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토지를 읽읍시다.

D-29
머루덩굴의 집념과 최치수의 집념에는 얼마만한 거리가 있는 것일까. 귀녀의 집념이 머루덩굴을 닮았다면 치수의 집념은 덩굴에 휘감기면서 하늘로 뻗으며 제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려는 소나무의 의지를 닮았다 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토지 2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2권 박경리 지음
토지 2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2권명실상부 한국 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가 첫 집필 54년 만에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탄생했다. 한국 문학사에 다시없을 걸작이 원전을 충실하게 살린 편집과 고전에 대한 선입견을 완벽하게 깨부수어줄 디자인으로 새 시대의 새 독자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최치수는 성질이 아주 드럽고 좋아할 만한 틈이 하나도 없는 것같은데 16장 맨끝에 "그날밤 최치수는 밤새 지네에 쫓기는 꿈을 꾸었다" 라고 나오는 부분만큼은 귀엽게 느꼈습니다. 지네에 쫓기는 꿈에 뭔가 의미가 있을까요?
검색해보니 현실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근심, 걱정거리가 자신을 압박하고 있음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2권엔 최치수에 관한 내용이 많군요.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 한마디 내뱉은 이외, 치수의 얼굴에서 노여워하는 기색조차 볼 수 없었다. 구천이 찾는 데 정신이 팔려 그랬다고 할 수는 없었다." 에선 그 냉정함이 무서웠어요. 시인감이라며 용이를 칭찬하는 척 하며 조준구를 놀려대고, 강포수를 "코를 끼어서라도 데려와야 할 게 아니오" 신경질 부리지요. 그런데 용이 누이 서분이가 죽었을 때 보이는 최치수의 모습은 이외네요. "거적에 싼 조그마한 관이 집 밖으로 나간 뒤 용이는 울타리 옆에서 울고 있는 치수를 보았다. 그때 치수의 나이 열살이었다."
서분이를 누이처럼 여기고 정을 주었다는 얘기겠죠? 최치수와 동네 아이들은 제법 어울렸던 것 같은데, 서희는 여자아이라 그런지 잘 어울리는 묘사가 나오지 않네요.
저도 초독이긴 한데, 저는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토지로 처음 시작을 해서 2부 중간부터는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지금 14권 읽고 있어요. 여기 출판사 토지가 그 사이에잘판이 되었더라고요. ..인물들이 하도 많다보니 할얘기도 많고, 다시 한 번 일거보겠습니다~
2권을 읽었어요.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불러일으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시대의 사랑도 살아가는 것도 양반이던 천민이던 쉽지 않은 것만은 확실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억만금을 주어도 남에게 매어 있길 싫어했었던 사냥꾼이라면 말입니다. 그 신선놀음의 사냥꾼은 지금 한 계집때문에 허깨비가 된 모양입니다. 허깨비도 좋고 신선도 다 좋지 않습니까.
토지 2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2권 p.145, 박경리 지음
이 무시무시한 생명의 울음이 가득 차 있는 것만 같은 산에서 한 발만, 사람 세상으로 나갈 것 같으면 사람이 아닌 자신을 보게 되는데 그것은 어인 까닭이오니까. 기름이 잦아드는 등잔 같고 곰팡이 슨 서책 같고 벌레먹은 기둥 같고 사람들의 얼굴은 온통 물건으로만 보이니 말입니다. 사람을 미워하여, 아니올시다. 미워하는 척했을 뿐입니다. 영신도 목숨도 실상이 아니며 다만 영원불멸의 세월만이 영신을 조롱하며 목숨을 딱해하는 것이겠습니까. 억만금을 주어도 싫다던 사냥꾼은 산에서 영신을 보았을 테지요. 계집을 달라고 애원하던 사내는 목숨이 있음을 알았을 테지요. 그는 세월에 눈가림당한 한 마리의 복 많은 망아지가 아니겠습니까.
토지 2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2권 p.145, 박경리 지음
그러니 하나를 알면 그것이 전부인 줄 아는 상민들의 우직함이 부럽다 그 말 아닌가. 지켜야 할 체통이 태산 같은데,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아래 위 훑어보고, 그러다 보면 이도저도 아닌 게 양반이며 글줄이나 읽었다는 그게 또 우환이라. 쇠스랑이든 곡괭이든 들고 나설 수 있는 상민 천민이 얼마나 홀가분할꼬? 그네들은 짐승이 적을 만났을 때 그것을 습격하듯이 잽싸고 교활하고 용감하거든. 삼강오륜의 법은 몰라도 그네들은 뭐가 옳고 그른가를, 무엇을 막아야 하고 무엇을 몰아내야 하는가를 심장으로 느끼거든.
토지 2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2권 p.155, 박경리 지음
@모임 2권은 본격적인 인물들의 갈등이 시작됩니다. 아래 발제에 대한 답을 생각하면서 읽어보시면 좀 더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1. 최치수는 구천이를 도망가게 한 수동이를 왜 용서했을까요? 2. 함안댁의 '양반다움'은 엄전하고 기품있는 인격을 만들었지만, 그녀가 상놈을 대할 때 보여주는 은연중의 멸시와 차별 의식은 매우 견고합니다. 이것은 '지켜내야 할 마지막 자존심'일까요 아니면 '시대착오적인 오만함'일까요? 겉으로 드러나는 무례함과 조용한 차별 중 어떤 것에 더 아픔을 느끼시나요? 3. 강포수의 귀녀에 대한 맹목적인 마음의 근원은 '외모'라는 탐미적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귀녀의 외모가 평범했으면 이 헌신이 가능했을까요?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4. 귀녀는 '야망보다, 노비로서 짓밟힌 원한이 더 치열하였다.'라고 표현됩니다. 귀녀의 악행은 상전아씨가 되고 싶은 성공을 향한 욕망일까요, 아니면 노비로서 쌓인 원한을 동력으로 한 세상에 대한 대한 복수일까요? 5. 함안댁의 자살은 남편에 대한 속죄일까요, 아니면 무너진 양반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일까요? 발제를 하려고 다시 보다보니 함안댁에 대한 내용이 눈에 많이 밟히네요.
1. 구천을 죽이고 싶었다면 애초에 사람을 사서 청부를 했겠죠. 치수는 윤씨부인,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기위해 둘을 직접 쫓았다고 생각해요. 구천을 이복동생으로 짐작한 대목도 있어서, 상놈이 양반을?의 단순 복수는 아니었고, 그런 이유로 수동을 벌하거나 용서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것 같아요. 2. 함안댁은 중인 출신이고 양반과 결혼하여 기품을 지켜야한다는 인식이 있을 뿐, 무례함이나 차별보다는 함안댁 자체에, 그녀 모두가 전, 아파요. 3. 외모도 예뻣고, 교태도, 유혹도,, 정도 나누었고 무엇보다 강포수 스스로 자신이 최씨댁 노비를 탐낼 만 하다고 여긴 점이죠. 4. 귀녀는 말씀하신 이유, 둘 다 해당된다고 봅니다. 5. 거복이의 비행을 자신이 회초리 당하는 대목에서 보듯이, 악행에 대한 자책으로 생각되네요.
올라프손님의 혜안에 무릎을 탁 칩니다! 윤씨부인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직접 쫓았다는 것,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3번에 대한 대답은 그럼 그 시절엔 포수가 노비보다 더 낮게 여겨졌다는 말씀이실까요?
저도 동감입니다. 복수할 상태가 구천이나 아내가 아니라 윤씨부인이였다고 생각하면 치수의 모든 행동에 납득이 갑니다.
강포수와 귀녀의 신분의 밸런스보다는, 강포수가 치수의 사냥 길라잡이가 돼 준 보상으로 강포수는 초이스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죠. 보통의 선택이었다면 1금전적인 보상, 명포수로서 2신식총, 치수네 행랑에 무료하게 머물며 품게된 3본능적인 욕망, 2 와 3이 경합을 벌였으나 3을 선택했고, 치수는 그것을 들어주려했었고(=포수가 욕심낼만 했다). 강포수는 상남자!ㅋ
"겉으로 드러나는 무례함" 은 김훈장, "조용한 차별"은 함안댁의 태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는 김훈장의 양반다움이 신경에 거슬려서 함안댁 말이나 태도에 가시가 있는 줄 모르고 지나왔네요. 좀 더 주의깊게 읽어보려고 합니다.
1. 최치수는 구천이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지만 정말로 살인은 못할 심성인 것 같아요. (용이는 여러 번 최치수가 선량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구천이를 도망가게 한 수동이를 용서한 것 같아요. 2. 함안댁의 '양반다움'은 '시대착오적인 오만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용한 차별에 더 상처를 입습니다. 3. 강포수의 귀녀에 대한 맹목적인 마음의 근원은 '외모'라는 탐미적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4. 귀녀는 '야망보다, 노비로서 짓밟힌 원한이 더 치열하였다.'라고 표현됩니다. 귀녀의 악행은 노비로서 쌓인 원한을 동력으로 한 세상에 대한 대한 복수가 더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서희가 귀녀 얼굴에 침 뱉었을 때, 최치수가 자기를 "손톱의 때만큼" 무시할 때 그 복수심이 불타오른 것 같아요. 5. 함안댁의 자살은 무너진 양반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 생각합니다. 양반에 대한 선망이 병적일 만큼 남편의 폭행을 참아주었고 "양반다움"을 실천하려 했어요. 남편이 처형되면 폭행에서 해방되니 다행으로 여겨야 할텐데 , 살인자의 아내라는 오명이 더 치욕적이었던거죠. 오히려 임이네는 자식을 위해서 거지꼴이 되어도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쳤어요. 함안댁이 아들 한복이를 생각하면 그렇게 가면 안되지요.
외모라는 탐미적 욕망에서 시작한 강포수의 사랑과 희생이, 숭고하다고 보시는지 아니면 그 태생이 탐미적일 뿐이어서 저속하다고 느끼시는지? (너무 극단적인 예시 인것 같긴하지만..) 궁금하네요!
외모라는 탐미적 욕망에서 시작했지만 강포수의 사랑과 희생은, 숭고합니다. 그 사악하던 귀녀도 그 사랑에 감동되여 강포수의 손을 잡고 울면서 후회하지요. 강포수 따라갈 것을...그 장면을 읽을 때 눈물이 다 나더군요. 양반을 증오하고 세상을 냉소적으로 보던 귀녀가 죽기전에 후회한다는 진심을 내보인 것은 그 사랑의 힘을 보여주지요. "구제된 영혼"이란 제목이 넘 좋습니다.
한복이를 생각하면 그렇게 가면 안된다는 말이 가슴아파요 ㅜㅜ 거복이도 감당하기 어렵고... 양반다움도 실천해야되고(?) 여러모로 죽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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