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문고 서점원과 함께하는 문학 독서모임입니다. 매달 두 번째 수요일 저녁 7시 반에 책을 읽고 만나 이야기 나눕니다. 간단한 소감, 인상 깊었던 부분을 공유해주세요.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공유해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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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문고 서점친구들] 문학 <쥬디 할머니> 함께 읽기
D-29
진주문고모임지기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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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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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레트로한 느낌이 너무 생생했어요. 최근에 레트로를 표방하는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형형색색에 플라스틱 느낌이라 우스꽝스럽거나 이상할 때가 있거든요. 이 작품에서는 그 빛깔, 그 색깔, 그 감수성이 고스란히, 지루하지 않게 드러나는게 너무 신기했어요. 지금 읽어도 재밌다. 배경은 확실히 옛날인데 말이죠.
세 가지 정도를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하나가 이 시대, 옛날 소설의 배경, 시대상 이런 것들이요. 지금과는 다른 감수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대부분의 작품들이 위선과 허례허식, 허위 같은 걸 꼬집으면서 반전이 나오잖아요. 인간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 인간의 다면성, 속물성 이런 것들도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재미 이런 것들을 두루두루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더 궁금하고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주제가 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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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대상에 대하여
저는 <재이산>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산가족 찾기 방송 이야기가 나오잖아요.그러니까 저는 사람들이 다 가지고 있는 뻔한 생각들을 뻔하게 바라보지 않는 게 박완서의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좋았던 진짜 디테일하다고 했던 부분은 다른 이산가족들은 방송에 나와서 펑펑 울면서 재회하고 그런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남자도 나도 가족들을 만나면 그렇게 펑펑 울거나 포옹을 하거나 이렇게 해야지라고 준비를 하고 있고 그 전화를 받은 가족들이나 그 집주인이나 전부 다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전부 다 그렇게, 그러니까 이 시대는 이 시대상은 우리가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이 공통 감각 공통 경험으로 자리잡은, 팽배한 시대였잖아요. 근데 사실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게 박완서 소설에 다 있어요.
<재이산>을 영화 <국제시장>처럼 만들 수도 있거든요. 너희 울어라 울어라,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잖아요. 신파나 감동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사실 인간사에는 이렇게 불편하고 어긋난 지점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지점, 그런 감각이 너무 와 닿았어요. 요즘 소설들은 그런 면에서 신파를 그리기 힘들죠. 여기 계신 여러분이랑 저만해도 공통 감각이나 경험이 희박하잖아요. 이전 세대들이 가졌던 전쟁과 가난 경험이나 다 같이 동일한 시간에 똑같은 뉴스와 드라마를 보는 시대에 가졌던 감성이 다를 테니까요. 그런 시대상에서 그려진 소설이기 때문에 불편함이 더 생생하게 와 닿는다고할까, 배경과 시대상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국제시장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 덕수, 그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 ‘괜찮다’ 웃어 보이고 ‘다행이다’ 눈물 훔치며 힘들었던 그때 그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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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유효한 디테일을 가진 소설이에요. <공항에서 만난 사람>에서 김포공항 국제선에서 떠나고 돌아오는 사람을 한참 묘사하잖아요. 뒤에 나오는 미군 PX 이야기랑 큰 상관이 없는 장면인데도 그 장면들과 현장의 분위기, 대화하는 장면들. 박완서 소설의 시대상을 이루는 것 중 하나가 그런 장소성도 있지만 대사들, 대화들이지 싶어요. 그 때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는 느낌. 동시대 사람들은 정말 아침드라마 보는 것처럼 좋아했겠다 싶어요.
여러 설정들이 이 소설 안에서의 반전이기도 하지만 그 시대상에 대한 반전이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부자들의 속물성을 끌어들이든가 여성들이 오히려 더 주체적으로 나온다든가 이런 것들이 아니면 당연히 뻔하게 감동적인 것들을 뒤집어가지고 이거 사실 불편한 건데 이렇게 만든다든가 이런 것들이 근데 소설에 대한 반전이기도 하지만 시대에 대한 반전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그런 재미들이 좀 있는 것 같고.
"밉살스럽다가도 문득 부드럽고 보배로워지는 걸 보면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문장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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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디 할머니>가 가진 교만과 당당함, 자신감 같은 것들이 처음엔 멋있어 보이잖아요. 그런데 나중에 보면 그건 껍데기였잖아요. 이 사람은 자신의 과거가 부끄러워 새집을 알아보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앞서 말씀해주신 <공항에서 만난 사람> 속 무대소 할머니, 쌍노무배치 할머니 같은 경우엔 쥬디 할머니와 완전 반대쪽에서 매력이 있는 느낌이죠. 시대상 안에서 인간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를 드러낸다는 걸 이야기해보자고 그랬잖아요. 그럼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이야기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앞서 이야기할 때 <할미꽃>이 약간 어렵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명하지 않다는 이야기들을 나눴잖아요. 저는 이 작품이 좋았던 게 다른 작품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사람들을 도식화하게 되잖아요. 쥬디 할머니는 이런 사람, 상노무배치 할머니는 이런 사람 이런 식으로. 그런데 그렇게 딱 안 떨어지는게 <할미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엔 늙은 여성의 현명함에 대한 이야기인가? 그 뒤의 이야기를 읽으면 여성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인가?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처럼 노년의 성과 욕망, 여성이 가진 어떤 것들이요.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건 이 소설은 할머니가 화자가 아니라 할머니를 만나러 간 숫총각 군인의 이야기잖아요. 김일병이 할머니를 대상화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누가 어떻게 이야기를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는 거죠. 여성의 매력이나 욕망으로 부를 수 없는 것 같아요. 여성의 힘, 포용성으로 두 이야기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여성들이 너희들이 말하는 그런 성녀나 창녀가 아니라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할 수 있는 존재이고 너희가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이런 느낌으로 읽게 되거든요. 다른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반전이나 도식들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있어요.

죽어도 좋아이 영화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있다. 두 사람 모두 일흔을 넘긴 노인네다. 각자의 배우자와 사별을 한 두 사람은 죽음보다 외롭게 고독과 친구하며 하루 하루를 연명한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운명처럼 만났다. 한시가 안타까운 두 사람은 마음가는 대로 사랑을 식히지 않는다. 그랬더니 섹스도 가능하다. 두 사람에게 있어 섹스는 이미 오래전에 떨쳐버린 무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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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복합적인 인물
<재이산>에서 고모랑 숙모가 싸우는 거 그 자체로 입체적이어서 정말 재밌었어요. 하지만 사실 그 작은 아버지로 나오는 삼촌의 심리가 흥미로웠어요. 화자 앞에서 끊임없이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죄책감으로부터의 거리두기로 읽혀졌거든요. 너무 반가워하고 가깝게 굴면 내가 내친 꼴이 되니까 다시 만나고 나서도 심리적인 선을 긋는 것으로 보여요. 그래야지 마음이 편해지니까. 너는 너희 생에서 너의 삶을 살았고 우리는 우리가 노력해서 성공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조카가 정말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면 부둥켜 안고 울음을 터뜨렸을 인물이에요.
<해산바가지>에서도 실은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같은 이야기로 보이잖아요. 그런데 화자의 어머니가 정성들여 자기를 낳은 기억들이 교차되는 부분이 너무 좋았어요. 남들 다 그렇게 하는 거니까 남존여비 사회같다고 하지만 안 그런 세계도 있는 거잖아요. 병원에 문병 갔을 때 사람들이 떠드는 흰소리를 고스란히 묘사해요. 도식화 된 사회의 분위기, 인물 같은 걸 묘사하고 있지만 그렇게 표면적인 이야기말고 진짜 우리가 느껴야 하는 감정들 이런 것도 다 터치해주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
그냥 문장이잖아요. 그런데 그 문장에서 많은 것들을 읽을 수 있잖아요. 내가 의미를 부여하면서 읽을 수 있는 문장이 좋은 문장인 것 같아요. 문장에서 드러나는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삶 자체, 인물의 태도 같은 게 읽혀지면서 캐릭터가 생겨나고 소설이 이뤄지는 거죠. (풍부한 함의, 상징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수다에도 그런 것들이 들어가는 순간 철학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의 문장들이 참 좋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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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안간 뱃속에서 뭔가가 불끈 들고 일어나는 거야.그래가지고 꼭 성난 짐승같이 요동을 치는데 당초에 겉잡을 수가 있어야지. 나종 생각하니 그놈의 짐승이 아마 목숨이었나 봐. 나는 그때까지도 사람 마음하고 사람 목숨하고 같은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니까. 마음 따로 목숨 따로야. ”
『쥬디 할머니 - 소설가가 사랑하는 박완서 단편 베스트 10』 p.96, 박완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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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박완서 소설의 문장
박완서 소설 읽으면서 참 좋았던 건, 아까 말처럼 반전이나 다양성을 드러내고 모순이나 부조리를 캐치하는 그런 것도 있지만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이거든요. 96 페이지에 밥을 지어 먹는 장면인데. 제가 박완서의 산문들을 좋아하거든요. 이 사람의 문장 안에는 살림이 들어있구나. 사람들의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느낌을 잘 묘사하는 구나. 그러니까 인물이 다면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진 거는 그 사람이 입체적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이렇게 원초적인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박완서 소설에서 원초적이면 사람이 그렇지. 사람이 마음하고 몸하고 다 따로지. 원초적이면은 가식도 떨고 하는 거지. 박완서 소설의 문장들에 그런 생활 같은 것 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좋은 단어, 우리 풍습을 확인할 수 있는 단어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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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인물들이 입체적이잖아요. 복잡 다면하잖아요. 우리도 복잡다면하지 않나요? 그러니까 내가 싫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래 너 나 싫어하는구나가 전부가 아니라 쟤는 날 싫다고 말하지만 사실 왜 저런 얘기를 나한테 하지 이런 느낌이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사실 그래요. 이게 인간이라는 게 다 투사라서 싫어하는 거는 싫어해서 싫어하는 게 아니라 나와 닮아서 싫어하는 거일 때가 있고 그래서 저는 오히려 그 안에서 좀 자유로움 같은 게 있는 것 같거든요. 내가 아무리 뭐라고 말해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내가 전부가 아니다 이런 지점이 있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솔직히 터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솔직히 터놓는 게 더 편한 것 같고 사실 솔직히 터놔도 내가 절대 말하지 않는 건 말하지 않기 때문에,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절대 솔직해질 수 없다.
문제들이 생겼을 때 인물들이 부딪히고는 있지만 인물들이 문제가 아니라 이 인물들과 마주한 세계, 존재가 문제일 때가 있잖아요. 사고를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좋은 소설이 그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박완서 소설 속에서도 인물들이 드잡이를 하지만 사실 인물들을 그렇게 만든 사회적 격차, 빈부갈등, 성차별이 있잖아요. 박완서 소설은 그런 문제들을 주인공으로 끄집어 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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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박완서 소설의 재미
<애보기가 쉽다고?>처럼 좋은 이야기는 웃겨요. 위트가 있어요. 거리감을 확 줄이면서 읽는 사람들에게 주제를 느끼게 만들거든요. 이 소설에서 화자가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정말 재밌잖아요. 임금님이 몰래 나온 것처럼 상상으로 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떤 보답을 할까 생각하는 장면 있잖아요. 근데 그거 진짜 꼬집는 거거든요. 그런 유머와 거리감이 멋진 것 같아요. 촌부에게 대학도 안 나온 당신이 어떻게 디오게니스를 아느냐고 묻는 장면이라든지. 손자를 보는 과정에서 무일푼으로 망가져가는 모습과 대비되는 게 철거민의 집에 서 느껴지는 건강한 에너지가 또 대조되게 읽혀지잖아요.
삶의 신산함, 페이소스, 인간에 대한 이해, 밑천이 있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읽었어요. 그래서 더 귀한 소설인 것 같고. 인간은 뭐지, 사회를 드러내면서 꼬집는 소설, 추억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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