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

D-29
p245 헤르만 헤세를 읽으면 자아의 발견과 성찰, 성장과 성숙, 그리고 실현에 이르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에서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자아의 분열과 대립마저도 점진적인 합일로 나아가지요. 반면 도스토옙스키를 읽으면 바닥까지 곤두박질칠 정도로 난잡하고 추잡한, 그러면서도 세밀하고 농밀한 인간 심리 묘사의 정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헤세를 읽고 나면 무언가 흩어져 있던 것들이 모이고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반면, 도스토옙스키를 읽고 나면 벌거벗겨지고 더욱 파헤쳐지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자칫 불쾌할 정도의 씁쓸한 기분까지 들기 때문에 한동안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기가 쉽진 않습니다. 가끔은 정말이지 깔끔하게 목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 듭니다. 비록 도스토옙스키 역시 인간의 절망과 악함의 심연 가운데에도 소망과 사랑과 구원이 깃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렬히 보여주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헤세가 절제되고 상대적으로 우아한 길을 걷는 느낌을 준다면 도스토옙스키는 더 낮고 어둡고 여러 갈래로 나 있으며 전혀 정돈되지 않아 어지럽고 복잡한 야생의 숲속을 걷는 느낌을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통해 인간의 내밀한 심리의 민낯을 대면하거나 탐구해 보고 싶다면 저는 반드시 도스토옙스키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에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 다시 말해 보고 싶은 것만이 아닌 언젠가 볼 수 밖에 없거나 반드시 봐야만 하는 추악한 것들도 버젓이 혼재하기 때문입니다.
헤르만 헤세도 학생 때 참 좋아했는데 도스토옙스키와 비교한 설명이 참 좋았습니다. 헤세는 좀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이 드는 것 같네요. 그런데 살다보면 그렇기만은 힘들어서 도스토옙스키의 매력에 오랫동안 사람들이 빠지는 걸까요??^^
제가 헤세 작품도 작년에 모두 재독을 실시했는데요. 예전같지 않더군요. 도스토옙스키를 읽었기 때문일까요? 인생의 쓴 맛을 본 사람은 아무래도 헤세로부터는 낭만적이라거나 관념적이라거나 하는 현실과의 거리를 느낄 것 같아요. 대신 도스토옙스키로부터는 현실 바닥과 그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맛볼 수 있을 것 같고요.^^
p247 '미성년'이라는 제목이 아주 적절하다고 여겨진 건 화자인 돌고루끼에게 부여된 특성이 명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성년>의 돌고루끼는 <죄와 벌>의 라스꼴리니꼬프처럼 어설프게 산술적인 공리주의에 입각한 사상을 가진 고독한 이상주의자도 몽상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백치>에 등장하는 미쉬낀 공작처럼 순수한 인간미를 간직한 인물로 아니며 미쉬낀 공작과 대비되는 로고진처럼 돈의 힘을 빌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악한 일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인물도 아닙니다 또한 <악령>에 등장하는 뾰도르처럼 인간의 탈을 쓴 악령이 모습도 스따브로긴처럼 모든 사건의 배후에 존재하는 신적 존재처럼 그려지는 인물도 아닙니다. 돌고루끼는 그저 미성년일 뿐입니다. 설익은 채로 마치 어른처럼 행동하는 인물이랄까요. 그는 성년이 아니면서 성년인 것 처럼 보이려 하는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미성년인 존재입니다.
참 책을 읽었다고 해도 작가님처럼 인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못할때는 과연 제대로 읽은게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작가님의 인물들의 해설이 무척 도움이 된답니다^^
저만의 해석에 불과할 수 있어요. 자기만의 해석을 해내시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도움이 된다니 저로서는 영광입니다^^
@히어로 님, 실은 오전 중에 <도스토예스키와 저녁식사를 >모두 완독했습니다.^^ 마지막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까지 읽으면서 와~~~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악령>보다는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이 읽기가 더 편했지만 그럼에도 이반의 대심판관 부분은 전 어려웠거든요. 저두 '대심판관' 부분보다는 그루셴카의 '파 한뿌리' 이야기가 우화같으면서도 더 와 닿더라구요. @히어로 님께서는 에필로그나 책 곳곳에서 이 책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는데 작은 도움이나마 되길 바란다고 했지만 완독을 한 저의 느낌은 ' 도스토옙스키라는 거대한 바다를 항해 할 때 망망대해 위에 표류하는 무력한 한 인간의 느낌이라면 <도스토옙스키와 저녁식사를> 은 분명 좋은 나침판이자 외롭지 않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동료'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었습니다^^ 전 이 책을 김새섬 대표님의 <암과 책의 오디세이>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1년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는 대장정을 하였다는 말에 참 부러우면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럼에도 솔직히 처음 접했을 때는 그냥 1년 반의 북클럽의 기록이 아닐까라는 싶었어요. 그런데 책을 끝까지 읽다보니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와 작품에 대해 깊고 많은 생각들과 이에 대한 기록이었습니다. 작가님의 글과 감상도 구체적이면서도 독자가 읽기에 문장이나 전개가 매끄러워서 도스토옙스키라는 대작가에게 다가가기에 친절하고 깊이있는 안내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였습니다. @히어로 작가님께서도 도스토옙스키 작가의 안내서로 석영중 교수님의 책들을 언급하셨는데 작가님의 <도스토옙스키와 저녁식사를>도 앞으로는 도스토옙스키의 안내서로 석영중 교수님의 책과 같이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서 알려지길 바랍니다^^
정말 듣고 싶었던 말씀을 해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꼭 필요한 책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김새섬 대표님의 소개가 정말 저에게도 힘이 되었어요. 감사하지요. 도스토옙스키라는 거대한 산맥을 등반할 때 가이드 혹은 동료가 되는 책이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작가님의 책을 완독한 인증사진 올립니다!! 😁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인덱스 플래그가 잔뜩입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을 쉽게 읽는 법을 작가님께 여쭈었는때 따로 비법이 없으시다는 말씀에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거 같았습니다^^ 책속에 작가님께서 재독하고 이러이러하게 생각이 바뀌었다는 글들이 있던데 아마도 제 질문의 답이 재독이 답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히어로 님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 대해 이런 좋은 글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우선은 삶에서 많은 것을 느낀 후에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을 여러번 읽으며 치열하게 고민했기에 간결하지만 깊고 풍성한 글을 쓰실 수 있었던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히어로 님의 <도스토옙스키와 저녁식사를> 은 저의 책장에 있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과 나란히 꽂아두겠습니다 그리고 혹여 언젠가 기회가 되어 뵙는다면 친필싸인도 받고 싶습니다^^ 1년 반은 아니었지만 29일 동안이라도 작가님의 경험과 혜안을 함께 누릴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방이 닫히기 전에도 종종 참여하겠지만 그믐에서 방 닫히는 시간을 놓칠때가 종종 있어 먼저 감사의 글을 올립니다^^
우와 사진이 정말 감동입니다. 모두 도스토옙스키 덕분이겠죠.^^ 저도 거북별85님 덕분에 이 방에서 풍성한 나눔을 할 수 있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뵙게 되면 당연히 사인해 드려야죠. 제 사인이 별 의미도 없겠지만요.^^
건강한 사람은 끊임없이 우물을 탈출하는 과정의 연속선상에 있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우물이든지 정착하는 순간 성장은 멈춥니다. 성장이 멈춘 인간은 정도가 다를 뿐 모두 미성년이지요. 이런 이유로 인간의 또 다른 이름은 '미성년'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이 작품을 읽고 저는 '성장과 성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섰습니다. 저를 돌아봤습니다. 과연 저는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 중에 있는지 아니면 몇 번째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우물 안에 멈춰 거기서 뿌리내리려고 애쓰고 있진 않은지 궁금해졌습니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이 문장은 무신론자에게나 유신론자에게나 섬뜩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신론자에게는 그야말로 천하무적의 힘을 부여하는 열쇠 역할을 하게 될 테고, 유신론자에게는 혹시나 가지고 있을 의심의 싹이 풍선처럼 금세 부풀어 올라 신앙과 믿음을 위협하는 작두 역할을 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스메르쟈코프는 자신의 존귀함을 인정받지 못하고 자란 불쌍한 인물이다. 그에게 이반은 자신의 불쌍함을 합리화해 줄 수 있는 논리를 내세운 구제주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살인할 수 있는 이유를 이반에게서 찾는다. 그러나 더 이상 이반에게 인정받지 못함, 유대감을 느끼지 못함을 깨달은 순간 자신이 살아갈 이유가 사라져 자살을 택한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서 처음에는 너무 순수한 알료샤가 눈에 띄었는데 나중에는 스메르쟈코프가 계속 맴돌았다. 수증기로 불리는 사내.... 그는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삶을 살면서도 가장 명석해 보이는 둘째 이반에게 기대어 그의 논리에 자신의 행동의 정당성을 찾으려 한다. 예전에 스메르쟈코프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이 공연된 적이 있었다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에는 공연된 적이 없어 아쉽다. 오늘날도 어디에도 기댈 언덕없이 홀로 자신만의 동굴에 갇혀 잘못된 신념, 잘못된 철학으로 잘못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140년 전 도스토옙스키의 손 끝에서 탄생한 그가 아직도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이 슬프고 안타깝다.
잘못된 신념, 잘못된 철학으로 잘못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기댈 언덕이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김영웅 지음
p289 단순한 이야기를 읽고 나눈 모임이 아니라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신학, 철학, 역사적 배경을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었음. 까라마조프라는 이름의 의미가 단지 소설 속 주인공 이름에 그치지 않고 우리 인간 일반의 이름일 수 있겠다는 의견이 오고감.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다양한 인물 군상 뿐 아니라 신학, 철학,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는 게 작품을 읽을 때 좀더 진입장벽을 높게하는 지점인거 같습니다^^;; 그래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을 때 필요한 신학, 철학, 역사적 배경들도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이번에 궁금해졌습니다^^ 회원분 중에 별셋맘이라는 분이 익산에서 기차를 타고 매달 대전으로 향하던 시간이 단지 독서가 아닌 '삶의 숨구멍'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도 살아가면서 그믐과 책과 작가님들의 존재가 제게도 그런 존재라 밑줄 쫘 악 그으며 동감했습니다^^
책과 독서모임이 숨구멍이던 기억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미국에 거주할 때 그랬었거든요. 좋은 기억은 좋은 삶으로 이끌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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