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1. <김규식과 그의 시대> (1)

D-29
조은애가 여학교 연합운동회 바늘구멍 꿰며 달리기 경주에서 우승했다는 부분(286쪽)은 읽다가 혼자 빵터졌어요. 옆에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라고요. 그런 책이 빵터질일이냐며 ㅋㅋ
저는 오늘 완독했습니다. 김규식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다소 측은한 마음으로 읽어나가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정체성이 뚜렷해지는 대목들에서 마음의 울림이 많았습니다. 역사적 사실들 또한 앎의 영역이 넓어지... (고 있는 거겠죠?) 개인적으로는 언더우드에 대한 양가감정이 흥미로웠어요(중국 망명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 2권의 시간 배경은 딱 3년 동안이라고 소개해주셨던 게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다음 주부터 시작될 2권도 부지런히 읽으면서 감상 나눠보겠습니다:)
저도 그 부분 읽었는데 일견 이해할 것도 같아요. 친부모든 양부모든 머리 크면 불편하잖아요. 더구나 파란 눈의 아버진데. 그 누구죠? 그리스 신화에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사람의 이름을 딴 컴플렉스..? 하도 컴플렉스와 상관없이 살다보니 잊어버렸습니다. 하하하. 암튼 자녀는 부모를 뛰어 넘어야 제대로 성장한다잖아요. 모르긴 해도 김규식도 언더우드의 그늘이 마냥 좋지마는 않았을 것 같아요.
아, 생각났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네요. ㅎㅎ
콤플렉스는 이름을 말씀드리려 했는데, 이미 기억하시고 적어주셨네요(하하). 그리고 향팔님 말씀처럼, 바뀐 프로필 사진이 너무 청량하고 산뜻합니다. 사진만 보고 바로 알아보지 못했는데, 닉네임보고 끄덕끄덕했습니다. 옷을 갈아입으신 느낌이 들어요:)
고맙습니다. 제가 파란색을 좋아하거든요. 하하. 근데 그 단어도 한번에 생각난 것이 아니라 갑자기 일렉트라 컴플렉스가 생각났고 그걸 네이버에 물어서 겨우 찾아낸 거랍니다. 찾아내고 얼마나 허탄하던지. ㅋㅋ
2권의 시간 배경이 딱 3년, ‘김규식의 가장 빛나던 시기’를 한 권에 담았다고 하시니 왠지 예수의 ‘공생애 3년’이 연상됩니다.
나는 홍명희와 한 침대에서 잤다. 홍명희의 동경 시대의 호는 ‘가인’(假人)이었는데 여기 와서는 ‘가인’(可人)이라고 쓰고 있었다. 가인은 아담의 맏아들로서 (중략) 내가 상해에 갔을 때에는 오스크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 ‘옥중기’ 같은 것을 읽고 있었다. 그에게는 악마주의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미가 있었다. 조용은은 그때에는 날마다 ‘코오란’을 읽고 있었다. 그의 호 ‘소앙(蘇昻)’은 “야소(耶蘇)가 내라”하는 뜻이었다. 후일에 그가 ‘육성교’(六聖教)라는 것을 주장한 일이 있거니와, 그때에도 그는 종교적 명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침대 위에 가만히 앉아서 “코오란”을 읽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눈을 반쯤 감고 몸을 좌우로 흔들흔들하고 있었다. 아래층에 혼자 있는 문일평은 우리에 갇힌 호랑이 모양으로 마루창을 삐걱거리며 밤낮 무엇을 중얼거리면서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이층 패들은 그를 미친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이층 패들도 보통 이 세상 사람들과 같지 아니한 것 같았다. 모두 나라를 잃은 허전한 마음이 부접할 바를 몰라서 허둥지둥 허무향에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중략) 외투가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웬일인지 모자들도 없었다. - 이광수, 1948, 「나의 고백」, 『이광수전집』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홍명희, 조소앙, 문일평… 이들 젊은 날의 초상이 묘사된 대목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조소앙의 육성교 이야기는 문일평의 회고에도 등장한다. 육성자(六聖子)는 석가,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 모하메트[무함마드], 조로아스터를 의미한다. 문일평은 “겉으로는 머리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웃음이 북바쳐서 겨우 참았다”라고 썼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2월 21일 주말에는 6장 4절 ‘장가구와 고륜에서의 생활(1916~1918)’을 읽고 나서,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1권을 마무리합니다. 월요일(2월 23일)에 바로 2권으로 넘어갑니다. 6장 4절은 조금 처연한 느낌이 있어요.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미국, 중국에서 학업과 망명 생활을 하면서 망국의 슬픔과 독립운동에 나섰다가 30대 중반이 된 김규식이 생활인으로서 취업해서 생계를 꾸리는 모습이니까요. 이국땅에서 외국 상사의 회계와 비서 업무를 하면서 묵묵히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김규식.
@연해 님도 인용해 주셨는데, 에필로그에 인상적인 대목이 많아서 조금 길게 인용합니다.
김규식의 중국 망명은 한국 내에서 당면하고 있던 여러 가지 어려움, 난관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 첫째는 일본 제국주의라는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 대학생 김규식은 로녹 대학 학보에서 러일 전쟁에서 일본의 승리를 예측하며, 일본이 동양을 문명화로 이끄는 선각자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았다. 일본이 선전한 동양 평화, 동양주의, 동아시아 연대론, 황인종 단결론과 같은 위장된 지역 통합 혹은 인종주의 선전에 당대 지식인들이 매료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을사 조약 이후 본격화된 일본의 보호 통치가 결국 강제 병합으로 이어졌고, 이후 한반도는 완전한 식민지의 감옥으로 전락했다. 열성적 친일 단체인 일진회마저 해체시킨 일본 제국주의는 105인 사건을 조작해 한국 기독교와 민족주의자를 탄압했다. 낙관적 희망과 전망은 냉혹한 현실 속에 산산 조각났고, 전개되는 객관적 상황은 김규식에게 현실을 자각하도록 만들었다. 시대가 그를 각성시켰으며, 일본의 탄압이 그의 민족 의식을 일깨웠다. 일본은 도쿄제대 유학이나 외국어대학 교수직을 제의했으나 그는 이를 거부하고 중국으로의 망명을 선택했다. 이는 그가 더 이상 문화적, 종교적, 교육적 활동에 머물지 않고 중국으로 탈출해 독립운동에 가담하겠다는 결의를 가졌음을 의미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1권 에필로그, 455~456쪽, 정병준 지음
그의 중국행은 일본 압제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소극적 선택에서부터, 중국 혁명 운동과 한국 독립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적극적 의지의 표현이었으며, 언더우드의 영향과 신분제의 제약에서 벗어나겠다는 인간적 결심이기도 했다. 중국은 그에게 피난처이자 기회의 땅이 되었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시험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속박하고 규율하던 모든 인간적, 신분적, 정치적, 민족적, 종교적 억압에서 탈출해 사고와 언어와 행동의 자유를 획득하려고 했던 것이다. 중국에서의 삶은 그의 의지와 결정에 따른 선택이었고, 오롯이 그의 책임이 되었다. 떠날 때 그의 중국 시절이 얼마나 될지 예상할 수 없었겠지만, 그는 32년을 중국에서 지내야 했다. 그런 면에서 중국은 그에게 제2의 고향이 되었고, 삶의 터전이자, 독립운동의 현장이 되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1권 에필로그, 457쪽, 정병준 지음
이때 제1차 세계 대전의 종전이라는 역사적 대사변과 기회가 다가오고 있었다. (…) 김규식은 정의 인도, 세계 대개조, 영구 평화, 민족 자결주의 등의 복음이 울려 퍼지는 이때 역사의 순간이 찾아오고 있다고 판단했다. 세계는 제정에서 공화정으로, 식민지 약소민족의 독립과 해방으로, 폭정에서 혁명으로 급변하고 있었다.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김규식은 무언가 행동함으로써 자신과 한국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판단과 결심을 가졌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1권 에필로그, 458~459쪽, 정병준 지음
정말 에필로그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책도 딱딱하기만 한 학술적인 느낌이 아니었는데 에필로그는 잘 다듬어진 문학작품을 읽는듯 아름답고 감동이 드는데 역사학자이신데도 필력이 놀랍습니다^^
책 다 읽기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에필로그만 읽어도 김규식에 대해 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자가 요약을 잘 해두셨죠.
에필로그 정말 좋더라구요.
ㅎㅎ 동감합니다!! 에필로그가 차~~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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