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D-29
이 부분을 올린다는 게 깜빡해서, 앞으로 다시 돌아가서 올립니다. ^^; 왜 자꾸 '해적'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이런 이유였다는 걸 이 부분을 보고 알았네요. 우주 덕후들이 해적도 좋아하나 봅니다.
* 『마션』 읽기 4주차,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 4주차 (03.02. 월 ~ 03.08. 일): 22~26장 이제 와트니의 마지막 여정이 남았습니다. 생명유지장치와 식량 등 짐을 로버와 트레일러에 가득 싣고 스키아파렐리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달려야 합니다. 구출 작전은 와트니 본인, 헤르메스 호 승무원들, 그리고 지구의 나사 등 관계된 전문가들, 행정가들 등을 중심으로 계속 진행됩니다. 엔딩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주에는 결말보다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주로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와 같이 질문들과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이 질문들에 모두 답하실 필요는 없고요, 그저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지점들을 짚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션』을 마무리하면서 나누고 싶은 질문, 이야기거리들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1. 나사의 직원들과 헤르메스 호의 승무원들, 그리고 와트니 이 세 축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갖가지 위기 상황 중에서 가장 긴장했던 순간 혹은 가장 암담했던 장애물은 어떤 것이었나요? 만일, 이 중에서 끝내 해결되지 않은 것이 있었다면 그건 무엇이었나요? 2. 미국과 나사는 와트니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엄청난 돈과 헤르메스 호 승무원들의 안전을 담보로 삼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아니라 전 인류의 생존이 걸린 기후위기, 전쟁 같은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왜 합의, 협력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걸까요? (다소 원론적인 질문이지만, 뻔한 얘기도 해보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던져보았습니다.) 사실, 나사가 와트니를 구하기로 결정한 데는 여론, 언론, 정치적 압력도 있었을 겁니다. 즉, 구출 작전은 순수한 인류애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닐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이 어려운 것도 같은 이유일까요? 우리에게는 기후위기를 "구출해야 할 와트니"처럼 느끼게 해줄 무언가가 없는 걸까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와트니 구출에 이토록 열광하는 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영화에서 아주 잘 표현되어 있어요. 저도 찡...하더군요. ^^;) 3.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그저 우주 덕후의 과학기술 문제 풀이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은, 이 이야기는 가난, 불평등, 전쟁, 차별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인류가 협력하고 과학이 승리하는 세계에서 펼쳐집니다. 이것은 희망적인 비전일까요, 아니면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걸까요? 이런 단순화가,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로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읽고 보는 것 자체와 관련이 있을까요?
1. 저는 화성의 와트니, 헤르메스호 승무원들, 나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중 굳이 꼽자면 나사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제가 직장인이라서 그럴수도 있는데 나사라는 조직 내외에서 보고하고, 의사결정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와트니 생존 공개여부에 대한 갑론을박, 언론의 관심과 여론을 활용(?)하는 방법, 1차 무인보급선 개발계획과 실패, 정상적인 기준으로는 정신나간 계획을 승인하는 과정 등의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차 보급선 발사 실패 이후 지상의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중국과 협력하는 방안을 찾아낸 것이(실현가능성 여부를 떠나) 가장 백미였던것 같고, 가장 큰 딜레마는 모임에서도 이야기나누었던 와트니의 생존을 우주선에 알릴까말까 고민하는 부분이었어요.
지구를 배경으로 나사 사람들과 중국 우주국 사람들까지 나오는 부분은 작가가 어떻게 조사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저자가 엔지니어이긴 하지만 내부인은 아니니까요. 블로그에 연재하면서 덕후들과 소통했다고 하던데, 그런 덕후 중에 ‘내부자’(?!)가 있었을까요? ^^ 말씀대로 등장인물이 많고 여러 다른 의견이 나올 때, 읽는 우리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두 일치단결하면 뭔 재미? 이렇게 되겠죠. ㅎㅎ 와트니의 생존을 헤르메스호 승무원드에게 알리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정말 답이 없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결국 소설에서도, 누군가가 몰래 알려주는 것으로 처리하고요. 한 사람에게 책임을 넘겨버린 것 같기도 하고요. ^^; 저는 막사의 에어로크 1이 파열하면서 날아가버리고, 막사가 엉망진창이 되고, 감자까지 다 죽어버리는 상황이 묘하게 힘들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아주 가볍게 처리해버리던데요. 소설에서는 거의 24시간 동안 에어로크 안에서 점프하면서 굴러서 막사까지 들어가서 1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새 핼멧과 우주복도 챙기는 등 정말 급박한 상황이었잖아요. 그래서 와트니가 마지막에 막사를 떠날 때 뭔가 더 짠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버려진 막사를 보니, 나사며 각국의 우주탐사 장비들이 뿌린 우주쓰레기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p495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네요. "아아, 우린 이 행성에 로버를 정말 많이 버렸다." 어디 로버 뿐일까요? -,-;;;)
2. 다른 책을 읽다가 이 문제와 관련된 구절을 읽고서 생각이나서 다시왔습니다. ㅎㅎ 빙하학자인 저자는 빙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지만 신경쓰는 사람이 없다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저 건조한 사실과 수치로 제시되는 무엇, 딱히 마음에 와닿지않는 무엇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은 드물다" 이 구절을 읽고 와트니 생각이 났어요. 기후위기나 환경보호처럼 너무 커서 추상적이거나 체감되지 않는것이 아닌 뭔가 구체적이고 모든것-인류의 모험심, 과학의 최전선, 극한 상황에 처한 인류-을 상징할 수 있는 존재가 와트니가 되었기때문에 그를 구조하려는 힘이 결집한것 같아요.
빙하여 안녕 - 기후 위기 최전선에 선 여성학자의 경이로운 지구 탐험기세계 곳곳으로 우리를 데려가 빙하가 어떻게 움직이고 각기 어떤 특징을 지녔는지, 주변 지형과 기후가 빙하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등을 소개한다. 빙하에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빙하가 생태계와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분명히 알게 된다.
결국 서사가 중요하네요. 개별화, 서사화를 해야 공감을 할 수 있다고 해야할까요? 기후위기나 생태위기는 인간의 공감 가능 스케일을 크게 벗어나는 것 같습니다.
책 목차를 찾아보니 알프스, 스발바르 제도, 파타고니아, 히말라야, 코르디예라 블랑카(페루)의 얼음을 다루고 있네요. 빙하, 빙상, 빙붕 등 용어가 많아서 헷갈리는데, 올려주신 책 원제는 『Ice Rivers』이고, 2부에서는 그린란드와 남극 빙상도 다루네요. 최근에 KBS에서 제작한 빙하 3부작을 본 적이 있는데요. 그 다큐를 보고 나서, 빙하가 정말 강이구나 싶었습니다. '하'가 '강 하'자라는 걸 자꾸만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옛날에 강이었던 것이 아니라 현재형 강이라는 것. "KBS 공사창립 대기획 빙하 3부작" https://program.kbs.co.kr/1tv/culture/ice/pc/index.html
와, 이 다큐 정말 볼 만하겠어요.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네요. @모시모시 님께서 알려주신 빙하 책도 감사히 담아갑니다.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만약 와트니가 사랑받을 만한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똑똑하긴 하지만, 유머러스하고 긍정적인 와트니가 아니라 아주 비협조적이고 냉소적인 인물이었다면 여론과 나사가 똑같은 선택을 했을까요? 우리가 '구할 가치'가 있는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식량 팩 다섯 개는 특별한 날을 위해 남겨두었다. 하나하나 이름도 써 놓았다. 스키아파렐리로 떠나는 날에는 ‘출발’이라고 적힌 팩을 먹을 것이다. 1,600킬로미터 지점을 찍는 날에는 ‘절반’이라고 적힌 팩을, 도착한 날에는 ‘도착’이라고 적힌 팩을 먹을 것이다. 네 번째 팩에는 ‘죽을 고비를 넘긴 날’이라고 썼다. 어떤 좆같은 일이 일어날 게 확실하니까. 정확히 어떤 일일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다. 로버가 고장 날 수도 있고 치명적인 치질에 걸려 앓아누울 수도 있으며 적대적인 화성인 따위를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런 날 (살아 있다면) 네 번째 팩을 먹을 것이다. 다섯 번째는 화성을 떠나는 날을 위한 것이다. 이름은 ‘마지막 식사’. 아무래도 썩 좋은 이름은 아닌 것 같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앞으로 이 다섯 개 팩 먹는 날이 순서 대로 하나씩 지나가겠지요...
나는 6화성일째부터 이곳을 떠나기만을 고대했다. 그런데 막상 거주용 막사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미치도록 겁이 난다. 약간의 사기 진작이 필요하다. 잘 생각해보자. ‘아폴로 우주비행사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위스키사워 세 잔을 마시고 셰보레 코르벳을 몰고 발사대로 가서 나의 로버보다도 작은 사령선을 타고 달로 날아갔겠지. 아아, 그들은 정말 멋졌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또 한 화성일을 살 것이다!’ (출연 : 마크 와트니, 배역은…… 아마 ‘Q’이겠지. 제임스 본드는 아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Q'에서 빵 터졌습니다. ^^;
이제 막사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중요한 장비들을 전부 빼냈을 뿐 아니라 캔버스도 왕창 잘라냈다. 나는 이 가엾은 막사로부터 가능한 것은 전부 가져다 썼고 그 대가로 막사는 1년 반 동안 내 목숨을 부지해주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다. […] 내가 종료를 실행한 이유는 아마도 아레스 3 탐사대가 수행할 수도 있었던 임무에 대해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내가 누리지 못한 31화성일째의 작은 조각이랄까. 모든 것을 종료하고 나자 막사 안은 소름 끼치도록 적막했다. 나는 449화성일 동안 각종 히터 소리와 공기 배출 소리, 팬 소리 등을 들으며 생활했다. 하지만 이제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오싹한 정적이었다. […] 나는 화성이 얼마나 적막한 곳인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화성은 사실상 소리를 전달하는 대기조차 없는 황량한 세상이다. 내 심장박동 소리도 들릴 정도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𝜙 일지 기록 : 458화성일째 마우르스 협곡! 드디어 왔다! … “폭풍의 영향권에 들어가기까지 얼마나 남았죠?” “지금 와트니는 마우르스 협곡에 막 들어섰습니다. 지금 같은 속도로 이동하면 471화성일째에 폭풍의 가장자리에 들 겁니다. 앞으로 12일 남았습니다. … 안타깝게도 모든 상황이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폭풍의 가장자리가 마법처럼 선이 그어져 뚜렷이 구분되는 것은 아닙니다. … 왜 태양 전지의 효율이 자꾸 떨어질까, 하고 생각하면서 수백 킬로미터를 간 후에야 시계가 나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겁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463-466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한편, 장비들이 노후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기대 수명을 훌쩍 넘겼으니 놀랄 일은 아니다. 지난 2화성일 동안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렸다. 태양 전지의 발전량이 전보다 줄었다. 별일 아니다. 충전 시간을 좀 더 늘리면 된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477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내가 추정하기로 나는 마르트 분화구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젠장. … 어느 쪽이 나은지 파악하려면 적어도 약간의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아침에는 조금 걸어보았다. … 정말이지, 손자 손녀에게 떠벌릴 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이 할아비가 젊었을 때 말이다, 분화구 언저리 끝까지 걸어가야 했단다. 한참 올라가야 했지! 그것도 우주복을 입고서 말이야! 거기가 화성이었거든, 이 녀석아! 알아들었니? 화성이었다고!” 이렇게 말이다. 어쨌든 나는 테두리 끝까지 올라갔고 … 분화구의 반대편 가장자리를 보면 최적의 경로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편이 보이지 않았다. 대기가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477 (2015년판) ,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스키아파렐리로 가는 길에 만나는 모래폭풍이 화성의 전형적인 폭풍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초반에 와트니를 날려버린, 지구에서나 일 법한 폭풍은 화성에서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대기가 워낙 희박해서입니다. 와트니가 헤르메스 4호의 MAV가 주차(?!)돼 있는 스키아파렐리로 가는 길에 폭풍이 일고 있는데, 지구와 통신이 안 되다보니 미리 알 수가 없었죠. 그런데 가는 길에 큰 장애물 중의 하나인 '마르트 분화구'를 정면으로 만나게 되고,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분화구 가장자리까지 올라갔다가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치밀하고 재밌는 설정이에요. 영화에서는 너무 복잡해서인지, 재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이 부분은 없었습니다. 와트니가 분화구 북쪽으로 돌 것이냐, 남쪽으로 돌 것이냐를 결정하기 위해서 태양광 패널 세 개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40킬로미터씩 떨어뜨려서 태양광 발전량을 비교해 폭풍의 진로를 파악하는 것도 아주 재밌었는데 말이죠. 『마션』을 시리즈로 만든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밤 내가 만든 육분의를 갖고 나가 데네브를 본다. 생각해보면 정말 우스운 일이다. 화성에서 우주복을 입고 서서 16세기 도구로 길을 찾다니. 하지만 꽤 쓸 만하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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