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는 책 도덕경> 독서모임 노트

D-29
진주문고 서점친구들 독서모임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모아뒀습니다.
우리보다 더 큰 세계가 있다. 우리의 인식보다 더 큰 세계가 있다는 생각을 해요. 영화 컨텍트에서 외계인들이 쓰는 언어가 있어요. 시작과 끝이 같이 있는 언어, 시제가 없는 언어인 거예요. 나는 살아간다 나는 죽는다가 한 문장 안에 있어서 그 언어대로 사고하게 되면 미래까지 알게 되는 설정이거든요. 그러니까 생각을 다르게 하면 우리의 일생을 관통해서 사고할 수 있다는 거거든요. 더 큰 시간관과 세계관이 있고 우주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콘텐츠.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영화가 자꾸 생각났어요. 우리는 개구리처럼 우물 안에서 시간이나 언어나 사상으로 세상을 분절해서 살고 있지만 사실 더 큰 더 큰 우주 더 큰 논리 이런 것들이 있구나. 이런 개념들을 제가 좋아하기 때문에 노자가 부족한 언어로 하려고 했던 말들을 우리가 살아가는 데 더 필요한 더 큰 논리 더 큰 순리 더 큰 방향성 같은 것들로 되새기면서 읽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컨택트어느 날 전 세계 12개 지역에 외계 비행물체 셸이 동시다발로 출현한다. 450m에 달하는 거대 비행체가 가만히 서 있을 뿐 어떤 행동도 하지 않자 각국 정부는 각자의 방식으로 외계인과 접촉을 시작하지만, 완전히 다른 언어 체계 때문에 첫 단계부터 난항을 겪는다.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은 언어학자 루이스와 물리학자 이안은 말과 글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체의 모든 기관과 감정을 이용해 미지의 생명체와 대화를 시도하고 서로의 문자를 배워나간다. 마침내 대화의 물꼬가 트이게 되지만 그때부터 루이스는 이해하기 어려운 환상을 연이어 보기 시작하는데...
제가 이 도덕경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에 하나가 대기만성인데 이 작가가 대기만성을 다르게 풀었더라고요.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가 우리가 아는 대기만성인데 그게 아니라 큰 그릇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풀었더라고요. 뉘앙스가 다르잖아요. 개인과 세계를 저울질하면서 노자를 읽으면 소박함이나 이런 것들, 큰 세계와 작은 인간의 이야기로 도덕경을 읽게 되는 지점이 있어요. 어떤 분들은 위안이 된다는 이야기도 하셨는데, 너무 여백이 많은 책이고, 제가 한 말인데, 간절한 사람은 돌맹이도 읽을 수 있다. 그러니까 계속 들여다보면 그 빈 자리에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내 위치나 상황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 간절한 사람이 경전을 읽는 것처럼요. 비유들로 이루어진 종교 경전처럼요. 이 두 가지 의미에서 이 시대에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 <러브 미>라는 서현진 주연의 작품이 있어요. 한 가족이 엄마의 죽음 이후에 각자의 연애를 시작하는 설정인데요. 한 3, 4회쯤에 모든 사랑이 이뤄지고 그래서 해피엔딩으로 갈 것 같은데, 보통 드라마는 거기서 끝나잖아요. 그런데 그 행복 때문에 다시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해요. 어떻게 풀어가려고 이렇게 만드나 싶은데 다시 그 때문에 행복해져요. 이 드라마 안에서 계속 사랑과 불행이 반복되는데 마지막 엔딩의 불행이 불행으로 안 느껴지거든요. 모든 불행과 행복이 이어져있구나, 나눌 수 없는 감정, 기억 이런 것들 때문에요. 새옹지마의 고사가 생각나는 드라마에요. 지금 안 좋은 일이 안 좋은 일이 아니고 지금 좋은 일이 사실 좋은 일이 아닌 것처럼. 노자가 그리고 있는 도의 세계, 큰 세계가 딱 그런 것 같아요. 더 큰 흐름이나 리듬을 읽어내는 일. 일희일비하거나 가치 판단을 하는 게 아니라 전부 이어져 있는 하나의 세계를 바라보는 책이 도덕경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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