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돌멩이-2026년 이상문학상

D-29
비상 계엄에 찬성하는 여자들은 대갠 나이 든 교회에 다니는 여자들이 대부분이다.
해진이 살아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센 피로 회복제를 먹어 사람을 흥분시키고 근육을 긴장하게 해서 그런 피로가 쌓여 감기가 온 것일 수도 잇다. 너무나 독서에 몰입해 그게 쌓인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신이 없다고 믿는다. 신은 사람들이 불안한 현실을 견디기 위해 만든 허깨비라고 보는 것이다. 나는 사회주의자인가.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마음 편히 지내는 것보다 건강에 좋은 게 없지요."
심하게 아픈 적이 있는데 초등학교 때, 한 3학년 정도 되었을 것이다. 겨울방학 내내 아랫목에만 누워 지냈다. 아프면서도 공부 안 해도 되는 아까운 겨울방학을 누워만 지내는 것이 너무 억울했다. 아프기 전엔 나는 동네 친구들과 놀기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친구들이 “태식아~, 놀자!” 하고 찾아와도 아파서 그들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주 나중에, 손금볼 줄 아는 어느 신비한 여자가 내 손바닥을 유심히 보더니, “언제 되게 아픈 적 있지요?” 하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 참 용하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게 손금에 새겨질 정도로 나는 그때 아주 심하게 앓았다. 먹으면 다 토했다. 심하지 않게 아플 땐 식구들이 그때부터 잘해주고 맛있는 걸 내게 양보해 아픈 게 좋았는데, 그땐 너무 심하게 오래 아파 정말이지 지긋지긋했다. 엄마는 어디서 구했는지 맛있는 것만 내게 내밀었다. 그걸 먹을 수 없다는 게 이상했지만 먹지 못했다. 동생들은 내가 부러운 눈치였다. 자기들도 아팠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았다. 한번은 설핏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천장에 쥐가 오줌을 싸서 생긴 무늬가 괴물처럼 보이면서 내게 달려들어 까무러쳤는데 그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어둠의 나락(奈落)으로 끝없이 떨어졌다. 먹지 목하고 토하기만 하니까 기력이 쇠(衰)해 헛것이 자꾸 보인 것이다.
여전히 최근의 한국문학은 여성 독자들과 여성 작가들이 지탱하고 있는 듯하다.
세종대왕이 지혜롭게 몰래 한글을 만들었다. 한글, 이건 그저 백성들이 쉽게 표현하기 위한 좋은 뜻으로 만든 것인데 왜 몰래 만드나? 이런 선한 의지만 가지고는 현실에선 안 통한다. 아마 몰래 안 만들었다면 한글이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뜻은 선하게 갖되 현실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자기의 선한 뜻을 세상, 현실이 알아주는 게 아니다. 글도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주장해야 한다.
원래 인간에게 불안이 사라지는 날은 죽은 날밖에 없다. 삶과 불안은 같이 간다.
다수에 속해야 안심이 되지만 감기에 걸려 아파서 죽겠다가 병원에서 진찰받고 약을 타오면 안 먹었는데도 안 아픈 것, 아니 덜 아픈 것 같다. 인간들이 사는 다수에 속해 있으면 안심이 되는 것 같다. 혼자는 힘든 것이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그게 더 가치 있는 것이다. 드물고 창조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창조 빼면 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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