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토지를 읽읍시다.

D-29
이 문장부터 백일홍 나무에 물기 잃은 바람이 지나가는 문장까지, 어느 단어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은 것 같은, 운율있는 노래같은 표현도 감동이지만, 왜 한가위가 비애인지, 한 계절의 풍요로움이 그간 쌓인 서러운 추억의 현을 건드리는 바람을 막지 못하고 풍요뒤 찾아올 겨울의 긴 밤을 걱정하는 민초의 삶을 시처럼 묘사하네요.
네 동감입니다. 박경리 작가님은 민초의 삶을 시처럼 묘사하고 민초 용이와 월선의 사랑도 아주 애절한 사랑으로 아름답게 묘사하지요. 인물에 대한 묘사도 간략하게 함축적으로 묘사하는데 그 인물의 성격이 눈앞에 그려지는듯 생동합니다. 그래서 토지를 안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
토지를 안 읽은 사람은 없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다 정말 동감입니다. 살다 보면 토지 속의 인물들이 겪던 상황이 나에게도 생기고, 그 장면을 다시 펼쳐서 어떻게 헤쳐나가는 지 보고 싶거든요..
제가 제시하고 싶은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토지 1권) 1)서희 모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어릴땐 성욕에 미친자라고 생각했고 지금은... 그렇지는 않지만 좋은 인상을 받고 있진 못하는데, 박경리 선생님은 시종일관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리고 계세요. 2) 최치수의 성격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연약한 몸 때문인지, 어머니와의 그릇된 관계 때문인지.. 본인의 비행을 어머니에게 너무 많은 책임 전가를 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게 정말 중요한 요인일까요? 3) 월선과 용이의 사랑은 아름답습니까, 강청댁은 추한걸까요? 법으로 맺어진 사이인데 왜 소설에선 그렇게 그려지는 걸까요 4) 귀녀는 시대를 앞서 나간 인물일까요, 그저 욕심많은 캐릭터일까요? 5) 윤씨부인이 당한 것은 강간임이 확실한데, 왜 그리움 처럼 묘사를 하는 걸까요?
저는 이 토지 책이 완천이 처음 인데 읽다보니 왜 이토록 이책을 읽어야하는지 조금은 알아가는 중입니다. 1) 저도 서희 모친이 왜 그렇게 했는지 복에겨워 그런지 이해가 안돼요.^^
기침하며 길상에게 호령하는 아버지를 서희가 몸서리치게 싫어하는 그 모습을 읽고 저도 최치수가 넘넘 싫었어요. 서희 모친이라구 그런 최치수가 좋았겠어요?^^
그러니까요.^^
이 댓글 보고 육성으로 웃음이 터졌습니다. 예쁘고 어린 부인 귀한 줄을 모르는 냉혈한이죠
1) 서희 모친에 대한 묘사가 적고 "특이하게 등장인물의 회상과 꿈속에서만 등장하는" 인물이다보니 잘 모르겠어요. 삼월이와 귀녀의 대화에는 "니가 구천이를 꾀어서 아씨하고 면대 안시킸나. 아씨 위하는척 하믄서 말이다" 는 부분이 나와요. 귀녀의 작간때문에 둘이 어쩌다가 만나게 되었고 서로 호감을 갖다가 소문이 나버려서 어쩔수 없이 구천이를 따라 나선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전 귀녀를 특히 싫어하는 삼월이가 그냥 모함한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것도 귀녀의 계획 중 일부였던 걸까요? 소문이 나버려서 어쩔 수 없이.. 였으면 좋겠네요 정말 사랑을 위해 떠난 거라면 서희가 너무 가여워서요.
3) 월선과 용이의 사랑은 아름답습니까, 강청댁은 추한걸까요? 법으로 맺어진 사이인데 왜 소설에선 그렇게 그려지는 걸까요 --월선과 용이의 사랑은 슬프게 아름다워요. 둘이 그토록 사랑 하는데 월선의 신분때문에 용이 어머니가 반대해서 부부로 살지 못하고 서로를 마음 시리게 그리워 하니까요. "니는 내 목구멍에 걸린 까시다. 우찌 그리 못 살았노. 못 살고 와 돌아왔노." 하다가 용이는 울었다. 월선이는 비실비실 도망치려 했다..."어느 시 어느 때 니 생각 안한 날이 없었다. 모두 다 내 죄다. 와 니는 원망이 없노!" 끌어안아 여자 얼굴에 얼굴을 비벼댄다. "p.165 강청댁은 자기가 합법적인 아내인데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니까 화나고 추한 행동을 할수밖에 없었겠지요. 지금 세월같으면 후딱 이혼하면 되는데 그때엔 그러지도 못하고, 참 불쌍하지요. 남편의 사랑을 못받는 여인들이 다 그런건 아닌데 강청댁은 소설에서 비호감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런 아내도 내치지 않고 사는 용이의 너그러운 성품을 보여주기 위해서일까요? ^^
원망이 없는 월선이와 원망이 넘치는 강청댁.. 그 차이가 남자의 사랑을 받고 받지 못하고를 가르는(?) 것에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1)서희모친 난 이 소설 초반부의 백미가 별당아씨를 화자가 아닌 간간히 3인칭의 인물로 여백처럼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작가가 맘만 먹었으면 아이와 부귀를 팽개치고 달아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운명의 실타래로 엮어 ‘그럴만도 하네’하는 당위성을 독자에게 심어주었을 법도 하지만 작가는 하얀 백지로, 그안에 독자가 제 스스로 상상하게 만들었습니다. 1편 2장 추적에서, 삼수와 돌이가 불이 켜진 초당을 내려다보고 있는 구천을 숨어서 살피는 대목에서 초당이 어디인지, 용처는 무엇인지 궁금하더군요. 서방님이 몸도 성하지 않은데 머하러 올라오싰을꼬, 묻는 대목이 나오지만, 소설 전개상 초당에 불을 킨 사람은 별당아씨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구천이 광에 갇히게 된 사유로 귀녀가 마님에게 무언가를 고자질하고 귀녀의 말로는 그전에 머슴들 사이에서 별당아씨와 구천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자자했던 것으로 미루어 2장 추적과 광에 갇히는 사건 사이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표현되지 않은 많은 사건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를테면 별당아씨가 상을 당해 친정을 다녀와야하는데 귀천이 서울까지 별당아씨를 모시며 정분과 운명의 실타래를 쥐었다던가,,,등의 가내 식솔들의 인구에 회자될 그런 의심의 사건들이 있었겟지요. 그러니 남편이 거들떠보지 않는 생과부가 성욕으로 허벅지를 찌르다 튼실한 종놈과 눈이 맞아 달아나는 그런 느낌은 나지 않았어요. 이 소설의 화두중 하나가 운명적인 사랑을 인간이 만든 규율과 도덕으로 거역하거나 재단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것 같습니다. 월선과 용이의 경우는 운명을 포기하고 비극적인 현실을 감내하며 평생사는 것이고, 별당아씨의 경우는 운명적인 사랑을 쫒는(월선과는 대척에 선) 여인상입니다. 현실의 인물도 아니고 소설 속의 인물이라면 난 도덕적인 가지 보다는 운명과 사랑을 쫒는 별당아씨라는 인물을 작가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리는데 동의합니다. 아주 어렵게 끼니도 챙기기 힘들지만 짧은 동안 그들이 행복했기를, 진정한 사람이 승리하기를 슬쩍 바라니까요.
sbs에서 한 드라마 토지에는 그 부분이 채워져서 나와요. 길을 떠나는 도중에 도적 떼를 만났는데 별당아씨를 구천이가 지켜주거든요. 너무 흔한 클리셰라서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하지만 남녀간의 사랑도 사랑이지만 내리 사랑도 있잖아요? 서희의 운명을 완전히 뒤바꾸어 버리는 것이 별당아씨 때문이니.. 끝까지 서희는 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하기도 하고요. 죽기 전 짧은 행복을 위해.. 자기 자식을.. 저는 아직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5가지의 발아문이 내용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데 꽤 도움이 됐습니다. 제가 이런 댓글 형식이나 북클럽에 익숙하지 않아 스포를 발산한 것 같은데 2권에서는 유의하여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2)최치수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이는 부모와 교육이 만든다는 생각을 해요. 윤씨부인의 결벽이 그를 차갑게 만들었겟지요. 자신의 겪은 일을 그렇게까지 자책할 필요가 없는데, 어미로서 자격이 없다고까지, 아들에게 사랑을 내리거나 받을 자격이 없는 죄인이라는 자책에 어린 치수는 상처를 받고 차갑게 성장합니다. 아마 istp? 교육은 장암선생에게 받습니다. 민중을 우중으로 보고 성악설, 극단적인 개인주의, 오만, 냉소, 인간멸시,,, 문의원과 대립되는 인물이지요. 그의 영향을 맏은 최치수는 민중봉기나 양반상놈 평등한 세상을 용납못합니다. 그런 이유로 최치수 나쁜 인물이라는 생각보다는 불행한 인물이지요.
갑자기 MBTI를 언급하셔서 놀랐습니다^^ S보다는 N 아닐까요? 토지 완독의 최대 걸림돌인 1부의 장암선생-이동진-최치수(+조준구+김훈장)의 대화 잖아요. (저도 재독 할때마다 스킵을..하는것 같은데요.) 그 대화를 보면 N이 아닌가 싶어요
4)귀녀 아주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어슴푸레하지만 귀녀의 씨바꾸기 모사는 나중에 살인으로 이어지던가, 하지요. 이 사건을 추리소설로 쓰다면 개인의 치정에 얽힌 미스터리 소설 장르보다는 미유베 미유키 여사가 집필하는 사회파 추리소설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귀녀는 사실 여우생식기를 통해서 최치수를 유혹해서 수태를 하려고, 자신의 속한 사회에서 신분을 상승시킬 유일한 방법을 택한 것 밖에 없지요. 나쁜 빌런은 귀녀의 주술적방법을 통한 신분 상승의 욕망을 ‘씨바꾸기 살인’으로 모사한 김평산과 조준구가 나쁜 놈이라고 생각해요. 귀녀가 악녀로 굳어지는 것은 후반부에 강포수의 순수한 사랑에도 교화되지 않던가(죄와벌에서는 라스꼴라니코프가 소냐로 교화되지만, 스포인것 같아 더 언급이나 내용을 찾아보진 않겟습니다.) 그런 본투비악녀 캐릭을 장착하던가 했었던거 같은데, 더 읽어봐야지요.
요부분도 스포로 살짝 가렸습니다^^
저도 귀녀의 죄는 자신의 신분이나 상황에 ‘순응’하지 않았을 뿐, 본투비 악녀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아주 적극적이면서도 원색적으로(여우 생식기..라는 미신울 사용하는 방법) 해결하고자 하는 한계는 보였지만, 사건 후에 보여주는 쿨~함이나 대범함..보잘것 없는 배경과 신분을 가진 당시 어린 여자로서는 상당한 박력까지 보여줍니다. 현대의 ‘팜므파탈‘ 캐릭터에 가까운 인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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