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돌멩이-2026년 이상문학상

D-29
다 읽고 전체 느낌을 적는 것보다 그냥 읽는 그 부분에서 생각나는 것을 적는 것도 좋으리라.
남자는 살면서 장난이 70% 이상이고 여자는 그걸 좋아하는 것 같으면서도 걱정이 되어 안 그런 척해서 한 10% 조금 넘는 것 같다.
영화에서 본 것대로 하려고 하면 낭만적이지 않다. 현실이 그래서 그런 것이다. 그러나 지난 일상은 그게 왜곡되어서 인지 한 순간이 내게 낭만으로 다가오고 그게 평생을 가는 수도 있다.
일본은 성이 개방적이라 오히려 더 교제 살인, 성범죄 같은 게 없는 것 같다. 인간은 막으면 더 하는 동물이다.
일본 성문화를 우리 식으로 보니까 이상한 것이다. 문화는 상대적이다.
일본 AV 가 있어서 일본인은 그것만 생각한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다.
일본에 코타쓰가 있는 건 목조 건물이라 추워 그럴 것이다. 우리나라 화로 같은 걸 것이다.
한국인들이 외국인을 앞에 두고 못 알아들을 줄 알고 마구 자기들끼리 욕 같은 것도 한다.
일본은 어디를 가든 깔끔하고 깨끗하다. 그런데 그걸 다듬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도대체 저걸 언제 깔끔하게 다듬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일본 작가들은 대부분 자신이 그러니까 조용하고 시끄럽지 않은 일본인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남을 항상 배려해 연락도 잘 안 하는. 그들은 쓰나미로 죽은 사람을 생각해 자신만 살아남은 것에 대해 언급을 잘 안 하고 쓰나미를 당한 사람들은 또 자기들이 죽어서 남에게 폐와 신세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한다. 너무 예의를 갖추는 것 같아 한국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좀 안 가는 부분이다.
한국은 교회 다니는 인간이라면 집에 일본처럼 불단을 차려 죽은 이를 기억한다면 아마 기겁을 할 것이다. 자기 외엔 생각을 안 한다.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더 솔직한 게 인간이다.
「눈과 돌멩이」의 한 대목에서 “누군가에겐 악몽이었던 수진은 이제 가루만 남았네.” 이 대목은 내가 좋아하는, 위수정 작가가 2026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작품 「눈과 돌멩이」에 쓴 한 구절이다. 나는 그와 문체(Style)가 맞아 그의 작품을 전부 읽었다. 그렇게 많은 작품을 쓴 작가는 아니다. 그러나 왠지 끌리고 언젠가는 받을 것 같은 확신만은 있었다. 마침, 올해 그 작가가 받아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작가는 어쩔 수 없이 독자들의 이해를 바라고,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도 있는데, 이글은 작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머리보다 마음이 가는 쪽으로-쓴 것이고 그게 수상의 영광까지 이어져 기쁘고 그 방향으로 써 갈 거라 말하는 데서 나 또한 어떤 위안 같을 것을 얻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가 대담(對談)에서 이 글은 가장 온화하고 다정한 글이라고 밝힌 것처럼 작가가 자기 필요에 의해서 썼다는 말은 세계와의 불화(不和)에서 내용이 아니라 형식적인, 수진을 갑자기 죽인 것이나 그의 서사를 속 시원히 안 밝혔기 때문에 수상은 기대도 안 했다는 말을 통해 역시 내용이 아닌 형식적인 것만 그런 것 같은 것은 그의 작품을 전부 읽은 나로서도 동의하는 바다. 대담 말미(末尾)에서 “제 소설이 약간 칙칙하고 우울하잖아요.” 했고 그러나 그의 바람은 무서우면서도 웃기는 소설, 즉 블랙 코미디를 쓰고 싶다고 했지만 바란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 작가의 글에 어떤 매력이 있어 수상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당사자는 또 자신의 매력을 대개는 모르는 법이니까. 인생은 알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은 악몽이었다는 말을 들었고 암에 걸려 자살한다. 그를 좋아했다. 그렇지만 상대는 나를 악몽, 호러라고 말한다. 수진은 암에 걸려 그 고통으로 자살한다. 그 고통이 육체적인 것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 견디기 어려운 고통에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모르는 것이다. 마치 우리들의 인생처럼. 20년 친구들(재한과 유미)에게 내가 죽으면 그 뼛가루를 삼나무 숲과 눈만 있는 일본 ‘도카구시’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홀연히 세상을 떠난다. 이는 그 두 친구가 수진의 유해(遺骸)를 들고 거길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한 글이다. 물론 이런 인생도 있고 저런 인생도 있다. 다 기록할 수는 없다. 이게 인생이다, 라고 언급하면 그냥 그 기록은 그 삶의 한 스토리에 불과하고 또 다른 무수한 인생이 또 옆에 존재한다. 그냥 인생은 불가해(不可解)하고 그 모호함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글 중에, 재한과 유미가 일본 설경을 여행하면서 자드(ZARD)의 메인보컬이자 요절한(한효주와 이지아를 섞어놓은 것 같은데, 작품의 수진과 비슷하게 암이 폐까지 전이되어 자살했다는 설도 있다.) ‘사카이 이즈미’를 언급해, 나는 그의 노래들을 다시 들으며 그때의 추억에 잠시 잠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이번 수상에 남자는 없다.
그래도 일본인은 담배를 피우면서도 자기 개인 재떨이를 지니고 다닌다.
여기선 재한이 주인공 같다. 그의 시각으로 모든 게 보인다.
남자는 나이가 먹어도 애들처럼 말하고 여자는 좀 더 성숙한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어느 게 낫나?
실은 생은 고해인데 이걸 솔직히 말하는 사람이 있고, 그냥 인간이 바란다고 그걸 왜곡하는 자가 있다. 후자는 사기꾼인 경우가 많고 실은 이런 인간이 결국 세상에 더 해롭다.
작가 중엔 글 쓸 소재가 떠오를 때보다 더 즐거울 땐 없는 것 같다.
하나의 글이 태어나는 순간은 예상치 못한 우연 속에서 움튼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다. 그 운명 같은 소중한 순간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찾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비관론자인 나도 그 순간을 기다리며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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