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의 인생책> 임정균 평론가와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함께 읽기

D-29
저는 개인적으로 십년정도의 시간을 한국밖에서 보냈던 경험이 있는데요, 그때의 경험들 덕분에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라는 책을 펼쳤을때, 책이 저에게 탁!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보다 어릴때라 정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었거든요. 찬게즈에 대해서도 많은 것들이 이해되고 짐작이 됩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정착하여 살고 있지만, 임정균님이 말씀하신 이동이 없는 삶에서도 존재하는 여러가지 것들을 겪고있어요. 운이 좋게 지금의 직장에 들어와 경제활동을 하고 되었지만, 제 스스로 느끼는 어떤 조마조마함이 있답니다. 그리고 서울이라는 곳에서 살다보니 느껴지는 수많은 감정들이 있구요. 이 책은, 꼭 저처럼 해외에 거주한 경험이나 서울에 사는 경험이 있는게 아니더라도, 어쩌면 누구나 읽어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 작게는, 어떤 집단에 대한 동경 이라든지 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어떤 선입견, 그런것과도 일맥상통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책이 얇다는 것에서 저같은 사람이 부담느끼지 않고 펼칠수 있었던것도 나름 신의 한수? 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제목이 주는 무거움을 살짝 피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아서 뭐랄까요.. 아주 다양한 생각과 느낌들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을것 같아요.
개인적 경험을 말씀해 주시니 더 와닿네요. 대구에 거주하며 가끔 일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는 저로써는 지방격차로 인해 진공상태5님이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생각과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기 때문에 지역간 불균형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문제는 국가의 불균형 해소 정책이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여러 통계를 보면 문화예술분야의 불균형은 인구 비례를 초과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분명 물적 인프라와 인적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더 좋은 환경을 찾아 가고 싶어질 테고, 그런 욕망을 비난할 수는 없지요. 지방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여건들을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일 텐데, 해법이 그리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것도 정치의 영역이고, 정치적 역량이란 결국에는 인구수에 비례하기 마련이어서 지방은 더 힘든 정치적 싸움을 할 수밖에 없죠. 저의 경우에는 서울에서 살게 될 때의 기회비용이 너무 커서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어서 대구에서 사는 것에서 자기만족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늘 서울을 동경하고 있답니다 ㅠㅠ 얇은 책을 선택한 건 정확히 말씀하신 그런 의도였는데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읽으니 얇다고 할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니라는 걸 새삼 배우는 시간인 것 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이 책을 세번째 읽는거에요. 짧고 강렬한 소설을 처음 읽고, 앉은자리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두번째는 좀더 빠르게 한번 더 읽었더랬어요. 그래서 당신의 정체도 알고, 에리카와 어떻게 되는지도 알고, 뉴욕(언더우드샘슨) 에 있어야 할 주인공이 왜 여기(라호르 파키스탄 펀자브주의 주도라고 합니다)있는지 알고 읽는 중이에요. p.23 연장자에게 전통적인 존경심을 품고 있는 찬게즈가 부유한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현지인(그리스인) 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 장면. p.26 에리카카 찬게즈에게 정중한 예의바름이라고 평하는 장면 등이 눈에 들어왔어요. 줌파 라히리의 소설을 읽으면서도 가부장적이고 가족중심적인 그지방의 문화와 우리 문화가 교집합을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주인공의 입장에 훨씬 쉽게 서게 되더라구요. p.29 찬게즈와 에리카가 고향얘기를 하는 장면. "나도 고향이 그리워요. 손가락이 가늘고 길었던 그 친구가 나의 고향이었다"는 대목에서는 사람이 고향인데 고향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어떤 심정일까 상상하고 있어요. 별로 그립지도 않고, 가볼생각도 없는 고향도 있을테지만, 사람이 고향이라면...반드시 그리워질것 같아서요.
어느 책이든 세 번 읽는 일은 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분량이 짧아도 말이죠. 이 책의 어떤 점이 바나나님으로 하여금 재독을 하도록 만들었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짚어주신 대목 중 '사람이 고향'이라는 바나나님의 인식에 깊이 공감하고, 큰 인상을 받았네요. 흔히 '고향'은 향수의 대상이죠. 그리고 대체로 향수는 고향을 떠나왔거나,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느끼고요. 말씀하신 대로 그립지도 않고 가볼 생각도 없는 고향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은 없겠죠. 그러나 그립지 않았던 고향이 더는 갈 수 없는 상태, 완벽한 상실의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면 아마 누구라도 향수를 느끼지 않을까요. 이 '향수'와 동일한 매커니즘을 가진 감정이 '동경'입니다. 동경은 동경의 대상을 결핍할 때 발생하지요. 어떤 사람에 대한 동경은 그가 가진 무언가를 내가 결핍할 때 느낀다고 해요. 에리카가 자신의 첫사랑에게 느끼는 감정이 바로 이러한 동경이고, 찬게즈가 에리카에게 느끼는 감정도 일종의 동경인 듯해요. 물론 에리카는 대상의 상실로 인해 생겨난 것이라면, 찬게즈의 경우 에리카가 상징하는 미국적인 것들을 자신이 결핍하고 있기 때문에 에리카를 동경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찬게즈가 미국인에게 아무 스스럼없이 다가가 말을 걸고, 묻지도 않은 본인의 이야기를 줄줄 하는 게 처음부터 의심스러웠습니다. 그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는 미국인도 '어떤 의도'가 있지 않았다면 계속 듣고 있을 이유가 없는데도 계속 듣고 있고요. 물론 작가분의 의도가 다분하지만요. ^^ 저도 처음 읽었을 땐 몰랐는데, 스포가 될 수 있지만 '에리카'를 두고 온 연인으로 계속 생각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p13 : "우리 집에서 대학에 간 건 내가 처음이었어요. 나는 빚을 지지 않으려고 밤에 트렌턴 시에서 일했어요.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캠퍼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말이죠. 그래서 찬게즈, 나는 당신이 어떤 곳에서 왔는지 알죠. 당신을 굶주렸어요. 내 생각엔, 좋은 거죠." 15p : 다행히도 내가 수치라고 생각한 것을 그는 기회로 생각했어요. -> 이 부분은 저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고, 저도 사람을 뽑는 입장에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20대까지 여유롭게 엄빠카드 쓰면서 대학원 다닐 때 '나이도 있는데 학비 정도는 내가 벌까?'하며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상황에서 일하던 자세와 30대 초반에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생활 전선에 뛰어 들어 일하던 제 자세는 완전히 달랐거든요....벌써 15년 전 라떼는 얘기네요. 하하(제가 찬게즈 같네요) 23p : 그들은 자기들보다 두 배나 나이 많은 그리스인들한테 그런 식으로 말했어요. 그러고는 자기들 식으로 일 처리를 하려고 했죠. 돈이 떨어져 가는 상황인 데다 연장자에 대해 전통적인 존경심을 품고 있던 나는 인간 역사의 어떤 반전이 그들을 지배 계급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위치에 두었는지 궁금하더군요. -> 자본주의가 문제일까요...그래도 공산주의는 제 취향이 아니라....자본주의도 별로고... 역시 가정교육?
말씀하신 대로 에리카에 대한 찬게즈의 '지금' 마음이 흥미롭네요. 어떤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에리카에 대한 찬게즈의 감정은 이 소설의 두드러진 의도에 따라 읽어보면 에리카가 상징하는 것에 대한 찬게즈의 욕망으로 풀이될 테지만, 지금보니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여지도 많은 것 같아요. 여기에 대해서는 이후 독서를 마치고 후반부에 다시 이야기해봐도 좋겠어요. 그리고 뒤에 말씀해주신 것에 대해서 언급해주신 대로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속성에 관한 알레고리가 분명하지만, '예절' 혹은 '규범'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어볼 수 있을 듯해요. 한때 영화 <킹스맨> 때문에 "manners maketh man"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잖아요. manner는 사회적 관계에 이익이 되는 여러 우연적 행동 양태들이 하나의 양식(manner)이 되어 굳어진 것일 텐데요. 처음에는 그렇게 체계화된 행동 양식들이 곧장 사회에 이익(공공선)이 된다는 관념과 이어졌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최초의 연결관계가 느슨해지는 시기에는 특정 양식이 곧 선이라는 식으로 수단과 목적의 전도가 일어나곤 하죠. 그때에는 무엇이 선인가, 라는 본질적 물음은 없고, 오로지 전통적인 행동 양식이 선이라는 식의 본말 전도가 생겨버리고요. 문제는 자본주의냐 공산주의냐 라는 체계보다는 그러한 체계들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 정지된 상태, 즉 사유의 상실 상태가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그건 이미 만들어진 게임 속에 편입되길 욕망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더 쉽게 발생하는 것 같고요. 제로섬 게임이 벌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게임의 룰을 경쟁자보다 빨리 익히고, 위로 올라가야만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상황인데, 룰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거나 조금이라도 '주저'했다가는 도태되고 말테니까요. 그런 점에서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욕망하면서도, 거기에 어떤 의문을 가지고 있는 찬게즈라는 인물의 복잡함이 한층 흥미롭네요. 흥미로운 부분들을 지적해주셔서 저도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오늘은 3, 4장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3장에서는 언더우드샘슨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능력주의”(35쪽), “체계적인 실용주의”, “효율성”(36쪽)에 바탕을 둔 신입교육과 업무평가를 받는 이야기가 나오고, 4장에서는 호화로운 뉴욕 상류층의 모습, 그리고 에리카의 집에 초대받아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나와요. 여러 중요한 장면들이 많은데요. 제목이 주는 수수께끼에 대한 첫 번째 힌트가 나오기도 하네요. 그 가운데 제가 가장 인상깊게 본 장면은(다들 그 부분을 눈여겨보셨을 테지만) 찬게즈가 에리카의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 에리카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에요. 대체로 화기애애했던 저녁 식사 분위기는 에리카의 아버지가 파키스탄의 상황에 대해 질문하면서 어색해지고 말죠. “나는 파키스탄인들을 좋아해요. 하지만 엘리트 계층이 그곳을 제대로 능욕한 건 사실 아닌가요? 그리고 근본주의도 그렇고요. 당신네들은 근본주의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겪잖아요.”(52쪽) 이 대목에서 독자는 제목의 ‘근본주의’가 가리키는 첫 번째 의미가 이슬람 근본주의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러니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란 화자인 찬게즈를 가리킨다고 여기게 되고요. 물론 이 소설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반어적 분위기는 제목의 이러한 의미가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전복될 거라고 암시하기도 합니다. 이 소설이 현실의 알레고리로 읽히는 만큼, 이제 작가가 내는 수수께끼는 ‘주저하다’의 의미가 어떻게 이해되는지로 넘어가는 듯도 하네요. 찬게즈와의 대화에서 에리카의 아버지가 ‘근본주의’를 문제삼은 것은 찬게즈의 전통복장과도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그날 찬게즈는 에리카의 집에 어떤 옷을 입고 가는 것이 TPO에 맞는 복장 예절인지 고민합니다. 뉴욕 상류층의 저녁 식사에 초대받은 것이니 양복을 입을까 하다가, 너무 예의를 차린 것 같아 블레이저를 입을까 생각하기도 하죠. 그러다가 파키스탄의 전통 복장인 ‘쿠르타’를 입고 가기로 결정합니다. 당시 뉴욕은 그런 복장을 해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코스모폴리턴적인”(47쪽) 도시였기 때문이죠. 문화적 상대주의의 분위기가 흐르는 세계적인 도시에서 조국의 전통복을 입는 것이 오히려 가장 격식있는 태도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간단한 블레이저나, 캐주얼한 복장이었다면 파키스탄의 종교적 근본주의가 화제에 오르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찬게즈가 에리카처럼 미국적 히어로의 상징이라 할 ‘마이티마우스’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훗날 찬게즈는 뉴욕에 흐르는 코스모폴리턴적 분위기가 이슬람 국가를 배경으로 한 무수한 “영화들 때문”(47쪽)이라고 생각하죠. 말하자면 진정한 의미의 문화적 상대주의나, 관용적인 태도가 아니라 단지 미디어를 통해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요. 그럼에도 찬게즈는 그날 에리카를 따라 뉴욕의 중심에서 벌어지는 파티에 참석하며 “인사이더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53쪽)고 깨닫기도 하죠. 사실 제가 찬게즈와 에리카의 아버지가 나눈 대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했기 때문이에요. 이따금 TV에서 외국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며 묘한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는데요. 주 시청자가 한국인인 우리나라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을 모아 놓고, 한국 문화에 대해 이런저런 상찬을 늘어놓는 장면들, 혹은 분쟁지역 혹은 침략 전쟁이나 대량 학살처럼 명확한 피해-가해의 구도가 있는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각국의 평범한 외국인들을 불러놓고 반성을 강요하는 듯한 장면들이 떠올랐거든요. 아마 이런 장면이 떠오른 것은 이 소설에서 말하는 ‘근본주의’가 단지 이슬람 근본주의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는 말이겠지요. 자기 자신의 가치관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태도, 그런 잣대로 타자를 판단하고 가르치려고 드는 에리카의 아버지도 어떤 점에서는 무례하고, 근본주의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와 비슷한 경험이나, 다른 사례들에 대해 좀더 이야기 나눠봐도 좋고, 다른 인상 깊었던 장면들도 공유하면 좋겠네요.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셔요!
내가 근본주의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임정균님이 쓰신 글을 보고, 이건 이래야지! 라고 내 스스로 생각한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찬게즈가 전통복장을 입고 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찬게즈가 "코즈모폴리탄"이 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뉴욕에서의 "코즈모폴리탄"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좀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여기에서는 찬게즈가 파키스탄 사람이라 이슬람 근본주의에만 집중하게 되는 점이 있지만,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에서는 기독교(프로테스탄트로 추정/카톨릭 아님) 근본주의자들이 미국 내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독립하는 설정이잖아요. 항상 근본주의자들은 성경과 코란을 기본으로 하나님께서....알라신께서....라고 하며 '본인들의 해석'을 강요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절대진리인양...그래서 항상 '인간적인' 다양한 관점이라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요. 비단 종교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선과 악을 구분하려는 버릇부터 고치려고 하는데 잘 안 되네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은 있지만, 어떠한 근거도 없이 '그들'은 나쁘고 '우리'는 선하다라고 하는 것이 근본주의적인 세뇌교육을 받으면서 생겨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siouxsie님이 쓰신 글을 읽다보니, "상황윤리" 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상황윤리 - 정해진 원칙 없이 상황에 따라 그 때 그 때 형편에 따라 윤리적 판단을 하는 것을 상황윤리라고 하는데, 상황윤리에서는 윤리적 규범의 상대적 타당성만을 인정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범법행위도 정당화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근본주의도 상황윤리도 어떤것만을 맞다 틀리다 말할 수 없겠지만, 인간은 아주 복잡한 존재이고 흑백으로만 판단하기는 너무 어려운게 세상과 세상일이라는 것을 저도 언제나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전 이 책을 너무 편하게 읽고 있나봐요~ 읽으며 찬게스와 대화하는 사람은 누구까? 911 사건이 찬게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궁금해 하며 읽고 있어요. 여러분들의 글을 읽으며 생각하지 못했고, 깨닫지 못한 부분이 많네요. 두번째 읽을 때 많은 도움 될거 같아요~^^
한가지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짐이 자신의 가난한 과거를 이야기 하며 찬게스를 동일시 한다는 점이었어요. 편견으로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불편했어요.
아주 중요한 지점을 지적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전에는 주의 깊게 보지 못했는데, 다시 보니 저도 바르미님이 말씀하신 그런 부분들이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언급해주신 짐이나 셔먼과 같은 언더우드샘슨의 임원들은 이 소설에서 미국적 가치관, 특히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모순에 대해 잘 보여주는 인물로 보여요. 특히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게 하는 짐의 고급주택과 호화로운 파티는 그들이 이룩한 경제적 성과와 ‘능력주의’라는 언더우드샘슨의 사훈의 의미를 함께 곱씹어 보게 합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가 이룩한 부는 강 건너에서 아스라하게 빛나는 파티의 불빛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을 통해 자본주의적 허영을 암시했던 것 같은데요. 이 소설에서 짐의 가난한 과거와 현재의 성공 사이의 대비는 자본주의가 자신의 체제를 일반 대중에게 어떻게 선전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인 것 같아요. 말하자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고, 그 가능성이 가난한 사회초년생에게는 하나의 눈부신 희망이 되기도 하죠. 짐의 호화로운 주택에서 쏟아지는 불빛은 그가 이룬 경제적 부의 상징이자,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실질적 증거로 제시되고요. 바로 그 성공의 증인들로 인해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본주의적 덕목인 근면 성실을 따르지 않은 게으른 사람들로 종종 치부되곤 하죠. 더구나 바르미님의 지적처럼 저개발국가, 특히 더운 열대지방이나 남반구 국가가 가난한 이유로 (풍족한 자원과 함께) 종종 게으른 국민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잖아요. 희망의 불빛이 강렬한 만큼 명암도 큰 법이어서 정작 게임의 룰인 서열화, 승자독식, 누구나 성공할 수는 있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잘 보이지 않게 되기도 하고요. 신입사원들이 교육을 받으며 자신들에게 등수가 매겨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대목은 나 자신이 성공할 수만 있다면 이미 그런 룰의 불합리함은 대수롭지 않게 수용해버린 것처럼 보여 씁쓸하네요. 대개 소설에서 불편한 대목들은 저 자신의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아서 반성하게 됩니다.
위대한 개츠비 하면, 거기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 그냥.. 탁! 떠오릅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항상 한 가지를 기억하여라. 세상 모든 사람이 너처럼 운이 좋지는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말 딱 들어맞는 대목이군요!!
바르미님이 이야기하시는 것에서 저 역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갇혀버렸던 여러가지 경험들이 떠오릅니다. 어떠한 것의 하나로 나를 만들어버리는, 나라는 개인이 사라지는 경험이요. 한국사람이구나! 라는 것부터.. 어떤 얘기가 나올지 예상이 되는 그런것들이요. 물론 저 역시 누군가를 파악할때 그의 배경으로 짐작하는 것들이 있지만, 무엇이 되었든 항상 나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하는것 같아요. 나를 대표하는 혹은 누군가를 대표하는 어떤것이 그에게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일한 한 개인인거죠. 당연한 것 같지만, 저도 종종 실수할때가 있어서.. 참 어려운 문제구나 라고 많이 느끼고, 나부터 실수를 줄여나가 보려고 끊임없이 노력할 뿐입니다.
찬게츠가 전통복장을 하고 가려고 마음먹은데는 말씀하신대로 최대한 격식을 차리고 싶어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편한 복장을 하고 갔다고 하더라도 에리카 아버지는 그 화제를 꺼냈을거라 생각해요. 너무나 전형적인 무성의한 화제의 선정이지만, 아마도 한참 어린&외국인 친구에게 별로 격식을 차리고 싶지 않았겠죠. 그에 반하는 찬게츠의 대답은 너무나 훌륭하지 않나요. "난제들이 있긴 하죠. 하지만 제 가족이 거기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생각만큼 나쁜 상태가 아니라는건 말씀드릴수 있습니다." 25살 청년이 에리카 아버지보다 훨씬 예의바르고 침착한데서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맞아요. 그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에리카의 아버지가 보여주는 무성의한 태도에 있는 것 같아요. 그는 그것을 격식을 차리지 않는 개방적인 태도라 생각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무례에 가깝죠. 말씀대로 그에 대한 찬게즈의 응답이 훌륭하네요!
그러네요. 찬게즈가 어떠했든, 나왔을 화제라면, 거기에 잘 대응한 찬게즈가 대단한거네요. 제가 좀 좁게 생각했던것 같아요. 그런말이 나올 여지를 찬게즈가 주지 말았어야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무례한건데.. 제가 잘못 생각했던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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