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

D-29
화자는 책이 곳곳에서 과연 유형 생활이 죄수들의 교화를 얼마나 이뤄 낼지 의문스러워합니다. 작품의 많은 부분에 공감했지만, 특별히 우려 깊은 마음으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은 바로 이들의 존재였습니다. 이들은 과연 감옥 밖으로 다시 나간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 질 수 있을지, 교화라는 단어가 이들 앞에서는 아무런 힘이 없는 껍데기의 말일 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무기력함을 느꼈습니다. 자기 객관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을 한곳에 가두어 두고 자유를 억압해 가며 중한 노역을 부과하고 의식주의 기본적인 생활에 제한을 주는 조치들이 과연 무엇을 이루어 낼 수 있는지 조차 저는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저도 과연 이런 유형지에서 이들을 교화할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실제 많은 사람들이 자기 객관화를 못하는데 더구나 이 유형지에 있는 죄수들을은 더 자기 객관화는 되지 않고 허세와 자존심과 힘없는 자들의 착취를 일상화하는 그들을 교화와 함께 살아갈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이에 대한 도스토옙스키의 생각은 무엇이었을지도 궁금하네요.
도스토옙스키 역시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진 않았던 것 같아요. 저도 궁금하네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안녕하세요? 일찍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이제야 인사 드립니다. 하는 일이 많아서 자주 인사를 못드렸습니다. 반갑습니다. 작가님. 저도 학부는 자연과학과 공학을 전공했지만 인문학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도스토엡스키 작가의 책을 저도 많이 읽지를 못해서 이번에 좀 더 읽어보고 정리해 보려고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꼭 잡으셔서 도스토옙스키 작품들을 읽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도 토스토앱스키의 책을 죄와벌, 카마라조프가의 형제 정도를 줄거리만 조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죽음의 집의 기록을 읽어보면서 작가가 죄와벌과 카마라조프가의 형제를 어떻게 쓸 수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죽음의 집의 기록은, 작가가 4년간의 시베리아 옴스크 수용소에서 정치범이자 사상범의 유형수로 있으면서 겪었던 죄수들과 다양한 인생들의 감옥에서의 비참한 생활을 하면서 부대끼면서 살아가야 하는 죄인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안에는 자기와 같은 정치범 죄수만 있는게 아니라 흉악범과 살인범과 강도와 농노로서 주인의 경작지를 도망친 노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상속을 많이 받으려다가 아버지를 죽이고 감옥에 들어온 죄인과 아내를 살해하고 들어온 죄수와 군사재판까지 가서 살해범으로 들어온 군인들과 농노로 있다가 자기를 방어하고 신앙을 지키기 위해 방화까지 저지르고 들어온 방화범 노예도 있었고...
그러나 거기에서도 도스토엡스키는 1850년경 시베리아 옴스크 감옥으로 가던 중, 토볼스크에서 데카브리스트 부인들에게서 받았던 신약 성경책을 읽으면서 죄수들이 먼 훗날 모든 형을 다 채우고 나가면서 반성하고 교화되면서 구원까지 받을 수 있으까 하는 의구심도 저자는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감옥에서의 생활 중에 죄수들이 먼지와 벼룩, 악취와 혼란, 낙인, 매질, 원망과 분노와 발에 족쇄를 차고 다니면서 생생한 시베리아 수용소의 유형수로서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화자인 알렉산드로 뻬뜨로비치는 아내를 살해한 죄로 10년 끝에 출옥하지만 그 출옥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적어 가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것이 죄로부터의 구원의 서사를 도스토옙스키는 이렇게 말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족쇄가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들어올렸다.......나는 그것을 손으로 들어올려 마지막으로 한번 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그것들이 내 발에 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레 놀라웠다. 자, 하나님의 은총과 함께하게나! 안녕히! 죄수들은 또박또박 한마디씩, 거칠지만 마치 무엇인가에 만족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 하나님의 은총과 함께! 자유, 새로운 생활, 죽음으로부터의 부활......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순간인가!
족쇄가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들어올렸다.......나는 그것을 손으로 들어올려 마지막으로 한번 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그것들이 내 발에 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레 놀라웠다. 자, 하나님의 은총과 함께 하게 나! 안녕히! 죄수들은 또박또박 한 마디씩, 거칠지만 마치 무엇인가에 만족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 하나님의 은총과 함께! 자유, 새로운 생활, 죽음으로부터의 부활......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순간인가!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주말이라서 그랬는지 아무도 나눠주지 않았네요. 정말 읽어 볼만한 작품인데 말이죠. 오늘부터는 악몽 같은 이야기와 악어, 두 단편에 대한 나눔을 진행해 주셔요~ 물론 미처 나누지 못했던 얘기들을 나눠주셔도 좋습니다^^ 참, 이 두 단편은 진짜 짧기 때문에 도서관에 가셔서라도 꼭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 기회를 잘 살리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언제 또 읽겠어요. 내친 김에 꼭 행동으로 옮겨보시길 바랍니다.
제목의 '지하'는 지상 아래의 공간을 뜻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은유로 읽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주무대인 '지상'에 대비되는 의미로 소외되고 단절된 자들에게 비정상적인 안정을 제공하는 어두운 은닉처입니다. 이 작품 속 주인공은 스스로를 소외시켰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책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깊은 몽상에 빠진 나머지 사람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한 채 혼자 섬을 이루며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사회 부적응자입니다. 그리고 가난은 하급 관리인 그의 필연적인 친구였습니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자존감 없는 사람이 자존심에 집착하듯 도스토옙스키는 작품 속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 '열등감'이면에 흐르는 '비뚤어진 우월감'을 유리 거울 깨지듯 '약자 혹은 패배자의 모습'이면에 흐르는 '추악한 허영심과 비열한 지배욕과 탐욕'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읽고 있노라면 씁쓸한 기분을 가뿐히 넘어 곧 어두움과 불쾌감마저도 느끼게 됩니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지하 생활이 일상인 화자의 삶은 책 읽고 사유하는 시간으로 점철되었습니다. 돈을 벌 필요가 없으니 그런 시간이 무한대로 확장되어 버린 것이지요. 그러나 지하의 삶은 편향될 수 밖에 없고 그 누구도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피드백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독서도 점점 더 치우칠 수 밖에 없을 테고 그에 따른 사유는 치우친 독서와 악순환을 이루며 점점 더 극심한 편향을 보였을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1부를 이루는 장황한 문장들을 가장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첫번째 관점이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또한 도스토옙스키는 단절, 고립, 소외, 배제를 악으로 규정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자기 안에 갇히는 것은 자기애, 나르시시즘, 자기 객관성 상실과 이어지고 자존감 상실, 체면과 자존심 세우기에 급급해하는 삶으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 속에서 그리스도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았고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이나 <상처받은 사람들>에서 형상화 했던 그리스도교의 이미지를 보여 주지도 않았지만 그 정반대의 인간을 거울 삼아 이 작품에서도 그리스도교 사상을 보여 준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모두는 동굴이 필요합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만, 어떤 상황이 생겨도 그 동굴을 요새로 만들지 않길 바랍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 자기 안에 갇히거나 스스로 자신을 고립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길 바랍니다. 화자처럼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쓰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랍니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전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직접 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도스토옙스키와 저녁식사를>의 책속에서 이 부분을 읽으니 왠지 뿌옇던 눈 앞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 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속 인물들의 장광설에 빠져 있는지 그리고 이 부분을 독자인 나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책을 읽다보면 이 부분에서 헤매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 해설을 읽으니 도스토옙스키의 장광설에 빠진 인물들이 세상과 소통하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동굴에 빠져 자신만이 논리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하려는 비합리적인 태도를 보인다는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지식인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편향된 지식과 편향된 사고에 빠진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로 보였구요. <지하로부터의 수기> 속 인물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자신만의 sns에 빠져 편향된 지식만을 습득하고 자신만의 논리에 빠진 많은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어쩌면 100여년 전 작품이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흡사한지 그래서 우리는 그의 작품들을 위대한 고전으로 뽑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주인공이 오늘날 현대인들과 너무 닮아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왠만하게 끼니를 잇지 못할 정도의 극심한 가난에 짓눌리는 사람들은 예전보다 덜하니까요. 대신 그래서 자신들의 동굴을 만들어 그 안에서 자신의 편협한 사고를 합리화하는 일들이 많아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작품해설을 읽다보니 그의 모습에서 예전의 저의 모습이 보여 너무 신기했습니다.
맞아요. 자기만의 지하세계가 어떤 것인지 한 번쯤은 곰곰히 성찰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작품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유익 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자, 드디어 오늘부터 5대 장편 나눔이 시작됩니다. 오늘과 내일 '죄와 벌' 나눕니다. 이 작품은 읽으신 분들이 꽤 많으실 것 같아요. 풍성한 나눔 기대합니다^^
라스꼴리니꼬프는 고독한 이상주의자이자 몽상가였습니다. 주위와 단절된 채 관 같은 작은 방에 틀어박혀 생각만 해 댄지 벌써 한 달째였습니다. 그가 가진 해괴망측한 사상은 자신을 포함한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단번에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돈을 많이 가진 극소수의 이(lice)같은 인간들을 제거하여 그들의 돈으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어설프게 산술적인 공리주의에 입각한 사상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인간의 본성, 특히 양심을 고려하지 못한 심각한 오류에 불과했습니다. 이론적으로 아무 결함이 없더라도 사람을 함부로 죽일 순 없는노릇입니다. 그 어떤 인간에게도 살인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조금 더 넓은 해석을 적용해 보자면, 사람을 죽이는 것도 살인이지만 관계를 죽이는 것도 살인입니다. 관계의 단절과 고립, 파괴를 야기하는 모든 행위가 살인에 해당될지도 모릅니다. 살인을 저지르고 난 이후 라스꼴리니꼬프의 삶은 죽음보다 못한 '죽음의 삶'이었습니다. 그건 죄에 대한 벌이었습니다. 관계를 죽이는 행위가 죄라면 그 죽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벌입니다. 이런 이유로 구원은 관계 속에 임합니다. 막히고 끊어지고 파괴되었던 관계의 회복이 구원입니다. 소냐의 사랑이 없었다면 라스꼴리니꼬프의 구원은 없었을 것입니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라스꼴리니꼬프가 저지른 살인뿐아니라 관계의 단절과 고립도 살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실제로 도스토옙스키 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만의 동굴에 갇혀 자신만의 편향된 지식만을 추구하며 편협한 지식을 진리로 착각하는 모습들이 등장합니다. 또 이들에 의해 비극들도 발생하구요. 오늘날도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고립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도스토옙스키 작품 속과 비슷한 비극들이 발생할 여러 비슷한 환경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그러면 도스토옙스키처럼 장광설에 빠져 자신만의 동굴에 사는 인물들을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그도 이런 인물들과 흡사한 모습이 있어서였을까요? 당시 사회 속에 이런 인물들이 많아서였을까요? 그리고 도스토옙스키의 장광설에 빠진 인물들과 비슷한 결의 작품들이나 작가가 또 있을지도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장강명 작가님이 항상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장작가님의 <재수사>의 범인도 라스꼴리니꼬프처럼 자신만의 동굴 속에서 자신만의 편향된 지식을 진리인양 떠드는 모습이 나오는데 신기했습니다. 이런 인물들에게서 우리들은 어떤 매력을 계속 느끼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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