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몹시 궁금한 사람들

D-29
고통받는 몸 2부를 읽고_한달 모임을 마무리하며 인류가 전쟁이라는 야만적이고 비상식적인 사건을 어떻게 타인의 몸과 언어를 이용해서 진실(그러니까 사람들이 믿을 수 밖에 없는 무엇)로 만드는가에 대한 치열한 고찰을 따라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미디어에서 쓰이는 이미지와 언어가 어떻게 인간의 너무나 실재하는 고통을 무생물화(?)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지금도 우리에게 노출되는 뉴스 내용에는 사상자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그 사상자의 ‘몸'을 직접 보여주는 것은 금기시 되어있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화염과 불타는 건물, 헬리콥터 같은 ‘무생물'로 간주될 수 있는 것들 뿐입니다. 그 이미지가 송출되면서 동시에 앵커들은 ‘사상자는 몇 백명명으로 추산됩니다’같은 멘트를 합니다. 시청자는 머리 속에 ‘불타는 건물'이미지와 함께 ‘죽은 사람들'이 입력되지만 어찌보면 사상자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나 그들의 고통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는 자극적인 폭발 장면에 의해 박탈되고 있다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영미권에서 전투기가 손상된것에 injure, wound같은 동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기회가 없었는데 저자의 집요한 언어 고찰을 따라가면서 앞으로 한국어 사용에 있어서 전쟁과 관련해서는 어떤 표현들이 쓰이고 있는지를 유심히 관찰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쟁의 유일한 기능이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것 뿐이라면 왜 인류는 송아지 묶기나 농구 경기처럼 덜 고통스러운 경기로 대체하지 않는가라는 저자의 질문을 읽고, 지금 이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양상을 떠올리면서, 그리고 집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 싸움이 그다지 다르지 않지 않나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극소수의 성자 같은 사람을 제외한 인간의 대다수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주변 사람과 상황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가 권력을 원하는 이유라고 생각하고요. 우리는 사소하게는 집안에서 내 자식이, 내 배우자가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길 바라고 때때로 강요합니다. 저는 대부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 마음 자체가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과 크게 다르지 않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내가 상대방에게 이정도도 못바라나 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그리고 이런 생각을 실제로 폭력으로 연결시키게 되면 가정 폭력이 되는 것이고 그건 범죄가 되겠죠. 전쟁은 피해 규모를 비교할 수 없는 범죄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지만, 그 근간에, 밑바탕에 깔린 마음의 속성은 동일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제가 저의 가족을 향해서 ‘너는 마땅히 내가 이런 상황일때 내가 원하는대로 해줘야해'라고 하면서 뭔가를 요구하는 행위가, 트럼프가 ‘미국에(나에게) 이득이 되는 방식으로 이란(너가)이 행동해야한다'고 하면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과 차이가 그렇게 엄청나게 큰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러니까 저같이 힘이 없는 사람이 타인에게 뭔가를 요구하면 그건 약간의 투정이나 말싸움 정도로 끝나지만, 트럼프 같은 권력자가 타국가(타인)에게 뭔가를 요구하면 그건 전쟁이라는 결과를 낳는 그런 차이가 있을 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가족이 제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는다고해서 폭탄을 던지진 않겠지만, 나의 그런 마음과 트럼프의 마음이 그렇게 다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전쟁이 체스 게임을 한판 두고 진사람이 복종한다 이렇게 전개될 수 없는건, 당연한 일이겠죠. 양측 중 아무도 결과에 순응하지 않을테니까요. 그래서 권력자들은 상대방 국가의 국민과 부동산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그 중에서도 인명 피해를 입히는건 ‘되돌이킬 수 없는 피해'라는 면에서 차별점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은 사람들을 되살릴수는 없고, 한 사람의 죽음은 그와 연결된 수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니까요. 국가가 인간의 몸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에 대한 고찰도 흥미로웠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신체를 ‘미국화’ 시키기 위해(청소년기 이후에 외국어를 배우면 네이티브와 같은 발음을 갖기 어려운 측면에서) 많은 돈과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는지 그것 역시 ‘몸'을 변화시킴으로서 권력을 획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겠구나 싶었지요. 영문학자인 저자의 배경인 영향도 있겠지만, 몸과 언어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까지 파고들어가면서 자기 논리를 펼쳐나가는 이런 글쓰기 방식이 어렵지만 또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재하는 개인의 몸, 너무나 실재하는 개인의 고통, 그러나 그것을 알 수 없는 타인, 그 점을 이용하는 권력자들(그리고 그 권력자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나의 마음)까지. 두서없이 떠오른 생각들을 글로 옮겨보았습니다. 한 달 동안 생각과 이야기를 함께 나눠주신 여러분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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