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1. <김규식과 그의 시대> (1)

D-29
우리나라 미국 유학생의 학비와 식비를 마련해 나누어 주어 이들 학도의 아사(餓死)를 면케 할 뜻으로 전임 공사 이범진의 10호 보고서가 이미 있사온 바 그때 연도가 광무 3년(1899) 10월이온데 지금 광무 5년(1901)에 여하히 조처한다는 훈령이 아직 없사오니 이들 학도들이 유학 중 죽지 않은 것은 미국인의 구휼에 다행히 의지하오니 이들 학도가 본국이 있고 공관 공사가 역시 있사온데 본국과 본공관에서는 본국 학도가 아사하든지 빌어먹든지 귀 막고 입 막은 듯하고 타국인의 원조를 우러러 바라오니 인접국에 수치를 끼침이 심대하올뿐더러 본부는 수륙으로 멀리 떨어져 이목에 보고 듣는 바 희소하옵거니와 본공사는 이 땅에 주재하여 하루 또 하루 상황을 바라봄에 긍휼하고 측은하여 소문이 창피하여 얼굴을 들어 사람을 보기에 붉은 땀이 저절로 나온즉 이들 학도의 학비와 식비를 연도별로 액수를 정해 즉시 속히 보내주신 후 나라의 체모와 공관의 체면이 무릇 격식을 갖추게 되옵기[…]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의화군(의친왕)은 고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으나, 모친 장씨는 민왕후의 미움을 받아 죽었고, 외가나 정치적 의지처가 없었다. 의화군을 통해 순종의 후사를 도모하고자 그를 후원했던 민왕후가 을미사변으로 시해된 후 사실상 일본으로 추방되었다. 1895년 이후 1906년 귀국할 때까지 거의 11년가량을 일본과 미국에서 지내야 했다. 역설적으로 의화군은 조선의 왕위계승자는 물론 주요 해외유학파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 생활과 유학 경험을 통해 일본·미국을 포함한 근대세계에 정통한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국내와 일본에서 의화군을 둘러싼 정치적 음모와 소문이 팽배하자 고종과 엄비는 의화군의 귀국을 막았고, 이미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의화군 역시 장기적 미래를 도모하기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망명객과 음모자, 암살범들이 주위에 모여들었고, 미국에서는 로녹대학과 웨슬리언대학을 다녔으나 학업에 뜻을 두지 못했다. 결국 을사조약으로 이토가 통감으로 부임하면서야 귀국할 수 있었다. 대한제국이 사실상 몰락하는 순간에야 귀국할 수 있었던 의화군은 역설적으로 대한제국의 강제병합 이후에야 왕실 인물 가운데 가장 유력한 독립운동의 중심인물이 될 수 있었다. 의화군에게 정치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은 대한제국의 비극적 일면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오늘 책 받고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는 그 꽃도령 김규식 사진을 보고 나니 만일 김규식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 드라마가 나온다면 아역 배우로 누가 좋을까 찾다가 두 아역 배우를 뽑아 보았습니다. 왼쪽은 박상훈 군이고, 오른쪽은 고우림 군이라는군요. 웬만한 드라마에서 보긴했습니다. 원래 제가 생각했던 배우가 있는데 이름도 모르고 네이버에 이미지가 뜨지 않아 일단 두 사람을 올려봤습니다. 정말 요즘엔 너무 예쁘고 잘 생긴 아역 배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혹시 책 보다 눈이 침침하시면 안구정화하시죠. ㅎㅎ 근데 정말 김규식 빠져들 것만 같습니다. 하하하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2월 12일 목요일은 4장 1절 'YMCA 이사, 서기'부터 4장 4절 '조은애와 결혼(1906)'까지 읽습니다. 243쪽부터 288쪽까지 입니다. 미국 유학 후 고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YMCA를 중심으로 교육 운동에 나서고, 1905년 고종의 비밀 밀사로 비밀 외교를 시도한 행적 등과 첫 번째 결혼(사별) 이야기가 나옵니다. 첫 번째 결혼을 할 당시의 김규식의 나이는 만 25세였습니다.
김규식은 <자필이력서>에서 "1905년 여름 미국 포츠머스에서 러시아와 일본의 강화 담판 준비 전에 궁정의 밀령을 받들어 도미를 기도했다"(한문)"1905년 여름 일본과 러시아 간 평화협상에서 한국 문제를 애원하기 위해 포츠머스로 가기 위한 황제의 비밀 사절단 9명으로서 본인과 다른 성원들은 미국에 갈 승선권을 살 목적으로 상해에 갔다. 그러나 여행비용에 쓸 자금과 황제의 비밀 메시지를 가지고 상해로 오기로 한 사절단 다른 성원들이 나타나지 않았고 3개월 가까이 시간을 허비한 후 그동안 조약이 9월6일 포츠머스에서 이미 서명되었기에 같은 해 11월 7일 한국으로 귀환했다"(영문)라고 쓰고 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사실 하와이 한인대표 윤병구가 태프트의 소개장을 얻어 루스벨트를 면담 할 수 있었던 것이 실체였다. 일본 측은 이승만이 고종의 밀사라고 추정하고 있었고 이승만은 사실상 민영환 한규설을 통해 파견된 고종의 밀사였지만 이승만은 자신을 사형시키려 한 고종에 대한 반감이 심했다. 또한 하와이 7천 한인으로서는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당시 민중조직, 민회로 주목받던 일진회 대표라 자처하는 우극을 벌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위기 속에서 어떤 외교적 노력도 가시화되지 않던 상황에서 절망과 나락을 경험하던 한국인들에게 이승만. 윤병구의 루스벨트 면담은 대성공으로 홍보되었고 심지어 주미공사관 김윤정 대리공사가 이들이 요구한 정식 외교공문을 미 국무부에 보내지 않아 러일강화회담 참가가 무산되었다는 과장 보도가 국내 언론에 유포되면서 이승만의 명성이 높아졌다. 이승만의 루스벨트 면담외교의 성공은 그를 청년지사, 외교적 영웅으로 부각시킨 일대 사건이었지만 정작 이승만은 외교적으로 순진했고 정치적으로 미숙했으며 반고종 반대한제국 친일 반러 노선을 추구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아, 이게 앞에서도 나왔던 박장현(박희병)의 이승만 신화 만들기 기사랑 연관되는 내용인가 보네요. (책을 읽을 때 이승만이 나오면 아무리 객관적으로 봐주려 해도 그게 잘 안 돼요. 뭘 해도 그냥 밉상이에요.)
어!! 전 @향팔 님이 언급하신 내용 모르는데~~ㅠㅠ 그런데 저도 이상하게 이승만에게 좋은 느낌이 안드는건 개인적인 선입견(?)일까요?? 😅😅
아, 그 내용은 앞에서 로녹대학 얘기할 때 잠깐 나왔어요! 181쪽에 있어요.
김규식의 미국 생활을 끝내고 나니 예전에 읽은 강용흘의 "East Goes West"(Younghill Kang, 1937)라는 책이 연결되어 생각이 났습니다. 강용흘은 1930년대의 미국 문학에서 중요하게 다룰 정도로 포지션을 잡고있는 소설가입니다. 영어본은 현재 펭귄북스 문고본으로 나와있고, 한국어 번역은 "동양선비 서양에 가시다"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습니다. (지금보니 품절이라고 나오는데요) 연배는 김규식보다 좀 아래이지만 1900년대 초반 미국에 김규식과 거의 비슷한 10대 청소년 시절에 건너와 고학을 하며 학교를 다녔고 보스턴 유니버시티에서 영문학 학사, 하버드대학에서 교육학 석사를 취득한 후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면서 "Grass roof"로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미국에 건너오기 전의 조선에서의 일을 다룬게 Grass roof이고 그 다음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한국인 소년/청년이 미국 사회를 경험하는 과정을 다룬게 East Ges West입니다. 한국어 번역본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영어는 문체가 굉장히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인사이트가 있었습니다. 약간 스코트 피츠제럴드 영향도 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용흘은 해방 직후 미군정청의 교육 자문으로 한국에 와서 일을 좀 했었고 이후 미국에서 세상을 떴습니다.) 기회가 되시면 김규식의 미국 학생 시절을 약간 자세히 보시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시면 의외로 재미있으실 것란 생각이 들어서 소개합니다.
동양선비 서양에 가시다강용흘은 우리 민족사상 가장 위대했던 외세에 대한 항쟁이랄 수 있는 3.1운동의 수난과 좌절을 다루어 일제하 우리 국민들이 끝까지 민족정기를 지키는 시대상황을 작품화한 《초당》으로 세계에 우리의 위상을 높였다. 《동양선비 서양에 가시다》는 속편이라 할 수 있다.
@적륜재 작년(2025년) 3월에 권보드래 선생님의『3월 1일의 밤』을 읽었었는데 그때 한국 문학의 디아스포라 1세대 작가로 강용흘과 이미륵(이의경)을 소개한 대목이 있었어요. 권보드래 선생님은 3월 1일의 충격으로 각각 미국과 독일로 떠난 두 작가의 행보를 대표 작품과 연결해서 서술했었습니다. 까먹고 있었는데 다시 기억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미륵은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강용흘은 전혀 기억안나네요. 이럴 때 <3월1일의 밤>을 다시 한번 퀵하게 읽으면 상당 부분이 머리에 남을텐데 막상 재독을 하려면 머뭇거리게 되네요.
저도 기억이 증발되어.. 독서 메모를 다시 살펴보게 되네요 ㅎㅎㅎ 강용흘의. 한국인의 쓴 디아스포라 문학의 선구자. "이날 울려진 함성은 비극으로 가득 찬 것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엄청난 희열이었으며, 눈물은 고통보다는 환희에 찬 것이었다." /초당(The Grass Roof)
김규식이 조선으로 돌아온 러일전쟁 즈음의 조선을 바라볼 때, 21세기 현재 한국사람으로서 그 때 그 이후의 역사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이미 알고 들여다 보지 않고, 앞일이 어찌될지 몰랐던 조선사람들의 시점으로 보면 조금 다른 것 같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당시 자료들을 좀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뭐랄까 사회 전체가 약간 카페인 음료를 과다하게 마신 청소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분노, 절망, 희망 같은 게 맥락없이 마구 섞여서 이 사람이 왜 이런 일을 했는지 이해가 안가는 경우도 많고, 이런 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그때는 또 이런 경우도 있었구나 싶기도 하고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초창기 일본육사에 파견되어서 교육을 받았던 류동렬이란 분이 있는데, 이 분은 대한제국군 장교를 거쳐 이후 만주로 가서 독립군, 광복군의 대표적인 인물이 되신 분입니다. 게다가 해방 후 미군정청의 통위부(현재 국방부의 전신)를 맡아 광복군 출신을 국군에 들어오게 하여 국군이 일본군/만주군 출신으로만 구성되지 않도록 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러일전쟁때 일본군 파견 종군하여 러일 전쟁후 일본군 지원의 공을 인정받아 훈장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러일전쟁은 당시 개화의 전면에 나선 인텔리들에게 대단히 복잡한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규식의 귀국 후 여러가지 행보 역시 책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과 함께 그런 측면에서 읽으면 좀더 납득하기 쉽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회 전체가 약간 카페인 음료를 과다하게 마신 청소년 같은 느낌"이라! 한마디로 부정맥의 사회였을까요? ㅎ 역사는 반복된다고 요즘의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해방을 맞았다고 좋아한 것도 잠시고 새로운 혼란이 다시 시작되기도 하니. 그래도 굳이 비교하자면 그나마 어느 시대가 나은 걸까요? 그때? 아니면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하기도 하니 인간의 역사란 참 아이러니한 것 같기도 합니다.
오, 부정맥의 사회! 정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도 먼 훗날의 사람들이 돌아봤을 때 그렇게 느낄 것 같아요.
ㅎㅎ 그런가요? 대학교 때 친구 하나가 커피 한 잔만 마셔도 파르르 떨었던 친구가 있었어요. 부정맥하면 그 친구 생각이 나요.
@적륜재 님 글에 공감갑니다 한 사람의 능력과 도덕관과는 별개로 19세기말 20세기 초 동아시아든 유럽이든 예측불가한 시대를 살아나간다는건 어떤 느낌(?)일지 직접 겪고 싶지는 않고 궁금합니다 ^^;; 자신의 올바른 소신으로 자신하며 행한 일들이 결과적으로 사회에 해악을 미친다면 어떤 생각이 들지~ 사회전체가 카페인 과다한 상태가 언젠가 또 올수도 있을텐데 역사의 복기는 그런점에서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러시아를 아시아의 침략자, 일본을 아시아의 해방자로 인식하고, 이를 백인종과 황인종의 전쟁, 러시아 대 일본·동양제국의 연대투쟁으로 규정한 점은 이 시기 일본의 영향하에 만연해 있던 문명개화론자들의 보편적 시각이자 구미의 인식이었다. 한국 지식인들의 인식 전환은 러일전쟁 이후 을사조약을 계기로 일본의 위장된 한국 독립·보호론이 실상은 제국 팽창의 술책이었음이 드러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러일전쟁기 윤치호, 이승만, 여운형, 이준 등 당대 개화파 지식인들이 가졌던 일본의 대러시아전 승리를 응원하던 정서와 동일한 것이었다. 한국 지식인들뿐 아니라 동아시아 정치인·지식인들도 대일 우호적 인식의 그물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세트] 김규식과 그의 시대 1~3 세트 - 전3권 정병준 지음
아, 강용흘 선생님의 책은 저희 지역구 도서관에 없네요. 책바다 서비스라도 신청해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경쾌하고 유머러스하다니, 그 점이 특히 끌리네요.) @적륜재 님, 책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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