아 있는 전통 한옥을 잘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합시다.
획일화 36년 직장 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전과 직장 생활 분위기가 다르다. 지금은 뭔가 직원이 하나로 규격화된 느낌이다. 사람이 다 비슷비슷하다. 기계에서 뽑아낸 것 같다. 전엔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은 마치 상품처럼 규격화되어 있다. 전에 다닌 직장인들은 서로 개성이 많이 달랐다. 세상이 너무 획일화되어 가는 것 같다. 모두가 핸드폰만 보며 다니고 키링에 검은 패딩만 보인다. 다 비슷해지는 것 같다. 다 같아져서 뭐 하려고?
드라마나 영화에선 자기가 한 일에 대해 크게 후회하면서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현실에선 그런 일이 잘 안 일어난다.
끝까지 가는 사람들 틈에서 혼자만 중간에 허둥지둥 하차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어떤 산 중턱에 무덤들 몇이 덩그러니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요즘 나오는 화이트 테이프는 안 좋다. 전에 나오던 액이 나오는 화이트가 더 믿을 수 있고 좋다. 신제품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역시 좀 특이하네, 라고 생각했다. 그게 다였다.
기획하는 작업이 있는데 한번 만날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기 전까지 설은 선우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다. 실은 선우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세련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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