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돌멩이-2026년 이상문학상

D-29
현실을 비슷하게 살면서도 지향하는 게 있다. 그걸 들으며 그나마 좀 위안을 얻는 것이다. 진보든 보수든. 실은 이 진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진영에서든 자기와 생각이 비슷하면 자주 듣는 것이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걸 자기가 가른 게 아니라 한쪽 진영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대신해 주니까 듣게 되는 것이다.
자기가 의지할 곳에서 산다 이대녀는 늙은 사람들이 교회 태극기 부대에서 나와 세상을 똑바로, 제대로 보라고 하겠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쉽게 나오지 못한다. 그거라도 없으면 살지 못할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사는데 유일한 자기 위안이기 때문이다. 원래 사람의 가치는 상대적인 것인데 자기 가치만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미혹에서 구제하려고 건방지게 덤빈다. 원래 사람은 그렇다. 자기가 모든 것의 기준이다.
엄마인데 가부장제에 물들어 있고 외국인을 혐오하고 남자를 최고로 치는 태극기 부대 엄마.
일본인은 교자를 한 입에 안 먹고 베어 먹는다. 그러나 한국인은 한입에 다 넣는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걸 다 도루묵으로 만들려는 거야. 그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으니 포기하라는 댓글이 가장 많았지만, 다른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공장은 지역의 삼선 의원인 보수진영 정치인의 친척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승만, 박정희, 트럼프와 기독교국인 미국을 마치 아버지처럼 섬긴다. 나는 영원히 그들의 노예, 머슴인 것이다. 그게 아주 당연하다.
장소가 추억이 깃들만한 곳인데 숙취로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로 걸으면 그곳은 안 좋은 이미지 장소로 되는 것이다. 그런 곳이 훨씬 내 기억에 많다.
전엔 설이 들뜨고 그랬는데 지금은 별로 그런 맘이 없으니 벌써 설이 다가왔는데도 그냥 덤덤한 느낌이다.
자연법칙 전엔 술을 먹어도 세상모르게 자고 일어나면 푹 쉬었기 때문에 뭔가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생전 그런 기분과 느낌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아련한 그런 느낌은 절대로. 역시 몸을 자연이 괴롭히며 죽으라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삶의 질을 떨어뜨려 삶에 대한 의욕을 꺾는 것 같다. 이런 게 자연법칙이리라. 때가 되었으면 죽으라는 변화다. 새것이 오게 낡은 것은 이제 제발 꺼지라는.
"혁명해서 좋아?" "그럼 좋지."
독서의 효용은 또 있다. 일상의 바라지 않는 시끄러운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다.
비상 계엄에 찬성하는 여자들은 대갠 나이 든 교회에 다니는 여자들이 대부분이다.
해진이 살아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센 피로 회복제를 먹어 사람을 흥분시키고 근육을 긴장하게 해서 그런 피로가 쌓여 감기가 온 것일 수도 잇다. 너무나 독서에 몰입해 그게 쌓인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신이 없다고 믿는다. 신은 사람들이 불안한 현실을 견디기 위해 만든 허깨비라고 보는 것이다. 나는 사회주의자인가.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마음 편히 지내는 것보다 건강에 좋은 게 없지요."
심하게 아픈 적이 있는데 초등학교 때, 한 3학년 정도 되었을 것이다. 겨울방학 내내 아랫목에만 누워 지냈다. 아프면서도 공부 안 해도 되는 아까운 겨울방학을 누워만 지내는 것이 너무 억울했다. 아프기 전엔 나는 동네 친구들과 놀기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친구들이 “태식아~, 놀자!” 하고 찾아와도 아파서 그들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주 나중에, 손금볼 줄 아는 어느 신비한 여자가 내 손바닥을 유심히 보더니, “언제 되게 아픈 적 있지요?” 하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 참 용하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게 손금에 새겨질 정도로 나는 그때 아주 심하게 앓았다. 먹으면 다 토했다. 심하지 않게 아플 땐 식구들이 그때부터 잘해주고 맛있는 걸 내게 양보해 아픈 게 좋았는데, 그땐 너무 심하게 오래 아파 정말이지 지긋지긋했다. 엄마는 어디서 구했는지 맛있는 것만 내게 내밀었다. 그걸 먹을 수 없다는 게 이상했지만 먹지 못했다. 동생들은 내가 부러운 눈치였다. 자기들도 아팠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았다. 한번은 설핏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천장에 쥐가 오줌을 싸서 생긴 무늬가 괴물처럼 보이면서 내게 달려들어 까무러쳤는데 그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어둠의 나락(奈落)으로 끝없이 떨어졌다. 먹지 목하고 토하기만 하니까 기력이 쇠(衰)해 헛것이 자꾸 보인 것이다.
여전히 최근의 한국문학은 여성 독자들과 여성 작가들이 지탱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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