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는 책 도덕경> 독서모임 노트

D-29
인간은 짚으로 만든 개, 라는 문장 다음에 나오는 마지막 문장을 참 좋아하는데요.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와도 같아서 텅 비었으나 다음이 없다. 더 많이 움직일수록 더 강력한 흐름이 생겨난다." 캔 리우가 한 번 더 이 문장을 풀어서 해설해주거든요. 다 무의미하다가 아니라 다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은 자유롭게 움직여야 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런 문장으로 읽히더라구요.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의미를 만들련느 인간의 행동들이 의미 있을 수 있다. 저는 이렇게 읽었어요. 그래야 위안이 되니까요. 도의 길과 자연의 논리에서는 다 똑같이 무의미한 것 같잖아요. 중간에도 집착을 버리고 행함을 버리라는 이야기가 나오고요. 그렇게 버렸을 때 집으로 만든 개 자체는 무의미한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거잖아요. 의미를 부여하거나 강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것으로 읽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 책에서는 한자를 병기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에 걸리지만 노자의 도덕경의 포인트가 무위잖아요. 행하지 않음이라고 책에서는 계속 나오는데, 모든 게 다 무위면 너무 허무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밑에 풀무가 있는 거예요. 책의 해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도덕경이 어린아이의 말 리듬 어조 이런 것들을 살릴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반복되는 말, 유의와 대구로 이뤄져 있어요. 지금 이 문장도 그렇거든요. 앞의 문장은 덤덤한 초월자의 시선--종교에서 그런 이야길 많이 하잖아요. 신이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신이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이 세상에 이런 불의가 있을 수 있는가? 초월신이 인간적인 의지를 가진다는 건 가능한가? --뒤 문장은 인간의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의 이야기인 거죠. 이게 대구로 읽혀요. 52페이지에 똑같은 문장을 그렇게 풀어놨는데 하늘과 땅은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 우주는 궁극적으로 너무 나도 거대하고 그 규모가 너무나도 비인간적으로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이렇게 해서 쭉쭉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이 문장이 저는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세계나 자연이나 시간 이런 것들이 저는 도 같거든요. 그냥 있는 그 자체로의 도 같거든요. 그러면 세계나 자연이나 시간 앞에서 우리는 너무나 무력하고 작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약간 이런 질문으로요.
작은 사람의 예를 들면 개인이 추구하는 명예 가치 욕심 이런 것들이 있는 거죠. 부처나 예수를 예로 들면 더 큰 논리 더 큰 의미 이런 것들을 대변하는 인물들이잖아요.그러니까 같은 인간이라도 엄청 커질 수 있죠. 그러니까 더 큰 이야기 더 큰 의미 더 큰 대의 같은 걸 얘기하는 사람들은 더 커질 수 있잖아요.그런 의미에서 인간도 그렇게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하는 거 아닐까요? 그러니까 작은 제가 그 융심리학 정말 좋아하는데요. 융 심리학의 가장 포인트가 이거잖아요. 그 에고가 있고 에고로 표출되지 못하는 무의식 이드가 있다고 말하잖아요. 의식화를 통해 더 큰 의식과 자아, 자기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더 큰 의지, 더 큰 개념이 저는 자유로움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천하의 성긴 그물이나 물과 같은 것이라는 것도 이렇게 읽을 수 있어요. 억지로 얽어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도를 깨우친 자는 겸손하다는 이야기,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반복되는데요. 깨우친다는 게 드러나는 성취가 아니라 더 큰 의미나 논리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큰 의미, 존재는 어떻게 드러날까 생각을 해보면 시대에 따라 그 가치가 바뀌거든요. 예전에는 효나 충이었던 것이 민족이 되기도 하고 자유가 되기도 하구요. 또 자유가 너무 커져서 생겨나는 병폐도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보편적인, 절대적인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인권 같은 것이요. 예전에 비해 지금은 더 확장된 인권의 개념이 있는 사회가 되었어요. 지금 문제되는 부분도 있지만 더 크고 좋은 것들이 밝혀질 것 같거든요. 우리가 살면서 더 크고 좋은 걸 깨닫게 되는 것들, 계속 질문하고 구하는 이런 것들이 상선약수나 천라지망, 물과 같은 자연스러움이나 하늘을 뒤덮는 커다란 그물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은 전모를 파악할 수 없고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몇천년 이후에도 남을 것, 예를 들어 도덕경의 이야기처럼요. 더 큰 이야기, 좋은 이야기, 성긴 그물이나 물과 같은 유연함을 지닌 문장들이었기 때문에 도덕경이 계속 읽히는 것처럼 이 시대에서 다음 세대까지 살아 남을 수 있는 이야기, 좋은 건 어떤걸까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도가 버려지면 자비와 정의로움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는 이야기처럼 법이 생기는 이유는 무도한 세상이기 때문인 거고, 자비와 정의로움과 역량, 지혜 쭉 연결되는 흐름이잖아요. 새옹지마처럼요. 지금 드러나는 가치는 뭘까 생각해보면 부인 것 같아요. 재태크. 각자도생의 시대에 서로 각자의 부를 축적해야 살아남을 수 있고. 어떤 가치가 나타났을 때 어떤 가치를 잃고 있지 생각해보게 되는 문장이었어요. 하나의 이야기가 등장할 때 사라지는 이야기가 있다는 문장으로 읽혔어요. 이 책에 나오지 않는 동시대의 가치, 인물, 생각을 겹쳐 읽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제가 <군중 심리>라는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권력은 군중의 힘이잖아요. 많은 사람이 지지하거나 이렇게 응원하는 팀이 권력을 가지게 되거든요. 근데 권력이 그 권력을 잃게 되는 상황이 있어요. 그 권력이 폭력이 될 때거든요. 권력이 폭력이 되는 순간, 한 끗 차이로 많은 사람의 지지가 그 그 권력을 이제 부정하게 돼요. 폭력적인 상황을 연출하게 되면 지금 미국이 그렇잖아요. 미국이 계속 그 폭력을 정당이 하는 순간 미국의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고 그게 폭력이 돼버렸잖아요. 모두가 그렇게 동의하게 되면 사실상 트럼프의 권력은 없어지는 거잖아요. 더 큰 의미 더 큰 대의 더 큰 뜻 이런 것들이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그런 뜻 같은 것들이 큰 의미를 갖게 되고 그게 인위가 결합되거나 폭력이 되거나 뭐 이렇게 되면은 그 자체로 명분을 잃게 되니까. 지금 저는 그래서 지금 사회가 굉장히 무도한 사회 같거든요.
군중심리1895년에 출간된 《군중심리》는 출간 후 1년 만에 2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현재는 사회심리학과 집단심리학의 토대를 정립한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뿐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 역사학을 넘어 후대의 정치인, 투자자 등 대중의 마음을 읽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
노자 사상에는 방향이나 목표가 없어요. 최근에 쇼펜하우어가 유행했는데 쇼펜하우어 철학 중에 생의 의지라는 개념이 있어요. 그 개념이 노자의 이야기와 닮아 있지 않나 생각했어요. 도덕경의 비유에서 어린아이를 낳아서 자라게 하고 기르고 기르는 그 과정 같은 경우 굉장히 좋은 거라고 계속 반복해서 나와요. 그러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기본적인 의지 살아간다는 것 뭐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긍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만사를 도모한다.
다시 대기만성. 다시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무도 그 그릇의 완성된 모양을 모른다는 거죠. 살아가다보면 그 그릇을 이루게 되겠지만 지금의 우리는 몰라요. 노자 사상에는 그래서 시간이라는 개념이 들어 있는 것 같아요. 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 속에는 미래를 알게 된 이후 다시 그 미래로 부터 과거를 다시 살게 되는 인물이 나와요. 이미 살아봤던 인생을 사는 거죠. 내가 살아가는 지금의 인생이 미래의 나가 되는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이슬아 작가의 책 <부지런한 사랑>에는 이런 문장이 있어요. "너는 자라서 네가 될거야. 그건 아마 최대한의 너일거야." 우리가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죠. 최대한의 나, 미래의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의 경험과 선택의 결과라는 이 문장들 속에도 대기만성의 의미가 있네요. 분절된 경험들과 감각들을 이어서 하나의 스토리로 만드는 것. 개인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말 자체가 위안이 되고 응원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오던 것들을 다 이을 수 있다는 마음, 그 시간에 대한 믿음, 자연스러움 이런 것들이 더 큰 세계, 더 긴 시간 기대하게 기다리게 만들지 않나요? 앞으로 이어질 세계를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게 어떤 윤리이거나 노자가 말하는 도라는 개념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작가 김연수가 짧지 않은 침묵을 깨고, <사월의 미, 칠월의 솔>(2013) 이후 9년 만에 여섯번째 소설집을 펴낸다. 작가가 최근 2~3년간 집중적으로 단편 작업에 매진한 끝에 선보이는 소설집으로, ‘시간’을 인식하는 김연수의 변화된 시각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부지런한 사랑 (리커버) - 몸과 마음을 탐구하는 이슬아 글방<일간 이슬아 수필집>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의 이슬아 작가 에세이. 이슬아 작가가 글쓰기 교사로 일했던 글방들에서 그가 가르치고 또 배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재밌는게 공자랑 노자를 계속 같이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있어요. 공자의 세계관은 좀 계몽주의적으로 느껴져요. 뭔가 이뤄야하고 성취하기 위해서 노력해야하고 분발해야하는 세계라고 한다면 노자의 세계관은 그냥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는 세계에 가까워서 그것도 재밌는 것 같아요. 노자의 이름이 귀 이자로 되어 있다는 것도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가야할 곳을 외치는 인물이 아니라 이미 자리한 것들을 알하차리는 인물이라는 생각에 굉장히 상징적이라는 느낌이었어요.
도를 깨달을 수 없다는 게 맞는 것 같고 저 여기서 말하는 도가 저는 화두 같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자기 삶에서 정의나 이런 것처럼 자기 삶의 화두를 가지고 있는가 그러니까 그 화두를 가지고 미래의 자기 자신에게 가는 거잖아요. 약간 그래서 이 책이 질문으로 들리는 책인 것 같아요. 저는 그 질문의 양식이라는 것 이야기의 양식이라는 거 비어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이 더 큰 반영을 좀 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이거 재미있었는데 부러진 나무의 쓰임이라는 고사가 있잖아요.그러니까 이거 다윈 이야기거든요. 어떤 종이 어떤 특성들이 무성하게 되면은 그 생태계가 빈약해져요. 그러니까 종다양성이나 그런 것들을 말하는 것임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면 다 의미가 다 짚으로 만든 세계가 되는 거잖아요. 다 의미가 다 쓸모가 있으면 근데 어떤 게 더 큰 의미가 있지 어떤 게 더 길게 뭔가 평가 받을 수 있지 이런 것들을 계속 질문하는 책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자유와 어떤 그런 속박을 벗어던지는 책임과 동시에 그렇다면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뭐냐 더 이어지는 이야기는 뭐냐,라고 좀 자문자답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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