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D-29
“왜 그랬나, 미치?” 테디가 다짜고짜 물었다. “뭘 말입니까?” “뭘 말하는지 잘 알 텐데.” 미치는 순진한 얼굴로 대꾸했다. “아, 헤르메스 호의 반란 말이군요? 영화 제목으로 딱일 것 같지 않습니까? ‘헤르메스 호의 반란’. 괜찮은데요.” “자네 짓인 거 다 알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걸 보낸 사람이 자네라는 건 안다고.” 테디가 딱딱하게 말했다. … “우리가 이 위험한 기동을 시도하기로 결정한 것을 애니가 언론에 공개해야겠지요? 그게 반란이란 사실은 숨길 테고요.” “당연하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얼마나 무력해 보이겠다.” 테디가 말했다. 미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모두들 처벌은 면하겠군요! 누군가를 나사 정책 위반으로 해고할 수도 없을 테고. 루이스도 무사하겠네요. 반란 따윈 없었으니까. 그리고 와트니는 아마 구조되겠지요. 모든 면에서 해피엔딩입니다!” “승무원 전원이 사망할 수도 있어, 그런 생각은 안 해봤나?” 테디가 반박했다. “그들에게 리치 퍼넬 기동을 보내준 사람은 그저 정보를 전달한 것뿐입니다. 하겠다고 결정한 사람은 루이스예요. 감정에 이끌려 그런 판단을 내린 거라면 개똥 같은 지휘관이겠죠. 루이스는 개똥 같은 지휘관이 아닙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352-353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저는 미치의 말에 계속 공감이 가네요. 루이스 등 승무원들의 판단을 온전히 평가하고 존중하는 게 맞는 것 같거든요. 앞쪽인 p.345에, 아레스3소 천체화학자 포겔이 '끝내주는 경로'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미치의 대사를 위해서 미리 깔아놓은 것 같지요?! 그들도 될 일인지 아닌지 분간할 능력이 있다, 내가 던져줬다고 그대로 하는 건 아니다!라는 거죠.
맙소사! 그들이 나를 데리러 온단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 버스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그들은 궤도에 진입할 수 없다. 그들이 지나갈 때 내가 우주로 나가 있지 않으면 그들은 그저 손을 흔들며 가버릴 수밖에 없다. 나는 아레스 4의 MAV로 가야 한다. 나사도 동의했다. 나사의 잔소리꾼들이 3,200킬로미터 육로 이동을 추천한다면 진짜 난감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스키아파렐리여, 내가 간다! 아니…… 당장 가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아직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355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15장) “[08:47] 제트추진연구소 : […] 솔직히 이건 오퍼튜니티 착륙선(2003년 7월 8일에 발사된 화성 탐사 로버로 예상 탐사 기간은 90화성일이었으나 현재 3,254화성일 째 탐사 중이다. - 옮긴이) 이래로 최고의 ‘보너스 화성 탐사 시간’이잖아. [09:02] 와트니 : 오퍼튜니티는 지구로 돌아가지 못했잖아요. [09:17] 제트추진연구소 : 미안. 비유가 부적절했군.” 제가 읽는 책은 2015년 판이라, 옮긴이주에 오퍼튜니티가 여전히 탐사 중이라고 나오네요. 말 나온 김에 오퍼튜니티에 대해 조금 찾아봤는데, 그 탐사선이 영면에 든 건 와트니도 당했던 먼지 폭풍이 원인이었군요. 14년 293일이나 활동을 했다니 놀랍습니다. 아래 기사에 스피릿호와 오퍼튜니티호의 탐사 성과와 왠지 숙연해지는 마지막이 잘 나와 있어서 올려봅니다. 굿바이, 오퍼튜니티(Opportunity)! https://www.e-science.co.kr/news/articlePrint.html?idxno=87136 오퍼튜니티가 전송한 마지막 메시지는 이런 내용이었다고 해요. “My battery is low and it is getting dark…”
아... 건조한 마지막 메시지에 마음이 더 짠하네요. ㅠㅠ
그렇죠..? 이렇게 보니 꼭 생명이 깃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모래폭풍이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또 배웁니다.
교대 시간이 끝난 기사들도 전망대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지난 두 달 동안 거의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대신 구내식당에 임시 숙소가 마련되었다. 평소 같으면 그중 3분의 1이 자고 있을 시간이었지만 모두들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근무조의 조장이 마지막 볼트를 조였다. 그가 렌치를 빼자 엔지니어들은 우렁차게 박수를 쳤다.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63일간의 고된 노력 끝에 드디어 이리스가 완성되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벤커트는 뒷벽에 몸을 기댔다. 그는 행정관이었다. 그의 역할은 끝났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지켜보며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반대편 벽의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 임무를 성사시키기 위해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도 같은 일들, 노골적인 거짓말들, 무수한 근무시간 조정, 그리고 숫자들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성공하기만 하면 모두 다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브루스 응은 이리스에 저마다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수백 명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제트추진연구소 구내식당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프로젝션 화면으로 생중계를 지켜보았다. 그중 몇몇은 편히 앉아 있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어떤 사람들은 두 손을 꼭 잡고 있었다. 패서디나의 시각은 새벽 6시 13분이었지만 전 직원이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수백 명의 엔지니어'라는 말이 정말 과장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에야 영화 「마션」 다시보기를 마쳤는데요.(영화 볼 시간 내기가 책 읽을 시간 보다 만들기 어렵네요. ㅠㅠ) 와트니 구조 작전에 투입된 인력이, 소설로 읽을 때보다 영화로 보니 더 많아 보였어요. 개고생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고요. >.< 스키아파렐리로 출동하기 전, 마르고, 피부도 엉망이고, 수염도 <캐스트 어웨이>처럼 기른 와트니 모습을 보니 또 짠하더군요. 엔딩을 다시 봤으니, 이제 좀 더 맘 편히 책 후반부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 아는 엔딩인데 영화 보면서 마음 졸였네요. -,-;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생 고생 했는데… 너무 안타까웠어요.
VIP 관망실에서는 테디가 실의에 빠진 관제 센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숨을 깊이 마셨다가 내뱉었다. 그러곤 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기분 좋은 연설문이 담긴 파란색 서류철을 쓸쓸히 바라보았다. 그는 그것을 서류가방 속에 넣고 빨간색 서류철을 꺼냈다. 그 안에는 ‘다른’ 연설문이 들어 있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패스 파인더가 더 이상 로버와 교신하지 않고 있었다. 4시간 24분 전에 핑 응답이 멈췄다. 대충 계산해보니 오늘 낮 13시 30분쯤이었다. 드릴이 먹통이 된 시각과 일치했다. ... 아…… 젠장…… … 패스파인더는 죽었다. 이제 나는 지구와 연락할 수 없다. 나는 혼자가 되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370-373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𝜙 일지 기록 : 197화성일째 휴우…… 이번만큼은 계획대로 이뤄지길 바랐는데. 화성은 호시탐탐 나를 죽이려고 든다. 인정한다…… 패스파인더를 전기 처형한 것은 화성이 아니다. 그러니까 정정하겠다. 화성과 나의 어리석음이 호시탐탐 나를 죽이려고 든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374,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로버를 개조해서 스키아파렐리까지 가는 데 필요한 일들을 지구의 나사와 교신하면서 해나가고 있었는데, 드릴의 전기가 널려 있는 물건들을 타고 패스파인더까지 전달되면서 패스파인더가 죽고 말았습니다. 다시 와트니 혼자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상황을 또 만들어버리네요. 작가가... 너무 하네요... -,-;;;
17장에서 와트니가 하는 일은, 장거리 이동을 위해 트레일러를 개조하는 작업입니다. 그는 동력이 없는 트레일러를 로버에 연결해 스키아파렐리까지 3,200킬로미터를 끌고 가려 하는데, 그 안에 중요한 장비들(대기 조절기, 산소 발생기, 물 환원기)을 설치하려면 내부 공간을 넓혀야 합니다. 그래서 트레일러의 외벽 일부를 잘라내기로 합니다. 하지만 한 번에 벽을 깔끔하게 잘라낼 수 있는 큰 절단 장비는 없습니다. 대신 그는 자를 부분을 정한 뒤, 그 선을 따라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습니다.(영화에서 이 장면을 잘 보여주는데, 패스파인더가 고장나 통신이 끊기는 부분이 너무 복잡해서인지 영화에서는 패스하더군요.) 달력이나 메모지에서 종이를 점선 따라 뜯기 쉬우라고 촘촘히 구멍을 내는 것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이렇게 여러 개의 구멍을 이어 나중에 벽을 분리하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무심히 드릴을 작업대에 놓았다가, 중간에 놓인 이러저러한 물질들을 타고 패스파인더까지 전기가 통하는 바람에 패스파인더에 정격 전류보다 한참 높은 전류가 흘러서 먹통이 돼버린 겁니다. 와트니는 정말 암담해하지만, 어쨌거나 헤르메스호가 안 오는 것도 아니니 원래 대로 계속 진행을 합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지만요. 소설이기는 하지만, 정말 한 사람이 이 모든 문제를 혹은 그 절반이라도 혼자서 다 해결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흐윽! 작은 구멍을 여러개 뚫는 와트니의 모습은 왜 쇼생크탈출 앤디의 벽 긁어내기와 다를바없게 느껴지는지,, 인간은 완전한 혼자가 될 수 없지만 혼자라고 느끼는 시간 동안 지리하고 무모해 보이는 일을 차곡차곡 성실하게 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에 말씀하신 캐스트어웨이도 참 좋아하고요. 그래비티, 올 이즈 로스트, 노웨어, 김씨표류기,,이야기들을 제가 좋아해요. 결과를 알고 또 봐도 그 과정들의 소중함은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 @르구인 님의 친절한 상황설명 항상 고맙습니다.
그렇죠... 구멍 하나 뚫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계산하는 거 보면서 한숨이... -,-; 말씀하신대로, 영화에서도 나오던데요. 마지막에 예비 우주비행사들에게 강의할 때 비슷한 얘기를 하더군요. 책에도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문제 하나 해결하고, 그 다음 문제 또 해결하고... 그렇게 하면 된다고요. >.< 캐스트 어웨이, 그레비티, 김씨표류기 다 봤고 다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올 이즈 로스트, 노웨어는 아직 못봤네요. 올 이즈 로스트는 로버트 레드포드 나오네요!! 그리고 노웨어는 설정이 대단하네요. 아기를 가진 채로 컨테이너에 갇혀서 바다를 표류하다니요... 설명은, 저도 잘 모르는 부분 중에서 정리를 좀 해야겠다 싶은 것만 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그런 건 그냥 패스하고요. ㅎㅎ; 읽어주시고, 감상 나눠주시고, 같이 책 읽어나갈 수 있어서 너무 좋고 감사합니다!!
가장 극적인 고통 ㅡ 줬다 뺏기 ㅡ 을 시전하는 작가님... 뒤에서도 계속 나오지만, 원래 아예 연락 안되었을 때보다 패스파인더로 쌍방향 통신을 하다가 끊겼을 때 더 상실감이 컸을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할일을 해나가는 와트니. 그의 정신력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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