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을 쉽게 읽는 방법이 있었다면 장강명 작가님이 먼저 알려주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도 이 작품은 어려웠답니다. 재독을 해도 마찬가지였어요. 백치도 어려웠지만 말이죠. 한 가지 팁이라면 인물들을 사람으로 보지 말고 하나의 관념이나 사상으로 보면 좀 낫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려면 각 인물들이 상징하는 사상이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보고 연구할 수밖에 없을 거에요. 사실 이게 악령을 읽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꼭 읽어보셔요~
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
D-29

히어로

김경순
네, 저도 악령을 읽어 보려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확인해 보았는데요. 대게가 3권으로 되어있거나 2권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냥 한번 속독으로 읽어 나가도 처음에는 내용이 잘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점검하면서 표지 앞뒷면의 줄거리와 짧은 해석들을 읽어 보면서, 다시 읽어 나가면서 조금씩 악령의 줄거리가 해석이 되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김경순
작가님의 스쩨빤에서 시작된 5인조 악령과 5인조 악령의 숙주로의 이동의 해석은 탁월한 해석중의 하나로 잘 읽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 작가도 제정 러시아에서 사회주의로 넘어가는 격동기에서 일어났던 급진주의와 허무주의에 사로 잡혔던 젊은이들에게 경고하면서, 모순과 악령에 사로잡혀 있는 여러 군상들의 행동을 보여주고 그들을 고발하고 있는듯 보입니다.

히어로
저의 해석이 도움이 되었다니 영광입니다. 해설에서 말해주는 시대적 배경과 연관지어 읽고 해석하는 방법도 아주 훌륭합니다. 그러나 그런 객관을 비탕으로 주관적인 해석도 시도해보시면 훨씬 풍성한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전자는 러시아문학 강의에서 이뤄지는 거고, 후자는 독서모임에서 이뤄지는 것들이죠.

거북별85
p245
헤르만 헤세를 읽으면 자아의 발견과 성찰, 성장과 성숙, 그리고 실현에 이르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에서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자아의 분열과 대립마저도 점진적인 합일로 나아가지요. 반면 도스토옙스키를 읽으면 바닥까지 곤두박질칠 정도로 난잡하고 추잡한, 그러면서도 세밀하고 농밀한 인간 심리 묘사의 정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헤세를 읽고 나면 무언가 흩어져 있던 것들이 모이고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반면, 도스토옙스키를 읽고 나면 벌거벗겨지고 더욱 파헤쳐지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자칫 불쾌할 정도의 씁쓸한 기분까지 들기 때문에 한동안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기가 쉽진 않습니다. 가끔은 정말이지 깔끔하게 목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 듭니다. 비록 도스토옙스키 역시 인간의 절망과 악함의 심연 가운데에도 소망과 사랑과 구원이 깃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렬히 보여주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헤세가 절제되고 상대적으로 우아한 길을 걷는 느낌을 준다면 도스토옙스키는 더 낮고 어둡고 여러 갈래로 나 있으며 전혀 정돈되지 않아 어지럽고 복잡한 야생의 숲속을 걷는 느낌을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통해 인간의 내밀한 심리의 민낯을 대면하거나 탐구해 보고 싶다면 저는 반드시 도스토옙스키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에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 다시 말해 보고 싶은 것만이 아닌 언젠가 볼 수 밖에 없거나 반드시 봐야만 하는 추악한 것들도 버젓이 혼재하기 때문입니다.

거북별85
헤르만 헤세도 학생 때 참 좋아했는데 도스토옙스키와 비교한 설명이 참 좋았습니다. 헤세는 좀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이 드는 것 같네요. 그런데 살다보면 그렇기만은 힘들어서 도스토옙스키의 매력에 오랫동안 사람들이 빠지는 걸까요??^^

히어로
제가 헤세 작품도 작년에 모두 재독을 실시했는데요. 예전같지 않더군요. 도스토옙스키를 읽었기 때문일까요? 인생의 쓴 맛을 본 사람은 아무래도 헤세로부터는 낭만적이라거나 관념적이라거나 하는 현실과의 거리를 느낄 것 같아요. 대신 도스토옙스키로부터는 현실 바닥과 그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맛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거북별85
p247
'미성년'이라는 제목이 아주 적절하다고 여겨진 건 화자인 돌고루끼에게 부여된 특성이 명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성년>의 돌고루끼는 <죄와 벌>의 라스꼴리니꼬프처럼 어설프게 산술적인 공리주의에 입각한 사상을 가진 고독한 이상주의자도 몽상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백치>에 등장하는 미쉬낀 공작처럼 순수한 인간미를 간직한 인물로 아니며 미쉬낀 공작과 대비되는 로고진처럼 돈의 힘을 빌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악한 일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인물도 아닙니다 또한 <악령>에 등장하는 뾰도르처럼 인간의 탈을 쓴 악령이 모습도 스따브로긴처럼 모든 사건의 배후에 존재하는 신적 존재처럼 그려지는 인물도 아닙니다. 돌고루끼는 그저 미성년일 뿐입니다. 설익은 채로 마치 어른처럼 행동하는 인물이랄까요. 그는 성년이 아니면서 성년인 것 처럼 보이려 하는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미성년인 존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