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D-29
“어째서 ‘엘론드’가 ‘비밀회의’를 뜻하는 거죠?” 애니가 물었다.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겁니까?” 브루스 응이 물었다. “맞습니다.” 벤카트가 대답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애니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브루스가 대답했다. “‘엘론드’잖아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엘론드의 회의장. 거기서 그들은 절대반지를 파괴하기로 결정하지요.”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328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애니가 힘들겠어요. ^^;;;
루이스 대장에게, 안녕하세요, 대장. 우린 훈련 기간부터 화성에 도착해서까지 2년을 함께 동고동락했죠. 저는 대장을 꽤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전에 보낸 이메일을 보시고도 여전히 제 상황에 대해 자책하고 계실 것 같네요. 대장은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해 어려운 결정을 내리셨어요. 그게 지휘관의 역할이죠. 그리고 대장의 결정은 옳았어요. 더 지체했다면 MAV는 쓰러졌을 겁니다. 틀림없이 이랬다면 어땠을까, 저랬다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하고 계시겠죠. 그럴수록 ('초능력을 부리지' 않는 이상)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결론이 나올 겁니다. 대원 한 명을 잃은 것이 최악의 일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대원들을 잃는 게 최악의 일이죠. 대장은 그런 상황을 막은 겁니다. 그나저나 그보다 더 중요한 얘기가 있어요. 대체 대장에게 디스코는 뭡니까? 70년대 TV 프로를 좋아하는 건 이해하겠어요. 촌스러운 옷차림의 털보 아저씨들은 누구나 사랑하니까요. 하지만 디스코는 정말…… 디스코라니!?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340-341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루이스 대장을 웃게 하려는 와트니의 노력에, 마음이 짠해지네요.
벤카트와 미치, 애니, 브루스, 테디는 이틀 사이에 두 번째로 모였다. '엘론드 프로젝트'는 비밀에 싸인 채 우주센터 전체에서 음울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 목적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추측이 난무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가 하면 아레스 4와 5를 취소하려는 책동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논의 중인 아레스 6이라고 생각했다. 테디가 한자리에 모인 핵심인사들에게 말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리스 2 작전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리치 퍼넬 기동은 없던 일로 하지요." 미치는 주먹으로 탁자를 쾅 내리쳤다. "이번엔 최선을 다해 성공시키겠습니다." 브루스가 말했다. 벤카트가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다면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테디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위험부담 때문이야. 이리스 2는 한 사람의 목숨만 걸려 있잖아. 리치 퍼넬 기동은 여섯 명의 목숨을 걸어야 하지. 리치 퍼넬 기동이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는 건 알지만 여섯 배로 높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겁쟁이." 미치가 말했다. "미치......" 벤카트가 주의를 주었다. 미치는 벤카트의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밀고 나갔다. "그렇게 새가슴인 줄은 몰랐네요. 국장님은 그저 손실을 줄이고 싶은 거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만 급급해서 와트니의 목숨은 안 중에도 없는 겁니다." "그게 왜 안중에 없겠나. 자네 어린애 같은 태도는 더 이상 못 봐 주겠군. 심통 부리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게. 우리 어른들은 어른처럼 행동할 테니. 이게 무슨 TV 쇼인 줄 아나? 위험한 해결책이 늘 최선인 것은 아니야." 테디가 말했다. 그러자 미치가 날카롭게 받아쳤다. "우주는 어차피 위험한 곳입니다.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에요.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337-338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리치 퍼넬 기동’은 와트니를 구하기 위해, 소설 속 천체역학자 리치 퍼넬이 계산해낸 항로 변경 계획입니다. 지구로 돌아오는 중인 헤르메스 호가 지구 근처를 스치듯 지나가며 중력을 이용해 방향을 틀고, 다시 화성으로 향하는 방법입니다. 멈추거나 크게 감속하지 않고, 중력을 빌려 궤도를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런 걸 스윙바이 항법이라고 하네요. 보이저호도 이 항법을 이용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https://tinyl.co/4MT9 이 과정에서 헤르메스 호는 지구 근처에서 중국 보급선 ‘타이양 셴’과 만나 필요한 물자를 전달받고 곧장 화성으로 향합니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와트니를 549번째 화성일에 구조할 수 있어, 기존 계획보다 훨씬 빠릅니다. 하지만 이는 이미 귀환 중이던 다섯 명 승무원을 다시 위험한 여정에 투입하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기동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생명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는 윤리적 갈등을 함께 드러냅니다. NASA 국장 테디는 다섯 명 승무원의 목숨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도박이라며 반대하지만, 비행 책임자 미치는 이것만이 와트니를 확실히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서로 팽팽하게 맞섭니다.
모래 폭풍이 불고 나면 태양 전지 청소를 피해갈 수 없다. 나처럼 성실한 화성인들 사이에서는 유서 깊은 전통이다. 그러고 보니 시카고에서 자랄 때 눈을 치우던 일이 생각난다. 아버지에게 감사드려야 할 것 같다. 우리 아버지는 눈 치우는 일을 시키면서 그것이 인격을 배양하기 위해서라거나 고된 노동의 가치를 가르쳐주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늘 이렇게 말했다. “제설기는 비싸. 넌 공짜잖아.”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이 부분, 뽑아주셨네요! 재밌었어요. ^^ 저는 이 구절 읽자마자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초반에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요, 지금 보니 약간 복선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나는 네가 열두 살이 되었을 때 네가 말하는 너의 탄생 시나리오를 기억해. "엄마가 나를 낳은 이유는 단 하나, 월급 안 줘도 되는 하녀를 들이기 위해서야." 벽장에서 진공청소기를 끄집어내면서 너는 쓰디쓴 어조로 이렇게 말하겠지. "맞아." 나는 이렇게 대답할 거야. 13년 전 난 지금쯤 카펫을 청소 할 필요가 생길 거라는 걸 깨달았고, 제일 싸고 쉬운 방법이 애를 낳는 거라는 생각을 했던 거야. 자 이제 청소를 시작하렴." "진짜 엄마가 아니었다면 이건 불법이었을 텐데." 너는 부글부글 끓는 듯한 표정으로 전깃줄을 끌어내서 벽의 콘센트에 꽂으면서 이렇게 말해.”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김상훈 옮김. 2009. 행복한책읽기. p.140)
감자밭이 죽었다. 공기가 다 빠져나간 탓에 물이 대부분 증발했다. 게다가 온도는 동결점 아래로 크게 떨어졌다. 흙 속에 있는 박테리아라고 해도 그런 대참사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농작물 일부는 막사 밖 간이텐트에서 재배했다. 하지만 그것들도 죽었다. 나는 공기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간이텐트들을 호스로 거주용 막사에 직접 연결해놓았다. 막사가 날아가면서 간이텐트들도 감압이 되었다. 감압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혹독한 추위 때문에 감자들이 다 얼어 죽었을 것이다. 이제 화성에서 감자는 멸종했다. 토양 박테리아도 마찬가지다. 여기 있는 동안 나는 어떤 식물도 키우지 못할 것이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이 대목을 읽으니 새삼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하고 인류가 농사를 짓고 하는 이런 모든 일들이 얼마나 희귀하고 이루어지기 힘들고 운때가 잘 맞아야 했던 기적이었는지 느껴집니다. 지구같은 행성이 또 없어요.. 세상 하나뿐인 얼마나 소중한 우리 집 지구인지!
맞아요! 이 소설은 마치 지구가 하고 있는 일들이 뭔지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걸 한 사람이 이런저런 장비와 과학지식으로 해낼려고 하니 보통 일이 아닙니다.
(14장) “플라스틱은 불이 붙지 않지만 풍선을 갖고 놀아본 사람이라면 정전기를 일으키는 데 직방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정전기가 일면 금속 공구 하나만 건드려도 스파크가 튄다. 재미있는 사실 : 아폴로 1호의 승무원들은 바로 이렇게 사망했다. 내게 행운을 빌어주길!” 아폴로 1호의 사고에 대해서도 역시 아는 게 1도 없는지라, 또 제미나이에게 물어봤습니다. 이번 독서로 많은 걸 배우는군요! > 와트니 특유의 블랙 유머가 섞인 문장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우주 탐사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고 중 하나인 아폴로 1호 참사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고농도 산소 + 가연성 물질 + 전기 스파크'라는 최악의 조합이 겹치면서 순식간에 발생한 화재 사고였습니다. 🔥 아폴로 1호의 비극 (1967년 1월 27일) 아폴로 1호는 1967년 2월에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1월 27일 지상에서 우주선 발사 전 테스트를 진행하던 중, 갑작스러운 화재가 발생하면서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 사고 원인 • 100% 순수 산소 공급: 사령선 내부는 구조 경량화와 시스템 단순화를 위해 100%의 순수 산소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산소는 연소를 강하게 촉진하는 조연성 기체로, 고압의 순수 산소 환경에서는 작은 불씨도 급격한 화재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 전기 스파크 발생: 전기 배선의 일부에 문제가 발생해 피복이 벗겨지며 전기 스파크가 튀었습니다. • 가연성 소재의 천국: 사령선 내부에는 나일론제의 우주복, 찍찍이(벨크로), 그물망 등 불에 잘 타는 소재가 가득했습니다. • 안에서 열 수 없는 문: 해치(출입문) 구조는 안쪽을 향해 여는 방식으로, 내부 압력으로 인해 승무원들이 문을 열고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만약 감압할 수 있었다고 해도 해치를 열려면 90초는 걸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실, 승무원들은 화재 발생 후 약 15초 안에 연기 흡입에 의해 질식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사고의 결과와 변화 이 사고로 거스 그리섬, 에드워드 화이트, 로저 채피 등 3명의 우주비행사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이 비극은 이후 NASA의 안전 기준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1. 혼합 기체 사용: 순수 산소가 아닌 질소와 산소를 섞은 공기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2. 불연성 소재 도입: 내부의 모든 장비를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교체했습니다. 나일론제의 우주복은 유리섬유제로 교체되었습니다. 3. 해치 설계 변경: 바깥쪽을 향해 7초 만에 열 수 있는 퀵 릴리즈(Quick-release) 해치로 바꿨습니다. * NASA는 매년 1월 27일을 희생자를 기리는 날로 기억하며, 케네디 우주센터에 해치와 업적을 전시해 희생을 기리고 있습니다.
@향팔님 덕분에 저도 아폴로1호에 대해 알게되었네요. (지금 13장 읽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활활 타는 마른행주에 계란 삶던 물 부어 간신히 끄고 식겁했던지라 이 내용이 깊숙이 다가오네요. 예상하지 못한 불꽃과 마주했을 때 승무원들의 공포가 어땠을지.
아이고...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눈앞에서 불이 화르르하면 아무리 작은 불이라도 정말 당황하게 되죠. 바로 옆에 물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헉, 놀라셨겠어요! 저도 예전에 전 부치다가 그랬는지 생선 굽다가 그랬는지 가물가물한데, 키친타월이었나 신문지였던가에 불이 옮겨 붙어서 엄청 당황했던 적이 있어요. 오래 전 일이지만 갑자기 머리속이 하얗게 되던 그 순간은 아직 기억이 나요.
아폴로1호 사고를 상세히 정리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돌아가신 분들한테도 비극이지만, 당시에 나사로서는 참 회복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지나고 나서 보면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하지, 싶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와트니도, 계속, 이 바보... 그걸 놓치다니, 하는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죠.
“그럼 나사의 결정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거네요?” 마르티네스가 말했다. 루이스는 그의 말을 확인해주었다. “맞아. 바로 그거지. 만약 우리가 그 기동을 그냥 실행해버리면 그쪽에선 보급선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어. 그러지 않으면 우린 죽을 테니까. 우리가 그들을 강제할 수 있는 셈이지.” “할 거예요?” 조한슨이 물었다. 대원들은 일제히 루이스를 보았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345-346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헤르메스호 승무원들이 와트니에게 돌아가기로 결정하네요! 이제 화성의 와트니, 지구의 나사 본부, 헤르메스 호, 이렇게 세 곳에서 긴박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될 것 같습니다.
“왜 그랬나, 미치?” 테디가 다짜고짜 물었다. “뭘 말입니까?” “뭘 말하는지 잘 알 텐데.” 미치는 순진한 얼굴로 대꾸했다. “아, 헤르메스 호의 반란 말이군요? 영화 제목으로 딱일 것 같지 않습니까? ‘헤르메스 호의 반란’. 괜찮은데요.” “자네 짓인 거 다 알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걸 보낸 사람이 자네라는 건 안다고.” 테디가 딱딱하게 말했다. … “우리가 이 위험한 기동을 시도하기로 결정한 것을 애니가 언론에 공개해야겠지요? 그게 반란이란 사실은 숨길 테고요.” “당연하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얼마나 무력해 보이겠다.” 테디가 말했다. 미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모두들 처벌은 면하겠군요! 누군가를 나사 정책 위반으로 해고할 수도 없을 테고. 루이스도 무사하겠네요. 반란 따윈 없었으니까. 그리고 와트니는 아마 구조되겠지요. 모든 면에서 해피엔딩입니다!” “승무원 전원이 사망할 수도 있어, 그런 생각은 안 해봤나?” 테디가 반박했다. “그들에게 리치 퍼넬 기동을 보내준 사람은 그저 정보를 전달한 것뿐입니다. 하겠다고 결정한 사람은 루이스예요. 감정에 이끌려 그런 판단을 내린 거라면 개똥 같은 지휘관이겠죠. 루이스는 개똥 같은 지휘관이 아닙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352-353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저는 미치의 말에 계속 공감이 가네요. 루이스 등 승무원들의 판단을 온전히 평가하고 존중하는 게 맞는 것 같거든요. 앞쪽인 p.345에, 아레스3소 천체화학자 포겔이 '끝내주는 경로'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미치의 대사를 위해서 미리 깔아놓은 것 같지요?! 그들도 될 일인지 아닌지 분간할 능력이 있다, 내가 던져줬다고 그대로 하는 건 아니다!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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