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읽는『허즈번즈』- 결혼 후, 남편이 한 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D-29
헨리님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예스마담님^^
스맛폰 화면이 답답해서 태블릿으로 부캐 가입을 해서 들어왔습니다. ^^
ㅋㅋ 깨알 같이 정체를 드러내주는 부캐 이름! 반가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음 우선… 책이 갓 나왔을 때의 저는 유치원생 같은 모드였다면, 지금은 그래도 초등학교 2학년 정도로는 성숙 & 진정이 된 것 같습니다. ㅎㅎㅎ 인상적인 반응으로는 한국판 <흐르는 강물처럼> 같았다는 말이랑, <파친코>가 생각났다는 말(영광입니다)과 제 문체에서 박완서 작가님이 떠올랐다는 평(영, 영광입니다. 흑)과 X쪽 독자님이신데 수향이 복수하는 장면을 보고 “오올치!”하고 손글씨로 추임새를 넣는 메모를 붙이셨는데 이 세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박완서 작가님 떠올랐다는 평도 접하셨군요. 다른 평들은 저도 접했어요. X에서 <허즈번즈>에 무척 열광하시는 분이 계시죠 ㅎㅎ
저도 파친코 떠올렸는데..파란만장한 여자의 일생이 떠올라서가 아닐까요..
Q2) 자, 그럼 시작점으로 가볼게요. <허즈번즈>는 첫 시작은 어느 날 꾸신 꿈이었죠. 작가의 말에 쓰셨지만 그날에 대한 기억과 특별한 느낌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사실 수향이 그런 행위를 했다는 게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당한 상황을 보면 솔직히 이해를 못할 바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 세 남편(?)을 건사해 나갔다는 게 대단한 것이죠.
맞습니다. 수향이 잘한 건 아니죠. 만약 전쟁 상황이 아니었다면 쇠고랑 감 맞아요. 전쟁이 일종의 고치처럼 나가스 저택과 그 안의 사람들을 보호해준 거죠. 수향이… 덩치만 컸지 어린 소년 같은 세쌍둥이를 건사한 건 맞는데 한편으론 막상 부모와 시아버지가 사라졌을 때 수향 곁엔 아무도 없는 상황이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수향과 세 쌍둥이가 숲에서 그렇게 된 것은… 이 네 명이 특별히 관능적이거나 그런 게 아니라 살인이라는 중대 범죄를 저지르고 그것을 수습하여 하나로 연대하기 위한 일종의 제사나 굿 같은 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수향도 세쌍둥이도 세상 경험이 적고 연애해본 적이 없는 순진한 젊은이들이니까요. 시대와 상황이 이들을 일처다부 같은 가족 형태로 만들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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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향이 아니라 수향이겠지요? ㅎㅎ 근데 그게 수향이 그 남자들이 자기를 좋아해주기를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나가스 저택이라는 일종의 치외법권 같은 폐쇄된 구역에 여성이 수향 혼자다 보니 독점적인 관심을 받게 된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실제 수향은 화장도 잘 안하고 편한 치마 저고리 차림을 즐기는 소박한 책벌레이지요. 시대와 상황이 그녀를 강인하게 바꾸었을 뿐 수향의 원래 본성은 오히려 평범하고 겁많은 소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부모와 시아버지가 짜고 친 사기극이 그녀를 흑화시켰는데, 흑화된 수향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다른 남자들을 끌어당긴 건 아닐까 하고 흑화론도 펼쳐봅니다. (크) 참고로 제2차 대전 때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일본인들끼리 몇 십 명의 남성에 여성이 단 한 명이다 보니 일처다부제가 된 경우가 있었는데… 이게 실제로 몇 년 간 벌어진 일이었지요. 이 사건을 기리노 나쓰오가 <도쿄섬>이란 작품으로 그려냈는데… 이 <도쿄 섬>의 영향도 좀 받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제 무의식 어딘가에…. (먼 바다) 아무튼 작가라기 보다는 같은 여자로서의 저는 수향은 원래 그렇게 되바라진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을 이용하려고 한 부모와 시아버지에게 맞서면서 달라진 것이다라고 변론을 펼쳐(?) 봅니다(?).
도쿄 섬'밀리언셀러 클럽' 119권. 나오키 상, 에도가와 란포 상, 추리작가 협회 상, 이즈미 교카 상, 시바타 렌자부로 상 수상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장편소설. 30여명의 남자들과 단 한 명의 여자가 무인도에 표류되면서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기리노 나쓰오는 특유의 시니컬한 문체로 독특하게 완성시켰다. 제44회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수상작.
앗 죄송합니다..소향은 가수?
솔직히 저는 수향이 남자 복이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흔했지만 사실 누구에게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배우잔데, 그것을 정하는 데 자신의 의지를 개입시킬 수 없다는 건 끔찍하죠.
역설적으로 썼는데 그대로 받아들이시니 주의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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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표지 날개의 작가의 말이나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도 적었는데… 실제 꿈은 <허즈번즈> 속에 표현한 강도에 비하면 상당히 순한 맛입니다. 한 여성이 (저의 무의식인지 아니면 제 꿈이 저 편할려고 만들어낸 제3의 여성인지는 모르겠으나) 큰 나무 아래서 좋아하는 남자와 사랑을 나눕니다. 두 사람인 부부인지까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연인 정도는 되어 보였습니다. 정사는 나무 그늘 아래서 격정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장면을 꾸면서 저도 모르게 몰입하면서 계속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나무 그늘 위쪽의 언덕에서 여성이 관계를 맺고 있는 남자보다 연배가 훨씬 위로 보이는 한 남자가 여성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성은 처음에는 엿보는 이의 존재를 모릅니다. 그러다가 관계가 끝나고 쉬고 있을 때에야 그 남자의 존재를 눈치챕니다. 처음에는 분노했고 그 남자를 노려보지만 그 남자의 눈빛에 화가 가라앉습니다. 엿보는 이는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여성과 그 엿보는 이가 아는 사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여성은 수향처럼… 자신을 지켜본 이에게 이끌립니다. 이상한 감정이 그녀를 감싸고 그녀는 심술 궂게 그 남자를 향해 미소를 보냅니다. 엿보던 남자는 화들짝 놀라 마치 숲에서 갑자기 사냥꾼을 만난 사슴처럼 달아나 버립니다. 대충 꿈에서 꾼 장면은 이랬고, 이 장면이 <허즈번즈>를 만든 것과 마찬가지죠. 이미 짝이 있는 여인, 그리고 그 여인이 자신의 짝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어쩔 수 없이 지켜보게 된 제 3의 남자, 그리고 그 제 3의 남자에게 이상하게 끌리게 된 여인….
저는 늘 이야기에서 매력적으로 국면을 전환시키는 미드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플롯의 허리라고 생각하는데 거기로부터 작품이 시작된 셈이니 재미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 한편으로는 그 꿈을 꾸시고 어떻게 이런 서사를 앞뒤로 구성하셨는지 경외감마저 생깁니다.
사실 저도 제가 어떻게 썼는지 기억이 잘 안나요. 계약을 했으니까 원고를 토해냈습니다. 마감 한창 할 때는 대신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자주 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먼 바다) ㅎㅎㅎ
그런데 세쌍둥이는 처음부터 설정이 그냥 떠오르셨나요? 전 정말 세쌍둥이를 예상치못해서 ㅎㅎㅎ
예 처음부터요. :)
어찌하여 갑자기 그런 꿈을 꾸게 되었을까....??? 꿈을 놓치지 않고 이렇게 소설로 풀어내시다니!!! 멋져요. 저도 이런저런 꿈을 많이 꿨는데 어떻게 발전시켜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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