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D-29
그러나 로버에는 비상용 간이텐트가 하나씩 있다. 간이텐트를 농지로 사용하는 데에는 많은 문제가 따르지만 어쨌든 하나당 면적이 10평방미터이다. 그 많은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나의 농지는 추가로 20평방미터가 생겨 총 126평 방미터가 된다. 126평방미터의 농지. 거기서부터 출발하겠다. 그 많은 토양을 모두 적시기엔 여전히 물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보겠다. 그다음으로 생각해볼 문제는 내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감자를 재배할 수 있는가이다. 나는 지구의 감자 농사를 토대로 나의 감자 수확량을 추산해보았다. 하지만 지구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사람들 은 나처럼 절실한 생존 싸움에 처해 있지 않다. 그렇다면 나의 수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42,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무엇보다도 나는 감자 작물 한 포기 한 포기에 일일이 관심을 쏟을 수 있다. 적당히 가지치기를 해주어 서로 방해받지 않고 건강하 게 자라게 할 수 있다. 또한 줄기가 땅을 뚫고 올라오면 그것을 좀 더 깊이 다시 심고 그 위에 더 어린 작물을 심을 수도 있다. 보통 감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감자 작물을 말 그대로 수백만 포기 갖고 있으므로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농사를 지으면 토양이 살아남지 못한다. 누구든 이런 식으로 농사를 지으면 12년 안에 농지가 황무지로 변해버린다.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나는 4년만 버티면 되는데.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42-43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그런데 물은 어디서 구할까? 깊이 10센티미터의 농지를 62평방미터에서 126평방미터로 늘리려면 흙을 6.4입방미터 더 들여와야 하고(휴우, 또 삽질을 해야 한다!) 물도 250리터 이상 더 필요하다. 현재 내가 가진 50리터는 물 환원기가 고장 났을 때 마실 물이다. 그러니까 총목표량 250리터 가운데 250리터가 부족한 셈이다. 퉤퉤. 잠이나 자야겠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43-44,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오늘의 주요 성과는 간이텐트를 설치한 것이다. 로버 간이텐트의 문제는 빈번하게 사용하는 용도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래는 비상시에 빠르게 펼쳐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안에 들어가 기다리는 용도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간이텐트의 에어로크는 밸브들과 두 개의 문으로만 이뤄져 있다. 내가 있던 곳과 기압을 맞춘 다음 그 안에 들어가 다시 나갈 곳과 기압을 맞추고 나와야 한다. 그 말은 곧 에어로크를 한 번 사용할 때마다 많은 양의 공기를 잃게 된다는 뜻이다. 나는 적어도 하루에 한 번 그 안에 들어가야 한다. 간이텐트는 전체 용적이 꽤 적은 편이라 공기 손실이 일어나 선 안 된다. 나는 간이텐트 에어로크를 막사 에어로크에 부착하는 방법에 대해 '몇 시간' 동안 고심해보았다. 거주용 막사에는 에어로크가 세 개 있다. 나는 그중 두 개를 기꺼이 간이텐트에게 양보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간이텐트 에어로크가 부착될 수 있는 에어로크는 따로 있다! 간이텐트 안에는 부상자들이 있을 수도 있고 우주복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을 화성 대기에 노출시키지 않고 내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간이텐트에 있는 동료를 구출하려면 로버를 타고 가야 한다. 거주용 막사의 에어로크는 로버 에어로크와는 완전히 다르고 크기도 훨씬 더 크다. 생각해보면 정말 간이텐트를 거주용 막사에 부착할 이유가 전혀 없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47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3장에서는 와트니가 감자밭으로 만들 공간을 만들고 흙을 마련하는 과정이 집중적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거주용 막사와 간이텐트의 에어록 규격이 서로 달라서 생기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이해가 되지는 않아서 찾아보고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1. 막사-간이텐트 연결문제 간이텐트는 비상용 장비라 로버(탐사차량)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로버에 딱 붙여서 대피하는 용도죠. 반면, 와트니가 사는 막사(Hab)의 에어록은 훨씬 거대하고 규격이 아예 달라서 간이텐트와 직접 결합할 수가 없습니다. 2. 출입할 때 발생하는 공기 손실 문제 텐트를 막사에 붙이지 못하면, 와트니는 감자를 보러 갈 때마다 텐트의 자체 에어록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이 작은 텐트는 에어록을 한 번 작동할 때마다 내부 공기를 밖으로 훅 내버리는 구조라, 매일 들락거리다간 금방 공기가 바닥나 감자가 죽게 됩니다. 3. 와트니의 해결 전략 와트니는 막사-로버-간이텐트 셋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 막사와 로버는 공기 보충용 밸브와 관의 규격이 같습니다. 즉, 에어록 문의 규격은 다르지만, 공기 채우는 구멍은 같습니다. - 로버와 간이텐트는 에어록(문) 규격이 같습니다. 결국 와트니는 ‘막사 - 로버 - 간이텐트’ 순서로 라인을 잡습니다. 막사에서 관을 끌어와 로버에 공기를 계속 공급해주고, 그 로버에 간이텐트를 연결해 두면, 텐트에서 손실되는 공기를 막사의 대형 탱크로부터 계속 보충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저도 이 대목에서 이해가 얼른 안 되어 여러번 읽어봤다가 제미나이한테도 물어봤다가 그랬었는데, 설명해주셔서 감사해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하나하나 아주 소상히 설명을 하고 있는데도, 아주 집중해서 읽어야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네요. 찾아보기도 해야하고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하드한 SF인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런 계산 하나하나를 과학/우주 덕후들과 댓글을 주고 받으면서 다듬어 나갔겠지요?!
ㅎㅎ 저는 워낙 과알못에 SF알못이라 고충이 다소 있답니다. 그래도 작품이 재미있으니 독서가 신이 납니다. 작가의 유머 감각도 맘에 들어요.
그리고 이렇게 함께 읽고 있으니 잘 몰라도 든든합니다. 작가가 독자들과 댓글로 소통하며 책을 쓴 것처럼 저도 읽다가 어려우면 이 방에 도움 청할게요!
감사합니다! ^^ 함께 읽으니 찾아보고 정리하고, 모르는 건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하게 되네요. 평소엔 대충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는데 말이죠.
저도 하드코어 SF는 늘 좀 장벽을 느낍니다. 그래도 이건 봐야지 싶은 책은 이해가 안 돼도 꾸역꾸역 읽어 나가는데요. 감사하게도 꾹 참고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새 장벽은 등 뒤에(?!) 있더라고요. 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 1주차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들 *** 화성에 낙오된 마크 와트니는 구조될 때까지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계산합니다. 그리고 식량이 부족해질 것을 예상하고 감자밭을 만들기로 하죠. 와트니는 지구에서 조달해온 막사와 로버, 온갖 보급품과 자신의 식물학, 기계공학 지식을 이용해, 애초에 (장기간) 거주 불가능한 화성에서 생존을 이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매 단계마다 와트니는 엄청난 계산을 해내고 있습니다. 필요한 식량, 단백질, 비타민, 흙, 물, … 계산식까지 포함한 확장판 『마션』이 나와도 재밌을 것 같네요. 소설이 너무 재밌어서 술술 넘어가는데요. 읽어가면서 곱씹어볼 수 있는 질문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와트니는 생존을 위해 모든 자원을 철저히 계산하고 순환시킵니다. 그의 절박한 생존기를 보며 역설적으로 지구의 풍요가 우리를 방만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 만약 우리도 와트니처럼 지구의 자원을 한정된 것으로 인식하고 정밀하게 계산하며 산다면, 인류의 미래는 더 지속가능해질까요? 아니면 오히려 자원을 남김없이 소진하는 결과를 낳게 될까요? * 와트니는 4년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버티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반면 우리는 무한한 시간의 자원이 있다고 착각하는 걸까요? 이동할 수 있는 다른 곳, 취할 수 있는 다른 자원의 존재가 우리의 절박함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기후 위기로 지구가 화성처럼 변한다면, 와트니가 보여준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거대한 생태계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 지구의 자원이 유한함을 인식하고 정밀하게 계산하며 산다면? 아마 인간은 무한한 전쟁과 침략, 약탈, 살인으로 자원을 뺏고 빼앗기며 살지 않을까 싶네요. * 청년 시절엔 노년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있을 땐 죽음을 생각하지 않듯이, 미래에 관한 생각 같은 건 거부하는 듯해요. “나만 아니면 돼!” 정신일까요. 다른 장소나 다른 자원의 존재 여부보다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동력 삼아 굴러가는 경제 체제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 기술로 전부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한 것 같습니다. 지금도 기후위기 문제와 관련해서 온갖 지구공학적 구상들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실현되더라도 이미 너무 늦거나, 부작용이 엄청날 거라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거예요. 다만 정답을 택하면 포기해야 할 게 너무 많으므로, 그 길을 가기 싫어한다는 것이 문제겠죠.
제가 쓴 듯 저랑 생각이 너무 비슷하십니다. ^^; 계산 자체가 전제하고 있는 것이 바로, 가용한 모든 것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서 그걸 모두 & 잘 &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가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계산을 해야하고, 계산은 '싹 다 쓰겠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는 것이죠.
아! 계산이라는 게 정말 그런 가정 하에 행해지는 것이겠군요. (써주신 댓글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깨달음을 주시는 말씀이에요.) 요즘들어 이따금 생각해보는 건데요, 우리가 추구하는 합리와 효율이라는 게, 진정 합리적이고 진정 효율적인 것이 맞는지 영 의심스럽더라고요. 탈탈탈 털어 쓰는 것, 세상 모든 생명과 자원이 우리 것이고 우리를 위해 존재하며 세상은 우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것… 그러다 요묘양 요꼴이 나고 있는데 말이죠.
아마 조만간 나의 국장이 치러질 것이고 위키피디아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면 이렇게 나올 것이다. ‘마크 와트니는 화성에서 사망한 유일한 인간이다.’ 그리고 십중팔구 그것이 현실이 될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죽을 게 확실하니까. 다만,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6화성일째에 죽지 않았을 뿐이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우리가 얼마나 재미있게 여행을 했는가 하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띄울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들려줄 기분이 아니다. 124일 동안 서로 목 졸라 죽이는 일 없이 무사히 화성에 도착했다고만 해두겠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나는 시카고 대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했다. 그 학교 식물학과 학생들의 절반은 자신이 모종의 자연계 시스템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믿는 히피들이었다. 그저 집회만으로도 70억 명의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부류 말이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마리화나를 더 잘 키울 수 있을까 궁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다. 나는 그런 부류를 싫어했다. 내가 식물학과에 들어간 것은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서였지, 새로운 세계 질서 따위를 구축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이 퇴비를 만들고 생체에서 나오는 물질을 전부 재활용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비웃었다. “멍청한 히피들! 자기 집 뒷마당에서 복잡한 지구 생태계를 시뮬레이션하는 꼴이라니, 불쌍해서 못 봐주겠군.” 그렇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거다. 나는 생체에서 나오는 물질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전부 모으고 있다. 식사를 끝내면 남은 찌꺼기를 모조리 퇴비 통에 넣는다. 그리고 여타의 생물학적 물질들은…….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예전에 대수학 시간에 풀었던 응용 문제를 기억하는가? 어떤 용기에 일정한 속도로 물이 차는 동시에 다른 속도로 물이 계속 빠진다면 그 용기가 완전히 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인가? 이런 문제 말이다. 내가 지금 연구 중인 ‘마크 와트니는 죽지 않는다’ 프로젝트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그러니까 총목표량 250리터 가운데 250리터가 부족한 셈이다. 퉤퉤. 잠이나 자야겠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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