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의 인생책> 임정균 평론가와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함께 읽기

D-29
전 이 책을 너무 편하게 읽고 있나봐요~ 읽으며 찬게스와 대화하는 사람은 누구까? 911 사건이 찬게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궁금해 하며 읽고 있어요. 여러분들의 글을 읽으며 생각하지 못했고, 깨닫지 못한 부분이 많네요. 두번째 읽을 때 많은 도움 될거 같아요~^^
한가지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짐이 자신의 가난한 과거를 이야기 하며 찬게스를 동일시 한다는 점이었어요. 편견으로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불편했어요.
아주 중요한 지점을 지적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전에는 주의 깊게 보지 못했는데, 다시 보니 저도 바르미님이 말씀하신 그런 부분들이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언급해주신 짐이나 셔먼과 같은 언더우드샘슨의 임원들은 이 소설에서 미국적 가치관, 특히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모순에 대해 잘 보여주는 인물로 보여요. 특히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게 하는 짐의 고급주택과 호화로운 파티는 그들이 이룩한 경제적 성과와 ‘능력주의’라는 언더우드샘슨의 사훈의 의미를 함께 곱씹어 보게 합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가 이룩한 부는 강 건너에서 아스라하게 빛나는 파티의 불빛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을 통해 자본주의적 허영을 암시했던 것 같은데요. 이 소설에서 짐의 가난한 과거와 현재의 성공 사이의 대비는 자본주의가 자신의 체제를 일반 대중에게 어떻게 선전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인 것 같아요. 말하자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고, 그 가능성이 가난한 사회초년생에게는 하나의 눈부신 희망이 되기도 하죠. 짐의 호화로운 주택에서 쏟아지는 불빛은 그가 이룬 경제적 부의 상징이자,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실질적 증거로 제시되고요. 바로 그 성공의 증인들로 인해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본주의적 덕목인 근면 성실을 따르지 않은 게으른 사람들로 종종 치부되곤 하죠. 더구나 바르미님의 지적처럼 저개발국가, 특히 더운 열대지방이나 남반구 국가가 가난한 이유로 (풍족한 자원과 함께) 종종 게으른 국민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잖아요. 희망의 불빛이 강렬한 만큼 명암도 큰 법이어서 정작 게임의 룰인 서열화, 승자독식, 누구나 성공할 수는 있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잘 보이지 않게 되기도 하고요. 신입사원들이 교육을 받으며 자신들에게 등수가 매겨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대목은 나 자신이 성공할 수만 있다면 이미 그런 룰의 불합리함은 대수롭지 않게 수용해버린 것처럼 보여 씁쓸하네요. 대개 소설에서 불편한 대목들은 저 자신의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아서 반성하게 됩니다.
위대한 개츠비 하면, 거기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 그냥.. 탁! 떠오릅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항상 한 가지를 기억하여라. 세상 모든 사람이 너처럼 운이 좋지는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말 딱 들어맞는 대목이군요!!
바르미님이 이야기하시는 것에서 저 역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갇혀버렸던 여러가지 경험들이 떠오릅니다. 어떠한 것의 하나로 나를 만들어버리는, 나라는 개인이 사라지는 경험이요. 한국사람이구나! 라는 것부터.. 어떤 얘기가 나올지 예상이 되는 그런것들이요. 물론 저 역시 누군가를 파악할때 그의 배경으로 짐작하는 것들이 있지만, 무엇이 되었든 항상 나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하는것 같아요. 나를 대표하는 혹은 누군가를 대표하는 어떤것이 그에게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일한 한 개인인거죠. 당연한 것 같지만, 저도 종종 실수할때가 있어서.. 참 어려운 문제구나 라고 많이 느끼고, 나부터 실수를 줄여나가 보려고 끊임없이 노력할 뿐입니다.
찬게츠가 전통복장을 하고 가려고 마음먹은데는 말씀하신대로 최대한 격식을 차리고 싶어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편한 복장을 하고 갔다고 하더라도 에리카 아버지는 그 화제를 꺼냈을거라 생각해요. 너무나 전형적인 무성의한 화제의 선정이지만, 아마도 한참 어린&외국인 친구에게 별로 격식을 차리고 싶지 않았겠죠. 그에 반하는 찬게츠의 대답은 너무나 훌륭하지 않나요. "난제들이 있긴 하죠. 하지만 제 가족이 거기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생각만큼 나쁜 상태가 아니라는건 말씀드릴수 있습니다." 25살 청년이 에리카 아버지보다 훨씬 예의바르고 침착한데서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맞아요. 그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에리카의 아버지가 보여주는 무성의한 태도에 있는 것 같아요. 그는 그것을 격식을 차리지 않는 개방적인 태도라 생각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무례에 가깝죠. 말씀대로 그에 대한 찬게즈의 응답이 훌륭하네요!
그러네요. 찬게즈가 어떠했든, 나왔을 화제라면, 거기에 잘 대응한 찬게즈가 대단한거네요. 제가 좀 좁게 생각했던것 같아요. 그런말이 나올 여지를 찬게즈가 주지 말았어야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무례한건데.. 제가 잘못 생각했던것 같아요.
저는 에리카의 방을 처음 들어서는 대목이 인상깊었어요. 기숙사 방을 전전하며 불안정하게 살았던 찬게츠가 '사람이 계속 갈아온것 같은,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방'을 보고 안정감을 느끼는 장면에서, 찬게츠가 이런것을 동경했구나 생각했어요.
p34 : 사천 년 전, 인더스 강 분지에 살던 우리 조상들은 격자 모양 도로가 설치되고 지하 하수구를 자랑하는 도시에 살았어요. 그런데 미국을 침략해 식민화했던 그들의 조상들은 무식한 야만인들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우리 도시들은 대부분 무계획적이고 비위생적인데, 미국에는 우리나라 교육 예산보다 더 많은 기부금을 받는 대학들이 있어요. 이런 엄청난 차이를 떠올리며 나는 수치스러웠어요. -> 임정균 님 말씀대로 찬게즈 또한, 현재의 미국을 부러워하는 마음도 있지만, 본인들의 나라가 역사적으로는 더 우월했었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게 드러나는 장면이네요. 41p 짐은 대화를 말없이 지켜보더군요. 그리고 내가 있는 쪽을 바라봤어요. 나는 내가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눈길을 돌려야 했어요. 하지만 그는 찬찬히 뚫어지게 나를 계속 바라보다가 결국 이렇게 말하더군요. "주의 깊은 친구군. 그게 어디서 오는 건지 알고 있나?" 나는 고개를 저었어요.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에서 나오는 거야. 내 말 믿게. 나는 아니까." -> 이 부분을 읽고, 김현경 작가의 "사람, 장소, 환대"에서 "인간은 잘못된 장소에 가 있을 때 차별이 발생한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인턴들의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본인이 그곳에 속해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찬게즈를 더욱 민감하게 만드는 것이겠죠. 45p : 어렸을 때 부하 차단이 되던 날, 양초 하나를 잡다가 넘어뜨린 적이 있었어요. 촛농이 내 몸에 흘렀어요. 미국 같으면 그런 상황에서는, 용해점이 너무 높고 안전하지 못한 밀초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제조업자한테 소송을 걸어 질질 끌었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여기에서는 저녁에 시끄럽게 한바탕 울다가 당신이 보다시피 이상하게 길지만 다소 희미한 상처를 남기는 것으로 끝났죠. -> 이건 찬게즈의 몸에 떨어진 촛농으로 비유했지만,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자신들의 방식과 미국의 방식을 '찬게즈의 시점'으로 미국을 비꼰거 같아 씁쓸했습니다. 그리고, 에리카 아버지의 미국적 우월한 말투는...하하....웃을 일은 아니지만 갑자기 어제 SNS에서 본 동영상이 생각나는데요. 동양인 여자와 백인 남자가 조깅을 하다 만나 쉬면서 인사를 나누는데, 그 백인 남성이 동양 여성을 보며 어쩜 이렇게 영어를 잘하느냐면 Where are you from?을 연발합니다. 여성이 난 오렌지 카운티에서 태어났고, 샌디에고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Where are you from?은 끝나지 않습니다. 뭐 뒷상황은 여성도 똑같이 Where are you from?을 연발하며 깜찍하게 복수하며 마무리짓는데.... 저 또한 회사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외모는 외국분이지만, 한국어를 한국사람처럼 하시는 점원에게 절대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라고 물어보지 않습니다. 심정은 매우 복잡한데.... 모두 어려운 얘기하시는데 저만 너무 가벼운 에피소드였네요^^
어, 말씀하신 유투브 영상 저도 예전에 본적 있어요. 피부색을 가지고 (끝까지) 그 사람을 판단하는.. 사실 저도 예전에 어린마음에? 남아공의 백인친구들에게 너는 원래 어디서 온거냐고 물은적이 있습니다 ^^;; 독일이야? 이런식으로요.. 넵, 제가.. 많이 어렸었습니다.. (지금은 절대 그러지 않아요)
정말 알면 알수록 본인의 행동이나 말에 조심해야 해서 힘드네요...노화로 몸도 머리도 늙어가는데 말이죠 ㅎㅎㅎ 에구 허리야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할 기회가 생겼을 때, 그것을 잘 실천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것은 연습이고 노력이고.. 세상에 절대 쉬운 것은 없다는 것이 갈수록 느끼게 되는 "진리" 같아요.. ^^
저도 그 유튜브를 본 기억이 나네요. 그 영상과 반대로 외국인들이 동양인의 영어 발음을 ‘전혀’ 못 알아 듣는 (척하는) 것도 비슷한 사례죠. 사실 우리도 가끔 외국인들이 한국어 발음이 어설퍼도 알아듣잖아요. 가끔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나 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뉴스나 미디어에 비춰지고요. 저는 그런 걸 보면 그들이 알고도 모르는 척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재 4장까지 읽었는데요, 여기까지 읽으면서 들었던 이런저런 생각들이 앞서 말씀하신 분들과 거의 비슷하네요. 도입부를 지나오면서 저는 이 소설이 '도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찬게즈가 다짜고짜 누군가를 미국인이라고 자신있게 특정하는 것이나 상대의 양해를 구하기도 전에 대화를 시작하고 이끌어가는 것이나 이러한 장치가 마치 저자가 독자한테 "애기 좀 합시다. 일단 내 얘기부터 듣고!"라고 하는 것 같았거든요. 무척 흥미롭게 읽고 있는 중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바나나 님, @진공상태5 님, @siouxsie 님, @호디에 님께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5~6장을 함께 읽어볼 차례네요. 대강의 줄거리는 언더우드샘슨에 입사한 찬게즈가 필리핀 마닐라에 출장 중 뉴욕에서 9·11 테러가 발생해 겪게 되는 일인데요. 드디어 찬게즈의 회상이 중요한 사건에 이른 듯하네요. 몇몇 장면들이 눈에 띄었어요. 이를테면 “뉴욕이 라호르보다 더 부유한 것을 받아들이는 건 그래도 괜찮았지만, 마닐라도 그렇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건 힘들었어요”(60쪽)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찬게즈는 자신의 출신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필리핀에 대해서는 은근히 깔보는 시선을 갖고 있죠. 줄곧 스스로를 미국인이라 생각해온 찬게즈가 필리핀인들 사이에서 동료의 금발과 벽안을 보고서 “너는 정말로 이국적이구나”(63쪽)라는 생각을 불쑥 하게 됩니다. 이어서 필리핀인들의 눈에는 자신이 동료보다는 필리핀인에 가깝게 보일 거라는 사실을 깨달아요. 이러한 깨달음은 9·11테러로 인해 입국 심사가 강화되면서 찬게즈에게 더욱 여실하게 다가옵니다. 입국심사대에서의 수치스러운 자기 증명의 과정들, 특히 “미합중국에 온 목적이 뭐냐고요?”(69쪽)라고 물어오는 검색대 직원의 물음은 ‘이곳에 살고 있다’라는 것으로는 해명되지 않는 어떤 ‘불순한 의도’를 전제하고 있죠. 그제서야 찬게즈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금발의 동료들처럼 온전한 미국인이 될 수는 없을 거라는 자각을 하게 됩니다. 아마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찬게즈가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장면을 목격하는 대목일 거예요. “텔레비전을 켰을 때 처음에는 영화가 나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계속 보니까. 영화가 아니고 뉴스더라고요.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건물이 하나둘 무너지더군요. 그때, 나는 미소를 지었어요. 그래요, 혐오스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의 첫 반응은 놀랍게도 즐거움이었어요.”(66~67쪽) 찬게즈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곧장 이렇게 해명합니다. “나는 그 모든 것의 상징성에 빠져들었던 거죠. 누군가가 그렇게 가시적으로 미국의 무릎을 꿇렸다는 사실에 그랬던 거죠.”(67쪽) 물론 우리는 무고한 희생자를 낸 테러를 용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찬게즈의 말 역시도 쉽게 납득하긴 어렵습니다. 찬게즈가 뉴욕에 돌아 온 뒤 곳곳에 내걸린 성조기를 보며 느낀 것이 일종의 두려움임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합니다. 그 국기들은 찬게즈와 같은 무슬림에게는 애도의 의미를 초과해서 “우리는 미국이야. 세계가 지금까지 알았던 가장 강력한 문명인 미국이라고. 당신들은 우리를 무시했어. 우리의 분노를 조심해”(72~73쪽)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모든 문화에 관대해 보였던 뉴욕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달라진 것을 체감하게 된 것이지요. 이 대목은 이후 계속되는 미국의 극단주의자의 위협에 찬게즈가 불가피하게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들게 합니다. 또 하나 생각해볼 것은 찬게즈가 쌍둥이 빌딩의 붕괴를 보며 느낀 ‘상징성’입니다. 이 상징성의 의미는 후반부에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어째서 찬게즈가 테러에서 ‘구체’적인 희생자의 고통과 참극을 보기보다는 ‘가시적인 미국의 패배’라는 ‘추상’적인 생각을 했던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그건 아마도 뉴스가 마치 영화처럼 보였던 테러의 ‘스펙터클’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기억하다시피 9·11테러는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던 데다, 쌍둥이 빌딩이 차례로 무너지던 현장이 고스란히 미디어를 타고 실시간으로 송출되었던 만큼 전 세계가 경악했던 끔찍한 사건이었지요. 당시 제 기억을 잠깐 상기해 보자면, 미디어를 통해 생생하게 전 세계로 송출되었던 무자비한 폭력의 스펙터클이 선연하게 떠오릅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저는 새벽에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을 듣다가 그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라디오 DJ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 들은 끔찍한 소식 탓에 공포와 묘한 흥분 상태에서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음날 교실 텔레비전을 통해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장면을 반 친구들과 함께 목격했을 때 지난 새벽과는 다른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건 정말이지 현실감이 없어서 영화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 아니 그건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일었지요. 피어오르는 연기에서 악마의 형상을 보거나, 무수한 음모론이 난무했던 것을 상기하면 그 사건을 대했던 전세계인이 테러의 스펙터클에 압도되어 현실감각을 상실했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디어의 지나친 현실성은 오히려 우리의 현실감각을 상실케 하고, 구체적인 것보다는 추상적인 사고를 하기 쉽게 만들지요. 민주주의적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히틀러가 그랬듯 미디어는 종종 전체주의적 도구로 악용되기도 했던 것은 이런 스펙터클의 힘 때문일 겁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그 스펙터클의 힘을 이후 미국이 그대로 사용했다는 것이지요. 참혹했던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응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테러 발생 직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2001년 10월 7일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개시합니다. 이른바 ‘악의 축’을 대상으로 한 ‘테러와의 전쟁’의 시작이죠. 2003년에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 무수한 토마호크 미사일이 쏟아지기도 했고, 그 장면은 고스란히 뉴스로 보도되었습니다. 그 폭격은 당시 말로만 전해지던 미군의 최첨단 전략무기였던 스텔스기와 이지스함의 위력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가시적으로 선명히 각인시킨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때 폭격 아래에서 희생된 민간인을 생각했던 사람은 아마 극소수에 불과했을 겁니다. 그 무수한 정밀 타격 미사일들은 미국이 전쟁의 명분으로 삼았던 ‘대량 살상 무기’가 아니라, 많은 미국인들에게 미국식 전쟁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정의로운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주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폭격의 스펙터클에 의해 오히려 많은 미국인들은 무수히 죽어간 구체적인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요. 미국은 바로 그 스펙터클을 통해 잔혹한 복수극을 정의로운 영웅서사로 탈바꿈한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런 일은 최근에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초기에 유튜브에서는 키이우 광장에 매달린 CCTV화면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기도 했지요. 그 화면을 보았던 세계인은 전쟁의 참상을 보려했던 걸까요, 러시아제 미사일의 위력을 보려 했던 걸까요. 오늘은 각자 인상 깊었던 소설 속 장면 외에도 여러분들이 9·11 테러를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을 공유해보면 어떨까요. 그 밖에 여러 전쟁의 참상과 관련해 어떤 기억을 갖고 계시나요. 여러분들이 경험한 스펙터클의 힘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9-11은 충격적이었지만 너무 영화같은 장면이어서 그랬는지, 번개가 번쩍하고 나서 한참 후에 천둥소리가 들리듯, 저에게는 뭔가 펑 하고 터졌는데 한참 후에 충격이 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 그리고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세월호를 능가하는 충격은 아직.. 나치든 9-11이든 후쿠시마든 아직 저에게는 세월호를 능가하지는 못하는것 같아요, 아주 개인적으로요.
찬게즈가 필리핀에서 느꼈던 감정들.. 그 사람의 교육수준이 어떻든 어떤 영어를 사용하든, 피부색과 인종적인 배경을 넘어서기가 힘들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자랄때, 제가 번역서를 꽤 읽었던 모양이에요. 주로 백인 남자들이 쓴 책들이었죠. 그래서 그들에게 영향을 받은 저는, 나도 그들과 같다고 생각을 했었던것 같아요. 그런데 세상에 나가보니, 내 앞에 깔려있던 카펫은 그들의 것과는 달랐습니다. 내가 아시아인이고 여성이라는 사실을 저는 몰랐던 것,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것이지요. 그냥 나도 그들(백인 남성)처럼 하나의 개인인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나의 피부색과 배경때문에 나는 하나의 개인이 아닌, 항상 어딘가에 속하는 어떤 하나가 되어있었고, 그렇게 취급받을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었기때문에 초반에 많이 당황했었습니다.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혹은 어떤 생각을 하고 또는 가지고 있는지) 중요치 않더라구요. 내가 아시아 사람이고 여성이라는게 참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는것을 닥쳐서야 깨닫고는 한동안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뉴스 보도를 통해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순간을 처음 본 당시, 저는 빌딩 안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비행기 안에 있던 사람들까지 떠올려졌었습니다. 지금도 기억하는데 제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이 사람들 어떡해..."였어요. 한동안은 분노보다 슬픔이 컸었어요. 나중에 충격과 분노의 방향은 종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구요. 저는 찬게즈가 가진 '상징성'에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됩니다. 이후 보복 전쟁 역시 어찌 보면 '상징성' 때문에 미국을 지지하는 측들이 민간인 학살이 불가피했던 것처럼 주장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러한 맥락은 코비드 시국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서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보다 에리카와 찬게즈의 관계에 더 관심이 갑니다. 찬게즈가 연인을 잃은 에리카의 고통에 가까이 다가서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두 사람을 좀더 지켜보렵니다. 책꽂이 : 최근에 출간한 켄 리우의 단편집인데요. 군 드룬 조종사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 실려 있는데요.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SF 환상문학 작가 켄 리우의 세 번째 단편 선집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권위의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을 40년 만에 첫 동시 수상한 대표작 「종이 동물원」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를 확보한 켄 리우의 미출간 단편 중 엄선하여 엮은 두 번째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이다. 『종이 동물원』으로 제13회 유영 번역상을 수상한 장성주 씨가 직접 엮었으며, 이번 선집에서 켄 리우는 대체역사, 실크펑크, 스팀펑크, 사이버펑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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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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