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D-29
2. 다른 책을 읽다가 이 문제와 관련된 구절을 읽고서 생각이나서 다시왔습니다. ㅎㅎ 빙하학자인 저자는 빙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지만 신경쓰는 사람이 없다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저 건조한 사실과 수치로 제시되는 무엇, 딱히 마음에 와닿지않는 무엇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은 드물다" 이 구절을 읽고 와트니 생각이 났어요. 기후위기나 환경보호처럼 너무 커서 추상적이거나 체감되지 않는것이 아닌 뭔가 구체적이고 모든것-인류의 모험심, 과학의 최전선, 극한 상황에 처한 인류-을 상징할 수 있는 존재가 와트니가 되었기때문에 그를 구조하려는 힘이 결집한것 같아요.
빙하여 안녕 - 기후 위기 최전선에 선 여성학자의 경이로운 지구 탐험기세계 곳곳으로 우리를 데려가 빙하가 어떻게 움직이고 각기 어떤 특징을 지녔는지, 주변 지형과 기후가 빙하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등을 소개한다. 빙하에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빙하가 생태계와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분명히 알게 된다.
결국 서사가 중요하네요. 개별화, 서사화를 해야 공감을 할 수 있다고 해야할까요? 기후위기나 생태위기는 인간의 공감 가능 스케일을 크게 벗어나는 것 같습니다.
책 목차를 찾아보니 알프스, 스발바르 제도, 파타고니아, 히말라야, 코르디예라 블랑카(페루)의 얼음을 다루고 있네요. 빙하, 빙상, 빙붕 등 용어가 많아서 헷갈리는데, 올려주신 책 원제는 『Ice Rivers』이고, 2부에서는 그린란드와 남극 빙상도 다루네요. 최근에 KBS에서 제작한 빙하 3부작을 본 적이 있는데요. 그 다큐를 보고 나서, 빙하가 정말 강이구나 싶었습니다. '하'가 '강 하'자라는 걸 자꾸만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옛날에 강이었던 것이 아니라 현재형 강이라는 것. "KBS 공사창립 대기획 빙하 3부작" https://program.kbs.co.kr/1tv/culture/ice/pc/index.html
와, 이 다큐 정말 볼 만하겠어요.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네요. @모시모시 님께서 알려주신 빙하 책도 감사히 담아갑니다.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만약 와트니가 사랑받을 만한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똑똑하긴 하지만, 유머러스하고 긍정적인 와트니가 아니라 아주 비협조적이고 냉소적인 인물이었다면 여론과 나사가 똑같은 선택을 했을까요? 우리가 '구할 가치'가 있는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식량 팩 다섯 개는 특별한 날을 위해 남겨두었다. 하나하나 이름도 써 놓았다. 스키아파렐리로 떠나는 날에는 ‘출발’이라고 적힌 팩을 먹을 것이다. 1,600킬로미터 지점을 찍는 날에는 ‘절반’이라고 적힌 팩을, 도착한 날에는 ‘도착’이라고 적힌 팩을 먹을 것이다. 네 번째 팩에는 ‘죽을 고비를 넘긴 날’이라고 썼다. 어떤 좆같은 일이 일어날 게 확실하니까. 정확히 어떤 일일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다. 로버가 고장 날 수도 있고 치명적인 치질에 걸려 앓아누울 수도 있으며 적대적인 화성인 따위를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런 날 (살아 있다면) 네 번째 팩을 먹을 것이다. 다섯 번째는 화성을 떠나는 날을 위한 것이다. 이름은 ‘마지막 식사’. 아무래도 썩 좋은 이름은 아닌 것 같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앞으로 이 다섯 개 팩 먹는 날이 순서 대로 하나씩 지나가겠지요...
나는 6화성일째부터 이곳을 떠나기만을 고대했다. 그런데 막상 거주용 막사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미치도록 겁이 난다. 약간의 사기 진작이 필요하다. 잘 생각해보자. ‘아폴로 우주비행사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위스키사워 세 잔을 마시고 셰보레 코르벳을 몰고 발사대로 가서 나의 로버보다도 작은 사령선을 타고 달로 날아갔겠지. 아아, 그들은 정말 멋졌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또 한 화성일을 살 것이다!’ (출연 : 마크 와트니, 배역은…… 아마 ‘Q’이겠지. 제임스 본드는 아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Q'에서 빵 터졌습니다. ^^;
이제 막사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중요한 장비들을 전부 빼냈을 뿐 아니라 캔버스도 왕창 잘라냈다. 나는 이 가엾은 막사로부터 가능한 것은 전부 가져다 썼고 그 대가로 막사는 1년 반 동안 내 목숨을 부지해주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다. […] 내가 종료를 실행한 이유는 아마도 아레스 3 탐사대가 수행할 수도 있었던 임무에 대해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내가 누리지 못한 31화성일째의 작은 조각이랄까. 모든 것을 종료하고 나자 막사 안은 소름 끼치도록 적막했다. 나는 449화성일 동안 각종 히터 소리와 공기 배출 소리, 팬 소리 등을 들으며 생활했다. 하지만 이제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오싹한 정적이었다. […] 나는 화성이 얼마나 적막한 곳인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화성은 사실상 소리를 전달하는 대기조차 없는 황량한 세상이다. 내 심장박동 소리도 들릴 정도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𝜙 일지 기록 : 458화성일째 마우르스 협곡! 드디어 왔다! … “폭풍의 영향권에 들어가기까지 얼마나 남았죠?” “지금 와트니는 마우르스 협곡에 막 들어섰습니다. 지금 같은 속도로 이동하면 471화성일째에 폭풍의 가장자리에 들 겁니다. 앞으로 12일 남았습니다. … 안타깝게도 모든 상황이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폭풍의 가장자리가 마법처럼 선이 그어져 뚜렷이 구분되는 것은 아닙니다. … 왜 태양 전지의 효율이 자꾸 떨어질까, 하고 생각하면서 수백 킬로미터를 간 후에야 시계가 나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겁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463-466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한편, 장비들이 노후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기대 수명을 훌쩍 넘겼으니 놀랄 일은 아니다. 지난 2화성일 동안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렸다. 태양 전지의 발전량이 전보다 줄었다. 별일 아니다. 충전 시간을 좀 더 늘리면 된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477 (2015년판),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내가 추정하기로 나는 마르트 분화구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젠장. … 어느 쪽이 나은지 파악하려면 적어도 약간의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아침에는 조금 걸어보았다. … 정말이지, 손자 손녀에게 떠벌릴 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이 할아비가 젊었을 때 말이다, 분화구 언저리 끝까지 걸어가야 했단다. 한참 올라가야 했지! 그것도 우주복을 입고서 말이야! 거기가 화성이었거든, 이 녀석아! 알아들었니? 화성이었다고!” 이렇게 말이다. 어쨌든 나는 테두리 끝까지 올라갔고 … 분화구의 반대편 가장자리를 보면 최적의 경로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편이 보이지 않았다. 대기가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p.477 (2015년판) ,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스키아파렐리로 가는 길에 만나는 모래폭풍이 화성의 전형적인 폭풍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초반에 와트니를 날려버린, 지구에서나 일 법한 폭풍은 화성에서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대기가 워낙 희박해서입니다. 와트니가 헤르메스 4호의 MAV가 주차(?!)돼 있는 스키아파렐리로 가는 길에 폭풍이 일고 있는데, 지구와 통신이 안 되다보니 미리 알 수가 없었죠. 그런데 가는 길에 큰 장애물 중의 하나인 '마르트 분화구'를 정면으로 만나게 되고,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분화구 가장자리까지 올라갔다가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치밀하고 재밌는 설정이에요. 영화에서는 너무 복잡해서인지, 재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이 부분은 없었습니다. 와트니가 분화구 북쪽으로 돌 것이냐, 남쪽으로 돌 것이냐를 결정하기 위해서 태양광 패널 세 개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40킬로미터씩 떨어뜨려서 태양광 발전량을 비교해 폭풍의 진로를 파악하는 것도 아주 재밌었는데 말이죠. 『마션』을 시리즈로 만든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밤 내가 만든 육분의를 갖고 나가 데네브를 본다. 생각해보면 정말 우스운 일이다. 화성에서 우주복을 입고 서서 16세기 도구로 길을 찾다니. 하지만 꽤 쓸 만하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이 아름다운 법이죠. 사실 이 부분 읽고 모르는 시골에서 GPS 안되면 전 별 볼 줄도 모르고, 자석(나침반)도 안 가지고 다니는데 미아되기 딱 좋겠다고 생각... ㅎㅎ 별 보는 법이라도 배워야하나;;;
저도 그런 생각 했어요. 불과 한 세대 전 내비게이션이 없었을 때는 엄청 큰 지도책을 차에 두고 다니면서 길을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대체 어떻게…?) 현대인들은 과거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아는 것이 많고 문제 해결 능력도 뛰어나다고 자부하지만, 갖고있는 첨단 기기를 싹 뺏어놓으면 정말 그럴 수 없이 무능해질 것 같아요. 생존을 위한 필수 지식이나 지혜 같은 것도 체득한 바 없으니…. 당장 스마트폰 없는 삶만 상상해봐도 그렇고요.
육분의, 말로만 들었는데 아주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재밌었어요! 화성과 16세기 육분의,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
하긴, 나사는 알 것이다. 그리고 지구의 뉴스들에서도 보도되고 있을 것이다. ‘마크와트니죽음구경닷컴’ 같은 웹사이트도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이 폭풍이 정확히 남쪽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나는 그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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