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D-29
"... 화학이란 게 조금은 엉성한 부분이 있어서..."는 복선으로 써둔 걸까요? ^^; 뒤에 일어날 예정인 이런저런 사고 경위를 정확히 몰라서 복선인지 아닌지 모르겠네요.
ϕ 일지 기록 : 33화성일째 어쩌면 이것이 나의 마지막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6화성일째부터 줄곧 내가 이곳에서 죽을 확률 아주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먹을 게 다 떨어져서 죽을 줄 알았다. 이렇게 일찍 죽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곧 하이드라진에 불을 붙일 것이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58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ϕ 일지 기록 : 33화성일째(2) 죽진 않았다. 나는 가장 먼저 선외 우주복의 내피를 입었다. 우주복을 다 입자니 너무 거추장스러워서 장갑과 신발을 포함해 그 속에 입는 내피만 입었다. 그런 다음 의무실에서 가져온 산소마스크를 쓰고 포겔의 화학실험 장비 가운데 실험용 고글을 찾아 썼다. 거의 온몸을 다 감싸고 캔에 담긴 공기로 숨을 쉬었다. 왜 그랬을까? 하이드라진이 '매우' 유독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하이드라진을 너무 많이 마시면 폐에 큰 문제가 생긴다. 피부에 닿으면 죽을 때까지 화학적 화상이 남는다. 나는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다음 밸브를 열어 소량의 하이드라진이 흘러나오게 했다. 그러고는 이리듐 그릇에 떨어뜨렸다. 그것은 별 감흥 없이 지글거리다 사라졌다. 하지만 그게 바로 내가 원하던 바였다. 나는 방금 수소와 질소를 분리해냈다. 만세!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60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내가 정말 넉넉하게 갖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봉지이다. 주방에서 쓰는 쓰레기봉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나사에서 사용하는 것이니 틀림없이 5만 달러는 줬을 것이다. … 내겐 덕트 테이프도 있다. 철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평범한 배관용 테이프 말이다. 덕트 테이프는 나사조차도 크게 개선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나는 정원용 쓰레기봉투만 한 봉지들을 잘라 테이프로 붙여서 일종의 텐트를 만들었다. 사실 텐트라기보다는 그냥 초대형 봉지에 가까웠다. 위험천만한 하이드라진 과학 장비를 놓은 탁자 전체를 덮을 수 있는 크기였다. 나는 탁자 위에 몇 가지 잡동사니를 올려놓아 이 비닐이 이리듐 그릇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게 만들었다. 고맙게도 투명한 봉지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다음으론 우주복 하나를 희생시켰다. 공기 호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주복은 충분히 있다. 각 대원에게 한 벌씩 지급 되었으니 총 여섯 벌이다. 그중 하나를 잡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비닐 위쪽에 구멍을 내어 덕트 테이프로 호스를 연결했다. 잘 통해진 것 같았다. 그런 다음 조한슨의 옷에서 실을 좀 더 뜯어내어 호스의 반대편 끝을 묶고 두 가닥으로 벌려 (호스 구멍을 막지 않도록) 막사의 둥근 천장 꼭대기에 매달았다. 이제 작은 굴똑이 생겼다. …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60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작은 비닐봉지 여러 개와 덕트테이프로 커다란 비닐봉지 공간을 만들어서 수소-이리듐 반응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봉지 안 공간에 모으는군요. 그리고 우주복 하나를 해체해 관을 떼내서 그걸로 연결관을 만들어 수소를 유인하고, 그렇게 나오는 수소를 태워 물을 만들게 되는군요. 멀고도 험난한 물만들기 과정이네요.
ϕ 일지 기록 : 37화성일째 망했다. 난 이제 죽었다! 일단 진정하자. 뭔가 방법이 있을 것이다. 미래의 화성 고고학자에게, 나는 지금 로버2에서 이 일지를 쓰고 있다. 내가 왜 막사에 있지 않은지 궁금할 것이다. 바로 겁에 질려 도망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그러니까 가능한 설명은 한 가지뿐이다. 그동안 내가 내보낸 수소를 전부 태우지 않았다는 것. 돌아보며 어떻게 몰랐을까 싶다. 하지만 수소를 전부 연소시키지 않았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내 머리를 두드리지 않았다. 수소가 불꽃을 지나 팔랑팔랑 날아가 버린 것이다. 젠장, 난 식물학자이지 화학자가 아니란 말이다! … 더러운 화학 같으니라고! 그러니까 지금 공기 중에 연소되지 않은 수소가 있다는 말이다. 수소가 나를 에워싸고 있다. 산소와 뒤섞인 채로. 그렇게 …… 놀고 있다. 불똥 하나만 튀면 ‘펑!’ 하고 막사를 날려버리려고 기다리고 있단 말이다! … 로버에는 대기 분석기가 있다. 질소 : 22퍼센트. 산소 : 9퍼센트. 수소 : 64퍼센트. 그때부터 나는 줄곧 이 로버에 피신해 있었다. 지금 막사 안은 수소 천국이다. … 지금 거주용 막사는 폭탄이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65-68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앞에서 하이드라진 설명할 때, 화학이란 게 좀 엉성한 데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그 '엉성한 화학'이 심각한 상황을 만들었네요.
ϕ 일지 기록 : 38화성일째 … 나는 수소를 다루는 법을 알고 있다. 대기 조절기를 생각해보았다. 대기 조절기는 대기에 무엇이 있는지를 시시각각 파악하여 균형을 맞추는 장치이다. 그 장치 덕분에 그동안 내가 과도하게 들여온 O2가 결국 탱크 안에 저장된 것이다. 문제는 대기 중의 수소를 제거하는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대기 조절기는 동결 분리 방식으로 기체를 분류한다. 대기 중에 산소가 너무 많다는 것을 감지하면 공기를 탱크로 빨아들여 90K로 냉각한다. … 그런 다음 액화된 O2를 저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소에는 이러한 과정을 적용할 수 없다. 수소는 21K가 되어야 액체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기 조절기는 온도를 그 정도까지 낮출 수도 없다. 이상.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69-70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책 자체가 과학 미션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밌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와트니가 농사를 짓기 위해 하는 일들 하나하나를 보니, 지구의 생물/지질/물리/화학적으로 얼마나 놀라운 시스템인지 느껴지네요.
생각해보니, 오늘부터 명절 연휴네요. ^^; 연휴 기간에 책 볼 시간이 더 많아지는 분도 계시고 아닌 분도 계실텐데요. 각자의 속도에 맞춰서 책을 읽어나가시면 되겠습니다. 간혹 인상적인 문구나 재미난 생각들, 자료나 링크들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즐겁고 평안한 명절 연휴 보내세요~ *^^*
한쪽 팔을 잘라 먹으면 귀중한 칼로리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의 전체 칼로리 필요량도 줄어들 것이다. 아니,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마션 - 스페셜 에디션 P 43,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중간중간 이렇게 자조적인 농담을 던져줘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과학미션들을 따라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나는 여덟 개의 공기 주입구를 테이프로 막고 하나만 열어놓았다. 그런 다음 정원 쓰레기봉투 크기의 커다란 봉지 주둥이를 뚫려 있는 우주복의 목 부분에 둘러씌워 테이프로 붙였다. 봉지 뒤쪽에 작은 구멍을 뚫고 하나 남은 주입구를 그 안에 넣어 테이프로 고정했다. 그런 다음 우주복 탱크에 들어 있는 순수한 O2로 봉지를 팽창시켰다. 대기 조절기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앗, 큰일 났다! 당장 O2를 빨아들여야겠어!” 효과가 있었다! … 마냥 행복했다! 이렇게 훌륭한 작전을 생각해내다니! 수소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물까지 만들고 있잖아! 모든 게 순조로웠다. 폭발이 있기 전까지는.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75-77,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폭발은 산소탱크를 등에 지고 와트니가 호흡을 하면서 나온 산소 때문이었음이 밝혀집니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에 포함되어 있던 산소는 100% 다 흡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숨을 내쉴 때 일부 산소가 다시 나간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인공호흡으로 사람도 살릴 수 있는 거라는 설명도 친절하게 덧붙여 놓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 와트니의 화성 농사 프로젝트 요약 *** 5장까지는 와트니가 사고를 당한 경위, 구조 전까지 생존하기 위한 농사 프로젝트 진행 상황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구조될 때까지 4년 정도 잡고, 그때까지 생존에 필요한 칼로리를 계산, 결과는? 부족하구나! —> 농사를 지어야지!! —> 감자 농사!!!,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해나갑니다. 먼저 화성의 흙으로 밭을 만들 흙을 조달하고, 작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물과 산소, 박테리아를 하나씩 해결합니다. 산소는 산소 탱크도 있고 화성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산소를 만들 수 있는 산소발생기도 있는데, 물이 문제입니다. 현재 와트니가 물을 만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화성하강선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하이드라진(N2H4)에서 수소를 추출한 후 산소와 태워 그 생성물인 물을 모아 농업용수(!)로 쓰는 것입니다. 몇 번의 사고 끝에, 물 만들기 과정이 안정화되어가는 것이 5장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 와트니의 고생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상황 진단 : 1,412일(아레스 4 도착 시점)까지 버틸 식량 확보 기존 식량은 400일분뿐. (2) 농사 필요! : 감자 (추수감사절용 생감자 12개 조각내어 심음)를 키우기로 결정. 감자의 칼로리 효율이 가장 높고 마침 생감자도 있음. (3) 물 조달 : 화성하강선의 연료 탱크에서 하이드라진(N2H4) 분해 → 수소(H2) 연소 → 물(H2O) 생성. 가장 위험한 공정. (4) 막사 내에 수소가 조금씩 유출되고 와트니의 호흡에서 나오는 산소와 결합하변서 폭발 사고 발생. (5) 수소 제거 작업을 하고, 점차 농사 안정화. 화성 최초의 농부가 됨.
문명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생명이 무엇이냐 만큼은 아니지만 답하기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페르낭 브로델의 『문명의 문법』에서 읽은 것 같아서 찾아보니 메모를 해두었네요. "결국 문명을 구성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들의 행동과 성취와 열정, 다양한 명분에 대한 그들의 헌신, 그리고 그들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문명을 구성한다. 그러나 역사가는 이런 행동, 성취, 위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돋보이거나 ‘전환점’, 곧 새로운 국면을 표상하는 사건과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p.53) 저는 소설이 '가상의 역사'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소설 <마션>에서 구현되는 '마크 와트니'라는 한 사람을 통해 우리 현대의 문명이 어떤 모습인지 그 일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등장인물 정리 5장까지는 와트니만 주로 나와서 사람 헷갈릴 필요가 없었는데요, 6장 들어가면서 등장인물들이 쏟아지네요. 책 앞쪽에 주요 인물들 정리가 있으니 참고하실 수 있고요, 그 외 다른 사람들은 wikipedia를 참조해서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 마크 와트니 - 주인공. 아레스 3호의 우주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 . - 멜리사 루이스 - 아레스 3호 탐사대 대장, 미국 해군 잠수함전 장교, 해양학자 및 지질학자 . - 릭 마르티네즈 - 아레스 3호 조종사. - 베스 요한슨 – 아레스 3호 컴퓨터 전문가. - 알렉스 포겔 - 아레스 3호의 천체화학자 . - 크리스 벡 박사 - 아레스 3호 항공의무관 및 우주유영 전문가. - 벤카트 카푸어 박사 - 나사 화성탐사계획 총책임자. - 미치 핸더슨 - 우주비행사단 단장. - 브루스 Ng – 제트추진연구소 이사 . - 테디 샌더스 - NASA 국장 (NASA의 수장). - 애니 몬트로즈 - NASA 공보 책임자. - 민디 파크 - NASA의 위성관리팀 팀원. 인공위성 영상 관리. 와트니 생존 사실을 최초로 발견. - 리치 퍼넬 - NASA의 천체역학 전문가.
민디 파크는 … 이쪽 부서로 옮겨올 때 화성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들의 상태를 살피는 업무는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위성들은 대개 스스로 알아서 제 할 일을 했다. 그녀의 업무는 영상이 나오면 그것을 이메일로 보내주는 것이 전부였다. …. 그녀는 해당 데이터를 요청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했다. 벤카트 카푸어. 그녀는 그 데이터를 내부 서버에 바로 올리고 카푸어 박사에게 이메일을 썼다. 해당 영상의 위도와 경도를 입력하다 보니 낯이 익은 좌표였다. “31.2˚N, 28.5˚W …… ‘아시달리아 평원’ …… ‘아레스 3 탐사 구역’이잖아?”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91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6장에 와서야 와트니가 화성의 어디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네요. 아레스 3 탐사 구역인 아시달리아 평원(Acidalia Planitia)는 화성 북반구의 광활한 저지대에 위치하며, 아라비아 테라 북쪽에 펼쳐진 평원 지대입니다. 위의 좌표(31.2°N, 28.5°W)는 화성 북반구 저지대, 적도보다 약간 북쪽에 해당합니다. (이미지와 지도 참조.) 2015년 3월에 나사에서, 아레스 3호 착륙지점 이미지를 내보내면서 여러 군데서 기사화됐었나 봅니다. 용암과 암석이 상당히 많아서 울퉁불퉁한 곳이라고 합니다. 매끈하지는 않은.(화성 표면 이미지 참조) NASA. 2015. 3. 11. “Ares 3 and The Martian” https://www.jpl.nasa.gov/images/pia19306-ares-3-and-the-martian/ 나사에 의하면 아시달리아 평원이 비교적 평평하긴 하지만 높이 수 미터의 용암이나 바위가 많은 지형이라, 영화에서처럼 로버를 타고 달리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6장부터는 지구에서는 와트니가 살아있음을 알리고, 어떻게 구하고 어떻게 교신할 것인지 방법을 찾느라 분주해집니다. 와트니의 고군분투도 재밌었지만, 지구에서 벌어지는 북새통(!)도 재미있네요. 온갖 조직이며 사람이며 직위 이름이 튀어나와서 또 정신이 없기는 합니다만,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하면서 필요한 것만 체크하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화성 이미지 출처 : Geoff Gaherty. 2016. 5. 25. Space.com https://www.space.com/32975-mars-closest-to-earth-11-years-may30.html 화성 지도 출처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Acidalia_Planitia https://en.wikipedia.org/wiki/The_Martian_(film)
오. 멋지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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