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읽는『허즈번즈』- 결혼 후, 남편이 한 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D-29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주세죽과 허정숙입니다. 극과 극이라고나 할까요? 주세죽은 그 유명한 박헌영의 첫 아내이자 동지였습니다. 허정숙 역시 유명한 공산주의자 임원근과 연애했고, 고명자는 김단야의 첫 아내였습니다. 그런데 한때 죽마고우이자 혁명의 뜻을 같이 했던 이 세 여자의 우정은, 사랑이라는 몹쓸 감정 때문에 와해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사랑이란 몹쓸 감정이 이 세 여인의 우정을 어떻게 흐트려놓았는가…. 상하이에서 만난 주세죽과 박헌영은 사랑에 빠집니다. 주세죽이 당대 소문난 미녀였거든요. 지금 살아 있다면 아이돌이나 연예인을 해도 될 정도로 섬세하고 고운 얼굴을 가졌어요. 주세죽과 박헌영은 열렬하게 사랑한 끝에 결혼식을 올립니다. 딸 박비비안나는 혁명에 바쁜 엄마 아빠가 소련의 명령에 의해 파견되면서 고아원에 맡겨집니다. ㅠㅠ 겨우 핏덩이 아기였는데요. 이게 혁명가 가족의 딸에게 닥치는 운명인가 봐요… .
혹시 고아원에 보낸 건 아이를 위한 안전조치인 것은 아닐까요? 루소도 고아원에 보냈다고 욕 많이 먹었는데. 그 당시 살해 위험에 시달렸던 걸 생각해보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아~ 그럴수도 있겠네요. 그게 사실이고 그런 부모의 마음이라도 알게 되면 덜 상처받고 덜 원망할 것 같은데...
@오승주 @게으른독서쟁이 (사진은 어머니 주세죽의 묘지 앞에 선 박 비비안나) 박 비비안나는 평생을 소련과 (소련 붕괴 후에는 그 후신인) 러시아에서 살며 무용가로 활동했다. 1928년에 부모가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해 소련으로 탈출할 때 기차 안에서 태어나 소련의 보육원에서 성장했다. 이 보육원은 일반적인 고아원이 아니라, 소련의 지원 및 지령으로 활동하는 각국의 공산주의자들의 자녀를 위한 시설이었다. 그런 특수성 때문에, 보통의 보육원은 물론이고 당시 소련의 일반적인 가정보다도 시설이나 대우가 좋았다. 어느 정도 자란 후에야 어머니 주세죽을 만나게 된 비비안나는 어머니를 낯설어 하며 멀리했고, 주세죽은 이 일로 괴로워했다. 주세죽은 보육원 교사에게 이 일을 호소했고, 교사도 비비안나에게 "어머니와 친밀하게 지내라"고 타일렀다. 하지만 비비안나는 자신과 항상 같이 사는 보육원생들과 교사들에게는 가족같은 정을 느꼈지만, 어쩌다 한 번 나타나는 어머니에게는 정을 느끼지 못해서, 그후로도 어머니를 어색하게 대했다. 훗날 어머니가 사망하고 수십 년이 지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정권 때에야 어머니가 자신을 자주 찾아올 수 없었던 사정을 알게 되어, 어머니에게 친절히 대하지 못했던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성장한 후에는 무용가로 활동하며, 훗날 소련 모이세예프 무용학교의 교수가 되었다. 아들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박 비비안나는 1958년 미국 방문 등 해외 공연을 한 적이 있다. 남편은 러시아인 화가인 빅토르 마르코프로, 2003년에 사망했다. 비비안나 스스로는 소련공산당으로부터 특혜를 받고 자랐음에도 부모의 숙청과 처형, 이복동생들[의 실종 등을 이유로 공산주의에 반감을 느껴 소련공산당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공산당 트로이카 세 남성의 애인들이었는데 독립운동의 주체로 활동한 점이 흥미롭네요.
예 당시 이 세 여인은 조선 여성운동을 주도한 트로이카이면서 제각각 공산주의자 남친을 둔 초당당한 엘리트 페미니스트들이었습니다.
아아......
와. 사랑이란 엄청나게 힘이 세군요. 강철 같은 의기투합이었을 텐데
인간에게 감정을 이기는 이성의 힘이 가능할까요?
부분적으로는 가능할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 까요.
아참, 조선희 작가님의 <세 여자> 소설은 참고로 이렇습니다. 총 3권까지인데 이상하게 3권이 검색에 안 잡히네요?
세 여자 1 - 20세기의 봄조선희 장편소설. 박헌영, 임원근, 김단야… 각각의 무게감은 다를지언정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한국 공산주의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소설은 우리가 몰랐던 세 명의 여성 혁명가, 그들의 존재를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세 여자 2 - 20세기의 봄조선희 장편소설. 박헌영, 임원근, 김단야… 각각의 무게감은 다를지언정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한국 공산주의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소설은 우리가 몰랐던 세 명의 여성 혁명가, 그들의 존재를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세 여자>, <허즈번즈>와 함께 읽으면 더욱 흥미롭게 읽힐 이야기 같아요.
그때의 페미니스트들은 참 여러 겹의 모순과 싸워야 해서 더 힘들었겠어요.
저는 영웅적 혁명과 일상적 혁명을 나누어서 보고 싶습니다. 예전에 '생활 민주주의'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사랑의 감정이나 사생활, 가족 관계나 의례 등에서 기존 관계를 깨뜨리는 거죠. 예를 들어서 저희 외할머니가 '현호월'인데 오빠가 현호경이었거든요. 당시 남성들만 쓰던 '호' 돌림자를 딸에게도 주어서 남자 여자 모두 '호'를 썼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일상의 혁명은 티가 나지 않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은근히 보이더라고요. 당시에는 '생활 사회주의'인 경우가 적지 않아서~
영웅적 혁명도 일상적 혁명이 뒷받침 되어야 비로소 완성되고 나아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네. 맞아요. 그런데 우리 현대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분들에게서 분리된 경우가 꽤 되었던 것 같아요. 운동권 학생회 내에서 사귀기 금지라든가, 드레스, 뾰족구두 등에 대한 복장 규범 등등.. 일상적으로는 여전히 권위주의였다는 게 슬픈 현실..ㅠ
공감합니다. @오승주 작가님 귀한 인사이트 고맙습니다.
'생활 민주주의' 너무 와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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