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돌멩이-2026년 이상문학상

D-29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더 솔직한 게 인간이다.
「눈과 돌멩이」의 한 대목에서 “누군가에겐 악몽이었던 수진은 이제 가루만 남았네.” 이 대목은 내가 좋아하는, 위수정 작가가 2026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작품 「눈과 돌멩이」에 쓴 한 구절이다. 나는 그와 문체(Style)가 맞아 그의 작품을 전부 읽었다. 그렇게 많은 작품을 쓴 작가는 아니다. 그러나 왠지 끌리고 언젠가는 받을 것 같은 확신만은 있었다. 마침, 올해 그 작가가 받아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작가는 어쩔 수 없이 독자들의 이해를 바라고,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도 있는데, 이글은 작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머리보다 마음이 가는 쪽으로-쓴 것이고 그게 수상의 영광까지 이어져 기쁘고 그 방향으로 써 갈 거라 말하는 데서 나 또한 어떤 위안 같을 것을 얻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가 대담(對談)에서 이 글은 가장 온화하고 다정한 글이라고 밝힌 것처럼 작가가 자기 필요에 의해서 썼다는 말은 세계와의 불화(不和)에서 내용이 아니라 형식적인, 수진을 갑자기 죽인 것이나 그의 서사를 속 시원히 안 밝혔기 때문에 수상은 기대도 안 했다는 말을 통해 역시 내용이 아닌 형식적인 것만 그런 것 같은 것은 그의 작품을 전부 읽은 나로서도 동의하는 바다. 대담 말미(末尾)에서 “제 소설이 약간 칙칙하고 우울하잖아요.” 했고 그러나 그의 바람은 무서우면서도 웃기는 소설, 즉 블랙 코미디를 쓰고 싶다고 했지만 바란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 작가의 글에 어떤 매력이 있어 수상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당사자는 또 자신의 매력을 대개는 모르는 법이니까. 인생은 알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은 악몽이었다는 말을 들었고 암에 걸려 자살한다. 그를 좋아했다. 그렇지만 상대는 나를 악몽, 호러라고 말한다. 수진은 암에 걸려 그 고통으로 자살한다. 그 고통이 육체적인 것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 견디기 어려운 고통에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모르는 것이다. 마치 우리들의 인생처럼. 20년 친구들(재한과 유미)에게 내가 죽으면 그 뼛가루를 삼나무 숲과 눈만 있는 일본 ‘도카구시’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홀연히 세상을 떠난다. 이는 그 두 친구가 수진의 유해(遺骸)를 들고 거길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한 글이다. 물론 이런 인생도 있고 저런 인생도 있다. 다 기록할 수는 없다. 이게 인생이다, 라고 언급하면 그냥 그 기록은 그 삶의 한 스토리에 불과하고 또 다른 무수한 인생이 또 옆에 존재한다. 그냥 인생은 불가해(不可解)하고 그 모호함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글 중에, 재한과 유미가 일본 설경을 여행하면서 자드(ZARD)의 메인보컬이자 요절한(한효주와 이지아를 섞어놓은 것 같은데, 작품의 수진과 비슷하게 암이 폐까지 전이되어 자살했다는 설도 있다.) ‘사카이 이즈미’를 언급해, 나는 그의 노래들을 다시 들으며 그때의 추억에 잠시 잠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이번 수상에 남자는 없다.
그래도 일본인은 담배를 피우면서도 자기 개인 재떨이를 지니고 다닌다.
여기선 재한이 주인공 같다. 그의 시각으로 모든 게 보인다.
남자는 나이가 먹어도 애들처럼 말하고 여자는 좀 더 성숙한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어느 게 낫나?
실은 생은 고해인데 이걸 솔직히 말하는 사람이 있고, 그냥 인간이 바란다고 그걸 왜곡하는 자가 있다. 후자는 사기꾼인 경우가 많고 실은 이런 인간이 결국 세상에 더 해롭다.
작가 중엔 글 쓸 소재가 떠오를 때보다 더 즐거울 땐 없는 것 같다.
하나의 글이 태어나는 순간은 예상치 못한 우연 속에서 움튼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다. 그 운명 같은 소중한 순간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찾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비관론자인 나도 그 순간을 기다리며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팔은 결국 안으로 굽는다. 자기를 이해하고 같이 고생하는 쪽으로 사람은 기울게 되어 있다. 노래방 도우미에게 아무리 잘해도 그들의 세계를 뚫을 수는 없는 것이다. 같은 정서를 나누는 집단을 외부에서 파괴하는 게 이렇게 힘들다.
지금은 음식이 너무 달자. 젊은 애들이 그걸 좋아해 그런 것 같다. 떡볶이 하면 매운 게 특징인데 이젠 단 게 더 두드러진다. 그럼 젊어서 성인병, 당뇨병에 잘 걸린다. 조심해라.
저도 좀 울컥했죠.
현실적 삶에서 일어나는 일은 개연성 없이 우연으로 일어나는 일이 흔하지만 소설은 개연성이 없으면 욕을 먹는다.
이것에 대해 써야지 하고 쓰면 오히려 더 잘 안 써진다. 그 대신 다른 순간을 우연히 포착해 그것에 대해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좋으면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가 이상형이면 그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싶어한다. 그래서 수없이 질문하고 그에 대해 그 앞에서나 남 앞에서 칭찬을 늘어놓는다. 이건 진심이다. 그가 말하는 것에 대해 거의 다 기억한다. 그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 하기도 한다. 게임을 좋아하면 안 좋아하다가도 좋아하게 된다. 여행을 좋아하면 여행을 하기도 한다. 음식이면 평소에 먹어본 적이 없는 닭갈비도 맛 보는 것이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는 것이 그저 즐거운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경험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걸 하면서 사랑하는 상대가 “아, 이걸 하며 그는 이렇게 느꼈나?” 하는 그 당시 그의 마음을 자신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같은 곳에 같은 모양으로 타투를 새기기도 하고, 그에게서 받은 물건을 지니고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는 것이다.
그 세계에 사는 사람은 마냥 행복하다고 착각하거나 좋아할 수 있지만...... 그런 사람들만 있는 세계를 상상하면 저도 끔찍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기 글 자기 글이 어떤 것을 자꾸 넣으면 그것은 그게 자신의 화두이고, 그는 그와 같은 것에 특화된 글을 운명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래야만 진정한 자기 글이 된다고 본다. 결국 그는 그것에 대해 잘 쓰는 작가가 비로소 되는 것이다.
사실 저는 '불'이 붙는 세계에 단순히 매혹되기보다는 그것이 삶의 진실에 더 가깝다고 믿어요. 다르게 말하면, 그러한 세계에 매혹되어 빠져나오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세계를 믿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요. 특히 소설에서 '불'이 없는 세계는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여야 한다는 의미와 무관하게) 적어도 제게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결국 그 얘기인데 그걸 어렵게 표현하면 욕을 안 먹고 직접적으로 쉽게 표현하면 욕을 먹는다. 아니면 그걸 이해를 못해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결국은 그게 그말인데도.
작가는 주로 근본과 핵심을 말하지만 일반인은 주로 결국 그리로 가야 하지만 현실적인 것에 얽매이다 시간 다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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