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

D-29
자 다들 오늘과 내일은 ‘상처받은 사람들’로 나눕니다. 한두 문장이라도 나눠주시면 이 방이 훨씬 더 풍요로워질 거예요.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상처받은 사람들'은 제가 재독을 하면서 다시 본 작품이랍니다. 길지만 쉽게 똥 싸면서 읽을 수 있을만큼 부담이 없어요. 꼭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나 궁금한 점, 혹은 자유롭게 나누고 싶은 것들 맘껏 올려주세요~
이 작품 속에서도 권선징악의 패턴이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나타나지만 현실에서 보면 여전히 악인은 승승장구합니다. 돈과 명예를 가진 공작과 같은 신분에 속한 갑들이 악한 마음까지 품을 때는 그들이 아무리 도덕적인 결점으로 인해 수치를 당하게 된다 하더라도 본인이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지 않는 한 그들은 변함없이 승자 독식, 약육강식의 논리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죽을 때까지 살아갑니다. 이게 바로 현실입니다. 도덕적이고 고결하고 선하다고 해서 가난했던 삶이 나아지지도 않고 그런 사람들이 그들을 억압하는 자들에게 보기 좋게 한방을 먹여도 대세는 바뀌지 않는 것이지요. 이 끊이지 않는 순환이 바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숙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현실의 단면을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을 통해서 보여 주려 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소설의 마지막에 행복과 불안이 묘하게 뒤섞이며 해피엔드로 치달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이전보다 더 심통과 고집을 부렸다는 포마 포미치의 모습이 우리 현실을 가장 잘 묘사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화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내가 아무런 문제도 없는 사이가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 도대체 왜 그래?"에서 "아,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지"로 변화하는 것 아닐까? 내가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오만함'도 아니고 쉽사리 관계를 단절해 버리는 '냉정함'도 아닌, 오히려 내게는 버겁지만 그 사람의 날것 그대로의 수용할 때 화해가 일어날 뿐 아니라 나의 성장도 도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김관장>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맞지 않는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도 '오만함'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관장님 말처럼 쉽사리 단절을 하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하기 쉽지 않지만 맞는 것 같아요. 대신 나의 상처도 깊지 않기 위해 그들의 칼날에 깊숙히 찔리지 않을 만한 거리두기는 필요할 듯 합니다.
적당한 거리두기처럼 말은 쉬우나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적당하다는 말처럼 어려운 말도 없는 것 같고요. 우리는 누구나 치우치지 않나요? 적당하다 생각했던 지점에서 언제나 빗나가곤 하죠. 그래서 적당히라는 표현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지점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지향해야 하는 것 같아요.
네 적당한 거리란 공자의 중도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 느낌인거 같습니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에 스며든 그리스도교 사상을 단순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한 단어로 그 일면을 설명한다면 바로 '고결함'이라는 단어입니다. 지난 작품<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에서 저는 예고르를 유로지비 혹은 백치의 원형으로 보았습니다. 백치의 가장 큰 특징을 고결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사람들에게 무시, 비하, 조롱 당할 수 있어도 그 사람 안에는 그 누구보다도 고상하고 순결한 영혼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지요. 겉과 속의 극적인 대비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 속에서 고결함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천진난만함 혹은 순수함으로 상징되는 알료샤와 가장 상처받은 존재이자 가장 불쌍한 영혼으로 소개되는 넬리락 할 수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 고결함, 유로지비의 등장은 처음에는 좀 어려웠습니다. 읽기 버거울 정도로 인간 밑바닥의 날 것을 처절하게 보여주면서 이와 대비되는 유로지비의 등장. 이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한 바는 무엇이었을까요?
유료지비가 도스토옙스키의 시베리아 유형 이후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저는 고결함을 인간이라는 존재자로부터 끄집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귀한 보석, 즉 인간다움이랄까 인간성이랄까 하는 것과 연결되는 가치가 아닌가 싶어요. 그것이 기독교적인 해석과 맞물릴 때 구원의 통로로 역할할 수도 있는 것 같고, 현실적으로는 그 어떤 인간의 추악하고 더럽고 파렴치한 짓거리들을 모두 잠잠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그 무엇 같다는 생각이에요. 결국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에 대한 처절한 민낯을 보여주면서도 끝내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히어로 작가님의 <도스토옙스키와 저녁식사를>를 읽다보면 '아! 그렇구나 '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비워져서 헛헛했던 부분들이 채워져 나가는 기분이 들어 좋습니다^^ 작가님은 도스토옙스키를 이미 학창시절에 읽어 보셨을까요? 만만치 않은 도스토옙스키 작품으로 북클럽을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게 된 이유나 동기가 있으셨을까요? 작가님도 학창시절에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어보았다면 이번에는 초기작품부터 모두 다 읽으면서 예전에 비해 어떤 점들이 좋았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저도 이번에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으면서 잘 알지 못했던 부분들이 다시 좀 채워지는 것 같아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가볍지가 않아 오래 읽고 생각해야 할 거 같더라구요. 그 점에서 작가님의 1년반의 북클럽은 참 대단하세요. 전 도스토옙스키의 장광설도 쉽지 않더라구요^^;; 시베리아 유형지 이후에는 성경의 종교적 색채도 깊이 담겨져서 이런 이해들 없이는 소화하기 쉽지 않을 때도 있었구요. 그럼에도 누구보다 처절한 인간의 내면의 바닥을 끄집어내는 작가의 능력은 대단했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도스토옙스키라는 위대한 작가에 대한 작품 이해에 필요한 퍼즐이 점점 더 맞춰져서 더 확연히 드러나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
학창시절에 카라마조프를 읽긴 했는데 글자만 읽었던 것 같아요. 아무런 기억이 남아 있지 않아요. 필독도서라고 해서 억지로 읽었기 때문인 것 같네요. 나머지 질문들은 제가 최근에 인터뷰한 게 있어서 그게 공개되면 링크 알려드릴게요. 질문에 대한 답이 길거든요. 이렇게 댓글로 하기에는 모자란 감이 있습니다. 아무튼 제 책을 통해 도스토옙스키를 좀 더 알게 되셔서 영광입니다. 감사해요!
네 나중에 작가님의 인터뷰도 기다리겠습니다^^ 위대한 작품도 그에 따른 배경 지식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는 그 위대함을 실감하기 어려운 거 같습니다 왜 수학여행 때 불국사와 석굴암 앞에서 대부분 단체사진만 찍지 이들이 왜 훌륭한 문화유산인지는 잘 모르잖아요 세계 어느 여행지를 가더라도 말이죠^^;; 아는만큼 보이는거 같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이유인 것 같아요. 멈추는 순간 꼰대가 되어버릴 것 같기도 하고요.^^ 겸손하려면 정말 많이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아는 척하지 않기 위해서도 많이 알아야 하는 것 같고요. 아이러니하지만요.
자, 오늘과 내일은 도스토옙스키가 옴스끄 감옥 안에서 생활했던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 '죽음의 집의 기록'을 나눕니다. 이 작품은 도스토옙스키의 인생에 있어서 정말 큰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기도 해요. 많은 나눔 부탁드립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이러한 변화를 감옥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성경을 수없이 읽었다는 사실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에게 유형 생활은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여러 인간 군상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는 예기치 못한 기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감옥이 아니면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강제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도스토옙스키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거부할 수 없는 변화를 거쳤을 거라는 예상도 충분히 해 볼 수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도스토옙스키는 1850년부터 1854년까지 4년간 감옥 생활을 했습니다. 당시는 니콜라이 1세 황제 집권기였고 도스토옙스키는 공상적 사회주의자 푸리에를 따르는 페트라셰스키 독서 서클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는 1849년 4월 15일 모임에서 당시 금서였던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고 그때 마침 그 서클 안에 잠입해 있던 경찰의 밀고로 인해 서클 회원 모두가 체포됩니다. 그들은 놀랍게도 모두 정치범으로 몰려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단지 금서 하나 낭독했다고 사형이 언도되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은 나중에 밝혀지기로는 정치법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고자 상부에서 조작한 반인륜적인 연극에 불과했지만 도스토옙스키는 실제 사형 집행장에서 두 손과 두 발이 묶인 채 총구 앞에 서서 그야말로 죽음 직전까지 가는 극적인 경험을 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각본대로 도스토옙스키는 총살 직전 사면을 받고 감형되어 시베리아 옴스크에서 4년간 유형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말이지요. 이 끔찍했던 경험은 그에게 트라우마가 되었고 그가 평생 앓은 간질병의 원인이 되었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4년간의 시베리아 유형시절은 비극적 사건입니다. 단지 금서를 읽었다는 사실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죽음 직전의 공포를 느껴야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때의 그의 성경공부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은 이 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을 집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위대한 작가님들 중 이런 극한의 고통을 당하지 않고 삶이 편안한 가운데 위대한 작품을 남기신 분들은 없으신지 문득 궁금해 지네요^^
글쎄요. 시련과 아픔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깊이라는 게 존재할까 싶네요. 등 따시고 배 부른 상태로 필요한 건 뭐든지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궁금해질까 싶거든요. 뭔가 결핍이 생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도스토옙스키에게는 가장 극심한 고통이었을 그 기간이 우리 독자들에겐 득이 되었다고 생각한답니다.
그렇군요. 역시 '결핍'이 있어야 인간은 다음 단계가 가능한건가봐요!! 실은 제가 여기 그믐을 처음 참여하게 된 이유는 장강명작가님 글과 작품들을 좋아해서 였거든요~~~그리고 참여하다보니 다른 훌륭한 작가님들도 또 알게 되었구요 그런데 그 작가님들께서는 위대한 작품 집필에 대한 열망이 있으시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볼 때 위대한 고전을 집필하신 훌륭한 작가님들 보면 삶이 순탄한 경우를 별로 보지 못한거 같아요~ㅜㅜ 팬의 마음으로 살짝 걱정되서 혹시 평온한 삶을 살며 위대한 작품을 집필하신 훌륭한 작가님이 계신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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