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문고 서점친구들] 비문학 <헤테로토피아> 함께 읽기

D-29
사적인 공간, 작은 공간을 더 큰 공간을 넓혀 보면 그 공간이 더 의미가 더 분명해지는 것 같아요. 헤테로토피아는 현실에 겹쳐져 있는 가능성의 공간들 약간 이런 느낌이고 공간으로 규정 지은 것들에서 반하는 공간 이런 느낌이라는 거죠. 헤트로피아의 다섯 가지 특성 한 번 한 개씩 얘기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일단 모든 문화에는 헤테로토피아적인 공간이 있다. 신라시대의 소도처럼요. 작게 생각하면 작은 지역이지만 책 속에서 예로 든 매음굴처럼 어떤 때는 공적인 공간이었다가 불법이었다가 그런 식으로. 미국 남북시대에 흑인 전용 화장실 같은 것도요. 백인 전용 흑인 전용이 없는데 그렇게 사용했다는 건 문화적인 이유 같거든요. 문화적으로 어떤 공간이든지 헤테로피아를 가지고 있다. 성황당도 그렇죠. 일상은 그냥 100년 된 나무인데 비일상은 신이 거주하는 장소가 되잖아요. 그런데 진짜 재밌는 건 이거예요. 성황당에 금줄 두르고 신성시했을 때 실제로 동티가 일어나잖아요. 플라시보일수도 있고 확증편향일 수도 있지만 그런 문화와 상호작용해서 내가 안좋은 일을 겪었을 때 그렇게 해석한다면 실제로 기능한다는 면에서 환상이나 가짜가 아닌 거죠.
두 번째 특성, 어떤 문화에서 헤테로토피아로 정해진 것은 문화 속에서 변형된다. 여기서는 묘지로 예를 드는데 지금은 다 외곽으로 밀려나는 거니까. 그전에는 죽음이 삶의 공간이었다면 지금 죽음은 약간 혐오 시설에 되어서 다 외곽에 가 있고 장례도 다 서비스 업체에서 치르고 그러니까 아예 죽음을 바라보는 개념이나 이런 게 달라지는 거니까. 딱 그 정도로 딱 이해하면은 어떤 상징이나 어떤 것들이 변형된다라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광기의 역사>의 주요 테마도 이 이야기예요. 예전에는 동네에 바보 형들이 늘 있었잖아요. 그런데 근대화가 되면서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기 시작하면서 그것이 치료의 대상, 교정의 대상이 되잖아요. 기본적으로 어떤 공간이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은 권력이나 사회구조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광기의 역사 - 개정판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 읽기세창명저산책 시리즈 60권. 서구 정신의학의 탄생과 전개를 서구사회에 관리· 통제의 메커니즘이 설정된 핵심적 계기들로서 바라본 책.
세 번째 특성이 복수로 배치되는 거예요. 하나의 장소가 실제 장소에 나란히 구현될 수 있다. 저는 정확히 학교가 그렇다고 생각하거든요. 학교는 교육의 장소이자 처벌의 장소인거죠. 최근에는 계급이 형성되는 공간같기도 해요. 기존에 하나의 공간으로 설계하거나 하나의 공간으로 개념 지었던 곳에 수많은 다른 어떤 것들이 생겨나는 것 같은데 저는 학교가 제일 최근에 이 부분을 읽으면서 와닿더라고요. 책 속에 나오는 거울의 예를 살펴볼까요? 내 육신이 실제이지만 내 이마를 볼 수는 없어요. 실제를 볼 수 없지만 거울을 보면 내 이마가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그 이마는 실제가 아니예요. 거울처럼 현실에 겹쳐진 하나의 공간을 통해 다시 현실을 보는 거잖아요. 그런데 거울이 또 완전한 가짜는 아니잖아요. 우리에게 다른 거울, 다른 세계, 다른 프레임이 있다면 우리는 현실에서 못보는 것들을 볼 수 있는 거죠. 거울이 아니라 윤리라고 해도 되고 자유라고 해도 되고 다른 거울을 놓으면. 가상이 아니라 현실을 드러내주는 가상인 거죠. 겹쳐진 현실들은 다른 현실이 아니라 현실의 다른 면들을 보여주는 거죠.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나라고 생각하면, 다르게 비춰질 수도 있잖아요. 그럼 나도 계속 달라질 수 있는 거죠. 더 나아가면 현실은 사실 환상인거예요. 실제가 환상일 수도 있는 거죠.
네 번째는 헤테로토피아는 시간을 나눈다. 시간의 분할과 연결된다. 앞의 특징들과 다 이어지는 것 같아요. 사회가 바뀌고 시대가 바뀌면서 정의의 기준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래서 지시의 계보라든가 지식의 고고학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쟤는 이렇기 때문에 저렇게 생각하는 거야 이런 이런 배경이 이런 게 있어서 걔는 그렇게 생각하는 거고 나는 나의 이런 이런이런 배경과 이런 이런 역사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 라고 이거를 같이 생각할 수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교육은 그런 프레임,전체적인 사고의 맵 같은 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공론장을 여전히 유효하게 운영하려면 그러니까 공부하는 건 유효하죠. 그러니까 책을 많이 읽어야 됩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함께 보는 것도 좋구요. <왕과 사는 남자> 처럼. 낮에는 책 팔고 밤에는 술파는 책방들도 있고. 공간들이 시간대마다 달라지는 것처럼 자유롭게 그런 것들이 가능한다는 거. 헤테로토피아가 일탈의 속성을 가진다는 것도 알 수 있네요.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헤테로토피아의 특성을 우리가 우리 이야기로 풀어 읽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다섯 번째는 열림과 닫힘의 특성입니다. 59페이지. 목욕탕도 있고 여러 가지 예를 들고 있어요. 안과 밖이 나눠져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일반적으로. 하지만 헤테로토피아는 배제한다고 하지만 언제든지 열릴 수 있고 언제든지 닫힐 수 있다는 그런 개념인 것 같고. 관계성이나 배치, 권력에 의해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특성을 말하는 것 같아요. 알쓸신잡에서 김상욱 교수가 이야기하는데, 인간은 입구와 출구가 있는 관의 형태라는 말을 하거든요. 안과 밖이 나눠져 있지 않다는 이야기예요. 인간은 휴지심 같다는 거예요. 휴지심 안에 안과 밖이 있나요? 내부와 세계가 나눠져 있나요? 헤테로토피아는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 열리고 닫히는 공간이라서 언제든지 다른 용도로 바뀔 수 있다는 거죠. 저는 인간이 휴지심이라는 발상이 너무 좋았어요. 저는 자기라는 게 환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주위 영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잖아요. 아까 거울을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쪽 거울로 보면 이런 사람이었다가 저쪽 거울로 보면 저런 사람이 된다면요. 거울이 세계인지 내가 진짜인지 모르는 거죠. 여러 개의 거울을 조합하면 그게 나 일까요? 그렇다면 나를 다르게 읽으면 다른 내가 될까? 헤테로토피아의 의미가 가치 같은 것들이 다른 시각, 다른 방식, 다른 장소를 꿈꾸게 만든다는 게 그 힘인 것 같아요. 어떤 존재나 장소들은 훨씬 더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 같고 거기에 대해서 어떤 장소성이나 시간성을 들어서 그 정체들을 고정하려고 하지만 헤트로토피아적인 상상력들은 언제든지 다른 의미 다른 방식으로 그것들을 읽을 수 있게 만들잖아요. 그런 재미, 자유들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희가 다음 시간에 읽을 <총균쇠>가 사실 그런 책이잖아요. 시간과 공간, 권력 관계, 지정학적인 특성 이런 것들을 통해 문화가 다르게 형성되는데 그 이유는 전적으로 우연인 거죠. 아프리카가 지금의 미국이나 러시아가 될 수도 있었던 거죠. 지리적인 환경적인 요인이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딱 정해진 것은 없는 거고 다른 식으로 보기 시작하면, 헤테로토피아적인 상상력이 개인이나 국가, 역사를 더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총 균 쇠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인류 문명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전해온 그의 대표작이자 1998년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를 새 번역, 새 편집으로 만난다. 출간 25년 기념 뉴에디션에는 2023년 저자 특별서문과 서울대 인류학과 박한선 교수의 해제, 새 서문과 후기를 수록해 풍성한 읽을거리를 더했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게 헤테로토피아의 의미는 어떤 것인가인데, 제가 메모한 건 이래요. 장소성은 일반적으로 권력, 구조를 가진 일상적인 것들. 이 상태를 유지함으로서 구조와 권력을 유지하는 것들. 헤테로토피아는 여기에 다른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 학교가 왜 배움과 순응의 장소여야 해? 학교는 혁명의 장소가 될 수도 있어. 학교는 반항의 장소가 될 수도 있어. 행복은 선착순이 아니잖아요. 이렇게 말하는 장소가 될 수도 있죠. 긍정적으로 이야기해서 가능성과 자유의 장소가 헤테로토피아일 수도 있지만 일탈과 훼손의 장소일 수도 있겠네요. 버닝썬이나 앱스타인 파일, 가자 지구... 가능성과 성장, 발전의 이미지가 아니라 억압이나 상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푸코는 자신이 독자들보다 이용자들을 희망한다고 여러 번 선언하지 않았던가.
헤테로토피아 p.113, 미셸 푸코 지음, 이상길 옮김
자유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해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일상적인 공간이 부정적으로 전용된다면 그걸 헤테로토피아로 부를 수 있나? 그런 생각도 드네요. 예를 들어 학교가 억압의 공간이 되었을 때, 그 공간을 그대로 수긍하고 있으면 안 되죠. 민주적인 교육 공간이 억압의 공간이 되는 모습을 헤테로토피아로 부르면 안 되는 것 같거든요. 푸코의 개념대로라면 그러니까 주체적으로 자기가 상상하고 만들어내는 공간이 아니니까. 그럼 한 번 더 이렇게 이어서 생각해볼 수도 있겠네요. 저희가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좋은 이야기, 교훈적인 이야기가 되는 느낌이 들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공간이든지 바뀔 수 있다. 내가 싫어하는 공간이라면 당연히 바꿔야 하는 거니까요. 자유라는 개념을 생각하면 저는 80년 5월 광주를 예로 들고 싶어요. 억압과 탄압의 공간에서 해방 공간을 열어냈잖아요. 연대하고 호응하고. 헤테로토피아가 어떻게 다가왔는지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의 마지막 113 페이지에 이런 문장이 있거든요. "푸코는 자신이 독자들보다 이용자들을 희망한다고 여러 번 선언하지 않았던가" 여러분이 이 개념들을 활용해서 더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지율 시인의 책 중에 진주의 공간들을 소개하는 <나의 도시, 당신의 헤테르토피아>가 있어요. 진주의 오래된 카페 '다원'을 소개하는데 여기가 그런 상상력, 가능성을 주는 공간이거든요. 전시도 하고 공연도 하고. 뭔가 계속 만들어갈 수있고 꿈꿀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힘을 말하는 개념이라 헤테르토피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헤테로토피아 시학 1~2 세트 - 전2권
나의 도시, 당신의 헤테르토피아 - 진주의 기억과 풍경 그리고 산책자
책의 두 번째 챕터를 좀 더 이야기해봅시다. 사람 몸이 감옥이기 때문에 유토피아를 만들어낸다고 해요. 몸은 가차 없는 장소라고 말하죠. "내 몸 그것은 나에게 강요된 어찌할 수 없는 장소다." 그리고 우리가 이 장소에 맞서고 이 장소를 잊게 만들기 위해 그 모든 유토피아들을 탄생시켜서 생각한다. 30 페이지. 그래서 "유토피아 그 것은 모든 장소 바깥에 있는 장소다." 35 페이지. "확실한 것은 인간의 몸이 모든 유토피아의 주연 배우라는 것이다." 37 페이지. "그때 우리 몸에 닿은 모든 것, 무늬, 색깔, 왕관, 교황의 삼중관 외투, 제복, 이 몸 속에 봉인된 유토피아들을 태어나게 하는 것을 보는 셈이다." 38 페이지. 쭉쭉쭉.
38페이지까지 이 흐름이 너무 좋았는데 사람의 몸이란 바로 몸의 내부인 동시에 외부인 공간이고 그만큼 확장된 몸이 아닐까. 실상 내 몸은 언제나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다른 곳에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까 몸이 여기서 말하는 유토피아에 반대되는 평범한 장소 한 개였다가 근데 이 장소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분장을 하면 다른 사람이 되잖아요. 다른 존재가 되잖아요. 그러니까 유토피라도 확정될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가 사실 몸은 닫혀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래서 열려 있는, 구멍이나 휴지심처럼 외부와 내 세계가 만나는 장소. 그러니까 얼마든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는, 처음에는 감옥이고 형벌이었다가 나중에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몸, 가능성과 타자의 몸, 헤테로피아적인 몸을 이야기합니다. 그 타자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가 사랑인 거죠. "사랑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위태로운 두 형상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렇게나 사랑 나누기를 좋아한다면 사랑 안에서 몸이 여기에 실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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