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D-29
됐다! 맙소사, 정말 성공했다! … 고이득 안테나가 ‘정확히’ 지구를 가리키고 있다! 패스파인더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며, 따라서 지구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것을 알아냈다면 신호가 잡혔다는 뜻이다. 나사는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알았다! … 갑자기 떠오른 건데, 이제 죽지 않을지도 모르니 창피한 일들을 기록하는 건 좀 자제해야겠다. 이미 기록한 건 어떻게 삭제하지?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건 나중에 생각해야겠다.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사람들과 얘기해야 한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189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원래 무탈한 발사 뒤엔 축하가 이어진다. 그러나 이번엔 침묵만 뒤따랐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조한슨의 나지막한 흐느낌이었다. *** ‘4개월 후 ……’ 베크는 자신이 무중력 식물 생육 실험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떠올려봐야 마음만 아플 뿐이었다. 그는 양치류 잎들의 크기와 모양을 살피고 사진을 찍고 메모를 했다. 그날의 과학실험 일과를 끝낸 후 시계를 보았다. 딱 좋은 시간이었다. 곧 데이터 전송이 완료될 것이다. … 지구에서 한꺼번에 보내주는 데이터 속에는 집에서 보낸 이메일과 동영상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루의 하이라이트인 셈이었다. … “… 대원 전체에게 보내는 음성 메시지도 있는데요.” 그녀는 어깨 너머로 루이스를 보았다. 루이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재생해봐.” 조한슨이 메시지를 열고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헤르메스, 미치 핸더슨이다.” … “새로운 소식이 있다. 돌려 말하지 않겠다. 마크 와트니가 살아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237-239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와트니의 생존 소식이 전해지면서 헤르메스 호 대원들의 심적 상황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대원들에게 와트니의 ‘죽음’은 비극적인 사고였고, 평생 안고 가야 할 슬픈 기억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설사 자신들이 직접 구조를 수행하지 않더라도 구조 작전은 현실적인 ‘미션’이 되어버립니다. 와트니의 생존은 물론 다행이고 기쁜 소식이지만, 동시에 그 문제는 이제 대원들 자신의 문제가 됩니다. 소식을 들은 뒤 루이스의 첫 마디는 “내가 버려두고 왔어.”입니다. 와트니는 반복해서 루이스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청문회가 열린다면 적극적으로 변호하겠다고까지 하지만, 루이스 자신은 와트니가 살아돌아올 때가지 자책과 후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NASA는 구조 가능성이 어느 정도 생긴 후에 헤르메스 호 대원들에게 와트니의 생존 사실을 알립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헤르메스 호가 직접 구조하러 간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후 구조 작전에 차질이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지는 듯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윤리적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와트니의 생존을 알게 되는 순간, 대원들은 화성을 떠나야 했던 그때의 판단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결과를 알고 나면 그 순간을 다시 되짚어보게 되지 않을까요. 그 과정이 무척 고통스러울 것 같고, 이런 고민이 소설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 베크가 식물 실험을 하면서 와트니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유도 이해가 됩니다. 그 일은 원래 식물학자 와트니의 몫이었고, 지금은 베크가 대신 맡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베크는 매일 실험을 이어가면서, 오히려 와트니의 부재를 더 또렷하게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알고 난 후에 어떻게 할 것이냐는, 윤리학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인권 문제에서 자주 제기되는 물음이지만, 기후위기 문제에서도 특히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질문입니다. 기후변화나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현상은 아주 중요한 쟁점이면서 동시에 매우 다루기 어려운 문제죠. 위협적이거나 불편한 사실을 외면하려는 경향은 인간에게 비교적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하고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는 쪽으로 반응합니다. 반면, 그 사실을 외면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거나 적극적으로 세상에 드러내는 소수의 사람들도 언제나 존재합니다. 특히 그 불편한 사실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나 시간이 나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것을 부정하거나 외면하기는 훨씬 쉬워집니다. 그래서 환경 문제나 기후 문제,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나 인권 문제, 동물권 문제 등은 비교적 쉽게 외면되는 이슈가 되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에서도 비슷한 윤리적 상황이 앞으로 펼쳐질 것 같습니다. 루이스는 결국 구조하기 위해 돌아가겠지요.
아아, 누구하고든 5분만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누구하고든, 어디에서든, 무엇에 관해서든 상관없다. 나는 하나의 행성에 온전히 혼자 남은 최초의 인간이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예전에 ‘단짝’이라는 TV프로그램을 봤는데, 강아지랑 사시던 할머니께서 “사람이 (누구하고든) 지껄여야 살지, 말 안 하고는 못 산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에게 ‘윌슨’이 필요했던 이유도 그래서였나 봅니다.
캐스트 어웨이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인양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시간에 얽매여 살아가는 남자 척 놀랜드(톰 행크스 분). ‘페덱스’의 직원인 그는 여자친구 캘리 프레어스(헬렌 헌트 분)와 깊은 사랑을 나누지만 막상 함께 할 시간은 가지지 못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캘리와의 로맨틱한 데이트를 채 끝내지도 못한 그에게 빨리 비행기를 타라는 호출이 울리고 둘은 연말을 기약하고 헤어지게 된다. 캘리가 선물해준 시계를 손에 꼭 쥐고 "페덱스" 전용 비행기에 올랐는데, 착륙하기 직전 사고가 나고, 기내는 아수라장이 된다. 그의 몸을 때리는 파도. 눈을 떠보니 완전 별세상이다. 아름다운 해변과, 무성한 나무, 높은 암벽. 아무도 살지않는 섬에 떨어진 것을 알게된 척은 그곳에서의 생존을 위해 이전의 모든 삶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외롭게 살아간다. 하지만 캘리에 대한 사랑만을 마음 속에 간직한 채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않는다. 4년후. 고립된 섬에서 1500일이나 되는 시간을 사랑으로 이겨낸 척. 어느 날, 떠내려온 알미늄판자 하나를 이용해 섬을 빠져나갈 방법을 고안해내고 자신이 갖고있는 모든 물건을 이용하여 뗏목을 만든다. 섬에 표류한지 4년만에 거친 파도를 헤치고 탈출을 감행하는데.
맞아요! 다친 손에서 나온 피로 배구공에 손바닥을 찍고 바람구멍이 코가 되고 그렇게 얼굴 모양을 만들었던 것 같은데요. 뭔가 대상이 있어야 말을 할 수 있는 거구나 했었습니다. 대상이 없으면 말을 안 하고 그러면 말도 잊고 말을 잊으면 생각도 퇴보할 것 같습니다. 윌슨이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찾아보니, 세상에나 윌슨 회사에서 '윌슨 캐스트어웨이 배구공'을 팔고 있네요! @.@ https://tinyl.co/4LxH
아니 맙소사 ㅋㅋㅋ 윌슨이 판매되고 있었다니 상상도 못했습니다. 바다에서 톰 행크스가 윌슨이랑 영원히 헤어질 때 얼마나 슬프던지요.
맞습니다. 정말 슬펐어요. 톰 행크스, 리얼한 연기에 같이 눈물이... ㅠㅠ 윌슨 회사 웹사이트에서 '윌슨'의 얼굴을 본 순간 반가움이!!! ㅎㅎ 윌슨, 살아있었구나! 같은 느낌?!
어 정말 그렇네요. 죽은 게 아니었어!!(오열) ㅎㅎㅎ 영화에서 본 얼굴이랑 진짜 똑같아요. 근데 톰 행크스가 윌슨한테 머리카락(?)도 만들어서 심어줬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윌슨은 머리가 깔끔하네요. 무인도 탈출해서 미용실도 갔나봐요 :D
그러네요! 머리카락이 있었어요. 스틸을 찾아보니, 윌슨이 많이 상했네요. ^^;;;
아이고 ㅋㅋ 무인도에서 구르고 햇빛에 타다보니 노화가 빨리 온 윌슨 옹.. 문득 궁금해지네요. 만일 톰 행크스가 윌슨과 함께 탈출에 성공했다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됐을까? 문명(?)사회에서도 윌슨은 여전히 친구일까, 아니면 기념품 정도로 보관될까, 아니면 잊혀질까…
이 훈련을 위해 우리는 무려 3일 동안 MAV 시뮬레이터에 갇혀 있었다. 원래 23분간 비행하도록 설계된 상승선 안에서 여섯 명이 3일을 버틴 것이다. 꽤 비좁았다. 여기서 ‘꽤 비좁았다’는 말은 ‘서로를 죽이고 싶었다’는 뜻이다. 그들과 다시 한 번 그 비좁은 캡슐 안에 갇힐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것 같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패스파인더를 갖고 돌아오는 내내, 이 순간이 오면 기분이 어떨까 상상해보았다. 껑충껑충 뛰며 환호성을 지르고 심지어는 화성 땅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이 죽일 놈의 화성 땅 전체가 나의 적이므로). 하지만 막상 그러지 않았다. 나는 거주용 막사로 돌아와 우주복을 벗고 내 밭에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몇 분 동안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결국 울음이 멎고 그 여파로 인한 할딱거림이 멈추고 나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기분 좋은 평정이었다.
마션 - 스페셜 에디션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드디어 소통의 도구를 확보했습니다. 작가도 이 장면에서까지 지나친 유머를 집어넣는 건 아니라고 보았나보네요.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 수학, 기술 용어와 문제풀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이상하게 재밌고, 이해가 잘 안 돼도 책장이 잘 넘어가고, 묘하게도 감정이 잘 전달돼 오네요. 와트니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도 잊을 만하면 알려주고요.
사실 나는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하루에 다섯 번씩 뒤뚱거리며 로버로 가야 한다. 나사는 지구에서 이 먼 화성까지 메시지를 날리면서 거주용 막사까지 겨우 10미터를 더 날리진 못한다. 하지만 그런 걸로 징징댈 수는 없다. 이제는 내가 이곳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아졌으니까. … 한편, 나는 모스부호를 배우고 있다. 이유는? 유사시에 통신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나사는 수십 년 된 탐사선을 유일한 통신수단으로 삼는 것은 이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패스파인더가 망가지면 나는 암석들을 이용해 메시지를 적고 나사는 위성으로 그것을 볼 것이다. … 왜 하필 모스부호일까? 돌멩이로는 글씨를 쓰는 것보다 점과 줄표를 그리는 게 훨씬 더 쉽기 때문이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242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지구와 교신이 되면서 막사를 더 자주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스부호를 배우고 있다... 두 가지가 이후 이야기의 복선인 것 같습니다.
𝜙 일지 기록 : 116화성일째 이제 두 번째 수확기가 다가온다. 만세. … 이번엔 씨감자로 다시 심지 않을 것이다. 이번 수확물은 나의 식량이다. 화성에서 키운 천연 유기농 감자. 이런 것을 또 어디서 먹어보겠는가? 그것들을 어떻게 저장해야 할까? 그냥 이 안에 쌓아놓을 수는 없다. 그러면 먹기도 전에 대부분이 썩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구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을 방법을 사용하려 한다. 밖에다 던져놓는 것이다. 그러면 거의 진공에 가까운 대기가 수분을 대부분 빼앗아가서 감자는 바싹 마른 채로 꽁꽁 얼어버린다. 나의 감자들을 썩히려고 벼르고 있던 박테리아들은 모조리 비명을 지르며 죽어갈 것이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247-248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31화성일간의 임무를 위해 만들어진 AL102는 예정된 기간을 한참 넘어서까지 잘 버텼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그 사이 홀로 남은 우주비행사는 거의 매일 막사를 들락거렸다. 에어로크 1은 로버 충전 구역과 가장 가까웠으므로 그는 세 개의 에어로크 가운데 에어로크 1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 에어로크는 가압이 되면 조금 팽창했다가 압력이 빠지면 다시 줄어들었다. 우주비행사가 에어로크를 사용할 때마다 AL102는 늘어났다 줄어들길 반복했다. 당겨지고, 밀리고, 약해지고, 늘어나는 과정은 계속되었으니 ……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255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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