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같은 뿌리를 가진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 반대의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숙고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에 대한 답을 '기생하려는 욕망'에서 찾습니다. 포마와는 달리 골랴드낀은 비록 하급 관리직이었지만 어엿한 직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거주하는 아파트도 있었고 거기에 딸린 하인도 있었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더라도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반하여 포마는 식객일 뿐이었습니다. 직장은 물론 거주할 집조차 없어 남의 집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 같은 존재였습니다. 기생할 필요가 없던 골랴드킨과 그래야만 했던 포마의 근본적인 차이는 경제적 독립의 유무라고 봐도 무방한 거이지요.
자존감이 결여되어 시종일관 모욕받는 순간을 살아가는 듯한 포마 포비치. 경제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해야만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무능력한 존재. 그는 기생할 숙주를 찾아야 했고 장군 부인이라고 소개되는 아저씨의 어머니에게 자신의 빨판을 들이대며 첫 번째 재물로 삼았습니다. 마침 이 장군 부인은 스째빤치꼬보 마을 지주인 아저씨를 근거 없이 미워하고 있었고 마침 그렇게 미움받는 아저씨는 미련 할 정도로 착했습니다. 아, 이 오묘한 조합이라니요! 교활하고 영악한 포마에게는 최고의 먹잇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포마는 광대 짓을 시작으로 조금씩 자기 세력을 구축했고 이젠 기어코 숙주보다 더 비대해지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집의 모든 하인들까지 그의 세력 아래 무릎 끓었고 그를 찬양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마치 신적 지위에 오른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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