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몹시 궁금한 사람들

D-29
저도 '지금 이게 나아진거 맞아?'라는 의문이 들때가 많아요..
"고통받는 것은 확실성을 갖는 것이고, 타인이 고통받는다고 듣는 것은 의심을 갖는 것이다." 고문을 통한 고통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만성 통증 환자가 '꾀병' 의심 받는 것, 법정에서 피해자 증언이 의심 받는 것 등은 모두 이런 고통의 비대칭성에서 기인한다. "고문의 목표는 몸을 고통으로 압도적으로 현재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목소리(언어)를 파괴함으로써 부재하게 만드는 것이다." 몸의 고통을 극대화함으로써 더 이상 말로 표현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고문하는 자들이 고통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수감자의 고통이 커질수록 수감자의 세계는 작아지고, 그에 비례해 고문자의 세계는 커진다. 고통은 권력이 된다." "신체적 고통을 의학적 맥락에서 언어화하려는 시도들 — 맥길 통증 질문지처럼 — 은 내면의 사건에 외부적 이미지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이 고통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는 것은 부정확하다." 의학의 객관화 도구가 고통의 언어 문제를 우회하지 해결하지는 않는다.
[1장 고문의 구조: 갈무리] ‘권력이라는 허구를 창조하기 위해 타인의 고통을 가시화하고 이용한다'는 저자의 분석이 너무 사실이라 와닿으면서도 그와 동시에 ‘권력'을 허구라고 부를 수 있다면, 모든 개념어들 역시 ‘허구(유발 하라리가 말한 ‘상상된 질서imagined order’)라고 할 수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고문'의 시스템으로 만들어 내려는 ‘권력'이라는 허구는 소수의 탐욕만을 채우기 위해 작동하니까 일종의 ‘부정적인(다수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상상된 질서’라고 볼 수 있겠지만요. 지금 이 시대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걸 많은 사람들이 뉴스로 보면서 계속 ‘권력은 실재한다'라고 믿게 되는거겠죠. 소수의 초인적인 정신력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한 99.9%의 평범한 인간들에게 이 권력이라는 허구를 끝까지 실재로 느낄수 밖에 없다는 데서 오는 약간 무력감도 느꼈고요. 그런가하면 이 장에서는 언어가 가진 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만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요, 저자는 심문의 언어 성격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인간이 말할 때 의문문과 평서문과 명령문이, 나아가 이 세 종류 문장의 강한 꼴인 감탄문이 이렇게 심문에서처럼 하나로 합쳐져 있는 경우는 드물다.… 사실 이처럼 문장 형태가 뒤섞이는 일이 육체적 잔혹 행위는 수반하지 않으면서 사적이고 비정치적인 언어 안에서 발생할 때는, 질문하는 사람의 존재가 정말로 청자의 응답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 … 이들은 자신만의 확신에 빠져 있다가, 또 다음 순간엔 청자가 인정하길 애걸한다.“ 44ㅍ 저는 이런 의문문과 평서문과 명령문, 감탄문을 다 품고 있는 그런 문장을 언제 사용한적이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아마도 내 자신을 심문(!)하는 상황에서 그런 문장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거죠. “넌 대체 왜 주6일 풀시퀀스로 아쉬탕가 수련을 하지 못하는거야!?” 이런 폭력적인 말은 이제 삼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영문학과 교수라는 점이 드러나는 지점이 곳곳에 보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인것 같습니다. 고통으로 인한 언어의 부재, 언어가 가진 힘, 그 힘을 이용해서 자아를 확장하려는 시도들 모두 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것 같아서 흥미진진합니다. (많은 문학 작품이 계속 언급되기도 하는데 특히 사르트르의 단편 소설 <벽 The Wall> 은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문과 죽음 둘 다 몸 때문에 발생한다. 둘 모두에서 의식의 내용물은 분쇄된다. 고문과 죽음은 가장 격렬한 부정으로, 반 인간적인 것, 절멸,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이 가장 순수하게 표현된 것이다. 단 하나는 부재이고 다른 하나는 몸으로 느끼는 현존이며, 하나는 감응력의 중단 안에서 일어나고 다른 하나는 감응력의 끔찍한 과부하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일어나는 맥락에 상관없이 육체적 고통은 언제나 죽음을 모방하며,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일은 언제나 모의 처형이다.” 48-49ㅍ 죽음과 고통의 유사성과 모의 처형에 관한 논의도 저에게는 많은 질문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정체모를 혹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어떤 불안이 닥쳤을때 이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고통'으로 해결하려는 저의 패턴을 떠올릴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밀도가 있는 문장들이 많아서 읽는 속도는 느리지만 지금까지 저자의 논리 전개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세계의 unmaking이 어떻게 making으로 연결되는지, 계속 찬찬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벌써 3월 중순이네요. 31일까지 남은 2주 정도의 기간에는 2장 [전쟁의 구조]를 함께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한국어판 258페이지까지 인데 양이 꽤 많아서 읽는데까지 읽어보는걸로 하겠습니다) 불행하게도 이게 진짜 현실인가 싶은데 지금 전쟁이 벌어지고 있죠.. 참담하다는 말로 충분하지 않은, 그야말로 언어를 상실하게 하는 상황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요. 부디 사람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고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읽으시면서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이나 질문은 이곳에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전쟁은 인간 경험 중 이례적이라고 이야기되곤 한다. 평화 시에는 모든 국가가 범죄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살인 행위를 전쟁이 허가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확한 관찰이며,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동기에서 행한 살인 행위가 국가를 해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p200 인간들은 전쟁의 잔혹성과 파멸을 역사적으로 수없이 경험했으면서도, 현대 문명의 시대에서도 전쟁이 계속되는 것은 인간 본성의 문제인지 아니면 제도적 결함의 문제 인지 알 수 가 없네요. 저자는 인간이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전쟁이 이념 검증의 대체 불가능한 도구로 기능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네요. 수십만 명의 훼손된 몸은 — 그 몸들의 무게 자체가 — 승자의 이념을 '사실'처럼 느끼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고통과 상해의 경쟁이라는 생각을.. 안해본 적도 없지만 해본적도 없는 것 같아요. 사진 등에서 구체적인 사람의 얼굴이 보일 때에는 상해와 사람을 떠올리지만, 대부분 전쟁을 접하는 방식은 기사나 뉴스 속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표현들이어서 사람보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쓰여진 명분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중동지역에 살아요, 전쟁과 가까운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전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제가 있는 지역의 영공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미사일이 날아오고, 그걸 잘 방어하고 있어요. 제 세상은 정상적으로 일상이 유지되고 있고 물리적으로 파괴되고 있지 않지만, 오늘은 몇 시 쯤 요격소리가 들리려나 불안하긴 합니다. 이 전쟁에 저와 같은 사람의 불안은 고려되지 않지만, 불안이 끝났으면 하는 마음은 생길 수 밖에 없어요. 저 역시 전쟁의 명분이 어떻든지간에 어서 끝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그 마음 한 켠에는 제가 있는 쪽에 미사일을 날리는 나라의 파괴를 상상하게 됩니다. 그게 전쟁의 끝인 줄 알았으니까요. 책을 읽으니, 그저 오랜 폭격에 반발할 힘이 사라진 상태를 패배라고 부르고, (아마도) 상해가 덜 한 상대국의 정치적 지배가 당연히 따라오는 절차라고 착각해왔다는 걸 알았습니다. 상해 경쟁에서 이겼다고 해서 지배력의 명분이 생기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니, 너무 당연한 말인 걸 전혀 몰랐어요. 올림픽에서 1등한 국가가 다른 나라를 지배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는 로직에 빗대어 생각하니 정말 이상하더라구요. 그런 논리적 비약을 눈치채지 못했다니, 어지간히 생각없이 받아들였었던 것 같습니다. 없는 명분을 힘으로 밀어붙여 추상적으로 가져다 붙여왔다는 걸, 그리고 (대부분 그럴 수 밖에 없지만)상대가 온전히 파괴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싸움의 재발여지가 언제나 있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승리라는 말에 가려진 상해와 고통과 파괴, 그리고 명분잃은 목표- 파괴를 하는 사람과 파괴를 당하는 사람 모두에게 남는 트라우마. 다시한 번 전쟁의 잔인함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문과 마찬가지로 unmaking이라는 체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는 어디선가 그걸 반복할지도 모르겠어요. 고문과 전쟁의 구조를 읽으면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훨씬 규모가 작은 폭력도(고문의 구조에서는 제가 가정폭력을 언급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리적 고통으로 상대에 대한 지배력을 주장하고, 개인을 파괴한다는 면 등에서 꽤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동 지역에 살고 계시다니, 이 책의 내용이 더욱 더 강렬하게 다가오실것 같습니다.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안전하시길 바라겠습니다.
2장에는 이해가 바로 되지 않는 문장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래도 치열한 사유의 결과로서 치밀한 문장들을 읽는 재미가 있네요.ㅎㅎ ‘무기'에 대한 고찰, 영미권에서는 arm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더욱 더 몸(즉 ‘나')의 투사로 볼 수 있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자 문화권에서는 좀 다르지 않을까 싶었고 동서양의 몸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기도 했어요. ‘장기간 계속되는 모의처형'이라는 측면에서 고문이 죽음보다도 더 잔인하다는게 와닿았습니다. ______ 거북한 주제를 피하려는 경향은 사람들 내면에 깊이 뿌리박혀 있으며, 고문을 논하길 꺼리는 태도도 여기서 나온다. 이런 태도는 우리를 권력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98ㅍ 고통은 몸의 철옹성과도 같은 사적 상태에서 언어로 끌어올려지는 순간, 즉시 몸 안으로 다시 떨어진다. 그 무엇도 고통의 이미지를 세계 안에 유지해주지 않으며 고통이 나온 장소를 가리키며 경고해주지도 않는다. … 고통의 강력한 때문이기도 하다. 고통의 강력함은 고통을 고립시키고, 다른 사건들의 맥락에서는 고통이 보이지 않게 만들며, 언어에 막 도달한 고통이 다시 뒤로 물러나 파괴적인 상태에 머물게 한다. 고통이 자신을 인정해달라는 주장은 절대적이지만, 고통이 결국 인정되지 못하는 채로 남는 데 바로 이 절대적인 주장이 일조한다. 99ㅍ 전쟁의 목적은 살인이다. 반면 일반적으로 고문은 살인을 극화한다. 감각의 측면에서 죽음과 등가인 고통을 가해서, 처형을 장기간 계속되는 모의처형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101ㅍ 무기는 집합적으로 일컫는 말로 ‘무기들/팔들arms’이라는 단어가 사용된다는 사실에서 확인되듯, 무기는 인간 몸이 연장된 것이다. … 무기도 도서관이나 도시와 마찬가지로 인간을 투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110ㅍ ______
“놀이를 할 때 감각은 감각 자신을 경험하며, 그래서 놀이는 감각적일 때가 잦다. 반면 노동은 놀이보다 훨씬 더 깊숙한 체화를 수반한다. 인간이라는 생물은 세계에서 자신을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세계와의 상호작용 안에 깊이 침윤되어 있다.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멈춘다면 인간은 죽을 수도 있으며, 그래서 인간은 이어지는 일단의 움직임을 거의 멈춤없이 계속 한다. 놀이의 속성은 다르다. 활동이 이루어지는 세계 안에 잠겨 있는 것은 한 사람의 일부뿐이고, 이 사람은 그 세계를 자유롭게 드나든다. 사람들은 전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놀이를 바로 시작할 수 있고, 또 그만큼이나 바로 끝낼 수 있다. … 노동하는 사람은 세계 안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려 ‘애쓴다/노동한다work’. … 세계 안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노동하는 사람 자신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노동의 본성으로, 석탄 캐기, 농사, 건설, 물건 만들기 같은 육체 노동이나 수작업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 모든 종류의 노동에서 노동하는 사람은 자신을 노동의 원료와 뒤섞으며 결국엔 그 원료에서 자신을 분리할 수 없게 된다.” 135~136ㅍ 저자의 놀이, 노동에 대한 서술이 저에게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그 세계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가 없는가, 그 행동이 자신을 변화시키는가 아닌가 같은 기준이 흥미로웠는데요. 저는 이 부분에서 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예술은 놀이와 노동 그 사이에 어디쯤 있는걸까. 혹은 제 3의 영역인건 아닐까. 작가는 자신의 예술 활동에 자유롭게 진입하고 또 나오기도 하고, 아주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기도 하며 마치 놀이를 하는 것처럼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또 어떻게 보면 예술만큼 그 행위를 하는 사람을 바꿔놓는 것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신체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정신적으로 말이죠. 아무튼, 고통과 전쟁에 관한 책이지만 사유해볼 수 있는 여러 지점이 있는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이후 making 부분도 모임이 진행되나요? @유월의숨
안녕하세요 @MㅡM 님, 이 책의 후반부를 읽는 모임은 6월에 그믐에 다시 열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5월 초에 아마 공지가 올라갈겁니다. 그동안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타지에서 늘 건강하시고 6월에 다시 기회가 된다면 참여해주세요!
고통받는 몸 2부를 읽고_한달 모임을 마무리하며 인류가 전쟁이라는 야만적이고 비상식적인 사건을 어떻게 타인의 몸과 언어를 이용해서 진실(그러니까 사람들이 믿을 수 밖에 없는 무엇)로 만드는가에 대한 치열한 고찰을 따라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미디어에서 쓰이는 이미지와 언어가 어떻게 인간의 너무나 실재하는 고통을 무생물화(?)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지금도 우리에게 노출되는 뉴스 내용에는 사상자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그 사상자의 ‘몸'을 직접 보여주는 것은 금기시 되어있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화염과 불타는 건물, 헬리콥터 같은 ‘무생물'로 간주될 수 있는 것들 뿐입니다. 그 이미지가 송출되면서 동시에 앵커들은 ‘사상자는 몇 백명명으로 추산됩니다’같은 멘트를 합니다. 시청자는 머리 속에 ‘불타는 건물'이미지와 함께 ‘죽은 사람들'이 입력되지만 어찌보면 사상자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나 그들의 고통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는 자극적인 폭발 장면에 의해 박탈되고 있다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영미권에서 전투기가 손상된것에 injure, wound같은 동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기회가 없었는데 저자의 집요한 언어 고찰을 따라가면서 앞으로 한국어 사용에 있어서 전쟁과 관련해서는 어떤 표현들이 쓰이고 있는지를 유심히 관찰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쟁의 유일한 기능이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것 뿐이라면 왜 인류는 송아지 묶기나 농구 경기처럼 덜 고통스러운 경기로 대체하지 않는가라는 저자의 질문을 읽고, 지금 이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양상을 떠올리면서, 그리고 집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 싸움이 그다지 다르지 않지 않나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극소수의 성자 같은 사람을 제외한 인간의 대다수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주변 사람과 상황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가 권력을 원하는 이유라고 생각하고요. 우리는 사소하게는 집안에서 내 자식이, 내 배우자가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길 바라고 때때로 강요합니다. 저는 대부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 마음 자체가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과 크게 다르지 않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내가 상대방에게 이정도도 못바라나 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그리고 이런 생각을 실제로 폭력으로 연결시키게 되면 가정 폭력이 되는 것이고 그건 범죄가 되겠죠. 전쟁은 피해 규모를 비교할 수 없는 범죄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지만, 그 근간에, 밑바탕에 깔린 마음의 속성은 동일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제가 저의 가족을 향해서 ‘너는 마땅히 내가 이런 상황일때 내가 원하는대로 해줘야해'라고 하면서 뭔가를 요구하는 행위가, 트럼프가 ‘미국에(나에게) 이득이 되는 방식으로 이란(너가)이 행동해야한다'고 하면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과 차이가 그렇게 엄청나게 큰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러니까 저같이 힘이 없는 사람이 타인에게 뭔가를 요구하면 그건 약간의 투정이나 말싸움 정도로 끝나지만, 트럼프 같은 권력자가 타국가(타인)에게 뭔가를 요구하면 그건 전쟁이라는 결과를 낳는 그런 차이가 있을 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가족이 제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는다고해서 폭탄을 던지진 않겠지만, 나의 그런 마음과 트럼프의 마음이 그렇게 다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전쟁이 체스 게임을 한판 두고 진사람이 복종한다 이렇게 전개될 수 없는건, 당연한 일이겠죠. 양측 중 아무도 결과에 순응하지 않을테니까요. 그래서 권력자들은 상대방 국가의 국민과 부동산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그 중에서도 인명 피해를 입히는건 ‘되돌이킬 수 없는 피해'라는 면에서 차별점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은 사람들을 되살릴수는 없고, 한 사람의 죽음은 그와 연결된 수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니까요. 국가가 인간의 몸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에 대한 고찰도 흥미로웠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신체를 ‘미국화’ 시키기 위해(청소년기 이후에 외국어를 배우면 네이티브와 같은 발음을 갖기 어려운 측면에서) 많은 돈과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는지 그것 역시 ‘몸'을 변화시킴으로서 권력을 획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겠구나 싶었지요. 영문학자인 저자의 배경인 영향도 있겠지만, 몸과 언어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까지 파고들어가면서 자기 논리를 펼쳐나가는 이런 글쓰기 방식이 어렵지만 또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재하는 개인의 몸, 너무나 실재하는 개인의 고통, 그러나 그것을 알 수 없는 타인, 그 점을 이용하는 권력자들(그리고 그 권력자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나의 마음)까지. 두서없이 떠오른 생각들을 글로 옮겨보았습니다. 한 달 동안 생각과 이야기를 함께 나눠주신 여러분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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