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1. <김규식과 그의 시대> (1)

D-29
필자는 여운형이 크레인에게 보낸 편지 및 윌슨 대통령에게 보내는 청원서의 원본을 2017년 컬럼비아 대학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이때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이라는 역사적 대사변과 기회가 다가오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역사의 대전환기가 선연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냥 평범한 식민지의 일상이었다.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개인의 행동과 삶이 규정되었다. 김규식은 정의 인도, 세계대개조, 영구평화, 민족자결주의 등의 복음이 울려 퍼지는 이때에 역사의 순간이 찾아오고 있다고 판단했다. 세계는 제정에서 공화정으로, 식민지 약소민족의 독립과 해방으로, 폭정에서 혁명으로 급변하고 있었다.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김규식은 무언가 행동함으로써 자신과 한국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판단과 결심을 가졌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세계정세의 대변동에 두근거리고 흥분된 마음을 가지고 있던 것은 김규식만이 아니었다. 기회 포착적 정세관과 신속 정확한 상황 대응력을 가지고 있던 여운형과 신한청년당 동지들이 존재했다. 김규식과 여운형, 신한청년당의 젊은 투사들이 결합해서 역사의 순간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들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파리강화회의 한국특사 파견을 실현했고, 여운형과 신한청년당의 동지들은 한국, 일본, 만주, 연해주 등으로 파견되어 이를 지원했다. 상해에 있던 무명의, 보통의 청년들이 3·1운동의 대문을 활짝 여는 역사적 임무를 부여받게 된 것이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하나의 물방울에도 온 우주가 비치는 법이다. 수많은 작은 물방울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3·1운동의 마중물이 마련되었다. 여기에 2백만 한국인의 눈물과 독립열이 결합해 성난 물길의 대분류(大奔流)가 되었고, 이는 3·1운동이라는 한국인들의 역사적 공간을 창출했다. 한국인들의 독립정신, 독립염원, 독립열을 담은 3·1운동이 시작되었다.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민족주의 에너지의 폭발이었다. 김규식과 여운형, 신한청년당의 동지들은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고, 3·1운동은 한국근현대사의 분기점이 되었다. 역사는 자기 소명에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그에 걸맞은 역사적 이름과 의미를 부여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파리강화회의 국면에서 먼저 움직인 쪽은 탁월한 정세 판단과 신속한 실행력•돌파력을 가진 여운형이었다. 그는 1918년 11월 27일 상해를 방문한 윌슨(woodrow Wilson) 대통령의 특사 크레인(Charles Crane)을 만났고, 이틀 뒤인 11월 29일 윌슨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전달했다. 이를 위해 신한청년당을 조직했고, 청원서가 윌슨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을 상황을 고려해 예비 계획으로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던 미국인 신문기자 밀러드(Thomas Millard)에게 따로 청원서 전달을 부탁했다. 나아가 신한청년당 대표를 파리강화회의에 파견해 직접 한국 독립의 의지를 표명하기로 했다. 김규식이 파리강화회의 대 표로 선정되었다. 여운형과 신한청년당의 동지들도 밀사가 되어 만주, 연해주, 국내, 일본에 잠입했다. 김규식은 파리에서, 여운형과 동지들은 국내 외에서 활약했다. 국내외에 잠입한 신한청년당의 밀사들은 파리강화회의 대표 파견을 선전하며 응원과 지지를 호소했다. 시대의 변화를 감지한 두근거리는 마음들이 만나 일을 도모했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2권 29, 정병준 지음
김규식은 1919년 2월 1일 상해에서 파리로 향하는 프랑스 우편선 포르토스호(S.S. Porthos)에 올랐다. 혼자의 몸이었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지 9년이 지났으며, 세계는 한국 문제를 일본의 내정 문제로 간주하고 있었다. 어떻게 일본 통치의 불법성과 야만성을 폭로하고 한국 독립의 정당성을 주장할지, 그 수단과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지하고 의논 할 상대가 없는 혈혈단신이었다. ...신한청년당이 파리 강화회의 대표를 파견하고 김규식이 실제로 파리에 도착해 맹렬한 활동을 벌이게 된 것은 단순히 의지와 시도의 문제, 혹은 기회포착적이고 즉흥적인 대처의 산물이 아니었다. 상해는 대표를 파리까지 보낼 수 있는 실행력, 공작력, 자금력, 정보력을 가지고 있었고, 김규식은 그러한 외교•선전의 임무를 혼자서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즉, 탁월한 정세 파악과 명민한 판 단력• 실행력을 갖춘 여운형과 파리강화회의에서 외교•선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언어적•문화적 소양과 실력을 갖춘 집념의 김규식이 만나서야 파 리강화회의 대표 파견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이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30, 정병준 지음
이상과 같이 청원서를 종합하면, (1) 정의, 인도, 자유 등으로 대표되는 1차 대전 승리의 정신과 그에 끼친 미국과 윌슨 대통령을 향한 찬사와 기대, (2) 일본이 전제주의, 군벌주의, 관료주의, 제국주의에 기초해 한반도를 발판으로 한 대륙 확장 정책을 펴는 데 대한 경고, (3) 일본 점령하의 한국 상황을 정신적,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설명, (4) 한국인의 독립투쟁 의지와 이에 대한 미국의 지원 요청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이 독립할 필요성을 세계의 대세, 인도•정의, 한국인의 자유의지 등 보편성에서 구하면서, 한편으로 일본의 대륙 침략 정책에 기초한 아시아의 갈등 가능성과 일본 통치하 한국의 참혹한 현실을 부각시킴으로써 한국 독립에 대한 미국의 동정과 후원을 요청한 것이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66, 정병준 지음
책에서는 찰스 크레인이 윌슨 대통령의 비공식 외교사절 정도로 묘사가 되어있지만, 실은 조금 다른 배경이 있습니다. 조선을 거쳐 베이징으로 가서 주중 미국 대사를 만나 중국에서의 일정들을 마친 크레인은 그 다음 선양(당시 묵덴)을 거쳐 하얼빈으로 가서 그곳의 미국 기술자들을 만납니다. 이곳에 왠 미국 기술자들?인가 싶지만, 크레인은 러시아의 웨스팅하우스 대리인이었습니다. 이 웨스팅하우스는 전기 회사 웨스팅하우스의 자회사로 실은 유명한 "모신 나강" 소총을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레밍턴과 함께 제정 러시아의 소총 공급원 회사였었습니다. 한해전인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구 러시아 제국의 수주가 중지되고 이후 웨스팅하우스는 거의 파산까지 몰리다가 미국 정부가 손을 써서 이 소총들을 활용하게 되는데, 이 문제와 관련된 일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얼빈에서 그에게 또 중요한 정보 시찰 업무는 체코군단과의 연결이었습니다. 바로 그해 여름 체코 독립의 중심 인물인 마사릭을 미국으로 초청하여 체코슬로바키아라는 국가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힘을 쓴 사람이 바로 크레인이었는데, 당시 시베리아에서 귀국을 하기위해 러시아 백군편에 가담하여 고군분투 중이던 체코군과 연락하고 협의를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가 읽은 그의 비망록에는 이 체코군의 자초지종이 길게 나와있습니다. 그렇게 북방에서의 일을 모두 마친 다음 쑤저우를 거쳐 1918년 11월 하순 추수감사절 즈음에 상하이에 도착합니다. 그리고는 여운형과 만남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크레인의 비망록을 읽을 때 그의 알려지지 않은 여행 목적을 추정하다보면 여운형과의 만남에 대한 언급이 없는게 좀 이해가 갔었습니다.
@적륜재 그러네요. 후대의 시선으로 역사를 살피다 보면, 정작 당사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혹은 우발적인 우연이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도 그런 흥미로운 사례로도 보여지네요. 좋은 자료 고맙습니다.
이 일러스트 그림은 1919년 런던에서 발간된 “From Self-Determination for India”라는 제목의 문건에 실린 삽화입니다. 민족자결호의 조타를 잡은 우드로 윌슨 선장은 환영인사를 외치고 중국도, 해체되는 오토만 제국의 아랍 에미리트들도 모두 갑판에 모여있는데, 배에 타려는 미스 인도에게 갑판장 로이드 조지(당시 영국 수상)가 "패스포트가 없어요!"하며 가로막고 있는 장면입니다. 1919년 현재 조선은 그림 속에 만평은 커녕 아직 존재하는지조차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나라에 흩어져있던 조선인들의 참가 시도도 그나마 직접 갈 수 있었던 것도 김규식과 신한청년당뿐이었는데, 김규식은 맞닥드렸을 절망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지 저같은 평범한 사람은 가늠도 안됩니다.
감동적인 그림과 설명입니다. 절망하여 나라를 떠날수 밖에 없었던 조선 디아스포라들이 포기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준것에 크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2월 24일 화요일은 2장 '한국인들의 파리 강화 회의 대표 파견 시도와 3.1 운동'을 읽습니다. 71쪽부터 117쪽까지입니다. 파리강화회의를 바라보는 당대 여러 유력 인사의 시선과 결정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데에 중심이 된 신한청년당의 태동 과정을 자세히 짚고 있습니다. 오늘 읽을 부분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윤치호의 냉소였습니다.
한국의 유력자이자 저명인사였던 윤치호는 파리강화회의의 적격자로 많은 사람의 권유를 받았지만 독립운동을 냉소적인 태도로 비난하는 데에 그쳤던 반면, 무명의 여운형은 크레인을 만나 청원서를 전달하고, 신한청년당을 조직해 김규식을 대표로 파리에 도달하게 하는 데에 성공했다. 나아가 김규식은 전력을 다해 파리강화회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 역사의 파도가 밀려올 때 어떤 이는 수수방관하고 비난하는 태도를 취한 반면, 다른 어떤 이는 적극적 행동을 취함으로써 자신과 민족의 운명을 바꾸었다. 시대와 역사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배신자가 될 것인가는 스스로가 선택한 자신의 운명이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2권 2장 2절, 95쪽, 정병준 지음
그런데 저도 윤치호(1918년 당시 53세) 정도의 나이가 되면 저랬을 것 같기도 하고. 또 뭐라도 해야지 했을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리네요;
또 그런 것도 있죠.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 뭐라도 해야지 사이에서 방황하다 버나드 쇼처럼 말하게 될 거 같아요.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고. 할 수 있을 때 뭐라도 하는 게 정답인 거 같습니다. 하하 근데 이때 여운형의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네요. 윤치호가 53세면 초로라고 볼 수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 않나 싶네요. 지금 50대는 아직도 청춘이죠. 배우 강수연이 타계했을 때가 50대 중후반이 없는데 너무나 일찍 죽었다고 입을 모았으니.
여운형은 김규식보다 다섯 살 밑이에요. 1886년생. 그러니까, 당시 32세 30대 초반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빠릿빠릿한 여운형이 일을 밀어 부치는 게 당연했네요. 요즘엔 현재 나이에서 15살인가를 빼라고 했던거 같은데 그럼 YG님 몇짤? ㅋㅋ YG님의 빛나는 50을 응원합니다! 하하하. (제가 오늘 YG님은 눈총을 받으려고 작정했나 봅니다. 용서하이소~ ㅠ)
<3월 1일의 밤>에서도 윤치호 이야기가 나왔던 걸로 기억나네요.
하하하.. 50대로서 젊으니까 할수 있다에 한표 입니다. 회의적 태도에 가까운 저로서는 젊은이를 응원하는 정도만.
맞아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현실인식이 중요하고 특히 리더의 현실인과 역사관이 중요하구나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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