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

D-29
출장 다녀오면서 독서 리듬이 깨져 한참동안 책의 진도가 안나갔습니다. 이제 겨우 따라잡았네요 ^^ 어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원작을 읽어야할텐데요.
도스토옙스키는 노름의 경험을 가지고 '노름꾼'을 썼다고 하는데, 현대 사람들은 굳이 노름을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중독의 경험을 가지고 이 책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주식이나 코인 투자는 노름과 별로 다르지 않지요. 가끔 대박을 치긴 하지만, 그 기억으로 계속 해서 돈을 넣고 결국은 큰 손해를 보는 사람들을 많이 보니까요. 특히 경제적 풍요를 부러워하는 지금, 자신의 가치를 '돈 따는(버는) 것'으로 치환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그런데, '재독하면서 3년 전 초독 때와 같은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라고 적으셨는데, 재독 때는 다른 책으로 보신 건가요?
초독은 미국에서 했고, 재독은 한국에서 했는데, 한국 올 때 책을 다 처분했거든요. 다시 샀지요. 그런데 저는 밑줄 그은 문장들을 따로 옮겨놓는 습관이 있어서 동일한 문장에 밑줄 그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어요. 놀라운 경험이었죠.
오늘과 내일은 '노름꾼'으로 나누게 됩니다. 이 작품도 읽어볼 만해요. 상대적으로 짧고 쉬워서 금방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삶도 녹아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지요. 지금까지 나누지 않은 분들도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노름꾼은 도스토옙스키 자신의 유럽여행이 연애와 도박으로 얼룩진 얘기를 소설로 쓴 것이라고 합니다. 27일만에 급조되어 속기사 안나에 의해 씌어졌지만, 구상은 3년전부터 유럽여행에서부터 있어왔다고 전해집니다. 독일 여행중 비스바덴에서의 룰렛 도박에서 돈을 몽땅 다 잃고 나서의 허탈함을 소설 끝에 이렇게 적어가고 있었습니다. 난 그때, 몽땅 잃고 말았다, 몽땅 다 ...... . 역에서 나와 뒤져보니 내 조끼 주머니 속에는 1굴덴만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러면 결국 이 돈으로는 밥을 먹어야 하겠구먼!"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1백 걸음쯤 지나 왔을때 나는 생각을 고쳐먹고 되돌아갔다. 그 1굴덴을 망크에 걸었다. 그때는 망크가 잘 나오고 있었다. ...... 정말로 마지막 남은 굴덴을 걸때 드는 그런 느낌 말이다. 때때로 마지막 굴덴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내일, 내일이면 모든것이 끝난다!
이 소설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한 사람이 방탕과 욕망과 운에 맡긴 도박속에서 허무하게 사멸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정 러시아의 미래의 운명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도스토옙스키는 그들이 가진 꿈과 미래에 대한 도전도 끊이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작품속에서 보여주기도 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적 사랑으로 갱생되고 교화되며 부활할 수 있음을 가르쳐 주고 있기도 합니다.
자 벌써 29일이 거의 끝나가네요. 백치에 이어 오늘과 내일은 악령을 나눕니다. 많이들 나눠주시지 않아서 아쉽지만 그만큼 도스토옙스키 작품들을 읽어내는 게 힘들다는 걸 반영하는 거겠죠. 아무튼 제 책으로 도스토옙스키를 입문하시고 종주에 성공하시길 빕니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29일에 이야기를 나눈다는게 쉬운 일은 아닌거 같습니다^^;; (한권만 한달 안에 읽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모임을 통해 @히어로 님의 글을 읽다보면 저도 똑같이 느꼈던 지점이나 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히어로 님의 해설과 소개 덕분에 더 이해하기 좋았던 점들이 많았습니다. 도스토옙스키를 흐릿한 안경으로 형태만 두루뭉술하게 봤다면 좀더 선명하게 보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 방의 시간도 얼마남지 않아 안타깝지만 그래도 1년 반의 경험들과 작품에 대한 여러 지식들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하지요. 거북별85님 덕분에 이 싸늘한 방의 온기가 꺼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모임과 함께 하셨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의 졸고가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데 작은 도움이 된다면야 저는 영광입니다.
사실 책은 몰입이 어려워서 어렵게 어렵게 읽었습니다만 <백치>를 읽으면서 로고진의 저택에 걸려있던 한스 홀바인2세의 그림이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도스토옙스키가 스탕달신드롬까지 겪었다는 이 그림은 웹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미술관에서 실물을 눈앞에 본다면 어떨까 상상을 하게되네요.
저도 찾아보았었답니다. 그림 보니 충격이었죠. 책 어렵죠. 백친 특히 어려운 것 같아요.
<노름꾼> p192 도스토옙스키는 그 인물을 기어이 한 발자국 더 가도록 만듭니다. 외부 상황이 아닌 그 인물의 내면을 끝까지 몰고 가면서 말입니다. 게다가 진창 속 바닥에서나 맛볼 수 있는 처절하고 자학적인 유머까지 곁들이지요. 독자들은 이런 뜻밖의 장면을 목도하면서 은밀하게 공감하는데 이는 특히 벼랑 끝에 몰렸을 때 느껴지는 역설적이고 초월적인 병적인 심리 상태의 극한을 전혀 고상하지 않은 언어로 여과없이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도스토옙스키는 '마지막 한 발자국만 더 갔으면 떨어져 죽을 뻔 했네' 정도의 갈등 해소를 통해 독자들에게 대리 만족과 함께 적당한 교훈을 던져 주는 방식이 아닌 '아니, 거기서 한 발자국 더 가면 어떡해! 진짜 죽으려고 그래?'와 같은 탄사를 독자들이 내뱉도록 하면서 끝내 마지막 한 발자국을 디뎌 버린 소설 속 인물의 심리에 숨죽이며 귀 기울이게 만드는 방식을 선보입니다. : 전 책에서 도스토옙스키에 관한 작품에 관해 작가님의 감상과 느낌을 구체적으로 써주시는 부분들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위대한 작품이라고 하지만 읽는 동안 편하지 않은 느낌은 왜이지 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작가님의 해석을 읽다보면 음, 나만 느낀 것이 아니군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예전 작가님들의 북토크를 가거나 하면 왜 주인공을 그렇게 한계까지 몰아붙였냐라는 질문을 할 때가 있었는데 그 때 독자들이 책 속의 주제나 상황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붙여야 더 잘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읽다보면 이분이야 말로 그 느낌을 가장 잘 살리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p197 한편, 그 운명이라는 힘도 조금 더 뜯어볼 필요를 느낍니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해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가지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확신, 다른 하나는 두려움입니다. 서로 상반되는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면 하나를 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의외로 인간은 어떤 것도 버리지 못한 채 늘 두 가지를 모두 손에 들고 있지요. 저는 이런 모순적인 인간의 마음과 행동이 흥미롭다고 보는데,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과 판단을 가능하게 만드는 중추적인 힘이 바로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해석은 노름꾼의 심리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습니다. : 보통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인생이 엉킬 때도 있지만 버려야 하는 것을 버리지 못하고 꼭 쥐고 있어 또 엉킬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 글을 읽다보면 해야 할것을 못할 때보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할 때 가끔 삶이 나락으로 갈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운명이라는 힘에 기대는 나약한 모습이 <죄와 벌>에서 살인을 저지르기 전 라스꼴리니꼬프의 모습과도 겹칩니다.
어쩌면 내게는 달리 선택할 길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몰라요."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메타인지도 되지 않고 자신의 삶이 꼬이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인것 같습니다.
p203 몰입과 중독의 차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둘은 모두 대상에게 빠져드는 행위를 뜻하지만 맺는 열매가 다릅니다. 몰입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열매를, 중독은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열매를 맺습니다. 몰입은 스스로가 이끄는 것이고 중독은 이끌려 가는 것이기도 하지요. 우리가 무엇인가에 빠져 있다면 그것이 중독이 아닌 몰입의 수준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 몰입과 중독도 중용처럼 균형을 잘 잡아야 겠습니다^^
<백치> p215 미쉬낀은 로고진에게 나스따시야를 살해한 흉기가 무엇인지 묻는 일견 엉뚱해 보이는 질문 말고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동하고 사람들에게서 선한 모습을 찾아낼 줄 알며 자주 남들이 보지 못한느 사람의 내면까지도 꿰뜷어 보아 현명한 판단을 내릴 줄 알았던 미쉬낀 공작은 살인 사건 현장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은 채 살인자 로고진에게 연민마저 느낍니다. 정상적인 살인 사건의 목격자라면 으레 행해야 했던 신고나 자수 권유등을 무시하고 살인자의 제안을 그대로 띠르는 다분히 광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요.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미쉬낀 공작이 모든 것을 이미 다 파악한 뒤 행한 의도적인 행동이라고 해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 그저 어쩔 줄 몰라 당황한 아이 아니 완전히 넋이 나갈 정도의 공포에 큰 충격을 받은 환자가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 전 <백치>도 유명하지만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니 미쉬낀의 모습이 <죄와 벌>의 소냐와는 또다른 모습이네요. 그냥 나약한 순백의 아이와 같은 모습입니다. 과연 이러한 백치와 같은 약한 이의 모습이 우리에게 어떤 경계심을 주기 위한 것이었을까요??? 전 도스토옙스키에 등장하는 유로지비란 인물들도 좀 어렵게 느껴지더라구요. 악과의 대비를 위해서 존재하는 건지, 아니면 그들을 통해 우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한 선의 그리스도의 모습이 아닌 유로지비란 존재를 창조하게 된 이유도 궁금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와 이웃, 모든 사람을 파멸로 이끄는 사상이나 이념, 즉 악령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것을 퇴치하거나 그것에 물들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답을 요구하는 건 아닙니다. 그건 예언자로까지 불리던 도스토옙시키도 하지 못한 것이니까요. 다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저는 다시 서게 됩니다. 알다가도 모르겠고 답을 얻은 것 같다가도 근간부터 흔들리는 기분을 자주 느끼게 되거든요. 이 질문은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이유이자 나를 읽고 타자를 읽고 세상을 읽는 통로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네요.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악령>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는 반가웠습니다. 우선은 제가 가장 읽기 힘들어했던 작품인데 작가님과 북클럽에서도 어려웠다고 하니 좀 위안이 되었던거 같습니다^^ 그믐에서 예전에 <죄와 벌> <악령><까라마조프의 형제들> 3부작을 같이 읽는 적이 있었는데 아! 전 <악령>이 가장 어려웠거든요. 실은 장강명 작가님이 항상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을 꼽아서 저도 그 감동을 느끼고 싶었는데 안타까웠습니다. ㅜㅜ 혹시 @히어로 님께서 알려주실 <악령>을 좀더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좀 더 있을까요? @히어로 님께서 책모임을 진행할 때 회원분들이 책속 이야기 외에 또 주고 받은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을까요? 책속 다희 회원님의 후기가 재미있습니다 "악령, 어렵다, 독자를 악령으로 만들려는 책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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