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대 많은 한국의 지도자들이 1차 대전 종전 이후 한국 독립의 가능성, 한국 독립 호소의 기회, 독립운동의 실현 가능성을 객관적 정세와 성패 여부를 기준으로 따지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이들은 자리와 명예를 추구했지만, 시대의 소명과 역할을 거부했다. 무슨 일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 태도로는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았다. 다가오는 역사의 순간을 애써 외면한 이들에게, 역사는 합당한 평가를 내렸다.
반면 시대와의 조응, 시대정신과의 교감에 민감했던 김규식, 여운형, 신한청년당원들은 적극적 태도로 시대를 읽고, 보고, 느끼는 정치 감각과 독립 열망을 가졌다. 기회를 포착해 온몸을 던지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실행력, 준비된 자세와 추진력을 갖췄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예견하고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태도였다.
이 순간, 김규식과 여운형은 시대의 불꽃이자 빛나는 물방울이었다. 바늘구멍만 한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에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자신과 민족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졌다. 이상주의자들이자 적극 행동파였고, 시대의 등불이었다. 이들의 마음속에 품은 작은 불꽃은 다른 마음에 희망의 불씨를 전달했다.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고 불꽃과 불꽃이 서로를 끌어안는 불꽃들의 대연쇄였다. 작은 불꽃과 불씨에서 비롯된 불길은 용광로처럼 타올라 한국인의 독립 의지와 독립 정신을 증명하는 초신성을 빛났다. 그리고 이는 일본 제국주의가 상상하지 못한 활화산의 폭발로 이어졌다.
다른 한편의 이들은 작고 빛나는 물방울이었다. 한 개인에 불과한 이슬 같은 물방울들이 가냘픈 표면 장력으로 다른 물방울들을 끌어당겼다. 하나의 물방울에도 온 우주가 비치는 법이다. 수많은 작은 물방울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3.1 운동의 마중물이 마련되었다. 여기에 200만 한국인의 눈물과 독립열이 결합해 성난 물길의 대분류가 되었고, 이는 3.1 운동이라는 한국인들의 역사적 공간을 창출했다.
한국인들의 독립 정신, 독립 염원, 독립열을 담은 3.1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민족주의 에너지의 폭발이었다. 김규식과 여운형, 신한청년당의 동지들은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고, 3.1 운동은 한국 근현대사의 분기점이 되었다. 역사는 자기 소명에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그에 걸맞은 역사적 이름과 의미를 부였다. ”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1권 에필로그, 460~461쪽, 정병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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