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피플 존

D-29
남편이 나오면 그냥 무심히 일반인이 생각없이 하는 말을 내뱉는다.
허튼 데 힘 빼지 말고 생긴 대로 대충 행복하게 살다 가면 된다는것. 그것이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의 보편적인 세계관이었다.
자기 타고난 기질을 알고 사는 동안 그걸 잘 살리며 행복하게 사는 게 제일이다.
판사 이한영이 그걸 이미 알고 있고 그 조직을 알아 자기 뜻대로 판을 짤 수 있었던 것이다. 미래와 조직의 구조를 알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보도자료를 내고 홍보실을 두는 이유는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다. 할 말 못할 말을 고르려는 것이다. 거짓말도 한 목소리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도 입시 과열은 줄지 않는 것은, 즉 경쟁이 안 주는 것은 하나만 나아 잘 기르자는주의 때문이다.
아이는 자기 가정처럼 남의 가정도 같다고 생각한다. 크면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차츰 알아간다.
작가의 가장 행복한 시간 작가는 글에 관심 있는, 자기 글을 읽는 독자 팬과 대화하는 걸 가장 좋아한다. 글과 상관없는 사람들과는 통하는 접점이 없다. 그래 다른 방향으로만 서로 말을 한다. 만나지 않고 말들이 허공을 헤맨다. 그 팬들이 글에 대해 묻는 것을, 그 책 내용에 대해 묻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그러면서 독자도 작가도 그 순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독자도 작가도 그 시간만은 웃음꽃이 핀다.
선을 지키자 아무리 친해도 선을 지켜야 한다. 애인도 그렇고 부모도 그렇다. 그리고 상대가 선을 넘어서도, 나를 그가 다 알 수는 없다. 그가 내 마음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도 그를 다 모른다. 나는 남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도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 외엔 다 남이다. 타인은 지옥이다. 그런 전제로 시작하면 오히려 더 사이가 오래가고 돈독해질 수 있다. 큰 기대를 접어 실망도 적고, 실제 또 그렇기 때문이다. 내가 너보다 너를 더 많이 안다고 착각할 때 집착이 시작된다. 그가 몇 번 선을 넘지 말라고 말하면 거기서 멈춰야 한다. 그가 지금 원하는 걸 들어줘야 한다. 그의 말을 곡해(曲解)하지 말고, 거듭 말하는 건 진심이다. 그의 방으로 들어가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이다. 그의 방을 존중해야 한다. 선을 지켜야 한다. 그때는 그를 내버려둬야 한다. 내 세계를 존중해달라고 하듯이 나도 그의 세계를 존중해 줘야 한다. 그럴 때만이 그가 내게 살며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그를 다 안다고 할 수는 없고 그게 가능하지도 않다. 내가 부모이고,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그러니 선을 지키면서 사랑해야 한다. 그만의 세계를 존중하면서.
부고/부음/조문 이들의 차이를 알아보자. 부고(訃告)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글 부음(訃音) 사람이 죽었음을 알리는 소식 조문(弔問)=문상(問喪) 죽음을 알고 찾아가서 상주를 위로함 친한 친구들의 부고를 연달아 받으니 인생의 허망함을 느낀다. 그녀는 부모님의 부음을 접하자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조문을 핑계 삼아 결근했다. 그동안의 친분이 있는데 문상이 어려우면 조의금이라도 부쳤어야지.
금일봉/찬조금 이 둘의 차이를 알아보자. 금일봉(金一封) 금액을 알리지 않고 주는 돈 찬조금(贊助金) 도와주기 위해 내는 돈 선수단을 방문한 국무총리는 단장에게 금일봉을 하사했다. 학교 당국은 육성회(育成會)의 찬조금이 없이는 학교 행사를 치르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금일/당일 이 둘의 차이를 알아보자. 금일(今日) 오늘 당일(當日) 그날 금일 진료는 마감되었습니다. 애초에 이번 여행은 당일로 다녀올 계획이었다.
추산/계산/정산 이들의 차이를 알아보자. 추산(推算) 어림잡은 수치 계산 계산(計算) 정확한 셈을 할 때 정산(精算) 순수익 계산을 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나가 있는 재외 동포의 수가 4백만이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물가 변동 계산을 해서 소득의 실제 가치를 나타낸 것을 실질 국민 소득이라 한다. 연말 정산 기간이 되자, 나는 국세청 홈페이지에 드나들 일이 많아졌다.
책상에 책을 올려놓고 감사의 절을 세 번 한다. 그때 돈이 같이 있으면 치우고 한다. 돈에 절을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집에서 곧잘 입는 특기옷이 있다. 그건 아주 편하고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옷이다.
글이 길어지면 비문이 될 수 있다. 물론 쓰는 사람은 그 의도가 있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안다. 독자도 정확히는 아니지만 대충은 그 의미를 안다. 그러나 독자로선 이 부분은 왜 썼나(다른 부분과 어떻게 호응하나) 하는 게 있다. 그런 걸 또 일일이 지적하는 것도 번거롭다.
자기가 믿고 있는 게 책을 읽으면서 파괴될 수 있어 불편한 게 많다. 그러나 아무리 변해도 사람이 사는 세계는 그렇게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 모양이 다 거기서 거기다.
자기 그릇에 맞게 애초에 사회적 출세는 할 생각도 없고 그걸 한다면-그게 자기변명이 아니라, 기질적인 것이라서-불행할 것 같아 진작 자기의 생긴 그릇을 알아보고 거기에 맞게 사는 게 가장 좋은 삶 같다. 자기가 좋아하고 결국 잘하게 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진짜 성공적인 실패, 이건 실패한, 낙오된 사람들이 써먹던 것인데 이미 성공한 자들이 이것을 자기 스토리로 이용하고 있다.
인생은 그렇게 길지 않다. 늙으면 하고 싶어도 못한다. 그러니 자기 층에서 기쁘게 살고 어려움은 그걸 기록으로 남기며 그 속에서 사는 것이다. 같은 인간끼리 경쟁하고 그러다가 밀려나면 자살하는 것이다. 괜히 거기 끼면 끼지도 못하고 영광의 상처만 남는 것이다. 그러나 그 영광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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