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살아가며 같이 읽고 생각 나누기

D-29
자기관리의 굴레 속에서 자기 착취에 가담한다는 말 정말 공감합니다
사회제도의 구속력이 약해진 액체 근대 사회는 어떤 면에서 개인에게 자유를 선사한 듯 보인다. 하지만 행복과 성공이 출신이나 배경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에 달렸다는 믿음은 사람들에게 일말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임금노동에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투여하는 현대사회에서 노동시장에서의 성취는 자기 정체성과 지위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일 없이는 자기 존재를 세우기조차 힘든 사회다. 특히 가족이 없는 혼자 사는 노동자들에게 일은 단지 정체성의 일부가 아니라 정체성 그 자체다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홀몸'인 싱글들은 좀 더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 … 높은 노동 생산설, 탄력적인 노동시간, 빠른 퇴직, 잦은 이직. 1인 가구 노동자들은 이런 변화에 보다 쉽게 자신을 맞출 수 있다. 그들의 홀몸은 액체 근대 사회의 흐름을 따라 유연하게 이동한다. 마치 신자유주의 노동 시장에 맞춰 제 몸을 재단한 것처럼.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현대사회에서 권력은 폭력이나 억압으로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권력의 얼굴은 더 세련되어진다. 사람들이 스스로 어떤 가치와 규범을 ‘좋은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 그렇게 하면 통치 권력은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권력은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스스로 그렇게 살고 싶게 만든다. 푸코는 이를 통치성governmentality이라고 불렀다.[ 21 ] 통치성은 개개인의 인식과 행동을 통솔하는 힘이다. 겉으로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 같지만, 실은 사회가 바라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관리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다.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후기 산업사회의 생산과 재생산 구조가 개인으로 이동한 만큼 이에 맞는 복지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이제 가족임금을 넘어 1인분의 복지를 고민할 때다. 노동자 네 명 중 한 명이 1인가구인 지금 이는 소수 집단을 위한 특혜가 아니다. 가족을 대신해 혼자서 자본주의의 생산과 재생산을 전담하고 있는 개인에게도 마땅히 분배되어야 할 몫의 복지이다. 산업사회의 복지가 노동자를 떠받쳤던 가족을 지원했듯이, 혼자 일하며 스스로를 떠받치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그 짐의 일부를 제도가 나누어 맡는 일이다. 이를 위해 기업 차원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대안들이 있다.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사람은 누구나 우울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1인가구에는 이를 희석해 줄 일상 속 지지망이 부족하다. 힘들 때 회복 속도가 느리고, 감정의 골이 깊어질 때 바로 곁에서 붙들어 줄 누군가가 없다. 그래서 1인가구가 자살 생각에 빠지는 비율(10.6%)은 다인가구(2.8%)에 비해 무려 3.8배 높다.[ 23 ]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제1차 인구변동은 산업화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출산율과 사망률이 동시에 낮아지는 현상이다 ... 제2차 인구변동은 핵가족 체계가 흔들리며 탈가족화가 진행되는 현상을 말한다. ... 반면 한국처럼 압축적 근대화를 이룬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두 단계의 인구변동도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한편에서는 결혼정보회사가 성행하고 자녀를 위한 사교육 시장이 과열될 만큼 강력한 핵가족 중심주의가 존재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비혼주의와 같은 탈가족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로 다른 시대적 풍습이 한 시대에 공존하는 셈이다. 독일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는 이런 현상을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이라고 불렀다.[ 28 ]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영국 NHS의 사회적 처방 링크 워커 제도] https://m.blog.naver.com/ekeeper21/223876891891 '이 제도는 개인이 겪는 많은 문제들이 개인화로 인한 사회적 고립에서 비롯되며, 따라서 해결책도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명확하게 전제한다. p127 . 3장
바우만은 후기 산업사회에 개인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는 모습을 쇼핑에 비유한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지만 결코 만족에 이르지 못하는, 일종의 쇼핑 중독이라는 것이다.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그리고, 4장에서 어느 스타트업에다니는 33세 노정호 씨는 말한다. '현실적으로는 지금 있는 직장에서 최대한 성장을 해서 몸값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거 잖아요. 그래서 통계를 취미로 갖기로 했죠.' … 언젠가 대체 수입원이 될 수도 있고, 일을 확장할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전략적 자기기획인 셈이다. 그래서 이들이 맺는 친분관계나 소모임 활동에는 항상 생존의 긴장감이 깔려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기힐링은 더욱 강력해진 자아를 탄생시킨다. … 나는 왜 불안한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 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처럼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해석하면서 무엇이 ‘나에게 의미있는 일’ 인지를 계속해서 묻게 만든다. ... 바우만은 현대인들은 홀로 있을 때 완전한 고독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과 미디어에 접속해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외부세계를 관망한다고 말한다. … 그래서 이들에게 중요한 건 뷰view이다. … 나는 이들이 찍어온 창가 풍경이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과 너무 흡사해서 놀랐다. … 그들에게 타인의 존재는 어떤 의미도 담겨있지 않은 백색소음으로 떠돌았다.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물론 개인화의 긍정적인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앤서니 기든스는 개인화에 내재된 해방의 잠재력에도 주목한다. … 순수한 관계란 역할이나 의무가 아니라 상호 존중과 정서적 지지 그 자체로 연결된 관계를 뜻한다. 오직 개인 대 개인으로, 온전히 존재하며 만나는 관계 말이다. 각자 도생이 생존을 위해 타인과 거리를 두는 것이라면, 순수한 관계는 생존을 넘어 공존을 위해 타인과 다시 연결되는 것이다. 혼자의 시대는 이러한 재연결을 위해 필요한 고독의 단계일 수 있다.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바라던 문장이 드디어 나왔다. '그래서 이 다음은..? 이미 액체화된 근대사회에 맞춰 정체성을 재단해버린 1인가구들은 어디를 향해야 하지?' 라는 질문에 답을 희망하던 차에 말이다.
사회자본 - 당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 함께 밥을 먹으며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 당신을 믿고 도와줄 사람들이다.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서로를 믿는 상호신뢰성, 물심양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원교환가능성, 그리고 이것이 사회제도로 뒷받침되는 제도적 안정성. 이 세박자를 갖춘 관계가 질 좋은 사회자본이다.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스쳐 지나가는 관계가 아니라 사회자본이라 부를 수 있는 관계가 되려면 서로를 신임하며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 신분을 알 수 없는 사람들과 짧은 기간에 무언가를 배우고 헤어지는 일회성 만남으로는 질 좋은 사회자본이 형성되기 어렵다. 이런 환경속에서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청년 1인가구들은 정박할 항구 없이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존재로 남겨진다. ... 사회 복지기관의 진정한 숨은 힘은 ‘꾸준히 만나는 사람들’ 을 만들어준다는 데 있다. … 공인된 공간에서 시작된 관계는 부르디외가 말한 질 높은 사회자본이 되어준다.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승민 씨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은 낯선 타인과의 교류를 불편해한다. 누군가를 의무감으로 만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여긴다.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가족이 가장 힘이 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선택하지 않은, 끊어낼 수도 없는 의무적인 관계. 가끔은 그렇게 불편하고 지긋지긋하던 그 가족이 결국 시간이 지나면 가장 든든해지지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갈 때, 이 불편함이 싫어서 '더 잘 맞는' 사람을 찾아보지만 그건 어쩌면 환상이거나 일종의 굉장한 행운 같아요. 그냥 계속 보는 것, 이 사람이 누구든 내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이 그냥 꾸준히 보는 것이 사회적 자본을 쌓아가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것인데.. @메롱구이 님이 수집한 문장과 나란한 느낌이어서 담아봤습니다.. 나이들수록 '관계'는 숫자가 아니라 '온도'.. 라는 말에 매우 공감되네요..
차승원씨가 멀어진 친구들은 어떤 목적이 있는 관계들이지 않았을까요? 이 책에서 말하는 '질 좋은 사회자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친구들이 있고, 내가 '어떤 사회에/계급에 속한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만나는 친구들이 있는데, 후자에 가까운 사람들인 거 같습니다. 사실 차승원씨 정도 되면 이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자본도 충분히 갖추어서 불필요한 관계를 끊는 것이 현명한 것이었겠죠? 그 기준으로 '온도' 를 내세운 게 아니었을까요. 나이가 들면 확실히 질 좋은, 건강한 관계에 대한 안목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단절된 동선 위에 놓인 제3의 장소들은 혼자만의 직선을 우리들의 면으로 넓혀준다. 이웃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공동의 추억을 쌓는 이 장소야말로 고립을 막는 가장 인간적인 사회적 인프라다. p183
필연적 혼자의 시대 4장, 김수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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